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우병우와 최순실 수차례 골프 회동 확인
2017년 02월 09일 11시 49분
뉴스타파는 지난해 10월 미르와 K스포츠재단 관련 최순실 개입 언론보도에 대응하기 위한 청와대 참모진의 대책회의 결과가 정리된 검토의견서와 여기에 첨부된 우병우 당시 민정수석의 ‘법적검토’ 보고서를 단독 입수했다. 그동안 해당 문건들의 존재가 언급된 적은 있으나 실물이 공개되는 것은 처음이다. 해당 문건들은 검찰이 정호성 전 청와대 비서관의 휴대전화를 복원하는 과정에서 사진 파일 형태로 확보됐다.
지난해 10월 18일 청와대 참모진은 바쁘게 움직였다. 전날 JTBC가 “미르재단 운영은 차은택이 했고 그 뒤엔 ‘회장님’으로 불린 최순실이 있었다”고 보도하면서 이를 확인해준 이성한 전 미르재단 사무총장과 최순실의 통화녹취 일부까지 공개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당일 아침엔 경향신문이 최순실의 독일에 비덱스포츠 등 유령회사까지 설립한 사실을 보도하면서 이른바 ‘비선실세 의혹’이 더욱 증폭될 가능성이 커지던 상황이었다.
이에 따라 박근혜 대통령은 안종범 정책조정수석과 우병우 민정수석, 김성우 홍보수석 등과 함께 대책회의를 열었고, 그 결과를 안종범 수석이 문건 형태로 최종 정리했다. 제목은 ‘미르·K스포츠재단 관련 비선실세 언급에 대한 검토의견’이었다.
미르·K스포츠재단 관련 비선실세 언급에 대한 검토의견 1. 현상황 : 어제·오늘 언론보도로 야당과 언론 공세 더 거세질 것 ㅇ 10월 17일자 JTBC 보도로 녹취 파일의 존재가 주목받을 것으로 전망 - JTBC는 미르재단설립과 운영에 깊숙이 관여한 핵심 관계자 이모 씨가 말한 내용을 집중 보도하였음. 이는 취재진이 2주에 걸쳐 이모 씨를 수 차례 만나 취재한 결과이며, 이씨의 녹음파일 20개를 넘게 갖고 있다고도 주장 ⇒ 보도에 등장하는 이 씨는 이성한 前 서무총장이며, 이 前총장이 JTBC와 접촉하여 1개의 녹취파일만 들려주었을 뿐 모두 넘겨주지 않았으며, 녹취파일들은 아직까지 이 前총장이 가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됨 <JTBC 주요 보도내용 (10.17자)> ▲ 미르 핵심관계자 이모씨 “미르 운영은 차은택, 그 뒤엔 ‘회장님’ 최순실” ▲‘미르 핵심’과 차은택, 재단 설립 전 ‘사진 속 그들’ - 미르재단 설립 수개월 전부터 차은택씨와 만나며 이 문제를 논의 ▲ 녹취파일 속 최순실 “내가 잘못한 게 뭔가” - 최씨라고 말한 여성이...(판독불가) ㅇ 10월 18일 경향신문 보도 중 최순실 독일회사 비덱스포츠...(판독불가) 2. 검토의견 : 대수비 회의 주재시 비선실세 논란 관련 언급 필요 - 이유 ① : JTBC보도, 경향신문과 관련 제기된 이슈가 부각되어 비선실세에 대한 공세가 더 거세질 것으로 예상되어 이러한 새로운 논란을 조기에 차단할 필요 - 이유 ② : 야당과 언론에 대한 공세를 막고 국민 여론을 전환하기 위해서는 BH를 뒷받침해 줄 수 있는 여당에 명분과 힘을 실어줄 필요가 있음 - 이유 ③ : 향후 법적인 문제까지 예방할 수 있음 (민정수석 검토의견) - 따라서, 대수비 회의 말씀자료에 아래와 같은 정도의 언급을 하시는 것이 현 정국을 돌파하고, 여론을 수습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사료됨 <대수비 회의 주재시 메시지(안)> 심지어 재단들이 저의 퇴임 후를 대비해서 만들어졌다는데, 그럴 이유도 없고, 사실도 아닙니다. 더구나 제 주변에는 비선이니 실세니 하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만약 어느 누구라도 재단과 관련하여 불법행위를 저질렀다면 엄정히 처벌받을 것입니다 - 말씀하시는 것에 대한 법적 검토도 완료하여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판단되며, 법적 검토 내용은 별첨해 드리겠음 |
문건에는 우선 JTBC와 경향신문의 보도로 야당과 언론의 공세가 더 거세질 것이라며 현 상황에 대한 분석이 제시됐다. 이에 따른 대응책으로 박근혜 대통령이 대수비(대통령 주재 수석비서관회의) 회의 주재 시 비선실세 논란과 관련한 언급을 할 필요가 있다는 검토 의견이 달렸다. 그렇게 해야 하는 3가지 이유로서, 비선실세에 대한 새로운 논란을 조기에 차단할 필요가 있다는 점, 국민 여론을 전환하기 위해 청와대를 뒷받침해 줄 수 있는 여당에 명분과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점, 그리고 향후 법적인 문제까지 예방하기 위해서라는 점 등이 제시됐다.
해당 문건엔 박 대통령이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언급할 내용이 3문장으로 구체적으로 정리돼 있다. “심지어 재단들이 저의 퇴임 후를 대비해서 만들어졌다는데, 그럴 이유도 없고, 사실도 아닙니다. 더구나 제 주변에는 비선이니 실세니 하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만약 어느 누구라도 재단과 관련하여 불법행위를 저질렀다면 엄정히 처벌받을 것입니다”라는 내용이었다. 박 대통령은 이틀 뒤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이 가운데 첫 번째와 세 번째 문장을 토씨 하나까지 그대로 읽게 된다.
그런데 최순실 비선실세 의혹을 차단하기 위한 청와대 참모진의 의견서에는 첨부 문건이 하나 더 붙어 있었다. 바로 우병우 민정수석이 작성한 ‘법적검토’ 보고서이다.
<법적검토> 최순실이 재단 설립, 모금 등에 관련한 경우 ⇒ 죄가 안됨 최순실이 평소...(판독불가) 형법상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의 주체는 공무원이므로 민간인인 최순실은 죄가 성립하지 않음 최순실이 재단에서 지원 받은 돈을 용도에 맞지 않게 임의로 사용한 경우 횡령죄가 성립할 여지는 있으나, 현재까지 재단에서 최순실측에 자금을 지원한 정황은 없음 어제(10.17) 한겨레에서 K스포츠재단 직원이 정유라의 독일 숙소를 구해주러 독일에 동행했다고 보도했으나 사실무근으로 확인됨 다만 재단측과 최순실이 사전에 의논하여 재단에서 정유라 개인의 승마 훈련 등 개인적 용도로만 자금을 지원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횡령죄 성립될 여지 있음(재단 관계자와 최순실이 횡령죄에 해당) 현재까지 재단 자금이 무단으로 사용된 사실은 확인되지 않음 CJ, KOICA 등이 주관하는 사업 및 해외...(판독불가)... 비용 문제가 발생할 여지가 높지 않음 전경련에서 재단 통합 후 자금을 철저히 관리하는...(판독불가)... 문제 사례 발견 시 원칙대로 처리하면 됨 재단에서 기획한 행사를...(판독불가)... 최순실이 후원금을 받아 정해진 용도에 맞지...(판독불가)... 경우에만 횡령죄 성립 소지 있음 |
보고서는 우선, 최순실이 미르와 K스포츠재단의 설립과 모금에 관여했더라도 죄가 되지 않는다고 적시했다. 형법 상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의 주체는 공무원인데 최순실은 민간인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다만 최순실이 재단과 사전 논의해 재단의 자금으로 정유라의 개인 승마훈련을 지원하도록 했다면 횡령죄가 성립할 여지가 있지만, 당시까지는 관련 사실이 확인된 바가 없다고 서술했다.
결국 우병우 수석의 이 보고서는 사실상 비선실세 최순실을 구제하고 이를 통해 박 대통령에 대한 보호막을 제공하기 위한 법률자문이었던 셈이다. 더불어 대통령 주변의 비선라인들을 사전에 차단해야 하고, 문제가 발생했다면 진상을 밝혀내야 하는 민정수석 본연의 임무와는 정반대로 사건을 은폐하고 축소하려는 의도를 그대로 드러낸 보고서에 다름 아니었다.
취재 : 김성수 촬영 : 김수영
뉴스타파는 권력과 자본의 간섭을 받지 않고 진실만을 보도하기 위해, 광고나 협찬 없이 오직 후원회원들의 회비로만 제작됩니다. 월 1만원 후원으로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