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체대 교수들, 제자 논문 베껴 연구실적 ‘꿀꺽’
2014년 08월 19일 23시 56분
한국체육대학교 교수 상당수가 실제 참여하지 않은 연구에 공동연구자로 이름을 올리는 방법으로 연구비를 챙겨 온 사실이 뉴스타파 취재결과 드러났다.
한체대 복싱 실기를 담당하는 유종만 교수는 같은 대학 조준용, 조인호 교수와 함께 지난 2010년 배드민턴 요통 치료 관련 연구를 하겠다며 학교에서 모두 1250만 원의 연구비를 타냈다.
연구책임자인 유교수와 공동연구원인 조준용, 조인호 교수는 각각 350만 원씩 연구비를 수령했고, 유 교수의 조교 허 모 씨가 200만원을 받았다. 이들은 연구결과를 정리해 2012년 한국스포츠학회지에 논문을 게재했다. 그러나 이 논문은 2009년 조준용 교수의 지도로 통과된 이 모 씨의 박사학위 논문을 그대로 베낀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연구비를 신청하기 1년 전에 나온 논문을 베끼면서 두 논문이 서로 다른 연구인 것처럼 위장하기 위해 연구대상자와 연구방법 등을 조작했다. 이들은 한국스포츠학회에 게재한 논문에서 H대학 남학생 16명을 대상으로 실험을 했다고 했으나, 박사학위 논문의 연구대상은 K대학에 재학중인 남학생 12명과 여학생 4명으로 돼 있었다. 연구대상자의 학교와 성별이 달랐지만 두 논문에 나온 피실험자들은 평균 나이와 키, 몸무게는 물론 체지방률까지 똑같았다. 이들은 또 피실험자를 대상으로 한 ‘카이로프랙틱’ 치료를 1회 15분. 주 4회, 총 4주 동안 했다고 했으나 실제로는 이보다 적은 1회 10분, 주 6회, 총 2주간 처치한 것으로 나타나 연구 데이터를 부풀렸다.
게다가 이 연구의 책임자인 유 교수는 배드민턴이나 운동생리학 분야의 전문가가 아니라 논문의 주제와는 크게 동떨어진 복싱담당 실기 교수인 것으로 확인됐다. 유 교수는 뉴스타파와의 인터뷰에서 논문의 핵심 주제인 ‘카이로프랙틱’이라는 용어에 대해 “모른다”고 말했다.
유 교수가 지난 2009년부터 올해까지 받은 교내 학술연구비는 6차례에 모두 2100만원.
그러나 유 교수의 연구 대상은 요트선수와 태권도장, 스포츠클럽, 스포츠스타 등으로 복싱과 관련된 연구는 단 한 건도 없었다.
또 스포츠 댄스를 가르치는 양은심 교수는 골프와 핸드볼 등에 대한 연구를 한다며 1000만원의 연구비를 받았고, 골프 전공 교수는 멀리뛰기 훈련 방법으로 연구비를 타냈다.
역도 담당 안효작 교수는 2009년 이후 장애인 축구, 사격, 유도, 조정선수 등에 대한 연구를 하겠다며 2100만 원의 연구비를 받았으나 역도에 대한 연구는 단 한 번도 없었다.
2008년이후 올해까지 지급된 한체대의 학술지원비 내역을 분석해 보니 실기교수 41명 가운데 17명이 자신의 전공과는 다른 내용의 연구로, 모두 1억3800만원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같은 일이 가능한 것은 한국체육대학교의 독특한 연구비 지급 규정 때문이다. 한체대는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교수 전원에게 일정액의 학술비를 주고 있다.
인원수 제한도 없다. 연구에 참여하는 교수가 늘어날수록 연구비도 그만큼 늘려주는 방식이어서 실제로는 연구에 참여하지 않는 교수들이 공동연구원 또는 연구책임자로 이름을 올려 연구비를 횡령할 수 있는 구조가 된 것이다. 이 때문에 한 연구에 투입된 교수가 7명이나 되는 경우도 있었다.
익명을 요구한 한체대 관계자는 “10여년 전 이종무 총장이 있을 때부터 교수들의 복지 차원에서 서너 명씩 조를 짜 연구를 하지 않는 교수들에게도 350만 원씩 연구비를 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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