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박스 시각 실제값 복원… 세월호가 쓰러진 시점은?
2017년 09월 15일 10시 26분
세월호의 항해기록은 침몰 원인을 밝혀줄 중요 단서로 꼽힌다. 지금까지 정부는 진도 VTS 등 육상 기지국에서 수신된 세월호 항해 기록을 복원해 공개했으나 변침 전후의 기록만 누락돼 각종 의혹이 제기돼 왔다. 그런데 뉴스타파가 육상기지국이 아닌 인근을 항해하던 선박에서 수신된 세월호 항해기록을 입수해 분석한 결과 역시 동일 시점의 29초 간 기록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뉴스타파는 또 세월호 사고 일시가 4월 16일 오전 8시 정각으로 기록된 해운조합의 사고보고서를 발견했다. 이 보고서 작성자는 사고 당시 세월호 항해사와 직접 통화까지 했다고 보고서에 기재하고 있어 정확한 사고 발생 시점을 두고 다시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뉴스타파는 해양안전심판원이 세월호 사고 당시 맹골수도를 지나던 컨테이너 선박 두우 패밀리호의 항해기록장치(VDR)를 입수, VDR에 기록된 세월호의 선박자동식별장치(AIS) 신호를 분석한 사실을 확인했다. VDR은 일종의 블랙박스로 선박 사고에 대비해 운항기록을 저장하는 장치다. 자신의 운항기록은 물론 인근에 있는 선박에서 발신하는 AIS 신호를 수신, 이들 배의 위치와 방향, 속도 등을 함께 기록한다.
해양심판원은 두우 패밀리호의 VDR을 분석, 기존 목포 해상교통관제센터(VTS)와 진도 VTS 등 육상 기지국에는 없던 세월호의 AIS 신호 2개를 추가 확보했다. 또 세월호의 속도가 오전 8시 39분 19노트에서 6분 뒤 18.3노트로 점차 느려진 사실도 확인했다.
그러나 해양심판원은 세월호가 변침, 즉 방향을 튼 시점을 전후한 29초 간의 항적을 찾는 데는 실패했다. 육상 AIS 기지국의 세월호 항적 기록에서도 발견되지 않았던 29초와 동일 시점이다. 세월호는 오전 8시48분44초부터 8시 49분 13초까지 29초간 10도 변침했고, 이후 변침각도가 점점 커지면서 끝내 전복됐다.
따라서 이 ‘사라진 29초’를 복원하는 것은 세월호 침몰의 진상을 규명하는 핵심 열쇠다. 하지만 하필 이 때 항적이 없는 것에 대해 해양수산부는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정부 AIS 시스템을 유지 보수하고 있는 지엠티 이근석 대표는 “AIS기지국을 운영하면서 AIS 신호가 29초동안 수신되지 않은 경우는 없었다”며 “세월호의 AIS 신호가 발신되지 않았거나, 급변침에 의해 이상 신호가 나온 경우 등 여러 가지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뉴스타파는 또 세월호의 사고시점이 오전 8시로 기록된 사고보고서를 새로 입수했다. 현재 공식 사고 발생 시각보다 50여분 앞서는 것이다.
청해진해운을 관장하는 한국해운조합 인천지부는 세월호 사고 당일 세월호 선원과 전화 통화를 한 뒤 이 보고서를 작성했다. 보고서에는 16일 오전 8시 55분 인천해경 상황실로부터 세월호의 위치를 문의받았고, 9시 10분 세월호 3항사와 통화해 배가 왼쪽으로 기울어졌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또 5분 뒤에는 세월호 1항사와 직접 통화했으며, 해경에 구조요청을 전달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뉴스타파는 보고서 작성 담당자와 결재권자에게 사고 일시를 오전 8시로 기재한 이유를 확인하려했으나 두 사람 모두 세월호 사건과 관련해 구속된 상황이어서 확인이 어려웠다. 진도군청은 세월호 침몰 당일 사고 발생 시간을 16일 오전 8시25경으로 기록한 상황보고서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발송해 논란을 빚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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