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에 시달리던 2020년 여름, 플라스틱 쓰레기가 쌓여 절벽을 만든 선별장 입구에서 들어가도 괜찮을까 망설였다. ‘이곳에 온 자 모든 희망을 버려라.’ 라는 단테의 신곡 글귀가 생각났다. 공간이 주는 구조적 압도감 때문이기도 했지만, 입구에 쌓인 거대한 쓰레기 더미 너머 어두운 곳에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문제가 쌓여있을 것 같은 느낌 때문이다.
인천시 서구에 위치한 재활용 선별장
쓰레기가 폭포처럼 쏟아지다
그곳은 쓰레기가 폭포처럼 쏟아지는 공간이었다. 쓰레기 폭포의 최전선에서 할아버지, 할머니, 외국인 노동자들이 거대 기계의 굉음과 온갖 썩은 냄새와 사투를 벌이는 모습을 보며 착잡한 감정이 소용돌이쳤다. 분리수거나 쓰레기 줍기 등 개인 차원에서는 절대 해결할 수 없다는 절망에 사로잡혔다.
그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다. ‘현대인이라면 모두 쓰레기 처리장에 와봐야 한다. 뉴스로만 보면 스쳐 지나가는 소식에 불과하지만 직접 보면 느낌을 안다. ‘생산’하는 곳에 견학 갈 게 아니라 ‘버려지는’ 곳을 직접 보고 걷고 냄새맡아야 한다.’ 그렇게 쓰레기들의 여정을 따라가기 시작했다.
플라스틱 폐품들이 거대한 장치에 의해 분류된다.
현대의 넝마주이
쓰레기 처리과정에서 만난 분 대부분이 어르신이었다. 나이들고 힘 없는 노년층이 쓰레기 처리를 떠맡고 있었다. 재활용 선별장과 소각장에서 만난 노인들은 열악한 환경이지만 최소한 4대보험과 최저임금, 퇴직금 등 법의 테두리 안에 있었다. 하지만 파지 줍는 노인들은 이 테두리 안에도 들지 못했다.
어르신들은 조금이라도 돈을 더 주는 고물상을 찾아 먼 길을 떠난다.
고물상, 선별장, 그리고 소각장까지
행정이 처리 못한 폐품을 노인들이 줍고, 이 쓰레기들은 고물상과 선별장을 거쳐 자원 원료화되며 재활용 루트를 탄다. 여기에서 분류되지 못한 쓰레기는 소각장으로 향한다. 하지만 소각장은 어느 지역이나 부족하고 신규 건설도 요원하다. 소각장까지 가지 못한 쓰레기는 매립지로 향한다.
자원회수센터에 쌓여있는 재활용 플라스틱 묶음
한때 세계 최대 규모 수도권매립지
조성 당시 단일면적 최대의 쓰레기 매립지가 있는 인천 서구에는 수도권의 모든 쓰레기가 모여든다. 이곳에선 소각장 부족으로 소각되지 못한 쓰레기들을 통째로 직매립한다. 직매립은 여러 문제를 야기한다. 큰 부피로 면적을 차지하는 데다, 메탄을 방출하고 침출수로 지하수를 오염시킨다.
수도권매립지 전경
바다로 가는 쓰레기
소각장에도 매립장에도 가지 못한 쓰레기는 결국 무단 폐기된다. 이 쓰레기들은 홍수나 집중호우, 태풍이 발생하면 도시를 끼고 있는 하천과 강변을 따라 바다로 흘러간다. 바다에 쌓인 쓰레기를 감당하는 건 노인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