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문서 신부, 이번에는 주가조작 관여 의혹
2018년 01월 03일 17시 11분
인천 부평구에 있는 인천성모병원의 직원은 1800여명 정도다. 그런데 노동조합 조합원은 열 명에 불과하다.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수녀들이 운영했던 성모자애병원 시절 전체 직원 450명 중 230여 명(51%)이 조합원일 정도로 노조 가입률이 높았다. 그러다 지난 2005년 병원 운영권이 천주교 인천교구로 넘어가면서 상황은 변하기 시작했다. 당시 병원의 행정부원장은 박문서 신부로 박 신부는 사실상 병원의 책임자였다.
인천교구가 병원을 운영하면서 노조 조합원들이 집단적으로 탈퇴하기 시작했다. 각 부서마다 비슷한 양식의 노조 탈퇴서를 만들어 내용증명으로 노조와 인사노무팀에 발송하는 식이었다. 지난 2006년 즈음엔 병원 안에서 노조 홍보물을 돌리는 것도 금지됐고, 3년 뒤에는 병원 밖에서 홍보물도 못 나눠주게 관리자들이 막아섰다. 2009년 2월 병원의 한 관리자가 작성한 수첩에는 ‘노동자의 인권, 근무여건은 노조가 아니라 재무제표가 정한다’는 말이 적혀 있다. 당시 병원 경영진의 노동조합에 대한 인식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간호사들은 근무표라든지 이런 불이익을 많이 당하고 3교대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도 많고 그래서 대부분 노조를 그만뒀어요. 저는 노동조합 활동하면서 유엠(중간관리자) 선생님한테 대놓고 그런 말을 들었어요. 너는 평생 승진도 안 될거고 너를 받아주는 부서도 없을 거라고…
지난 2010년부터 보건의료노조 인천성모병원지부장을 맡았던 홍명옥 씨는 지난 2012년과 2013년, 2015년 세 차례 집단괴롭힘을 겪었다고 말했다. 병원의 관리자들이 홍 전 지부장이 근무하는 부서로 서너명씩 집단으로 찾아와 왜 병원 정책에 따르지 않는냐며 압박했다는 것이다.
2015년도에 집단괴롭힘이 시작될 때는 처음부터 이상 반응이 왔어요. 왜냐하면 그동안 쌓였던 게 완전히 응어리로 있었던 거예요. 그런데 그게 건드려지면서 제가 정신적으로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 된 거예요. 저도 그런 경험은 처음이었어요.
집단괴롭힘을 당한 후 홍 지부장은 지난 2015년 4월 병원 출근 길에 도로에서 정신을 잃고 쓰러진다. 이후 우울증 치료 등을 위해 병원에 입원했고 병가를 신청했지만 병원은 병가를 결재해 주지 않았다. 병원은 이후 무단결근이라며 홍명옥 씨를 해고했다. 홍명옥 씨는 집단괴롭힘에 대해 병원 측의 책임을 묻는 민사소송에서 1심은 승소했지만 2심은 패소한 상태다. 노조는 명백한 증거가 있음에도 판결을 뒤집은 법원에 반발하고 있다. 이 외에도 인천교구는 시민단체와 노조를 상대로 각종 소송을 제기하며 노조를 압박하고 있는 상태다.
지난해 12월 26일 비리 의혹과 노동조합 탄압의 책임자로 지목되던 박문서 신부 등 인천성모병원 경영진이 교체됐다. 그런데 조합원들은 그날 밤 비보를 듣게 된다. 지난 2016년 홍명옥 당시 지부장이 해고된 후 노조의 맡언니로 지부장을 맡았던 이은주 지부장이 갑작스레 세상을 떠난 것이다. 사인은 폐혈전증이었다. 이후 조합원들은 적극적으로 병원 안에서 노조 홍보 활동을 벌이며 병원 측에 맞섰다.
그런데 얼마 후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그동안 적극적으로 노조 가입을 막아섰던 중간관리자들이 이번에는 “우리의 권리를 보호해줄 단체, 노동조합이 필요하다”고 나선 것이다. 인천성모병원 직원들은 “관리자들이 노조를 만들어 강제로 가입시키고 있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뉴스타파는 지난 1월 5일 정신철 천주교 인천교구장에게 박문서 신부 등에 대한 징계 수위가 낮다는 지적과, 노조 활동 보장을 요구하는 노조와 시민단체의 목소리에 대한 입장을 물었다. 뉴스타파는 지난 4개월 동안 박문서 신부의 비리 의혹 등에 대한 입장을 물었지만 교구는 침묵으로 일관해 왔다. 그러던 중 4개월 만에 인천교구는 병원을 통해 입장을 전해 왔다. 인천교구는 “국제성모병원에 새로 부임한 신부를 통해 실태 파악 중에 있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취재 : 조현미
촬영 : 김기철, 신영철
편집 : 정지성
CG : 정동우
삽화 : 김용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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