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주간 뉴스타파>는 윤석열 정부와 전임 문재인 정부의 원전 및 에너지 정책을 속속들이 파헤쳐봤습니다. 어쩌면 '원전 정책'이라는 키워드는 두 사람의 정치적 운명에도 깊은 영향을 준 것으로 보입니다. 일반적으로는 이렇게 알려져 있죠. "문재인 정부가 무리한 탈원전 정책을 추진했고,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이 이에 제동을 걸었다. 그래서 윤석열 대통령은 문재인 정부와 반대로 원전 확대 정책을 추진할 예정이다. 원전은 탄소배출이 없어 기후위기 시대에 적합한 에너지원이다"
그러나 세간의 상식은 사실과 다른 경우가 많습니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은 정말 실체가 있었던 것일까요? 윤석열 정부의 원전 확대 정책은 정말로 탄소배출도 줄이고 에너지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신의 한수'일까요? <주간 뉴스타파>가 그 답을 드립니다.
문재인 정부 5년, 탈원전은 없었다
문재인 정부의 정책 가운데 가장 큰 정치적 대가를 치른 정책 중 하나는 바로 탈원전 정책입니다. 탈원전 정책에 대항한 정부 관료 2명이 야당의 대통령 후보가 됐으니까요. 모두 아시다시피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과 최재형 당시 감사원장이 그 주인공들입니다. 그렇다면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은 커다란 정치적 대가를 치른만큼 실효가 있었을까요? 다시 말해 문재인 정부 시기 탈원전은 진전이 있었을까요? 우리 사회는 더 안전하고 탄소중립에 가까워졌을까요?
그런데 뉴스타파가 취재해보니 문재인 정부가 약속한 탈원전 정책의 세부 과제 가운데 제대로 실현된 것은 단 한 가지 뿐이었습니다. 바로 경주의 월성 1호기를 원래의 수명보다 3년 앞서 조기 폐쇄한 것인데요. 그러나 탈원전 정책의 화려한 '시작'이었어야 할 월성 1호기 폐쇄는 결국 탈원전 정책의 초라한 '끝'이 되고 말았습니다.
문제는 이 월성 1호기를 조기 폐쇄하는 '과정'이었습니다. 감사원과 검찰은 문재인 정부의 산자부와 원자력안전위원회, 한수원이 조기 폐쇄를 위해 월성 1호기의 경제성을 조작한 사실을 발견했다고 했습니다. 문재인 정부 탈원전 정책이 정치쟁점화되면서 크게 동력을 잃게 된 계기였죠. 그런데 사실 월성1호기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전에 이미 "안전성에 문제가 있다"며 법원이 수명 연장을 취소한 원전이었습니다. 그런 월성1호기의 폐쇄를 3년 앞당기려다 불거진 애꿎은 경제성 평가 조작 논란 때문에 정작 더 중요한 안전성 문제는 희미해져버린 거죠.
월성 1호기 사건 이후 문재인 정부가 약속한 다른 탈원전 정책들, 즉 '신한울 3, 4호기의 건설 중단'과 '고리 2호기의 폐쇄' 역시 흐지부지되고 말았습니다. 월성 1호기 조기 폐쇄에 대한 검찰의 수사와 정치적 공격이 영향을 미쳤겠죠. 그런데 자세히 살펴보면 둘 모두, 정부가 제대로 법 규정의 준비 없이 탈원전 정책을 밀어붙이다 결국 실패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그래서 뉴스타파의 결론은 "문재인 정부 5년 임기동안 탈원전은 없었다"는 것입니다.
윤석열의 원전 확대, 난제 많고 탄소 중립 목표에 역행
윤석열 대통령이 정치 참여 선언을 하고난 뒤 시작한 민생투어, 첫 코스는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를 만나는 것이었습니다. 탈원전 정책 수사로 얻은 정치적 자산이 그에게 얼마나 중요했는지를 알려주는 대목이죠. 대통령이 되고 난 뒤 원전 확대 정책을 내세운 것도 그래서 매우 자연스럽게 보입니다. 원전은 탄소배출이 없는 안정적인 에너지원이라는 것도 얼핏 들으면 맞는 얘기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의 원전 확대 정책은 정말로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과 탄소 중립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까요? 뉴스타파가 취재해보니 그럴 가능성은 낮아보입니다. 이유는 이렇습니다.
1) 사용 후 핵연료를 처리할 고준위 방폐장 마련이 어렵다 : 현재는 사용 후 핵연료를 원전 안에 '임시보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임시보관할 수 있는 저장 용량마저 꽉 차고 있습니다. 원전이 늘수록 사용 후 핵연료는 더 많이 나올 수 밖에 없기 때문에 결국 고준위 방폐장을 어디엔가 지어야 합니다. 20여년 전 방폐장 건설을 둘러싸고 일어났던 엄청난 사회적 갈등, 기억하시나요? 당시 지었던 것이 '중저준위' 방폐장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고준위' 방폐장 부지 선정은 훨씬 더 어려울 겁니다.
2) 원전과 재생에너지는 서로 궁합이 맞지 않다. 따라서 원전을 늘리면서 재생에너지도 같이 늘리기는 어렵다 : 재생에너지는 날씨와 바람 등에 따라 전기 생산량이 널뛰기를 뛰는 '변동성' 전원인 반면 원전은 전기 생산량이 안정적이지만 출력을 조절하기 어려운 '경직성' 전원입니다. 그런데 전기는 너무 적게 생산될 때 뿐 아니라 너무 많이 생산될 때도 정전 사태를 일으킵니다. 따라서 재생에너지와 원전은 궁합이 잘 맞지가 않습니다. 재생에너지 출력이 들쭉날쭉할 때 다른 발전원은 탄력적으로 대응을 할 수 있어야 하는데 원전은 출력조절이 어렵기 때문이죠. 탄소 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재생에너지를 늘리는 것은 피할 수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원전을 지나치게 확대할 경우 전력 공급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있습니다.
3) 안보와 경제 :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에너지 안보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습니다. 우리나라는 거의 대부분의 에너지 연료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에너지 안보에 더 취약합니다. 원전은 일반적으로 에너지 안보를 높이는데 적합한 발전원으로 여겨지지만 그래도 한계는 있습니다. 다른 화석 연료와 마찬가지로 우라늄을 수입해야 하기 때문입다. 경제적으로도 문제가 있습니다. 세계 유수의 기업들은 거래처를 선정할 때 'RE100', 즉 100% 신재생 에너지로 제품을 생산하는가를 기준으로 삼습니다. 문제는 'RE100'의 기준에 원전은 들어가지 않는 다는 것입니다. 국내 대기업들은 이 조건을 만족시키기 위해 이미 신재생 에너지가 풍부한 다른 나라로 공장을 옮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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