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만 원 노동자에 470억 손배소...'대우조선 사태 주범은 산업은행'

2022년 09월 01일 20시 00분

2022년 09월 01일 20시 00분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들이 다시 거리로 쫓겨났다. 51일간의 파업 이후 타결된 노사합의 사항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사안의 실질적 책임자이자, 불공정 노동 구조를 방치해 온 대우조선해양과 산업은행은 방관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들, 다시 거리로

금속노조 거제고성통영 조선하청지회(이하 하청노조) 김형수 지회장은 지난달 18일부터 국회 앞에서 단식 농성 중이다. 9월 1일 기준 15일째다. 
8월 18일부터 국회 앞에서 단식 농성에 들어간 김형수 금속노조 거제고성통영 조선하청지회 지회장. 단식은 9월 1일 현재 진행중이다. 
대우조선해양 본사가 있는 경남 거제에서도 농성과 시위가 연일 계속되고 있다. 하청노동자들은 출퇴근 시간과 점심시간마다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근방에서 시위를 열고 있다. 조선소 출입구 근처에 농성장도 설치했다. 목표는 하나다. '노사합의 사항을 이행하라'는 것이다. 
올해 초부터 하청노조는 하청업체들과의 단체교섭 과정에서 임금 30% 인상, 상여금 300% 지급, 노조 전임자 인정 등을 요구했다. 수년 전 조선업 불황기 때 대거 삭감된 임금을 원상 회복하고, 반납한 상여금을 돌려달라는 취지였다. 하지만 하청업체들은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국 지난 6월 초 하청노동자들은 파업에 돌입했고, 이어진 파업 방해에 밀려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제1독(dock)를 점거하기에 이르렀다. 하청노동자 유최안 씨는 독에 설치한 철창 속에 자신의 몸을 가뒀다. 대우조선해양은 이를 '불법 파업'으로 규정했고, 한동훈 법무부장관과 추경호 경제부총리,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 윤석열 대통령 모두 "하청노조가 불법 파업을 한다"며 엄포를 놨다. 공권력 투입까지 예견됐다. 
결국 노동자들은 투항했고 양보했다. 지난 7월 22일 22개 대우조선해양 하청업체들과 합의했다. 합의 내용은 기존 노조 요구안보다 대폭 후퇴한 것이었다. 임금 4.5% 인상과 상여금 150% 지급, 폐업 하청업체 소속 조합원 46명 고용승계가 전부였다. 하지만 노동자들은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공권력에 의해 파업이 분쇄되고, 노조가 와해되는 것보다는 낫다는 판단이었다. 하청노조는 합의안에 서명했고, 파업과 점거농성은 해제됐다. 며칠 뒤 윤석열 정부는 '대우조선해양 노사합의 유도'를 취임 100일 성과로 내세웠다.

휴지 조각된 ‘고용승계’ 노사합의… 하청업체 대표들은 ‘나 몰라라’

하지만 윤석열 정부의 자랑이 무색하게, 노사합의 사항은 한 달이 넘게 지난 지금까지도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다. 특히 고용승계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9월 1일 기준, 폐업 하청업체 4곳의 노동자 46명 중 다른 업체로 고용승계가 된 사람은 3명뿐이다. 나머지 42명(1명은 자진포기)은 실직 상태다. A 폐업업체 소속 조합원 11명에 대해선 고용승계 논의가 진행 중이지만, 결과는 불투명하다. B 폐업업체 소속 31명과 관련해선 논의조차 없다. 김형수 지회장과 노조원들이 파업 종료 한 달여 만에 다시 거리로 나가 농성장을 편 이유다. 
하청노조는 업체들이 일부러 노조 조합원들을 빼고 고용 절차를 마무리한 것은 아닌지 의심한다. 김형수 지회장은 "하청업체 측에선 기다려 달라면서 시간을 계속 지연시키고 있다. 심지어 한 업체는 비조합원들은 다 고용하고, 조합원만 고용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심지어 대우조선해양 1차 하청업체에서 뽑기는 어려우니 2차 하청업체를 통해 재입사하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고 한다. 강인석 하청노조 부지회장은 "원래 합의 사항은 본공(1차 하청업체 소속 직원)으로 재고용하는 것이지 아웃소싱(2차 하청업체)으로 고용하는 게 아니다. 아웃소싱으로 가면 퇴직금이나 연차 등 그동안 노조 활동을 통해 쟁취한 것들이 사라진다. 노동조건이 더 열악해진다"고 말했다.
뉴스타파 취재진은 왜 고용승계가 한 달이 넘도록 이뤄지고 있지 않은지 묻기 위해, 지난달 23일 하청업체 대표로 노사합의에 참여했던 권 모 대표에게 연락했다. 회의 중이라며 곧 연락을 주겠다던 권 대표는 이후 아무런 연락도 해오지 않았다. 취재진이 보낸 전화와 문자 메시지에도 답하지 않았다. 
다른 하청업체 대표들에게도 연락했지만, 대부분 전화를 피하거나 하청노조를 탓했다. 한 하청업체 대표는 "다른 사람에게 전화해라. 나는 빠지겠다"고 했고, 다른 대표는 "(아직 고용 안 되고) 남아 있는 사람들이 의지가 없는 거다. 회사에서 직원을 들이는데 그냥 막 들이겠냐"고 말했다. 
지난달 24일 오전,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앞에서 하청노조 조합원들이 고용승계를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조합원들 사이로 대우조선해양 노동자들이 조선소로 출근하고 있다. 

열악한 하청 노동의 '뒷배'... 대우조선해양과 산업은행

뉴스타파는 대우조선해양 하청업체 대표들과 통화에서 "하청노동자의 열악한 처우와 고용승계 문제가 원청인 대우조선해양과 관련된 것은 아닌지"도 물었다. 하청업체 대표들은 하나같이 답변을 피했다. 한 하청업체 대표는 "하청노동자들이 급여가 낮은 건 맞다"면서도 '처우를 개선하려면 대우조선해양이 나서야 하는 게 아니냐'는 질문에 "대우조선해양이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느냐. 그냥 하청업체에 돈이 없어서 그런 거다"라고 말했다. 다른 하청업체 대표는 "내가 경영을 못해서 그런 거다. 대우조선해양은 상관없다"고 답했다. 강인석 하청노조 부지회장은 "하청업체들도 대우조선해양이 주는 일감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언론 질문에 답할 때도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조선소 하청구조에서 대우조선해양은 '절대 갑'의 위치에 있다. 원청인 대우조선해양은 조선소 내에 약 100개의 1차 사내 하청업체를 거느리고 있는데, 이들은 대우조선해양으로부터 공사 계약금인 이른바 '기성금'을 받고 이 돈으로 인력을 공급한다. 그게 아니면 2차 하청업체나 인력사무소에 또 돈을 주고 단기 인력을 받아 대우조선해양으로 보낸다. 이 다단계 하청구조에서 1·2차 하청업체, 그리고 이들 업체에 고용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목줄을 쥐고 있는 것은 원청인 대우조선해양의 기성금이다. 
대우조선해양의 다단계 하청 구조. 원청인 대우조선해양이 공사 계약금인 '기성금'을 하청업체에 주면, 하청업체는 인력을 공급하는 방식이다. 이 인력 공급은 1차 하청업체에서 끝나지 않고, 2차 하청업체까지 내려갈 때도 많다. 
조선업계 관계자들은 이 기성금 액수가 오르지 않으면, 하청노동자들의 처우도 개선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기성금이 오르도록 대우조선해양을 움직일 수 있는 건 산업은행 뿐"이라고도 말했다.
경력이 10년, 20년 되는 하청업체 숙련노동자도 초보자랑 임금 차이가 얼마 없으니까. 해봤자 2~3만 원 정도 차이다. 원청(대우조선해양)에서 내려오는 기성금액이 너무 적다 보니까. 산업은행 쪽에서 (자금을) 풀어줘야지 기성금이 올라갈 것 같은데... 

대우조선해양 2차 하청업체 관계자
대우조선해양 전략담당 직원 출신인 양승훈 경남대 사회학과 교수도 산업은행을 지목했다. 양 교수는 "조선산업 자체는 가공비를 책정할 때 인건비를 함께 잡아야 한다. 이 부분은 경영 전반에 대한 의사결정과 맞물려 있다. 결국에는 산업은행이 그런 기조(인건비 책정)에 대해서 동의를 해줘야 하는 건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뉴스타파는 대우조선해양 측에 연락해 하청노동자들의 처우, 고용승계 문제에 대한 입장을 물었다. 대우조선해양 측은 '자신들과 산업은행은 상관없다'는 식으로 말했다. 
자꾸 산업은행, 산업은행 얘기를 하는데 그럼 모든 공기업은 다 정부가 책임져야죠. 현실에 대한 문제와 정의(Justice)에 대한 문제는 다른 거잖아요. 지금 우리 회사나 조선업계 전체의 현실이 그런 고용구조, 그런 임금구조가 돼 있는데 '대우조선은 왜 (개선) 안 하세요'라고 하면 저희는 어떻게 대답할까요. '저희가 부도덕한 회사고, 우리는 그렇게 밖에 사람 못 씁니다'라고 그냥 그렇게 얘기하는 수밖에 없지 않습니까.

대우조선해양 관계자

대우조선·산업은행의 실패, 하청노동자가 짊어졌다

그럼 정말 대우조선해양과 산업은행은 하청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 실태에 대해 아무런 책임이 없을까? 그렇지 않다.
먼저 산업은행은 대우조선해양의 지분 55.68%(2021년 12월 기준)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대우조선해양에 막대한 돈을 빌려준 주 채권자이기도 하다. 산업은행의 감사보고서에는 "산업은행이 (대우조선해양의) 주 채권단으로서 재무 및 영업정책을 결정할 수 있는 힘을 보유하고 있다"고 적혀 있다. 
대우조선해양의 경영진도 산업은행의 지배력 아래 놓여 있다. 박두선 현 대우조선해양 사장과 이성근 직전 사장은 산업은행 주도로 만든 '경영정상화 관리위원회'에서 추천했다. 이전 사장들은 사실상 산업은행이 내정했다. 회사 CFO(최고재무책임자)도 지난 2009년부터 2018년까지 모두 산업은행 출신이었다. 지난 십수년 간 대우조선해양은 산업은행의 관리 하에 있던, 정부가 주인인 공기업이나 다름없었다.
이런 '공적 성격' 때문에 정부는 대우조선해양이 위기일 때마다 세금으로 공적자금을 투입해줬다. 1999년부터 지금까지 약 12조 원이 넘는 돈이 들어갔다. 2015년 대우조선해양 경영진의 분식회계가 탄로났을 때도 산업은행은 세금을 쏟아부었다. 약 2조 6000억 원이었다. 당시 산업은행은 공적자금 지원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4만 명 이상의 고용 유지 효과와 지역경제에 미칠 영향을 생각해 살리기로 했다." 
산업은행은 대우조선해양의 최대주주이자 주 채권자로 십수년 넘게 대우조선해양을 관리·감독해 왔다. 
하지만 이렇게 막대한 세금을 받아놓고도 대우조선해양의 '밑 빠진 독'은 차오를 줄 몰랐다. 최근 10년간 누적 적자는 7조 7000억여 원. 올해 3월 기준 부채비율은 546%나 된다. 대우조선해양 경영진의 경영 실패이자, 산업은행의 관리 실패였다. 
실패의 책임은 공정하게 배분되지 않았다. 경영 악화의 짐은 하청노동자들에게 더 크고 무겁게 돌아갔다. 지난달 발간된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파업 긴급인권보고서(이하 대우조선해양 인권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 1만 3000명에 달했던 대우조선해양 정규직 노동자는 2021년 8500여명으로 약 35% 줄어든데 반해, 하청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3만 5000여명에서 1만 1500여명으로 70% 가까이 줄었다. 해고된 사람들 대부분은 거제를 떠나 전국으로 흩어졌다.
임금도 계속 삭감됐다. 하청노조와 대우조선해양 인권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부터 올해까지 하청노동자의 실질임금은 약 30% 감소했다. 모두 대우조선해양과 하청업체가 '조선업 불황이 예상된다'며 깎은 것이었다. 당시 감소한 임금은 조선업계 호황이 점쳐지고 있는 지금도 거의 오르지 않고 있다. 김형수 하청노조 지회장은 "2016년 조선업이 어려워졌을 때 하청노동자들한테 모든 책임을 전가했다. 불황이 확실시된다며 미리 임금을 삭감했다. 그런데 지금 수주 일감이 늘어날 것이 확실한 상황에서 임금을 올려주는 건 안 된다고 한다"고 말했다.
경력이 쌓여도 월급이 그대로인 불합리한 구조도 변하지 않았다. 뉴스타파가 확보한 20년 경력 대우조선해양 도장공의 임금명세서를 보면, 일당은 12만 5000원으로 초보자와 동일한 수준이었다. 올해 1월 월급은 세전 225만 원에 불과했다. 임금 단가가 좀 더 높다는 경력 17년 파워공(파워그라인더 작업 노동자)의 작년 세전 월급은 약 280만 원이었다. 특근과 잔업 등 수당을 모두 합친 금액이다. 반면 지난 1월부터 6월까지 대우조선해양 정규직의 평균 세전 월급은 약 550만 원이었다. 
'위험의 외주화'는 점점 심해졌다. 김형수 하청노조 지회장은 "철판 갈아내는 일을 하는 사람을 사상공이라고 하는데 대우조선해양 원청 정규직에는 사상공이 없다. 다 하청에서 간다. 발판공도 사고가 많은데, 여기도 정규직이 없다. 전부 다 외주화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대우조선해양에서 산재 사망사고는 하청노동자에게 압도적으로 많이 발생하고 있다. 지난 2015년부터 올해 초까지 총 11건의 사망사고 중 10건이 하청노동자에게 일어났다.  

조선업 수주 호황의 이면, 회사는 '불안정 노동'만 원한다

뉴스타파가 접촉한 거제 인력사무소, 2차 하청업체 관계자들은 모두 "조선소에서 일하려는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특히 대우조선해양은 노동자들의 기피 대상이라고 했다. 조선소 2차 하청업체 관계자인 C 씨는 "삼성중공업은 안전부터 부대시설까지 그나마 잘 돼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이도 저도 안 된다. 노동자들도 (대우조선해양에서) 일하기 싫단다. 그래서 인력을 싹 뺐다"고 말했다. 
6년 만에 찾아온 수주 호황인 지금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낮은 임금과 위험한 근무환경 탓에 배를 만들어야 할 숙련노동자는 점점 조선소를 떠나고, 극심한 인력난이 지속되고 있다. C 씨는 "기술공이 없다. 올해는 그나마 지금 있는 인원으로 버티는데 내년 되면 대란이 일어날 거다. 임금 인상 밖에는 답이 없다"고 말했다. 다른 인력사무소 관계자인 D 씨도 "이제는 조선소에서 일하겠다며 인력사무소를 찾는 사람도 없어서 나도 이 일만으로는 먹고살기 힘들다. 다른 곳에 가면 돈을 더 버는데 왜 굳이 여기 오겠나"라고 말했다.  
앞서 설명했듯,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들은 노조 조합원 42명이 고용승계되지 않고 있다며 농성에 돌입했다. 이들 42명은 대부분 경력이 10년 이상인 숙련공이다. 그런데 조선업계와 대우조선해양은 이들은 거들떠보지도 않은 채 인력난이라며 볼멘소리만 내고 있다. 이 '아이러니'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노조원 솎아내기'로 볼 수밖에 없다는 게 안준호 하청노조 부지회장의 설명이다. 숙련공은 필요하지만, 노조 활동을 하는 숙련공은 필요 없다는 거다. 
(노동조합) 조끼를 입고 있다는 이유만으로도 조선소 현장에서 나가라고 합니다, 원청 관계자들이. 벗고 오라는 거죠. 이 조끼 하나에 이 정도 수준이고... 파업이 끝나고 나서 대우조선해양 안전요원이 현장에서 우리 조합원에게 그 이야기를 했어요. 그리고 이제 조합원과 비조합원에 편차를 두는 거죠. 특근, 잔업에서 제외하고...

안준호 / 금속노조 거제고성통영 조선하청지회 부지회장
경남 거제에 있는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이제 조선업계는 아예 외국인 노동자로 눈을 돌리고 있다. 외국인 노동자를 더 뽑을 수 있게 비자 규제를 완화해 달라고 정부에 요구한다. 장석우 금속노조 법률원 변호사는 "우리나라 조선업이 그나마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은 숙련된 노동자들 덕분이다. 그런데 이 숙련공들 말고 가장 열악한 지위에 있는, 노예처럼 부릴 수 있는 노동자들을 데리고 오겠다는 건데 정말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뉴스타파는 대우조선해양에 왜 정규직 직원을 뽑지 않고, 불안정한 일자리에 집중하는지 물었다. 이런 답이 돌아왔다.
"사람이 필요하다고 정규직을 뽑으면, 회사 경영 상태가 어려워져 구조조정을 해야 할 때 마음대로 해고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잖아요."
결국 극심한 인력난 속에서도 대우조선해양이 원하는 것은 '쉽게 해고할 수 있고, 노동조건 개선은 잘 요구하지 않는 말 잘 듣는 비정규직 하청노동자'로 보인다. 한국인 노동자에 비해 임금 인상을 요구하거나 파업 등 단체행동을 할 여지가 적은 외국인 노동자에게 관심을 보이는 것도 이런 이유로 해석된다. 

대우조선, 파업노동자에 470억 원 손배소

정리해 보면, 대우조선해양 경영 실패의 책임을 송두리째 짊어졌던 하청노동자들은 변하지 않는 불공정한 노동 구조를 견디지 못해 파업에 나섰다. 조선소 독(dock) 점거 농성도 그 일환이었다. 하지만 대우조선해양은 하청노동자들의 처우에 대해선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하청노조의 '불법 파업'으로 일을 못해 막대한 손해를 입었다며 지난달 26일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청구 액수는 470억 원, 소송은 법무법인 율촌이 맡았다. 
안준호 하청노조 부지회장은 '노조 분쇄'가 목적인 소송이라고 보고 있다. 안 부지회장은 "월급 200만 원, 250만 원 받는 노동자에게 몇백억 원을 갚으라는 것은 돈이 목적이 아님을 보여준다. 노동자를 탄압하고, 노동 3권을 훼손하는 방식일 수밖에 없다. 노조를 탈퇴하거나 회사를 나가면, 손해배상소송 대상에서 빼주겠다는 탄압이 곧 들어올 것이다"라고 말했다.  
민주 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노동위원회 소속 이용우 변호사는 이렇게 말했다.
손해배상소송, 가압류를 20년 전에는 '신종 노동탄압 수단'이라고 했습니다. 20년이 지난 지금 시점에서는 전형적인 노동탄압 수단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그러니까 노동 3권의 행사, 헌법상 기본권의 행사가 이런 법적인 손해배상·가압류에 의해서 원천 봉쇄되고 있는 거죠. 특히 노동조합 간부에 대해서만 선별적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은 의도하는 바가 명확합니다.

이용우 변호사 /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노동위원회
실제로 뉴스타파가 확보한 대우조선해양-하청노조 손해배상청구 소송 소장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이 피고로 적시한 사람은 김형수 지회장 등 하청노조 간부 5명뿐이었다. 
대우조선해양이 금속노조 거제고성통영 조선하청지회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의 소장. 노조 간부 5명만 피고 명단에 올라 있다. 

끝내 입장 안 밝힌 대우조선해양 사장과 산업은행 회장 

뉴스타파는 대우조선해양에 공식 질의서를 보내 하청노동자들의 노동환경과 파업, 그리고 이어진 손해배상청구 소송에 대한 입장을 물었다. 하지만 답을 듣지 못해 박두선 대우조선해양 사장에게 직접 연락했다. 박 사장은 뉴스타파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여전히 지속되고 있는 하청노동자들의 농성에 대해 "조심스러워서 말하기가 그렇다. 공식적으로 얘기를 할 수 있게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박 사장과 통화 직후 대우조선해양은 뉴스타파에 답변서를 보내왔다. 답변서에서 대우조선해양 측은 "하청업체 노사 협상에서 대우조선해양은 제3자로서 직접 개입할 수 없었으며 파업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는 법과 원칙에 따라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하청노조의) 불법 파업이 두 번 다시 반복되지 않고 노사 대화로 문제가 해결되길 희망한다"고 적었다. 
산업은행에도 질의서를 보냈다. 하지만 산업은행 측은 구체적인 설명 없이 "대우조선해양 하청지회와 관련된 노사문제에 대해서는 교섭 상대가 아닌 산업은행이 개입하거나 별도로 언급하는 것이 어렵다"는 입장만 보내왔다.   
뉴스타파는 강석훈 현 산업은행 회장에게도 전화를 걸어 입장을 물었다. 강 회장은 대우조선 하청노동자들의 파업 진행 당시 "대우조선해양을 파산시키겠다"며 엄포를 놓기도 했던 인물이다. 하지만 하청노동자들이 처해 있는 노동현실에 대해선 입장을 밝힌 적이 없다.  
강 회장은 "국회 앞에서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가 단식 농성 중인데 소식을 들었냐"는 질문에 "못 들었다"고 답했다. 대우조선 하청노동자들의 처지와 관련된 질문엔 "개별 언론사의 취재에는 답하지 않겠다. 공식 입장이 나갈 수 있는 상황이면 내보내겠다"며 일체 답변을 거부했다. "언제 입장을 낼 것인지"를 묻는 질문엔 묵묵부답이었다. 
박두선 대우조선해양 사장(왼쪽)과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 (출처 : 시사온, 뉴스1)
올해 초부터 시작된 하청노동자들의 노동조건 개선 요구는 파업과 점거농성, 노사합의, 고용승계 불이행으로 이어졌지만 변한 것은 없다. 불공정하고 열악한 노동 구조와 사람이 떠나는 조선소의 현실은 여전하다. 대신 470억 원에 이르는 손해배상청구 소장만 노동자들에게 던져졌다. 노동자들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거리 농성을 시작했고, 책임을 묻고 있다. 
산업은행은 정책 금융기관입니다. 국가 경제를 위해서 필요한 일은 결단해서 해야 하는 조직인 거죠. 가장 목표가 돼야 하는 건 대우조선해양의 회생입니다. 배 생산이 가장 잘 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하는 거고, 노사 관계를 당연히 잘 풀어야 되겠죠. 그거 제대로 안 하겠다고 지금 무책임하게 그러고 있잖아요. 얼마나 말도 안 되는 상황입니까. 지금 사태는 산업은행이 다 초래한 거예요.

장석우 / 금속노조 법률원 변호사
제작진
취재홍여진 홍주환
촬영김기철 신영철
편집박서영
CG정동우
디자인이도현
출판허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