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부결 다음 날인 오늘(8일) 국회 앞은 다시 한번 시민들의 촛불로 채워졌다. 영하권의 날씨에도 불구하고 시민 10만 명(주최 측 추산)이 운집하여 윤석열 대통령의 즉각 퇴진을 촉구했다.
집회에 참여한 시민들은 이날 오전에 있었던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한덕수 국무총리의 회담에 대해 '내란 세력과의 야합', '제2의 내란'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앞서, 여당 대표와 국무총리 두 사람은 공동담화문을 내고, '2인 국정 공동 운영' 방침 등을 발표한 바 있다. 이를 두고 시민들은 "국민들은 한동훈 대표에게 국정을 나눠가질 권한을 준 적 없다. 대통령의 권한을 함부로 누군가에게 준다는 것은 또 다른 쿠데타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 8일 주최 측 추산 10만 명의 시민들이 국회 앞에 모여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촉구했다.
윤석열 대통령, 한동훈 대표의 영향력 아래 있는 검찰이 수사를 주도하게 되면, 내란죄 수사가 좌초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윤석열 대통령의 호위무사를 자처해 온 검찰이 ‘윤석열 내란’ 수사를 맡아서도 안 되고, 어떤 수사 결과가 나와도 믿을 수 없다는 것이다. 집회 현장에서 취재진과 만난 시민들은 "이미 김건희 여사를 불기소 처분한 데에서 검경의 한계가 나왔다. 결국 특검을 통해 수사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날 집회에서는 10대, 20대 청년층의 참여가 두드러졌다. 2017년 박근혜 대통령 탄핵 때 집회 참가자들의 상징이었던 '촛불'은 이제 'LED 응원봉'으로 대체됐다. '아파트'와 같은 유행가를 따라 부르며, 4시간 넘게 진행된 집회는 흥겨운 분위기 속에 이어졌다.
△ 이날 집회에는 10대, 20대 청년층의 참여가 두드러졌다.
취재진과 만난 청년들은 여전히 민주국가에서 위헌적인 비상계엄 사태가 벌어진 현실을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이었다. 7일 탄핵소추안 투표를 앞두고 퇴장한 국민의힘 국회의원들에 대한 분노와 실망감도 나타냈다. 청년들은 뉴스타파와의 인터뷰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조선시대에 왕이 백성을 통치하듯 처신하고 있다. 내란 수괴나 다름없는 윤석열 정부에 동조하고 따라가는 국민의힘의 모습에 굉장히 실망했다"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탄핵소추안 부결 이후 정부 여당의 시간끌기식 대응이 시작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검찰이 수사 상황을 주도하면서 결국 꼬리 자르기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그러나 탄핵 부결 후 처음 열린 이날 집회에 참여한 시민들은 이러한 우려가 실현되지 않도록 계속해서 집회에 나오겠다고 말했다. 취재진과 만난 한 시민은 "나중에 손주가 오늘 뭘 했냐고 물으면 민주주의를 위해 싸웠다고 말해주고 싶다"고 답했다.
△ 오는 14일 국회 탄핵소추안 표결이 다시 추진될 예정인 가운데, 시민들은 계속해서 집회를 이어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날 야당은 이번 주 탄핵소추안 표결을 다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시민들의 시선은 지난 투표에 불참한 105명 국민의힘 의원들이 어떤 선택을 할 지에 쏠려있다. 국민의 대표로서 민의에 따를 것인지, 정치 공학에 따라 내란 세력과 동조한 정치꾼으로 남을 것인지 시민들은 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