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국정원 직원분들께...

2015년 07월 22일 14시 00분

국정원 직원분들께...
저 역시 먼저 삼가 조의를 표합니다.
일동 명의로 성명을 내셨군요.
동료의 죽음을 지켜봐야하는 애석한 마음에 그러실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국정원 해킹 사건에 대한 논평은 여러분들이 할 자격이 없습니다. 그건 국정원장이 국민 앞에 답해야할 문제이지 직원 일동이 입장을 밝힐 사안이 아닙니다.
국정원은 바로 옆 부서 사람이 누구인지 무슨 일을 하는지도 모를 정도로 부서간 정보의 차단이 엄격하다고 들었습니다. 해킹담당 실무 부서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만 명이 넘는 다른 직원분들이 어떻게 알고 의견일치를 봐서 통일된 논평을 낼 수 있단 말입니까?
해킹프로그램을 구입한 수십개 국의 정보기관에서 모두 노 코멘트했다고요? 그 나라들의 정보기관이 자국내 선거에서 그것도 대통령 선거에서 댓글 달았다는 이야기 들어본 적 있나요? 최근에 가공의 스파이를 만들어 죄를 뒤집어 씌우느라 외국의 공문서까지 조작했다는 뉴스 들어본 적 있나요?
저는 우리 국가정보원이 그런 식으로 국민의 신뢰를 잃는 행동을 막무가내로 하지 않았다면 노코멘트 해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기에 적극적으로 해명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노코멘트할 자격이 우리 국정원에겐 없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여러분은 여러분의 동료 수십명이 중립을 지키지 않고 댓글로 대선 판에 뛰어들었을 때, 또 간첩 혐의를 뒤집어 씌워 무고한 사람의 인생을 파탄내려고 했을 때, 그 때 직원 일동의 성명을 내셨어야 합니다.
"뼈저리게 반성하고 국민의 신뢰를 받는 정보기관으로 거듭나겠습니다. 국정원의 명예를 더럽히고 국민을 배반하는 부당한 지시에는 따르지 않겠습니다. 국민을 먼저 생각하겠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이렇게 했어야 합니다.
저 역시 현재 언론 일부에서 핵심보다는 가십성으로 선정적인 보도를 쏟아내는 측면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야당도 마찬가지로 그런 측면이 있습니다. 억울한 부분도 없지 않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정 그렇다면 털고 가면 됩니다. 핵심 정보역량에 손상이 가지 않는 범위 안에서 정교하게, 깨끗하게, 치밀하게 정리하고 가면 됩니다.
언론 보도로, 야당의원들의 공세로 기밀을 유지해야하는 정보업무에 타격이 생겼다뇨?
여러분들이 어떤 이메일을 주고 받고 어떤 식으로 해킹 시스템을 갖췄는지 해킹팀으로부터 유출된 자료로 모두 만천하에 공개됐습니다. 그게 언론과 야당의 탓입니까? 우리 언론보다 북한 정보기관이 먼저 유출 자료 내려받아 분석하고 있을 겁니다.
이탈리아의 해킹팀 대표가 이번 사건으로 인해 이탈한 고객은 한 곳도 없다고 하더군요. 국정원 망신을 시킨 곳은 해킹팀인데 계약 파기 안했죠?
그런 면에서 이번 성명은 부적절했습니다. 엉뚱하고 가당치도 않습니다. 부디 국민의 신뢰부터 회복하십시오.
다른 정부기관이라면 몰라도 국정원의 말이라면 팥으로 메주를 쑨데도 믿을 정도의 신뢰도부터 쌓아나가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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