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S5 출시...춤추는 언론, 칼춤 추는 삼성

2014년 04월 15일 21시 16분

춤추는 언론

4월 11일 삼성이 신제품 갤럭시S5를 전세계 125개국에서 동시에 출시했다. 삼성에게는 당연히 큰 이벤트였지만 언론들은 덩달아 흥분했다. 언론들은 전세계 소비자들이 갤럭시S5에 열광했다고 썼지만, 열광하는 건 오히려 언론들 자신이었다.

▲ 삼성 갤럭시S5 글로벌 출시에 맞춰 우리 언론들이 쏟아낸 기사 제목들.

기사들은 대부분 파리와 로테르담 등 전세계 삼성 매장에 갤럭시S5를 사기 위해 몰린 인파를 생생하게 묘사했다. 기사를 쓴 기자는 수 십 명이었지만 내용은 거의 똑같았다. 삼성전자가 출입기자들에게 보낸 보도자료를 그대로 베꼈기 때문이다. 삼성의 보도자료에 파리의 첫 갤럭시S5 구매자로 등장한 버질 씨는 우리나라 기자들이 대거 보도자료를 베끼면서 졸지에 갤럭시 유저의 대표로 등극하는 웃지 못 할 일도 벌어졌다.

▲ 위쪽은 삼성전자의 보도자료, 아래쪽은 언론사들이 쓴 기사.

하지만 정작 출시 첫날 몇 대가 팔렸는지, 그게 갤럭시S3나 S4와 비교해서는 얼마나 늘었는지 등 중요한 정보는 기사에서 볼 수가 없었다. 이유는 삼성이 보도자료에서 밝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 삼성 측은 전체적인 판매 대수는 영업비밀이어서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칼춤 추는 삼성

이 와중에 전자신문은 갤럭시S5가 호평을 받는 부분도 있지만 아쉬운 부분도 지적되고 있다는 기사를 썼다. S5가 글로벌 출시 첫날부터 유럽에서 공짜폰으로 풀렸고, 미국에서는 원 플러스 원, 즉 한대 사면 한 대 끼워주는 식으로 판매된다는 내용도 실었다.

▲ 전자신문은 다른 언론과 다르게 갤럭시S5에 대한 부정적인 면도 함께 다뤘다.

전자신문은 갤럭시S5가 출시되기 전인 지난달 17일 카메라 렌즈 수급에 문제가 있다는 기사를 내보냈다. 삼성은 곧바로 “삼성전자에 깊이 사과한다”는 내용의 정정보도를 하라고 전자신문에 요구했다. 이례적으로 21면에 실린 기사에 대해 1면 정정보도를 요구했고, 글자 크기와 활자체, 줄간격까지 지정했다.

▲ 삼성전자가 전자신문에 보낸 정정보도청구서에는 글자 크기와 활자체 줄간격까지 요구하는 내용이 들어있다.

전자신문은 정정보도를 거부했다. 전자신문은 3주간 정밀한 취재를 거쳐 쓴 정확한 기사라며, 이전에 갤럭시S3나 S4 등이 출시됐을 때도 나왔던 일상적인 기사인데 삼성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를 납득할 수 없다고 밝혔다. 삼성은 지난 3일 전자신문에 3억 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전자신문 이형수 기자는 “언론사로서의 최소한의 자존심은 지켜야 되지 않냐”며 소송에 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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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앞서 또 다른 업계 신문 디지털타임스는 지난달 6일 갤럭시S5의 품질에 큰 문제가 있다는 기사를 온라인에 실었다가 삼성의 요청으로 오프라인 지면 1면에 정정보도를 실었다. 담당기자와 부장은 중징계를 받았고 부장은 교체됐다.

▲ 디지털타임스가 게재한 정정보도문은 사과문에 가까운 내용이 담겨있다.

광고는 삼성의 무기

삼성이 언론사의 갑이 될 수 있는 이유는 광고다. 뉴스타파는 실제로 경제신문에서 삼성의 광고 비중이 얼마나 되는지 따져보기 위해 매일경제와 한국경제 등 경제지 2곳의 최근 광고 2달치, 신문발간일로 61일치를 분석해봤다.

매일경제의 경우 광고 단가가 가장 비싼 신문 끝면 전면 광고의 59%에 이르는 36일을 삼성전자가 메우고 있었다. 한국경제의 경우 삼성전자의 비중이 33%에 이른다.

매일경제가 홈페이지에 밝힌 끝면 전면광고의 단가는 7천만 원 선이다. 정확한 광고단가는 공개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이 단가를 기준으로 1년 광고료를 추산해봤다. 1년 동안 광고가 분석 범위인 2달과 같은 추세로 계속 들어온다고 가정하면 삼성이 매일경제에 지불하는 광고료는 1년에 130억 원에 이른다는 계산이 나온다. 매일경제의 2012년 당기 순이익은 25억 원에 불과하다.▲ 매일경제는 가장 단가가 비싼 끝면 전면광고의 59%를 삼성전자에 의존하고 있다.

삼성은 전자신문과의 갈등에 대해 자사 블로그에 “진정한 언론은 정정보도를 두려워하지 않고 기사를 무기화하지 않는다”고 썼다. 하지만 삼성 자신이 비판 기사를 두려워해 광고를 무기화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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