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뉴스타파] 방사능 줄줄 샌다...어느 원전 전문가의 고백

2022년 10월 20일 20시 00분

원자력 발전소의 안전 문제는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갈등 요소 중 하나입니다. 중요한 국면마다 원전 근처에 사는 지역 주민들과 시민단체가 안전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면, 이른바 원전 전문가들이 나서 어려운 개념을 설명하며 '비전문가들이 잘 모르면서 과도한 공포를 조장한다'고 반박을 하는 상황이 반복되어 왔습니다. 
이런 소모적인 논쟁이 반복될 수 밖에 없는 근본적 이유는 정보의 비대칭성에 있습니다. 소수의 전문가 집단과 관료들이 원전에 관한 모든 정보를 독점하고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죠. 지역 주민들과 시민단체들은 원전 정보에 접근할 수 없기 때문에 이른바 '전문가'들과 대등하고 공정한 논쟁을 벌이기가 어렵습니다. 대다수 시민들은 한켠에 불안한 마음이 들어도 '전문가들이니 알아서 잘 하고 있겠지'하는 막연한 믿음으로 이런 논쟁을 지켜봅니다. 

내부고발자, "원전 결함 보고했지만 원자력안전기술원이 은폐 시도"

그런데 원전 정보를 독점하고 있는 전문가 집단과 관료들을 막연히 믿어도 되는 걸까요? 최근 뉴스타파가 인터뷰한 내부고발자에 따르면 그래서는 안될 것 같습니다. 뉴스타파가 인터뷰한 이희택 박사는 국내 유일의 원전안전 전문 규제기관인 킨스에서 35년이나 근무했던 원전 현장 전문가입니다.
이희택 박사는 뉴스타파에 "월성 원전의 방사능 오염수가 새지 않도록 설치된 차수막이 파손되는 심각한 결함을 발견해 보고했지만 원자력안전기술원 수뇌부는 이런 결함에 대해 보고서를 쓰는 것을 막거나 방해했다"고 증언했습니다. 정확한 유출경로가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실제로 방사능 오염수의 유출도 확인됐습니다. 이것 외에 그가 찾아낸 월성 원전의 다른 결함에 대해서도 수뇌부는 은폐를 시도했다고 합니다. 
이희택 박사가 발견한 문제들을 원자력안전기술원이 은폐하려고 했던 이유는 뭘까요. 우연히도 그가 이런 문제를 발견해 보고한 시기가 월성 원전 1호기 폐쇄를 둘러싼 재판이 벌어지고 있던 시기였기 때문입니다. 즉 법원이 안전상의 결함 때문에 월성 원전 1호기를 폐쇄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려서, '월성 원전 1호기의 수명을 연장해도 된다'고 보고했던 원자력안전기술원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던 때라는 겁니다. 이런 조직적 위기를 맞고 있는 상황에서 엎친데 덮친 격으로 이희택 박사가 또다른 문제를 발견하자 원자력안전기술원은 이를 은폐하려고 했던 것이죠. 
일련의 과정들은 원자력안전기술원이라는 전문가 조직이 위기 상황에서 '국민의 안전'보다 '조직 보호'를 앞세웠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이희택 박사가 발견한 월성 원전의 결함들과 이에 대한 이른바 '전문가'들의 대처를 보면 과연 이 사람들을 우리가 믿어도 되는 것인지, 그들의 유능함과 투명함에 대해 심각한 회의가 생길 정도입니다.

월성 원전, 수명 연장 이전에 안전 점검부터

윤석열 정부는월성 2호기와 3호기, 4호기의 수명이 만료되더라도 안전상 결함이 없다면 수명 연장을 우선적으로 검토하겠다고 공약했습니다. 그런데 이희택 박사가 제기한 월성 원전의 안전상 결함은 여전히 시정되지 않고 있습니다. 1호기의 경우 이미 폐쇄됐지만 앞에서 언급한 오염수 누수 방지 차수막 뿐 아니라 사용 후 핵연료를 저장한 수조에서 방사능 오염수가 줄줄 흘러나오는 장면까지 직접 확인됐을 정도입니다. 문제는 월성 2호기부터 4호기도 1호기와 똑같은 방식으로 지어졌다는 겁니다. 수명 연장을 논하기 전에 현재 진행 중인 안전상의 결함이 없는지 대대적인 점검을 해야할 때라는 것이죠. 이런 조치가 선행되지 않는다면 윤석열 정부가 공언한 월성 2,3,4 호기의 수명 연장에 대한 사회적 합의는 도출되기 어려울 겁니다. 
싼 값에 전기를 사용하는 것은 물론 중요한 일입니다. 그러나 원전은 그 특성상 단 한 번의 사고로도 그동안 우리가 누려왔던 효용을 모두 무의미하게 만들 정도의 비용을 지불하게 만듭니다. 한때 원전 최강국으로 꼽혔지만 후쿠시마 사고로 하루 아침에 '핵 재앙'의 상징이 된 일본의 사례를 기억한다면, 세계 일류의 기술력으로 원전 산업 부흥을 꿈꾼다는 윤석열 정부가 지금 당장 해야할 일은 무작정 원전을 확대하고 노후원전의 수명을 연장하는 게 아니라 세계 일류의 안전기준부터 마련하고 국민들의 신뢰를 얻는 일일 겁니다. 
자세한 내용은 기사와 영상을 통해 확인하세요!
제작진
취재조원일
연출송원근 박종화
진행심인보
촬영정형민 김기철 오준식
편집정지성 정애주
CG정동우
디자인이도현
출판허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