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뉴스타파] 파업이 끝나고 난 뒤... '불공정'의 역습

2022년 09월 01일 20시 00분

한달 전쯤 연일 뉴스를 작성했던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들의 파업 기억 나시나요? 어찌어찌 협상이 타결돼 파업이 끝났다는 것만 기억하시는 분들이 많으실 겁니다. 
그러나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들의 파업은 윤석열 정부의 일방적인 사용자 편들기 속에 노동자들의 완패로 끝났습니다.  사실 노동자들의 요구는 간단했습니다. 원래 300만 원쯤 되던 월급이 지난 2016년 조선업이 불황이라는 이유로 200만 원 선으로 깎였는데, 이제는 호황기가 됐으니 다시 원래 받던 300만 원으로 올려달라는, 지극히 소박한 요구였습니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과 그의 참모들은 이들의 파업을 불법이라고 규정하고, 공권력을 투입하겠다고 협박했죠. 바로 이런 분위기 속에서 협상은 노동자들의 일방적인 양보로 타결이 됐습니다. 2016년 이전 급여로의 회복을 위해 30%의 인상을 요구했지만 4.5% 인상으로 만족해야했고요, 여기에 하청업체의 폐업으로 실직한 노동자 40여 명을 고용승계한다는 조건이 붙었습니다. 
그리고 한달이 지났는데요. 정치권과 언론의 관심이 사라진 사이, 정부와 사측은 이미 싸움에서 패한 노동자들을 더욱 궁지로 몰아넣고 있습니다. 노동자들의 일방적인 양보로 타결된 합의안마저 지키지 않고 있고, 원청인 대우조선해양은 대형로펌 율촌을 선임해 노조집행부에 무려 470억 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앞에서 말씀드린대로 파업에 나선 하청노동자들의 월급여는 200만 원 선입니다. 윤석열 정부는 '손해배상 소송은 당연한 것'이라며 다시 한 번 일방적으로 사용자 측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노조 지회장이 단식농성을 시작한 지 오늘로 보름이 됐지만 원청인 대우조선해양과 하청업체 대표들은 눈하나 깜짝하지 않고 있습니다. 
더 이상 물러설 곳도 양보할 것도 남지 않은 이 노동자들의 문제를 대체 누가 책임지고 해결해야 할까요? 대우조선 해양의 불공정한 구조를 방치하고 470억 원대 손실을 끼친 진짜 주범은 누구일까요?
거제도 현장과 여러 관계자들을 취재한 결과, 뉴스타파는 하청노동자들을 저임금 위험 노동으로 내모는 진짜 주범은 '현대판 노예제도'인 원하청 구조를 악용하면서 방치하고 있는 원청 대우조선해양과 그 최대 주주인 산업은행이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뉴스타파는 대우조선해양 박두선 회장과 산업은행 강석훈 회장에게 직접 그 책임을 물었습니다. 그들이 어떻게 답변했는지는 기사와 영상을 통해 확인해주세요. 
윤석열 대통령은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들의 파업 종료를 자신의 취임 100일 성과로 내세웠습니다. '법과 원칙'에 따라 문제를 해결했다고 자화자찬했죠. 윤석열 대통령이 말하는 법과 원칙이란 대체 무엇일까요. '하청 노동자들은 원청 사업주에게 직접 고용된 게 아니기 때문에 원청을 상대로 어떤 요구도 할 수 없다. 따라서 원청을 상대로 한 파업은 불법이다'라는 지극히 단순하고 피상적인 형식논리에 불과합니다. 실질적으로는 원청이 허락하지 않으면 하청업체들은 노동자들의 어떤 요구도 들어줄 수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죠. 
이미 오래 전부터 법원은 이런 형식 논리를 넘어서 실질적인 노동 계약 관계를 인정하는 판결들을 계속 내놓고 있습니다. 2010년과 2012년, 2015년에 대우조선해양과 유사한 형태인 현대자동차 사내 하청이 불법 판결을 받았고요, 바로 지난 달에는 역시 유사한 형태인 포스코의 사내하청이 불법이라는 판결이 나왔습니다. 그래서 학계에서는 노조법 2조에 있는 '사용자'의 정의를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나옵니다. 현재는 "사업주와 사업주의 경영 담당자 또는 그 사업의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해 사업주를 위해 행동하는 자"라고 정의되어 있는데요, 이걸 "근로조선에 사실상 영향력을 행사하는 자"로 바꿔야 한다는 것이죠. 
실질적인 변화를 외면한 채 낡고 형식적인 논리를 '법과 원칙'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해 기득권의 이해 관계를 수호하는 것, 우리는 지난 역사에서 이런 세력들이 결국 역사의 도도한 물결을 이기지 못하고 도태되는 것을 오랫동안 보아왔습니다. '법과 원칙'만을 되뇌이며 노동자들의 요구를 탄압하는 윤석열 대통령과 그 참모들은 자신들이 한국 사회의 변화와 개혁을 가로막고 있는 걸림돌이 되고 있지는 않은지, 그래서 결국 도태될 운명을 맞게되지는 않을지 진지하게 고민하길 바랍니다. 
제작진
취재 홍여진 홍주환
연출송원근 박종하
진행, 글심인보
촬영정형민 김기철 이상찬
편집윤석민 박서영 정애주
디자인이도현
웹출판허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