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주변에서 2차 피해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많아서 꺼렸어요. 그런데 다른 유가족 분들 한 분 한 분 만나 뵙고 나서 좀 용기가 생겼어요. 하고 싶은 말은 해야 될 것 같아서 연락드리게 됐어요.”
“아흔 아홉 명이 추모하고 애도하고 응원을 해도 한 명이라도 내 자식욕하는 사람 있으면 못 참겠다, 동생을 두 번 세 번 죽이는 것 같다는 부모님 때문에 이름을 밝힐 수는 없겠더라고요. 익명으로나마 이렇게 나서야 다른 희생자 가족분들도 용기를 내 하고 싶은 말을 하실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이태원 참사 희생자 故 김이서(가명)의 언니
"오전부터 약속이 있었어요. 자고 있던 동생을 깨워서 겉옷을 빌렸어요. 동생이 그때 막 눈 비비면서 일어나가지고, ‘어 알았어. 빌려 가’하던 게 기억나요.”이태원 참사 희생자 故 김이서(가명)의 언니
“‘20대 여자가 있는지만 알려달라, 이런 옷 입은 사람이 있냐, 이런 신발 신은 사람이 있냐’ 동생 사진을 보여주면서 확인 요청을 드렸는데 대부분 확인해 주시지 않았어요. 어느 응급실 앞에서는 보안요원들 앞에서 무릎을 꿇고 빌었어요. 동생이 있는지 제발 확인 좀 해 달라고. 그래도 확인해 줄 수 없다고만 하셨어요.”이태원 참사 희생자 故 김이서(가명)의 언니
“처음에는 아무한테도 장례식 연락을 안 하려고 했었거든요. 사실 엄마랑 그렇게 얘기를 했어요. 아무한테도 연락하지 말고 그냥 저희 동생 살아있는 것처럼 그렇게 살자고…그래서 남들이 물어보면 잘 지내고 있다, 제 동생 잘 지내고 있다, 잘 살고 있다고 하자…"이태원 참사 희생자 故 김이서(가명)의 언니
“서울시에서 나온 전담 공무원이라는 분이 첫날 저녁에 오셔서 계속 앉아 계셨어요. 저희가 ‘그냥 가도 된다. 가셔도 된다’고 했지만 그분이 ‘저희도 이게 일하는 거여서, 같이 있을 테니까 필요한 게 있으면 언제든지 말씀 주시면 도와드리겠다’면서 가시지 않았어요."
"저희는 다른 거 필요한 거 없으니까 다른 유가족들이랑 연락을 하고 싶다고 말씀드렸어요. 그런데 본인들이 장례식장 파견 나오기 전에 절대 유가족 정보를 발설하지 말고 공유하지 말라는 교육을 받았다고 하셨어요."이태원 참사 희생자 故 김이서(가명)의 언니
그런 요청은 복지 부서나 유가족 지원 일대일 매칭 사업 관련 부서에서 주관하기 때문에 그쪽에 별도로 문의를 하시라고 안내를 해드린 겁니다.서울시 관계자(김이서씨 가족 담당)
“제 동생이 정말 피 한 방울도 무서워하는 애거든요. 위험한 곳도 안 가고 놀이 기구도 잘 안 타요, 워낙 겁이 많아서. 그런데 어떻게 길에서 사람들한테 깔려서 죽을 수가 있지? 이런 생각이 계속 들었어요. 참사 발생 4시간 전부터 들어오기 시작한 신고가 10건이 넘었다고 하잖아요. 압사를 당할 것 같으니 통제를 해 달라는 구체적인 신고를 한 분도 있었잖아요. 왜 4시간 동안 정부가 그걸 보고만 있었는지, 저는 정말 이해가 안 되니까 혹시나 현장에 계셨던 가족분들이 있을 것 같아서 정말 만나고 싶었어요.”
“많이들 찾아와 주시고 연락도 해 주셨지만 사실 크게 위로가 되지 않았거든요. 될 수가 없죠. 하지만 다른 유가족분들은 같은 아픔을 가진 분들이잖아요. 위로를 받고 싶었고 위로를 해드리고 싶었고, 무슨 대화라도 나눠보고 싶었어요."이태원 참사 희생자 故 김이서(가명)의 언니
"매일 동생한테 가거든요. 납골당에 있는 유골함들을 하나 하나 확인하고 다녔어요. 그 유골함에 사망 일자가 10월 29일이나 10월 30일이라고 적혀 있는 유골함을 찾았어요. 29일 30일 이런 날짜를 확인할 때마다도 너무 가슴이 뛰고 아팠어요. 동생이 있는 납골당에만 13분이 계셨어요."
"유골함 앞에서 울고 계신 어머니분을 봤거든요. 연락처를 교환하고 지금도 연락하고 있어요. 가족분들이랑도 연결시켜 드렸어요.”이태원 참사 희생자 故 김이서(가명)의 언니
“시간이 가는 게 너무 무서워요. 사실 아직까지도 실감이 잘 안 나거든요. 시간이 갈수록 진짜 이제 동생이 없구나, 이런 걸 느낄까 봐 그게 너무 무서워요. 저는 그냥 지금 시간이 멈췄으면 좋겠어요. 지금 이렇게 실감이 나지 않을 때 동생이랑 함께 있는 것 같거든요. 아직은 집에 가면 동생 체취나 온기가 남아 있어요. 이런 것들이 다 날아가 버릴까 봐 너무 무서워요. 동생 친구들한테 동생이 잊힐까 봐 무섭고, 사람들한테 이 사건이, 이 참사가 잊힐까 봐 두렵고. 저는 그냥 지금 시간이 멈췄으면 좋겠어요. 그날로 돌아갈 수 없다면.”이태원 참사 희생자 故 김이서(가명)의 언니
“그 마음 정말 공감하거든요. 저희도 장례식 때 아무도 안 부르려고 했었으니까요. 아무한테도 알리기 싫고 동굴 속에만 숨고 싶고, 다 포기 하고 싶고, 아무 말도 하기 싫고, 아무것도 먹기 싫고. 그 마음을 정말 절실히 알아요. 그래도 지금은 슬픔이나 아픔은 잠시 접어두고 희생자분들을 위해서 할 수 있는 게 뭔지 그런 것들을 하나하나 생각하고 모여서 실천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다른 가족분들을 많이 뵙는 게 정말 힘이 되거든요. 힘드시더라도 꼭 용기 잃지 마시고 연락 주시고, 그 슬픔을 같이 공유하고, 함께해 주셨으면 하는 그런 바람이에요.”이태원 참사 희생자 故 김이서(가명)의 언니
촬영 | 신영철 이상찬 |
편집 | 윤석민 |
타이틀 | 정동우 |
디자인 | 이도현 |
출판 | 허현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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