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기지 반환 현주소① 우리는 ‘용산공원’을 가질 수 있을까

2020년 12월 02일 16시 11분

 

▲서울 용산 지역. 멀리 보이는 남산 아래로 녹지와 저층 건물로 이뤄진 거대한 공간이 자리잡고 있다. 남쪽이 사우스포스트, 북쪽이 메인포스트다. 
‘용산 공원’. 계획대로 만들어지면 우리나라 최초의 국가 공원이자 서울에서 가장 규모가 큰 공원이 된다. 약 300만 제곱미터, 서울 용산구 전체의 10분의 1에 이른다.
한강 남쪽 상공에서 보면 고층 건물이 빽빽이 솟은 서울 시내 한복판에 유독 낮은 건물이 듬성듬성 들어선 거대한 녹지가 있다. 바로 용산공원 조성 사업이 예정된 곳, 용산 주한미군기지다. 워낙 넓기 때문에 서울 용산구를 지나다니면 미군기지 담벼락과 철조망을 마주하는 건 어렵지 않다. 
용산주한미군기지는 일제강점기 일본군의 거점이었고, 해방 이후엔 남한 지역에 주둔한 미군이 사용하기 시작해 지난 100년 이상 우리 국민은 접근할 수 없었던 땅이다. 이 땅을 미군에게서 돌려받아 공원으로 조성하는 계획은 지난 2007년 ‘용산공원조성특별법’ 제정으로 공식화됐다. 그리고 벌써 13년이 지났다.
하지만 공원화 계획은 여전히 지지부진하다. 아직 기지 반환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청와대는 200차 SOFA 합동위원회를 개최한 뒤 한미 양국이 용산기지 반환 협상 개시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기지 반환에 속도를 내겠다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실제 한미 양국간 용산미군기지 반환 협상에 어느 정도 속도가 붙었을까. 뉴스타파는 최근 한미안보협의회의(SCM) 합의사항 등을 통해 미군기지 반환 협상 현황을 점검했다. 이를 토대로 현재 용산기지 중 반환이 가능한 곳과 추진 중인 곳이 어딘지, 불가능한 곳이 어딘지 등을 공개한다. 

한미 국방장관 회담 공동성명 “반환 가능 기지 17개”

지난 10월 14일(현지시각), 제 52차 한미안보협의회의(SCM)가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렸다. 서욱 국방장관과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이 양국의 안보 현안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이 회의에서 한미 양국은 주한미군기지 반환 문제를 두고이렇게 합의했다. 
18. 양 장관은 용산 기지 반환을 포함한 주한미군 기지 이전 및 부지 반환의 신속한 추진이 양국의 이익에 부합한다는 것을 재확인하고, 한미 주한미군지위협정(SOFA)에 따른 적시적인 기지 반환을 위해 환경 여건 등 제반사항에 대해 긴밀히 협력해 나가기로 하였다. 미측은 현 시점에서 17개 부지가 한국 정부로 반환이 가능하다는 점에 주목하면서 유관 현안을 한미 SOFA 공동위원회의 정립된 절차 속에서 논의해 나가기로 하였다.

제 52차 한미안보협의회의 공동성명 중 
“미측은 현 시점에서 17개 부지가 한국 정부로 반환이 가능하다는 점에 주목한다”는 문장이 적혀있다. 
한국은 용산기지이전협정(YRP), 연합토지관리계획협정(LPP), 주한미군지위협정(SOFA)에 의해 주한미군기지를 반환받고 있다. YRP와 LPP는 서울과 경기권에 산재한 미군기지를 평택과 부산 등 2개 권역으로 집중 배치한다는 계획이다. 두 협정 모두, 2004년에 국회 비준을 통과했다. 용산에 있던 주한미군사령부가 해외 미군기지 중 최대 규모인 평택 캠프 험프리스로 옮겨간 것 등이 이런 계획의 일환이다. 이전에 따라 필요가 없어진 기지를 우리 정부가 반환받는다. 
반환대상 기지는 원래 모두 80개. 이중 현재까지 58개가 반환됐고, 22개 기지가 반환예정 상태로 남아있다. 뉴스타파는 최근 반환 예정 기지가 2개 늘어난 사실을 확인했다. 이에 따라 현재 반환예정 주한미군기지는 모두 24개다. 미국측이 최근 SCM에서 반환 가능하다고 밝힌 기지 ‘17개’와는 차이가 있다. 반환 대상 기지로 분류는 됐지만 현재로서 17곳만 반환이 가능하고, 나머지는 가능하지 않다는 의미다. 

‘용산공원’ 예정지에 속하는 미군기지는 현재 극히 일부만 반환 가능

▲사진 : 제 52차 한미안보협의회의 공동성명상 미국측이 "현재 반환가능하다"고 밝힌 부지. 용산공원조성특별법 상 본체부지로는 사우스포스트 중 일부가, 산재부지로는 캠프킴이 올라와있다. 메인포스트와 수송부 부지는 올라와있지 않다. 
그렇다면 용산공원 조성에 필요한 땅 가운데 미국측이 현재 반환 가능하다고 밝힌 곳은 어디일까. 뉴스타파는 정보공개청구 등을 통해 ‘제52차 SCM 공동성명 반환 대상 기지 리스트’를 입수했다. 해당 리스트에는 용산기지 중 사우스포스트 일부만 들어있다. 
용산기지는 크게 메인포스트(북쪽)와 사우스포스트(남쪽) 두 덩어리로 나뉜다. ‘용산 공원’에는 메인포스트와 사우스포스트 모두가 사용된다. 이중 남쪽 덩어리인 사우스포스트 일부만 미국측이 “현재 시점에서 반환이 가능하다”고 밝힌 것이다. 사우스포스트 일부 중에는 이미 시민들에게 개방된 곳도 있다. 지난 7월 동남쪽 일부인 ‘장교숙소 5단지(미군임대숙소)’에 대해 정부가 시민 개방을 결정했다. 
미국측이 반환 가능하다고 밝힌 '사우스포스트 일부'는 ‘스포츠필드’와 ‘소프트볼 경기장’으로 확인됐다. 국방부 측은 뉴스타파에 “현재 반환을 미국측과 협의 중인 구역은 사우스포스트 스포츠필드와 소브트볼경기장 등 두 구역”이라고 밝혔다. 한미연합사가 있는 메인포스트는 해당 리스트에서 언급되지 않았다. 즉, 이 두 구역을 제외한 사우스포스트 나머지 부지와 메인포스트에 대해서는 현재로선 반환이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산재부지'도 일부만 "반환 가능하다"

용산기지 외에, 용산기지 주변에 우리가 반환받아야 할 기지가 몇 개 더 있다. 이 가운데 ‘용산공원조성특별법’상 산재부지(복합시설조성기구)로 돼 있는 기지는 모두 3개로, '유엔사 부지'(반환완료), '수송부 부지', '캠프킴'이 여기에 해당한다. 용산공원조성특별법에서는 메인포스트와 사우스포스트 등 본체부지(용산공원조성기구)를 공원으로, 산재부지(복합시설조성기구)를 주거, 문화, 상업시설 등으로 활용한다고 정하고 있다. 
산재부지 중 반환 완료된 유엔사 부지 외에 반환 받아야 할 기지는 사우스포스트 동쪽의 수송부 부지와, 메인포스트 서쪽 남영역 인근의 캠프 킴이다. 각각 약 8만 제곱미터, 4만 6천여 제곱미터 크기다. 그러나 미측은 현재 캠프킴에 대해서만 ‘반환이 가능하다’고 밝힌 것으로 확인됐다. 수송부 부지에 대해서는 반환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한 주한미군 관계자는 뉴스타파에 "수송부 부지와 메인포스트 등은 현재도 주한미군 측이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취재 과정에서 우리 정부가 연내에 일부 폐쇄된 미군기지를 반환받을 수도 있다는 정보가 입수되기도 했다. 한 주한미군 관계자는 취재진에게 “연내에 서울과 경기 소재 미군기지 6곳을 반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캠프킴 등 서울, 경기에 폐쇄된 미군기지 6곳을 100% 한국 정부에 연내에 반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사우스포스트’ 구역에 대해서는 아직 “반환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사우스포스트는 현재 미군이 사용하고 있다”며 “장교숙소 5단지 일부 개방한 것 외에는 반환 계획을 들은 바 없다”고 말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미측과 협의중”이라고만 설명했다. 

용산미군기지 메인포스트, 사우스포스트 반환돼도...

▲사진 : 용산기지 한가운데 위치한 드래곤힐 호텔. 드래곤힐 호텔을 비롯해 출입방호부지, 헬기장 부지와 캠프코이너는 미측의 '잔류 부지'로 분류돼 용산주한미군기지가 반환돼도 미측이 계속 사용하게 된다. 
용산공원 예정지 내에는 미국측이 계속 사용하기로 한 ‘잔류부지’가 있다. 이 잔류부지는 드래곤힐 호텔 부지와 출입방호부지, 헬기장부지, 캠프 코이너 등 모두 네 곳. 특히 드래곤힐 호텔은 용산기지 한복판에 자리 잡고 있어 폐쇄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지만, 반환 협상은 이뤄지고 있지는 않다. 
용산기지의 가장 북쪽인 캠프 코이너는 미대사관 예정부지로, 부지 소유주가 '미합중국'인 상황이다. 권명숙 서울진보연대 집행위원장은 “용산공원이 만들어지면 캠프코이너가 공원 북쪽 입구 격”이라며 “여기에 미대사관이 생기면 용산공원이 마치 미대사관의 앞마당처럼 보이는 효과도 있다. 용산공원 한가운데 있는 드래곤힐 호텔도 문제가 심각한데, 이게 용산기지의 온전한 반환인가 하는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제작진
취재강혜인
촬영오준식 정형민 김기철
편집박서영
CG정동우
디자인이도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