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으신 분들이 쓴 돈” 통제 밖 고삐없는 검찰 특활비

2023년 10월 12일 13시 30분

뉴스타파와 3개 시민단체(세금도둑잡아라, 정보공개센터, 함께하는시민행동), 그리고 5개 독립언론·공영방송(경남도민일보, 뉴스민, 뉴스하다, 부산MBC, 충청리뷰)은 검찰예산검증 공동취재단(공동취재단)을 꾸려 사상 처음으로 전국 67개 지방검찰청의 특수활동비 검증에 들어갔습니다. 검찰의 특수활동비 부정 사용과 오남용에 관한 공동취재단의 취재 결과를 공개합니다. - 편집자 주
국민 세금인 검찰 특수활동비의 부정 사용과 오남용 실태가 잇따라 드러나고 있는 가운데, 업무추진비 등 다른 예산과 달리 검찰 특수활동비는 내부통제를 전혀 받지 않고 운용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뉴스타파의 취재를 종합하면, 검찰 특수활동비는 ①예산의 ‘지급’→②예산의 ‘집행’→③‘지출증빙의 관리’ 등의 모든 과정에서 각급 지방검찰청의 예산 내부통제를 담당하는 회계 담당 부서가 배제된 채, 기관장인 검사장 또는 지청장이 집행과 관리의 전권을 행사하는 형태로 운용되고 있다. 
검찰 특수활동비 집행의 적절성에 대한 판단이 오직 검사장, 지청장 개인의 ‘양심’에 기댈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기관장이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 세금 부정 사용과 예산 오남용이 가능한 예산 구조다.
이런 이유로 검찰 내부에서조차 특수활동비를 ‘윗분들이 마음대로 쓰는 돈’으로 인식하고 있어, 검찰에 특수활동비 자정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국민 세금을 제 ‘주머닛돈’처럼... 검찰 특수활동비 ‘민낯’ 확인

검찰예산검증 공동취재단(공동취재단)이 지금까지(2023년 10월 1일 기준) 전국 지방검찰청에서 받아낸 특수활동비 지출증빙자료는 약 6만 장이다. 검찰은 특수활동비의 수령인과 집행 목적을 알 수 없게끔 자료에 먹칠을 해놨다. 
▲ 검찰이 공개한 특수활동비의 지출증빙자료. 특수활동비의 부정 사용, 오남용 여부를 검증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집행 사유 등의 정보에는 모두 먹칠이 되어 있다.
6만 장 가운데, 검찰이 온전히 가리지 못 한 지출증빙자료는 약 800장. 전체 특수활동비 자료의 약 1.3%다.
‘빙산의 일각’과도 같은 자료에 대한 검증만으로도 검찰이 국민 세금인 특수활동비를 어떻게 쓰고 있는지 그 실체를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뉴스타파와 공동취재단이 1.3%에 불과한 자료를 토대로 기밀 유지가 필요한 정보와 수사, 말 그대로 특수한 활동에 써야 하는 특수활동비를 공기청정기 월 대여료, 전출 기념사진 인화휴대폰 요금검사 격려금 등으로 부정 사용한 사실을 밝혀낸 것이다. (프로젝트 ‘검찰의 금고를 열다’ 전체 기사 보기)
▲ 검찰이 실수로 완전히 먹칠하지 않아 특수활동비를 어디에 사용했는지 추적할 수 있었던 지출증빙자료는 약 800장으로 검찰 특수활동비 전체 자료의 약 1.3%다.
검찰이 가린 특수활동비 지출증빙자료의 먹칠을 모두 벗기고 자료 전체를 검증할 경우, 부정 사용과 오남용 사례가 얼마나 더 나올지 가늠조차 힘들다. 한 해 검찰이 쓰는 특수활동비는 2023년 기준, 약 80억 원이다.

검찰 특수활동비... 예산의 ‘내부통제’는 이뤄질까?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든다. 특수활동비에 대한 검찰 내부의 통제는 이뤄질까. 
기획재정부의 <예산 및 기금운용계획 집행지침>은 검찰을 포함한 모든 공공기관이 세금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 원칙과 기준을 규정하고 있다. 이 지침에는 ‘특수활동비(230목)’의 집행 원칙과 기준도 있는데, 예산의 ‘내부통제’를 거듭 강조한다.
▲ 기획재정부 <예산 및 기금운용계획 집행지침>의 특수활동비 부분. 예산의 내부통제를 거듭 강조하고 있다.
그런데 뉴스타파의 취재 결과, 검찰 특수활동비는 이 같은 예산 내부통제 시스템이 전혀 작동할 수 없는 구조로 운용되고 있었다.
전국의 각급 지방검찰청에서 예산을 운영, 관리하는 곳은 재무계 등으로 불리는 회계 부서다. 다른 정부 기관의 회계 부서와 마찬가지로 예산의 내부통제도 담당한다. 
예를 들어 업무추진비의 경우, 일선 지방검찰청의 재무계 등 회계 부서가 부정 사용과 오남용을 상시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검찰: 만약 (업무추진비) 청구 전에 저희가 그(업무추진비 사용) 내역이 뜬다고 했잖아요. 그럼 (전산 시스템에) 뜬 걸 보고, 만약에 이게 문제가 있다. (밤) 11시 이후에 썼다든가 아니면 주점에서 썼다든가 그걸 안 맞는다 하면 당사자한테 이 카드를 취소, 가서 본인 돈 내고 취소(하도록 합니다.)
○기자: 그러면 이(업무추진비) 영수증도 담당자분께서 다 검수를 하시는 거죠? 예를 들면 이렇게 (결제) 시간이 밤 시간대...
●검찰: 그렇게 되면 저희가 그 영수증을 안 받고 그 돈은 안 드려요.

서울서부지방검찰청 회계 부서

‘고삐없는’ 검찰 특수활동비① 부속실이 ‘알아서 관리하는 돈’

그러나 특수활동비는 다르다. 업무추진비와는 정반대로 전국의 각급 지방검찰청 대부분이 특수활동비 관련 업무에서 ‘회계 부서’를 완전히 배제하고 있었다.
▲ 특수활동비는 다른 일반적인 예산과 달리 회계 부서를 거치지 않고, 대검찰청에서 전국 각급 지방검찰청의 기관장인 검사장, 지청장의 부속실로 직접 전달된다.
여느 일반적인 예산과 달리 특수활동비는 전국 각급 지방검찰청 회계 부서를 거치지 않고, 대검찰청에서 일선 검찰청의 기관장인 검사장 또는 지청장 부속실로 직접 돈을 내려보낸다.
○기자: 이게 그러면 돈(특수활동비)이 관서운영경비 계좌로 들어오면 이걸 총무계에서 찾아서 부속실에 전달을 하는 구조인 거죠?
●검찰: 특활비(특수활동비)는 바로 부속실로. 전부 다 대검(대검찰청)에서 바로 부속실로, 부속실 통장으로 입금이 되는 겁니다.

의정부지방검찰청 회계 부서
검찰 특수활동비는 예산의 지급 절차에서부터, 일선 검찰청의 기관장인 검사장, 지청장의 부속실이 ‘알아서 관리하는 예산’, 즉, 회계 부서의 내부통제를 받지 않는 예산이다. 
●검찰: 특활비(특수활동비). 그러니까 부속실에 내려오는 거는 저희 쪽(회계 부서)하고 별개라고 보셔야 될 수도 있거든요.
○기자: 아무튼 이 돈은 총무과로 들어온 돈은 아니라는 거잖아요?
●검찰: 예, 맞습니다.
○기자: 그럼 부속실에 들어가면 부속실에서 그냥 알아서 한다는 거잖아요? 총무과를 거치지 않은 거예요? 특수활동비는 아예 처음부터?
●검찰: 네, 저희는 (회계 부서를) 거쳐가는 거는 아닙니다.

춘천지방검찰청 영월지청 회계 부서

‘고삐없는’ 검찰 특수활동비② 사용처 결정은 ‘기관장 마음대로’

대검찰청에서 일선 검찰청 기관장의 부속실로 특수활동비가 직접 넘어오면, 전국 각급 지방검찰청 단위에서는 특수활동비 예산의 집행을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그런데 뉴스타파의 취재 결과, 이 돈을 어디에, 얼마나, 어떻게 쓸지는 전적으로 기관장인 검사장, 지청장이 결정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수활동비는 기관장님이 사용하실 수도 있고 이게 다 과장님한테 나눠서 이제 격려금 형식으로도 이렇게 사용할 수도 있고.

의정부지방검찰청 고양지청 회계 부서
이미 사용처가 정해져 있는 다른 일반적인 예산과 달리, 특수활동비는 돈을 넘겨받은 이후에 기관장(지검장, 지청장)이 용처 등의 결정에 전권을 휘두르는 유일무이한 예산이다.
일단 기본적으로 (지)청장님이 약간 좀 배분을 좀 해놓으시는 게 있으니까 어떤 사건에 1, 2, 3부 이렇게 있으면 이 부에는 어떤 사건에 얼마를 주겠다 해놓고. 아니면 그 달에 이걸 다 배분하지 못 하면 갖고 있다가 다음 달에...

수원지방검찰청 평택지청 회계 부서

‘고삐없는’ 검찰 특수활동비③ 기관장 부속실이 지출장부 작성 

검사장, 지청장이 특수활동비를 지출하면, 규정에 따라 집행 일시와 금액, 사유 등을 담은 지출장부와 현금 수령증 같은 지출증빙자료가 작성된다. 이때도 전국의 각급 지방검찰청 회계 부서는 업무에서 철저히 배제된다. 
○기자: 이(특수활동비) 장부도 재무계에서 작성하신 건 아니고?
●검찰: 이 장부요? 이 장부는 부속실에서. 재무계에서 관여를 안 해요.

서울서부지방검찰청 회계 부서
이처럼 지출증빙자료의 취합과 장부 작성 등의 업무는 기관장 부속실에서 도맡는다. 해당 검찰청에서 예산의 내부통제를 맡고 있는 회계 부서는 부속실이 작성하는 지출장부를 전혀 확인하지 못 하는 구조다.
●검찰: 이게 저희도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저희 쪽에서 관리하는 장부는 아니라서...
○기자: 이거 부속실?
●검찰: 그렇습니다.

춘천지방검찰청 속초지청 회계 부서
일부 검찰청의 경우, 특수활동비 관련 업무에 회계 부서가 관여하기도 했다. 그러나 계좌에서 특수활동비를 현금으로 인출해 검사장, 지청장의 부속실에 전달하는 정도로만 업무 범위가 제한돼 있었다.
제가 특수활동비라고 이렇게 돼 있으면 몇십만 원씩 들어오는 것을 갖다 찾아다 준 게 제가 저번에 한 번 있었거든요.

전주지방검찰청 회계 부서
제가 건네주는 거죠. 제가 부속실에 건네주는 거죠. 매월까지는 아니고 분기나 아니면 월 이런 식으로.

전주지방검찰청 남원지청 회계 부서
실제로 공동취재단이 전국 각급 지방 검찰청을 돌며 특수활동비 자료를 받는 과정에서 일선 검찰청 회계 담당 직원들은 “특수활동비 장부를 이번에 처음 봤다”, “회계 부서는 특수활동비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는 말을 반복적으로 했다.  
전부 특수활동비는 부속실에서 관리를 하는 거여가지고 저는 이게 뭔지 잘 모르겠는데요. 이게 그냥 전체적으로 다 부속실에서 관리를 하니까...

전주지방검찰청 회계 부서

‘고삐풀린’ 검찰 특수활동비④ “높으신 분들이 쓴 돈”

이처럼 특수활동비는 전국 각급 지방검찰청의 기관장이 집행을 둘러싼 의사 결정에서 전권을 행사하고, 지출증빙 관리 등 예산 집행 관련 업무에도 기관장 부속실 직원 등의 극소수만이 관여하는 돈이다.
○기자: 그럼 여기(특수활동비)에 대해서는 회계 결산은 아무도 안 합니까? 총무과에서 보통 결산은 다 하잖아요. 업추비(업무추진비)도 그렇고 특경비(특정업무경비)도 그렇고 영수증이 맞는지.
●검찰: 예, 맞습니다.
○기자: 구매 카드를 제대로 썼는지를 보시잖아요?
●검찰: 맞습니다.
○기자: 여기(특수활동비)에 대해서는 한 번도 확인해 보신 적이 없나요?
●검찰: 특활비(특수활동비)는 제가 관리하는 게 아니어가지고.
○기자: 회계팀에서 이걸(특수활동비) 자료를 이후에 어떻게 썼는지 확인하거나 이런 건 아니신 거죠?
●검찰: 네, 그런 거는 특별히 하는 거는 없습니다. 저희는 찾아서 주는 것까지만 하고 나머지 특수활동비는 다 부속실에서 관리를...

전주지방검찰청 회계 부서
검찰 특수활동비는 ‘회계 부서’의 내부통제 범위 바깥에 있는 예산으로, 검찰 내부에서조차 특수활동비를 ‘높으신 분들이 자유롭게 쓰는 돈’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이걸 우리가 쓴 돈도 아니고 높으신 분들이 쓴 돈이니까.

A 검찰청 관계자
결국, 특수활동비 예산에 대한 검찰의 내부통제 시스템은 집행의 전권을 쥔 검사장, 지청장의 ‘양심’인 셈이다. 
이런 구조 속에서는 수사와 정보 수집 같은 기밀을 필요로 하는 특수활동이 아닌, 공기청정기 월 대여료와 전출 기념사진 인화비, 휴대폰 요금, 검사 격려금 등에 특수활동비를 부정 사용하는 일이 얼마든 가능하다.

‘고삐없는’ 검찰 특수활동비⑤ 검찰 내부감사 ‘하나마나’

전국의 각급 지방검찰청 내부에서 특수활동비에 대한 통제가 안 된다면, 상급 검찰청, 즉, 고등검찰청의 감사에 기대는 수밖에 없다. 그러나 고등검찰청의 내부 감사 역시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의문이다.
지난 달, 뉴스타파는 광주지방검찰청 장흥지청이 특수활동비를 전출 기념사진 인화비와 공기청정기 월 대여료 등으로 부정 사용한 사실을 밝혀냈다. 보도 직후 대검찰청은 다음과 같은 입장을 냈다.
장흥지청의 경우 2020년 6월부터 2021년 1월까지 8개월간 특수활동비 55만 8,400원을 오집행한 사례가 있으나 자체적으로 점검하여 2021년 2월부터는 그러한 집행을 중단하였습니다. 

대검찰청(2023.9.14.)
‘자체적으로 점검하여 그러한 집행을 중단하였습니다’ 이 내용만 보면 2년 전인 2021년에 이미 부정 사용을 확인했고, 이에 따라 검찰 내부의 자정 기능이 작동한 것처럼 보인다.
과연 그럴까. 검찰은 입장문에서 부정 사용의 집행을 중단했다고만 밝혔을 뿐, 관련자를 밝혀내 책임을 물었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밝히지 않고 있다. 
더구나 부정 사용한 세금에 대한 즉각적인 환수 조치도 없었다. 뉴스타파의 폭로가 나온 이후에야 부랴부랴 부정 사용한 특수활동비의 국고 환수에 나섰다.
검찰이 자신들의 세금 부정 사용과 예산 오남용을 얼마나 ‘너그럽게’ 여기는지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위와 같이 오집행된 55만 8,400원과 2022년 3월 기념사진 촬영비 등으로 오집행된 10만 원에 대하여는 환수 조치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대검찰청(2023.9.14.)
검찰 특수활동비의 지출증빙자료를 모두 공개하고, 부정 사용과 오남용을 전수조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높다. 2023년 국회 국정감사가 시작됐다. 오는 17일, 20일에 전국의 각급 지방검찰청, 23일에는 대검찰청에 대한 국회의 국정감사가 진행된다. 
제작진
검찰예산검증 공동취재단세금도둑잡아라, 함께하는시민행동, 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 경남도민일보, 뉴스민, 뉴스하다, 부산MBC, 충청리뷰
영상취재최형석
CG정동우
편집윤석민
웹디자인이도현
웹출판허현재
데이터김지연, 연다혜, 전기환, 최윤원
자료조사 금준수, 홍채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