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이 류희림을 '날리지' 않는 진짜 이유

2024년 04월 08일 19시 25분

윤석열 대통령과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 위원장의 지난 4년 인연을 뉴스타파가 취재했다.   
류 위원장은 징계 위기에 처한 ‘검찰총장 윤석열’을 수렁에서 건지는 데 앞장 선 사람이었고, 각종 의혹을 받던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에게 길을 터준 사람이었다. 그리고 윤석열 대통령의 선택을 받아 장관급 대접을 받는 방심위원장이 됐다. 방심위원장이 된 뒤엔 ‘윤석열 호위무사’로 나날이 거듭나고 있다.  
류희림 위원장은 소위 ‘청부 민원’, ‘셀프 심의’ 의혹을 받고 있다. 자신의 가족과 지인들 수십명을 동원해 방송사들을 상대로 민원을 넣게 하고, 이 민원을 근거로 징계를 밀어 붙여 여러 방송사에 사상 최대 과징금을 물렸다는 의혹이다. 
2020년 12월 1일 법원이 ‘검찰총장 직무배제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한 직후 대검찰청에 출근한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 (출처:KBS)

윤석열 징계 직전, 법무부 감찰위 임시회의 소집한 류희림

류희림 방심위원장은 경주세계문화엑스포 사무총장이던 2020년 법무부 감찰위원이 됐다. 법무부 감찰위원회는 법무부장관의 자문기구다. 
2020년, 추미애 당시 법무부장관은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에 나섰다. 징계 사유는 6개. 언론사 사주와의 부적절한 접촉, 판사 사찰 문건 작성, 한동훈 검사장 ‘검언유착 의혹’ 수사·감찰 방해와 한명숙 사건 감찰 방해, 검언유착 사건 감찰 정보 유출,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반, 법무부 감찰 불응이었다.
법무부 감찰위원회는 법적 효력은 없지만, 윤석열 총장에 대한 징계에 앞서 법무장관에게 제안, 권고를 할 수 있었다. 윤석열 총장 징계를 두고 여론이 ‘당연하다’, ‘부당하다’로 쪼개진 상황이어서 법무 감찰위원회의 의견에 많은 관심이 모였다. 
법무부 감찰위원 류희림은 이 국면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2020년 12월 1일 열린 법무부 감찰위원회 임시회의를 앞두고 법조 기자 출신 경력을 한껏 살렸다. 감찰위원회 회의 소집 조건, 회의가 언제 어디서 열리는 지 등을 자기와 친한 언론에 실시간으로 알렸다. 감찰위원들을 모으고 회의를 소집하는 연락책 역할도 했다. 류 위원장과 같이 감찰위원으로 활동한 A씨는 “류 위원장이 임시회의 소집 여부, 회의 참석 여부를 묻는 연락을 보내왔다”, “법무부 감찰위원장의 명을 받아 임시회의 관련 안내를 자신이 하는 것이라고 했다”고 말했다. 
A씨에 따르면, 윤석열 총장 징계 문제를 다루는 법무부 감찰위원회 회의는 회의 날짜와 내용이 정해지기도 전에 회의 개최 사실이 언론에 공개됐다. A씨는 “‘확정도 안됐는데 회의 개최 사실이 언론에 먼저 나가냐. 당신(류희림)이 알려주고 있는 거 아니냐”고 항의했다고 한다. 류희림 당시 감찰위원은 “내가 한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2020년 12월 1일 류희림 당시 법무부 감찰위원이 임시회의에 출석하고 있다. (출처:YTN)

“류희림이 떠든다” 소문... 비공개 회의 내용 언론에 실시간 중계

법무부 감찰위원 회의는 개최 날짜와 장소는 물론 감찰위원 숫자와 명단까지 모두 비공개 대상이었다. 하지만 법무부 감찰위원회 회의가 열리는 장소에는 이미 취재진이 대기하고 있었다. 감찰위원들이 회의장에 들어가는 모습이 방송에 생중계됐다. A씨는 "회의 내용이 실시간으로 언론에 나왔다. 누군가 문자 등으로 회의 내용을 언론에 알리는 것 같았다”고 했다. 
윤석열 총장 감찰 내용을 2020년 12월 1일 법무부 감찰위원회 임시회의에 보고한 박은정 당시 법무부 감찰담당관의 말도 비슷했다. 박 전 담당관은 뉴스타파와의 인터뷰에서 "감찰담당관으로서 당연히 윤 총장의 비위 사실을 설명해야 했는데, 그것이 제가 회의에서 소리를 질렀다고 보도가 되고 (윤석열 당시 총장의) 통화 내역을 이야기 했다는 내용도 실시간으로 언론에 보도됐다"고 말했다. 또 "윤 전 총장 징계 소송 1심과 2심에서 모두 내가 수행한 감찰은 적법했다는 판단을 받았다. 당시 감찰위원회의 결정은 '찍어내기 감찰 프레임'을 만들기 위한 잘못된 결정이었다"고 했다. 
뉴스타파 취재에 응한 한 언론사 간부는 “보안유지 각서를 쓰고 진행하는 법무부 감찰위원회 회의 내용을 류희림 위원이 떠든다는 보고를 받은 적이 있다”고 말했다. “법무부 감찰위원회 회의 내용을 언론에 전한 소스가 류희림”이라는 말도 들었다고 했다.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 관련 열린 법무부 감찰위원회 회의 내용을 다룬 당시 조선일보 보도.(‘감찰위, 만장일치로 “尹 징계청구·직무정지·수사의뢰 부적절’ / 2024.12.1.) 마치 회의를 들여다 본 것처럼 기사가 작성돼 있다.

‘윤석열 징계 부당하다’ 결정적 여론 만든 법무부 감찰위원회

2020년 12월 1일, 법무부 감찰위원회는 ‘윤 총장에 대한 감찰과 징계는 절차상 문제가 있고, 징계 청구와 직무 정지가 부당하다’는 결론을 내린다. 법무부 감찰담당관의 감찰 활동과 추미애 법무장관의 징계 청구 자체에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법적 효력은 없지만, 법무부 감찰위원회 회의 결과는 법무부의 징계 청구 직후 윤석열 검찰총장이 낸 ‘검찰총장 직무배제 집행정지’ 가처분 재판(12월 1일), 징계 수위 결정(12월 2일)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었다. 
박은정 당시 법무부 감찰담당관은 이렇게 말했다.
법무부 감찰위원회가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 문제의 분기점이 됐다. 감찰위원회 결정이 나온 뒤 징계 동력이 상실됐다. ‘찍어내기 감찰'이라는 프레임이 씌워졌다. 윤석열 총장에 대한 징계를 진행하기 어려웠다.

 박은정 전 법무부 감찰담당관
정한중 당시 법무부 검사징계 위원장은 “감찰위원회 결정이 ‘윤석열 징계 부당’ 여론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윤석열 총장을 편드는 쪽으로 언론이 여론몰이 하는데 법무부 감찰위원회 결정이 상당한 도움을 줬다”고 했다.
건희 여사와 류희림 방심위원장(당시 경주세계문화엑스포 대표)가 이야기 나누고 있는 모습 (출처: 허행일 시인 페이스북)

류희림, 김건희 여사 ‘조용한 내조’ 약속 깬 추모음악회 기획

2022년 6월 18일, 서울 평창동에서 공군 비행사 추모 시집 발간 기념 음악회가 열렸다. 박상원 서울문화재단 이사장, 이철우 경북도지사, 김수남 전 검찰총장, 한성희 포스코건설 사장 등 유력 인사 수십명이 모였다. 그리고 김건희 여사가 깜짝 방문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임기를 시작한 지 채 한 달도 안 된 시점이었다. 
김건희 여사는 대선 기간 내내 각종 논란에 시달렸다. 학력위조, 주가조작, 허위논문, 부동산투기 등 일일이 헤아리기도 힘들다. 결국 김 여사는 대선 2개월 전인 2021년 12월 26일, 사과 기자회견을 열고 “남편이 대통령이 되더라도, 아내의 역할에만 충실하겠다”고 약속했다. 
김건희 여사에게 ‘추모 시집 발간 음악회’는 대통령 부인으로서의 공식 활동을 시작하는, 대선 당시 약속을 깨는 대외 행보의 첫걸음이었다.  
그럼 김건희 여사는 이 행사에 어떻게 참석하게 된 걸까. 추모 시집을 만든 허행일 시인은 “신평 변호사와 류희림 위원장이 자리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신평 변호사와 류희림 경주엑스포 대표이사가 순직한 비행사를 국민에게 각인시키기 위해 사업회를 만드려 했다. 그런 찰나에 내가 시집을 냈다는 소식을 듣고 출판 기념 음악회를 서울 평창동에 열어주셨다.

허행일 시인
윤석열 대통령의 멘토로 알려진 신평 변호사는 “류희림 위원장이 먼저 사업회 설립 제안을 했다”고 말했다. 추모 행사를 기획한 사람이 누군지를 묻는 질문에는 “류희림 위원장이 나서서 여러 사람들 힘을 빌렸는데 자세한 사정은 모른다”고 했다. 김 여사를 초대한 사람이 누군지를 묻는 질문에는 “자세히 모른다. 나도 임박해서 누가 오신다 해서 알았다”고 했다.
뉴스타파는 류희림 위원장에게 연락해 '2020년 12월 법무부 감찰위원 당시 비공개 회의 내용을 기자들에게 보낸 적이 있는지', '2022년 6월, 심정민소령 추모음악회에 김건희 여사와 정재계 인사들을 초대한 적이 있는지' 등을 물었지만 답을 듣지 못했다. 
제작진
취재박종화 한상진 봉지욱 송원근
촬영정형민 김기철
편집박서영
C.G.정동우
디자인이도현
출판허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