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뉴스타파> 고 양회동 1주기...국가와 조선일보의 거짓말

2024년 05월 02일 20시 00분

2023년 5월 1일. 그날은 노동절이었다. 한 건설노동자가 법원의 구속 영장 실질 심사를 받는 날이기도 했다. 그 노동자는 영장 심사를 앞두고 법원 앞에서 몸을 불살랐다. “떳떳하게, 바르게 노동조합 활동을 했는데 구속영장 청구라니 정말 억울하다”라는 유서를 남기고, 다음 날 세상을 떠났다. 노조 탄압에 대한 답답함과 억울함으로 꽉 채워진 자필 유서는 무려 다섯 장에 달했다. 
건설노동자의 이름은 고 양회동(사망 당시 나이 50세)씨. 그는 강릉, 속초 지역의 노동 여건을 위해 힘쓰던 전국 건설노조 강원 건설지부 제3지대장이었다. 그는, 그의 자랑이자 자부심이던 노조 활동이 ‘건폭(건설 현장 폭력 행위)’으로 둔갑한 것을 끝내 참지 못해 온몸을 불태웠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의 노조탄압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뉴스타파가 고 양회동 씨 1주기를 앞두고 지난 4월 24일 춘천지방법원 강릉지원을 찾았다. 그가 분신했던 자리에는 새 풀이 돋아 있었다. 양회동 씨가 숨진 후 많은 언론과 노동자들이 이 현장을 찾았다. 하지만 1년이 다 되도록 이 장소에 가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 고 양회동 씨의 배우자 김선희 씨 그리고 양 씨와 사건 현장에 함께 있었던 건설노조 강원건설지부 부지부장 홍성헌 씨다. 
지난 24일, 고 양회동 씨 배우자 김선희 씨가 남편이 분신한 춘천지방법원 강릉지원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선희 씨와 성헌 씨는 아직도 양회동의 부재를 받아들이기 힘들다. 그 자리에 가면 남편의, 동료의 죽음을 인정하는 것 같아 아직은 갈 수 없다. 선희 씨는 이날 강릉지원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면서도 200m 떨어진 남편의 사망 장소에는 가보지 않았다. 차마 갈 수 없었다. 그의 죽음을 받아들이기 전에 이들은 꼭 해야 할 일이 있다. 양회동의 죽음에 씌워진 거짓을 벗겨내는 일, 그리고 누명을 씌운 사람들에게 책임을 묻는 일이다.
이들이 책임을 묻는 대상은 국가와 언론이다. 무리한 수사로 양회동을 죽음으로 내몬 경찰, 유족 동의 없이 고인의 분신 장면이 담긴 CCTV를 유출한 검찰, 그 CCTV 장면을 유족 동의 없이 활용해 분신 방조를 암시하는 기사를 낸 조선일보, 조선일보 기사를 인용해 ‘기획 분신’ 의혹을 확산한 원희룡 전 국토부 장관 등이다.
경기도 남양주시 모란공원에 안장된 건설노동자 고 양회동 씨. 고 양회동 씨는 1년 전 윤석열 정부의 노조 탄압을 비판하며 분신한 뒤 사망했다.
고 양회동 씨 유족은 1년 전 경찰과 조선일보, 원희룡 장관 등을 CCTV 유출에 따른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사자(死者) 명예훼손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하지만 아직 수사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유족은 수사 진행 상황도 듣지 못했다. 속전속결로 진행됐던 ‘건폭 수사’와는 너무도 상반된 경찰의 행태. 이들이 그토록 불신했던 언론에 모습을 드러내고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이유다. 
건설노동자 고 양회동 씨의 1주기를 앞두고 김선희 씨와 홍성헌 씨가 뉴스타파 카메라 앞에서 어렵게 꺼낸 지난 1년 간의 이야기를 영상에 담았다.
제작진
취재신동윤 홍여진
영상취재김희주 신영철 이상찬 정형민
편집장주영
CG정동우
디자인이도현
출판허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