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뉴스타파] 검찰에 반박한다, '쌍방울 주가조작' 증거와 국정원 요원의 폭로

2024년 05월 30일 20시 00분

기사 요약

① 오늘(30일) 저녁 8시 <주간 뉴스타파> '대북송금' 검찰 수사기록 및 국정원 2급 비밀문건 추가 공개 
② 북한과 공모한 '쌍방울 주가조작' 정황 담은 국정원 문건...뒷받침 증거는 검찰 수사기록에 '수두룩'
③ 블랙요원의 법정 폭로 "경기도 스마트팜 대납 국정원에 보고 했다는 안부수의 법정 증언은 거짓" 
④ 국정원 문건에 '이화영이 北에 50억 약속'...블랙요원은 "전언 적었을 뿐, 약속 자체가 말이 안 돼"
뉴스타파는 지난 20일부터 총 45개 국정원 비밀 문건을 입수해 관련 보도를 이어가고 있다. 국정원 비밀 문건에는 쌍방울이 북한에 돈을 보낸 이유가 주가 조작 목적 때문이었다고 적시되어 있다는 내용이다. 경기도의 대북사업 비용을 쌍방울이 대납했다는, 지금까지의 검찰 수사 내용에 배치되는 내용이다. 
검찰은 뉴스타파 보도에 대해 "국정원 문건을 편집하고 왜곡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국정원 문건 중에는 김성태가 북한에 건넨 800만 달러가 경기도 스마트팜(500만) 및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방북 비용(300만)임을 증명하는 것도 있지만, 뉴스타파가 이것만 빼고 보도했단 것이다. 이와 함께 국정원 문건에 나온 '쌍방울 주가조작'에 대해서는 "수사를 해봤지만 입증할만한 증거를 발견할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뉴스타파는 오늘 저녁 8시 방송되는 <주간 뉴스타파>에서 검찰의 이같은 해명을 반박한다. 우선 검찰이 자신들에게 유리한 증거라고 판단했을 법한 국정원 문건들을 추가로 공개한다. 문건을 작성한 국정원 블랙 요원이 지난해 법정에 두 차례 출석해 문건에 대해 어떻게 진술했는지도 상세히 밝힌다. 이에 더해 검찰 수사기록에 담긴 조직적인 '쌍방울 주가조작' 관련 진술과 물증도 함께 공개한다. 
뉴스타파가 입수한 국가정보원 비밀 문건. 총 45개, 140쪽 분량이다. 검찰이 수사 중인 대북송금 사건에 대한 내용이 담겼다.

검찰 수사기록에 쌍방울 김성태의 '주가 조작' 범죄 뒷받침하는 진술과 물증들  

뉴스타파는 '대북 송금' 검찰 수사기록 일체를 입수해 분석하고 있다. 분석 결과, 쌍방울그룹 김성태 회장이 대북 사업을 내세워 계열사(나노스, 현재는 퓨처코어)의 주가를 띄우려 한 정황은 국정원 문건뿐만 아니라 수사기록에도 다수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쌍방울 임직원들은 검찰 조사에서 "김성태 회장이 대북 사업을 벌인 건 계열사의 주가를 띄우기 위해서였다"고 실토했다. 임직원들이 윗선의 지시를 받고 주가 부양을 위해 조직적으로 움직인 물증도 검찰은 이미 확보했다. '주가 조작' 정황을 담은 수많은 증거는 법원에도 기록으로 제출된 상태다. 하지만 검찰은 김성태 회장을 자본시장법상 '시세 조종' 혐의로는 기소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재판 과정에서 '시세 조종' 혐의가 드러나더라도, 판사는 김 회장을 처벌할 수 없다. 
검찰 수사 기록 중에는 안부수 및 안부수가 회장으로 있는 아태협 직원들이 쌍방울의 주가 조작 작전을 미리 알고 주식을 매수한 정황도 들어있다. '미공개 정보 이용 매매' 혐의로 처벌할 수 있는 내용이다. 
검찰이 압수한 쌍방울 엄○○ 비서실장의 카카오톡 대화 내용. 검찰은 엄 실장의 휴대전화를 압수해 포렌식 절차를 거쳐 대화 내용을 복구했다. 쌍방울그룹 계열사인 나노스의 주가를 띄우기 위해 임직원들이 조직적으로 댓글 작업을 펼친 정황이 담겼다. 

국정원 요원의 폭로 "국정원 협조자인 안부수의 법정 증언은 거짓" 

검찰은 지난해 5~6월 두 차례에 걸쳐 국가정보원을 압수수색했다. 안부수 아태평화교류협회 회장의 법정 증언이 단초가 됐다. 안부수는 지난해 5월,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재판에서 "경기도의 스마트팜 비용을 쌍방울이 대신 내줬다는 사실을 국정원 요원에게 모두 보고했다"고 증언했다. 검사는 이 말을 믿고 재판부에 영장을 청구했고, 판사는 영장을 발부했다. 재판 도중에 국가기관에 대한 영장이 발부된 건 굉장히 이례적이다. 
총 45개의 국정원 비밀 문건을 확보한 검찰은 이 중 13건을 작성한 국정원 대북 담당 요원을 증인으로 불렀다. 요원 김 씨는 지난해 6월 20일과 7월 4일, 두 차례 증언대에 섰다. 그런데 요원 김 씨는 법정에서 "안부수로부터 그런 얘기를 들은 바가 없다"고 폭로했다. 안부수가 쌍방울 김성태와 만난 사실을 의도적으로 숨겼기 때문에, 경기도 대신 쌍방울이 북한에 돈을 줬다는 얘기 자체를 자신에게 할 수 없었던 상황이었단 것이다. 
이에 더해 요원 김 씨는 국정원 협조자였던 안부수가 쌍방울 김성태를 만난 이후에 국정원에 보고한 내용들은 "진실성에 대해서 100% 확인을 하지 못했다"고 거듭 강조했다. 시기적으로는 2018년 11월 말 이후에 자신이 작성한 보고서들은 주로 안부수가 전한 말을 적었을 뿐, 그 '전언'이 사실인지는 확인하지 않았기 때문에 보고서의 문장 그대로 믿어선 안 된다는 뜻이다.  
2023년 6월 20일 국정원 요원 김 씨에 대한 비공개 증인신문 법원 녹취서. 검사가 묻고 김 씨가 답했다. <br>

보고서에 '이화영이 北에 50억 약속'은 전언일 뿐..."50억 약속은 말이 안 된다고 생각"

검찰이 국정원으로부터 확보한 총 45개의 국정원 비밀 문건 가운데 검찰의 공소 사실과 부합하는 것, 즉 "김성태가 북한에 건넨 800만 달러가 경기도 스마트팜(500만) 및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방북 비용(300만)임을 증명하는 것"도 있다는 게 검찰의 입장이다. 
그 중 가장 중요한 건 2018년 12월 31일에 작성된 2급 비밀 보고서다. 이 보고서 3쪽에 '(이화영이) 현대화 기술 지원뿐 아니라, 50억 규모의 자금 지원 약속 '이라고 적혀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6월 20일 증인 신문에서 검사는 이 보고서를 작성한 국정원 요원 김 씨에게 이 문건을 위주로 집중 질의했다.  그런데 뜻밖에도 국정원 요원 김 씨는 해당 보고서의 신빙성을 부인했다. "(안부수의 보고를 받은 뒤) 이화영에게 50억 원을 약속한 것이 사실이냐고 추가로 확인하지 않았는데, 이 보고서 작성 당시에는 이미 협조자 안부수와 약간 신뢰에 금이 간 상태"였다는 것이다.
2018년 12월 31일자 국정원 2급 비밀 보고서 1쪽. 요원 김 씨가 작성했다. 
2018년 12월 31일자 국정원 2급 비밀 보고서 3쪽. 요원 김 씨가 작성했다. 김 씨는 지난해 법정에서 "이화영의 50억 자금 지원 약속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고 진술했다. 평양에서 김성혜를 만난 협조자 안부수의 전언을 그대로 적었을 뿐이고, 실제로 이화영 부지사가 북측에 그런 약속을 했는지 추가로 확인은 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럼에도 검사가 비슷한 질문을 반복하자 "이(이화영의 50억 지급 약속) 자체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고, 의아하게 생각했기 때문에 확인한 바는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안부수가 통일전선부 김성혜 실장에게서 들었다는 '전언'들이 사실에 부합하는지 잘 모르겠다 ▲김성혜가 언급한 경기도 스마트팜은 일종의 '구실'이고 실제 자금의 목적은 '북-미 정상회담 거마비' 혹은 '통일전선부의 상납 자금'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래서 요원 김 씨는 안부수에게 "김성혜가 요구하는 자금의 성격과 규모 파악해오라"는  공작 지시를 내렸다고 한다.
검사가 결정적 증거라고 여긴 국정원의 2급 비밀 보고서를, 작성 당사자인 요원 김 씨가 '글자 그대로 믿지 말라'는 일종의 촌극이 법정에서 벌어진 것이다. 요원 김 씨는 2019년 1월 17일경, 안부수를 협조자로 삼은 자신의 대북 공작을 '종결'하겠다고 상부에 보고했고, '공작 종료' 승인을 받았다. 이는 김성태와 안부수가 대북 사업을 내세워 쌍방울 계열사의 주가 조작을 할 가능성까지 확인된 상황에서 이뤄진 결정이었다. 
2023년 7월 4일 국정원 요원 김 씨에 대한 비공개 증인신문 법원 녹취서. 이화영 측 변호사가 묻고 김 씨가 답했다.
2023년 6월 20일 국정원 요원 김 씨에 대한 비공개 증인신문 법원 녹취서. 검사가 묻고 김 씨가 답했다.
정리하면 검찰이 공소 사실과 부합하는 내용이라고 주장하는 국정원 문건의 내용은, 문건 자체로만 보면 공소 사실과 부합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문건 작성자인 국정원 요원 김 씨의 법정 증언을 함께 종합해서 보면 신빙성이 매우 낮다는 것이다. 국정원 요원 김 씨가 법정에서 쌍방울 주가조작에 대해서는 단순한 '전언'이 아니라 크로스체크가 된 내용, 즉 '정보'라고 주장했던 것과 대조된다.  

'정영학 녹취록'에 이어 '국정원 문건 및 관련 수사기록' 공개 검토  

'대북송금' 사건은 이재명 경기도지사에 대한 쌍방울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 → 쌍방울 김성태와 이재명 측근들의 대북 사업을 통한 주가 조작 공모 의혹 → 경기도 스마트팜 및 이재명 도지사의 방북 비용 대납으로 사안의 성격이 계속 변해왔다. 이는 검찰이 확보한 증거를 취사선택해서 언론에 흘리고, 비공개 신문이란 이유로 국정원 문건의 내용을 감출 수 있어서 가능한 일이었다.
뉴스타파는 지난해 1월, 대장동 사건의 핵심 증거자료인 '정영학 녹취록' 전문을 공개한 바 있다. 검찰 수사 자료지만, '정영학 녹취록'에 없는 내용이 연일 언론에 보도되며 혼란이 가중되는 상황을 방치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최근 뉴스타파가 국정원 비밀 문건 보도를 시작했지만, 대다수 언론은 '침묵'하고 있다. 문건의 출처가 명백히 확인됐지만, 무슨 이유에선지 국정원 문건을 인용하는 보도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이에 따라 뉴스타파는 ▲총 45개의 국정원 비밀 문건 ▲블랙요원 김 씨의 법정 증인 신문 녹취서 ▲증인 신문에서 검사나 변호사가 제시한 검찰 수사기록 등 일체의 기록을 일반 시민들이 직접 보고 판단할 수 있도록 종합적인 법률 검토에 들어갈 계획이다.  
제작진
취재봉지욱 최윤원 한상진
촬영정형민 김기철 신영철
편집박서영
그래픽정동우
디자인이도현
출판허현재
제작박종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