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다큐] 윤석열의 내란-계엄을 막은 사람들
2024년 12월 22일 19시 50분
지난 1일 출근길. 권재진 법무부 장관을 찾았습니다.
[권재진 법무부 장관] (저는 KBS 기자고요. 저기 장관님. ) “수고 만습니다.” (아 예. 안녕하세요.) “네. 수고 많습니다.” (아, 최근에 검찰 조사는 혹시 받으셨습니까?) “네. 수고 많습니다. 수고 많습니다.” (검찰 조사는 받으셨습니까?)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검찰 조사는 받으셨, 아니, 수사의 걸림돌이라는데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세요? 아니, 장관님. 수사에 걸림돌이 된다는데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세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답변을 피한 채 사라지는 권재진 장관. 법무부 직원들이 나와 취재팀을 붙잡으며 접근을 가로막았습니다. 법무부 직원들은 심지어 취재팀을 청사 밖으로 쫓아냈습니다.
[법무부 공보실 직원] (제가 장관실에 쳐들어갔습니까? 제가 법무부 장관한테 여쭤볼 수 있는 거예요.) “기자라고 정식 요청 하시고 (인터뷰) 하셔야지...” (아니, 이렇게 막무가내로 밀어붙일 수 있는 겁니까?)
취재팀은 결국 민간인 불법 사찰 등 최근 권력형 비리 사건에 대한 권 장관의 입장을 듣지 못했습니다.
(아니 말씀을 좀 해보세요. 지금 국민적으로, 예를 들면 법무부 장관에 대해서 여러 가지 문제가 되지 않습니까. 그 부분에 대해서 기자들이 여쭤볼 수 있는 거잖아요?)
이렇게 침묵 해도 되는 것일까.
지난해 8월. 청와대 민정수석에서 곧바로 법무부 장관이 된 권재진 장관. 대통령 참모에서 법무부 장관으로 직행한 것은 헌정사상 첫 사례였습니다.
[김두우 청와대 홍보수석 당시] “합리적 리더십을 갖추고 있어, 법무 검찰 개혁을 성공적으로 이끌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권재진 법무부 장관 취임사] “제가 생각하는 원칙과 기본은 공정한 법치입니다. 우리의 도덕성과 청렴성을 높이고 조직문화를 바꾸는데 솔선수범하겠습니다. 법을 지키라고 요구하기에 앞서 우리 먼저 단정하고 바르게 처신을 해야 하겠습니다.”
그러나 청와대와 권 장관의 말과 달리 권 장관의 민정수석 시절 행적과 처신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고 있습니다.
[박주민 변호사] “검찰이라는 조직은 사실 성역 없이 수사를 해야 하는 조직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권력으로부터 통제 받거나 권력의 눈치를 봐선 안 된다는 것이죠. 그런데 민정수석이라고 하는 것은 사실 대통령을 최측근에서 모시는 존재죠. 권력을 보호하는 존재입니다. 그런데 그러한 존재가 아까 말씀 드렸듯이 성역 없이 수사해야 하는 검찰을 통제하는 그런 위치에 온다는 것 자체가 검찰로 하여금 성역 없는 수사, 이런 것들을 막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죠.”
[권재진(법무장관)] “(제가) 수사 받을 부분은 받아도 좋고, 해명할 부분은 해명해야 한다고...”
실제 권장관은 현재 해명하고 조사받아야 할 대목이 많습니다. 2009년 9월부터 2년 동안 청와대 민정수석시절 행적 때문입니다.
지난해 불거진 이국철 SLS 구명로비 사건. 그리고 저축은행 로비사건에 권 장관의 이름이 거론됐습니다. 올해 또 다시 터져나온 민간인 불법사찰과 증거인멸. 이 과정에서 민정수석실이 깊숙이 개입됐다는 사실이 속속 드러났습니다. 최시중 방통위원장이 구속된 파이시티 인허가 로비 사건에도 그가 개입됐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습니다.
@ SBS 녹취
[이정배 전 ㈜파이시티 대표] “민정수석(권재진 법무부 장관)께 직접 전화를 제 앞에서 하셨었고요. 하고 이제 만날 약속까지 하는 걸 제가 들었어요, 그 자리에서.”
이처럼 권력형 비리 사건마다 이름이 거론되고 있는 권재진 장관.
취재팀은 이번에는 그의 자택을 찾았지만 만나지는 못했습니다.
(누구세요?) “아 네, 안녕하세요. 저 KBS 기자인데요. 여기 장관님 댁 아닌가요?) “네. 맞는데요.” (아 그래요. 장관님 출근하셨어요?) “네. 네.” (몇 시에 출근하셨어요?) “여보세요?” (예.) “예? 어, 6시 반쯤 나갔는데요?” (아, 6시 반쯤 나가셨어요? 아~ 알겠습니다.)
다음날 아침 6시. 취재팀은 다시 한 번 권 장관의 자택을 방문했습니다.
(아니 장관님, 한 말씀. 이렇게, 이렇게 회피하시면 안 되잖아요.)
이번에도 법무부 직원들이 나와 접근을 원천봉쇄했습니다. 법무부 직원들은 온몸으로 취재를 막았습니다.
“왜 찍고 그래!” (하지 마세요. 아이 그렇게 하지 마세요. 아니 말씀을 해주셔야 되는 거 아니에요? 아니 말씀을 좀..)
[권재진 법무부 장관] “수사 중이니까 할 말이 없습니다. 할 말이. 할 말이 없습니다.” (조사는 받으셨습니까?) “할 말이, 할 말이 없습니다. 할 말이 없다고요.” (엄정한 수사에, 오히려 수사에 걸림돌이 된다는 지적이 어떠세요?) “바빠서 지금 출발해야...” (아니 말씀을 좀 해주셔야 될 것 같은데요. 아니 계속 엄정한 집행, 법집행 말씀하시는데 오히려 수사에 걸림돌 되는 거 아닌가요?)
단지 할 말이 없다는 말만 되풀이하는 권재진 장관. 그를 태운 관용차는 올림픽 대로에서 시속 120킬로미터가 넘는 속도로 질주하며 취재 차량을 따돌렸습니다.
취재팀은 김포공항까지 따라갔지만 권 장관은 사라지고 부하직원들만 모습을 보였습니다.
[김해웅 법무부 부대변인] “(법무부 장관) 댁까지 들어가셨다면서요?” (댁까지 들어가긴 뭘 들어가요. 초인종만 눌렀죠.) “(법무부 장관에 대한) 주거침입이잖아요.” (그게 어떻게 주거침입입니까? 제가 벨 눌러서 장관님 계시냐고 하는 게 어떻게 주거침입입니까?) “찍지 마세요. 기자 윤리가 그렇게 되어 있습니까?” (기자 윤리에 어긋난 거 하나도 없습니다.) “예의를 지켜서 하세요, 예의.” (예의.. 법무... 우리 법무부 직원 분들이나 예의를 지키라 하십시오.) “찍지 마세요. 왜 찍는데요? 나를 왜 찍어요?” -또 다시 카메라를 향해 폭력을 행사한 법무부 직원 (법무부 직원이시잖아요.) “나를 왜 찍는데요. 그러니까요.” (그리고 장관과 관련돼 있잖아요. 장관과 관련도 없다면 저랑 말씀하지 마시고, 저도 안 찍을게요.) “그러면 예의를 지키고 취재하세요.” (예의 안 지킨 거 없습니다. 법무부 직원들이나 예의 지키세요.)
공항에서도 법무부 직원들은 취재를 막았습니다.
[차경환 법무부 대변인] “박중석 기자님이세요?” (아 네.) “저 법무부 대변인입니다.” (아 예, 안녕하세요.) “우리 장관님 때문에 나오신 건가요?” (예.) “다른 언론에서도 물어보시는데 말씀도 다 하셨거든요. 장관님 입장을. 저는 저.. 이거 없이 좀 얘기했으면 좋겠는데...”
권 장관 대신 법무부 대변인이 나왔지만 그 역시 권 장관의 입장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못했습니다.
[차경환 법무부 대변인] “장관님께서는 민정수석 때 업무와 관련된 사항이고 또 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으십니다.” (장관님이 용퇴 문제도 언급을 하셨었나요?) “아까 그 입장으로 이해를 해주시기 바랍니다.” (어떻게 이해를?) “조금 전에 제가 말씀 드린 그 입장으로 이해를 해주시기 바랍니다.”
이런 가운데 권재진 장관은 끝내 모습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박주민 변호사] “지금 권재진 장관이 저런 식으로 어떠한 언급도 회피하고 또는 수사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응하지도 않고 또 거기에 대해서 지금 검찰이 눈치를 보는 듯 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 이런 전체가 국민들이 이 사건 수사에 대해서 신뢰를 갖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고요. 더 나아가서는 검찰이란 조직 자체에 대한 신뢰를 갖지 못하게 하는 큰 요소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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