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뉴스타파 상대 소송에서 또 패소...6번째

2021년 08월 19일 18시 51분

나경원 전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뉴스타파 보도에 대해 민사 소송을 제기했으나 지난 18일 또 패소했다. 이로써 뉴스타파는 나경원 전 원내대표와 관련된 6건의 민사·형사·행정 소송에서 모두 승소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9단독 강화석 부장판사는 지난해 1월 나경원 전 원내대표가 뉴스타파 김용진 대표와 황일송 기자를 상대로 "6천만 2백 원을 지급하라"고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고, 소송비용도 원고가 전액 부담하도록 판결했다.  
나경원 전 원내대표는 지난해 1월 '나경원 스페셜올림픽 의혹···비서특혜 채용과 건물구입''교육부 움직인 나경원의 엄마찬스···플랜B도 있었다' 제하의 뉴스타파 보도가 "명예를 훼손하고 정신적 고통을 가했다"며 정신적 손해에 대한 위자료를 청구하는 소를 제기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스페셜올림픽 특혜 의혹 보도에 대해 "원고(나경원 전 원내대표)가 (스페셜올림픽위원회)조직위원장으로 재직할 때 비서 채용 과정에서 특혜를 준 의혹이 있다는 (뉴스타파)기사의 주요 내용은 객관적 사실과 합치하며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며 뉴스타파의 손을 들어줬다.
나경원 전 원내대표는 지난 2011년 10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국회의원직을 사퇴했다. 당시 나 전 대표를 보좌하던 비서관들은 모두 당연 퇴직처리 됐다.
하지만 나경원 전 원내대표가 스페셜올림픽위원회 조직위원장을 맡게 되면서 비서관 가운데 2명은 한 달여만에 위원장 비서진으로 채용됐다. 채용절차는 비공개였고, 2명의 비서관은 각각 가급 비서관과 다급 수행비서직에 단독 응시했다. 면접은 생략됐고, 원서 접수와 서류전형은 하루 만에 끝났다. 자격 기준에는 특이하게도 국회의원 비서로 근무한 경력이 따로 명시돼 있었다. 
이에 뉴스타파는 "스페셜올림픽위원회조직위가 비정상적인 채용방식으로 나 전 대표의 보궐선거 출마 당시 실업자 신세가 된 이들에게 일자리를 만들어 준 것"이라며 특혜 의혹을 제기했다. 
재판부 역시 판결문에서 "비서 채용의 직무 관련 경력 사항으로 '국회의원 비서 근무 경험'을 적시하는 것은 이례적이고, 제 3자의 시각에서 보아 원고의 전직 비서관을 채용하려는 맞춤형 채용조건이라고 의심할 여지가 충분히 있다"고 지적했다. 
'교육부 움직인 나경원의 엄마찬스···플랜B도 있었다' 기사 역시 의혹을 제기할 합리적 이유가 있었다는 게 재판부 판단이다. 
나 전 원내대표는 지난 2011년 5월 교육과학기술부 특수교육과 김은주 과장과 권택환 장학관을 자신의 사무실로 불러 지적 장애인 고등교육 관련 현황 자료를 받았다. 당시 나 전 원내대표는 교육과학기술부와 전혀 상관없는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한나라당 간사였다. 
그러나 공무원들은 15개 장애유형 가운데 오직 지적 장애를 가진 대학생 자료만 콕 집어 나경원 당시 의원에게 보고했다. 보고서에는 특히 장애인 특별전형을 통해 예체능 계열로 진학한 학생들의 숫자를 굵은 글씨로 강조됐다.
교과부는 지난 2008년부터 매년 전국 대학에 장애인 전형을 확대 시행하도록 협조공문을 보냈다. 2008년과 2009년, 2010년에 보낸 공문에는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을 설명하고 특수교육대상자전형 즉, 장애인전형을 확대 시행해줄 것을 당부하는 문구가 담겼다.
그런데 교과부 공무원들이 나 전 의원을 만나고 난 뒤 발송한 공문에는 새로운 내용이 추가됐다.  예·체능 등 특정한 분야에 재능이 있는 장애학생이 선발될 수 있도록 협조를 구하며, 한국예술종합학교가 장애인 전형을 새로 도입한 사례를 소개했다. 나 의원의 딸 김 모 씨는 2011년 신설된 성신여대 장애인 특별전형에 합격. 2012년 실용음악학과에 입학했다.  
국회의원 딸에 대한 교과부 공무원들의 이른바 입시 컨설팅 의혹이다. 
재판부는 이에 대해 "소속된 상임위원회 소관도 아닌 교육부 공무원들로부터 지적장애인 고등교육 현황 등에 관한 자료를 받았고, 교육부가 전국 대학에 장애인의 고등교육 기회 확대를 요청하는 공문 내용이나 형식이 달라진 점 등에 비춰 대학 입시를 앞둔 지적장애 자녀가 있던 원고가 국회의원 지위를 이용해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한 것은 아닌지 의혹을 제기할만한 합리적 이유가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뉴스타파 보도한 '플랜B'에 대해서도 합리적 이유가 있다고 봤다.  
뉴스타파는 당시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한나라당 간사였던 나경원 전 원내대표가 자신의 지역구에 있는 동국대학교 부설 평생교육원에 장애성인 평생교육 프로그램을 만들려 한 것은 딸의 대학 진학 실패에 대비한 플랜B라고 보도했다.
뉴스타파 취재결과 나 전 원내대표는 2011년 5월 교과부 공무원들을 만난 자리에서 대학 부설 장애인 평생교육 프로그램을 2012년부터 대폭 확대해줄 것을 요구했다. 당시 교과부는 5개 대학을 선정, 2011년 하반기부터 이 사업을 시범 실시할 예정이었다. 동국대 평생교육원도 이 사업에 응모했지만 탈락했다. 
하지만 한 달 여 뒤인 7월 20일 교과부 내부 보고서에 동국대 평생교육원을 활용한다는 계획이 담겼다. 같은 해 8월에는 동국대 평생교육원 관계자 2명이 나경원 의원실에서 교과부 공무원들과 함께 회의를 했다. 나 전 원내대표의 딸은 당시 고3이었고, 2012년 장애인 평생교육 프로그램이 확충되면 혜택을 받을 기회를 갖게 된다. 나 전 원내대표가 성신여대 심화진 전 총장을 따로 만나 장애인 전형 도입을 주문했던 성신여대 사례와 판박이나 다름없다.
다만 동국대 평생교육원에 장애 성인을 위한 평생 교육프로그램 설립 계획은 무산됐다. 뉴스타파는 나 전 원내대표의 딸이 성신여대에 합격하자 굳이 평생교육원을 다닐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국회의원실 관계자와 교육부 공무원, 특정 대학 관계자가 모여 특정 대학에 장애인 대상 평생교육 프로그램을 개설하도록 지원하는 것을 협의했다는 것은 이례적이라고 볼 수 있고, 프로그램 개설 시점도 2012년 3월로 원고의 딸이 대학에 입학할 시점인 점, 이후 이 프로그램 개설은 무산됐고 원고의 딸은 다른 대학에 입학한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의혹 제기가 나름대로 합리적 이유가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비록 뉴스타파가 딸의 대학 입학이 어려울 것에 대비한 '플랜 B'라는 단정적인 표현을 사용하기는 했으나 기사의 전체적인 취지에 비추어 볼 때 이 부분만을 들어 기사가 악의적이거나 심히 경솔한 공격으로서 현저히 상당성을 잃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뉴스타파가 보도에 앞서 원고에게 반론의 기회를 제공하고, 해명을 듣고자 했으나 원고가 이에 응하지 않았다"며 나 전 원내대표의 청구를 기각했다. 
뉴스타파는 지난 2019년 나경원 당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에게 "교과부 공무원들을 불러 지적장애인 고등교육 현황을 보고 받은 게 딸의 대학 진학을 위한 입시 컨설팅을 받은 게 아닌지, 교과부 공무원들에게 동국대 평생 교육원을 활용해 장애인 평생교육 프로그램 개설 지원을 논의하게 한 것이 국회의원의 지위를 남용해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것은 아니 것인지"에 대해 질의한 바 있다.  
2년이 지났지만 나 전 대표는 아직도 답을 하지 않고 있다.
나경원 전 대표가 뉴스타파 보도에 대해 소송전을 시작한 건 지난 201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뉴스타파는 지난 2016년 나 전 대표의 딸 김 모 씨의 성신여대 부정입학 의혹을 보도한 바 있다. 
나 전 대표는 '공짜 점심은 없다···나경원 딸 성신여대 부정입학' 제하의 뉴스타파 보도에 대해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고, 1억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박근혜 정부 당시 검찰은 정보통신망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위반(명예훼손) 혐의로 황일송 기자를 기소했으나 법원은 1심과 2심 모두 "합리적 근거를 갖춘 의혹을 제기한 것"이라며 뉴스타파 보도의 정당성을 인정했다. 2심 재판부는 특히 판결문에서 "각자 힘든 장애를 가진 응시생 중 유독 한 명에게만 베푸는 편의와 관대함이 다른 응시생들의 탈락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에서 어머니의 신분에 힘입어 특별한 헤택을 받은 것은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고 밝혔다.
나 전 대표는 또 1억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민사소송도 제기했으나, 형사소송 1,2심 결과가 나오자 자진 취하했다.  
제작진
출판허현재
디자인이도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