[특집 다큐] 윤석열의 내란-계엄을 막은 사람들
2024년 12월 22일 19시 50분
퇴임을 6개월 정도 남겨둔 이명박 대통령이 임기 중 마지막이 될 8.15 경축사를 발표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과거사에 대한 일본정부의 잘못된 태도를 지적하고 위안부 문제를 거론하면서 책임 있는 조치를 촉구했습니다. 일본의 후한무치에 대한 당연한 지적이기는 하지만 이전에 보여줬던 건국절 운운하는 등의 왜곡된 역사인식과 비교하면 한 단계 진전된 것으로 평가할 만 합니다.
그런데 왠지 찜찜합니다. 느닷없이 독도를 방문한데 이어서 일본 왕이 한국을 방문하고 싶으면 독립운동을 하다 돌아가신 분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하라고 일본을 압박하는 모양새가 그렇습니다. 일본 왕에게 고개를 숙이고 독도를 일본 영토로 표기하겠다는 일본 총리에게 지금은 곤란하다,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하면서 저자세를 보였던 사람이 갑자기 할 말은 하는 강경한 태대로 돌아서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입니다. 위키리크스는 뼛속까지 친일, 친미라고 친형인 이상득 의원이 주한 미 대사에게 보증을 서기까지 했다고 폭로한 바 있습니다.
8.15 경축사에서 드러난 진짜 문제는 이 대통령의 현실에 대한 안이한 인식과 사실 왜곡, 그리고 자화자찬입니다. 이 대통령은 우리나라가 선진국에 진입했다고 선언했습니다. 그러면서 주변 강대국들과 협력해서 평화통일이 여건을 조성하고 있으며 빈부양극화 문제는 많이 완화됐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같은 주장이 지닌 근본적인 문제점은 화려한 통계숫자 나열로 치부를 감추려고 한다는데 있습니다.
비근한 예로 1996년 김영삼 정부는 경제협력개발기구 즉, OECD 가입을 대대적으로 선전했지만 1년 뒤에 외환부족이라는 직격탄을 맞고 온 나라를 경제 위기에 몰아넣은 바 있습니다. 사실 관계 왜곡은 더 심각합니다. 우선 1인당 국민소득 200달러 달성은 노무현 정부 때 이미 이룬 것입니다. 주변 강대국과의 관계는 긴밀한 협력은커녕 맹목적 한미동맹 추구로 중국과의 갈등이 달아오르고 있으며, 비핵삼천으로 시작된 대북 비바람 정책과 북한 무시 정책은 대북관계를 최악으로 몰고 간지 오래 됐습니다.
양극화가 완화됐다는 주장은 왜곡을 넘어서 거짓말 수준입니다. 부자 감세와 노동 탄압으로 상징되는 이 정권의 경제정책은 부익부 빈익빈을 가속화 시켰고 재벌의 비대화와 중산층 붕괴, 비정규직의 양산 등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제는 개천에서 용 난다던 원활한 계층 이동은 아득한 옛날 얘기가 돼버렸습니다. 오죽하면 대선을 앞두고 여야 모두가 이구동성으로 경제 민주화를 선거 공약으로 내걸면서 일자리와 복지 확대를 약속하고 있겠습니까.
돌이켜 보면 이명박 정부는 처음부터 겉 다르고 속 다른 양두구육식의 이중적인 행태를 보여 왔습니다. 외교안보적으로는 북한의 백기투항을 기다리면서 어려운 일이 생기면 무조건 미국에 매달리고 국내적으로 사회적 약자와 서민층에게는 립서비스와 악어의 눈물 같은 정치 쇼로 때우면서 부자와 재벌에게는 대놓고 퍼주는 식이었습니다. 고 리영희 선생은 이 정권을 가리켜 해방 후 미국에 대해 가장 저자세의 노예정권이라고 비판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달도 차면 기우는 법입니다. 대미일변도의 사대주의 외교와 부자들만을 대변하는 마름정치도 끝나가고 있습니다. 이상득 전 의원과 최시중 전 방통위원장, 박용준 전 차관 등 이 정권 내내 권력을 휘둘러왔던 실세들이 줄줄이 비리 혐의로 구속됐습니다.
이 대통령 자신도 내곡동 사저의 부지 매입 관련 비리 의혹과 민간인 불법사찰 개입 의혹 등 무수한 의혹의 덫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임기도 얼마 남지 않은 만큼 공연히 후임자에게 부담을 줄 가능성이 높은 만큼 일을 새로 벌일 것이 아니라 그동안 해 놓은 일의 마무리와 퇴임 이후를 생각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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