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선실세 최외출의 제자들... 그들은 이렇게 교수가 됐다

2022년 08월 30일 17시 38분

"용서 안 해. 전부 감방에 다 보낼 거예요. 괘씸한 xx들. 가차 없이 쫓아낼 거예요. 내가 기다리고 있어요. 조금만 있으면 검찰 처분이 나오고..."
최외출 영남대학교 총장은 뉴스타파가 최근 입수한 녹음 파일에서 이같이 말했다. 
최외출 총장이 복수를 다짐하는 듯한 발언을 한 시점은 지난 2020년 9월 25일.  업무상 배임과 사기 등의 혐의로 고발됐다가 대구지검으로부터 혐의 없음 처분을 통보 받기 4개월 전이다. 최외출 총장은 지난해 1월 무혐의 처분을 받았고,  한 달 뒤 영남대 제 16대 총장에 취임했다. 

마침내 갈라선 영남대 비선 실세와 막후 조력자

3시간 분량의 녹음 파일에는 최외출 총장과 최 총장이 '학장님'으로 높여 부르는 김광수 영남대 명예교수와의 대화가 담겼다. 지난 40여년 간 제자와 은사, 영남대의 비선실세와 막후 조력자로서 협력했던 두 사람은 영남학원 이사 선임 문제를 놓고 사이가 벌어졌다.   
지난 2020년 9월 25일 녹음된 최외출 영남대 총장(당시 교수)과 김광수 명예교수와의 대화에서 발췌.
최외출 총장이 김광수 명예교수를 영남학원 이사로 선임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자, 김광수 명예교수는 최 총장과 관련된 채용 비리 의혹을 제기했다. 가장 먼저 거론된 사람은 최 총장의 고등학교 1년 후배인 이재모 영남대 새마을국제개발학과 교수다.
이재모 교수는 2007년 임용될 당시 영남대에서 뒷말이 무성했다는 후문이 있다. 대구카톨릭대학에서 정년을 보장 받은 이재모 교수가 정년이 보장되지 않는 데다 재임용 및 승진 기회도 제한된 비정년 트랙에 응모했다 떨어졌는데 불과 6개월 뒤 훨씬 경쟁이 치열한 정년 트랙에 도전해 성공했기 때문이다. 
최외출 총장은 이재모 교수의 임용 과정을 이렇게 설명했다.
정확한 것은 이거예요. (이재모 교수가) 비정년 계열에 서류를 냈는데 떨어졌어요. 6개월 뒤 정년 계열을 뽑았어요.야(이재모 교수)가 업적이 돼서 들어왔는데 심사를 했어요. 내가 심사위원회에 들어갔어요. 이재모가 나한테서 2등을 받았어요.우동기(당시 영남대 총장)하고 사이가 나쁠 때예요. 그래서 내가 학장님한테 그랬잖아요. 내가 우동기하고 사이도 나쁘고, 야(이재모 교수)가 나한테 인정받았다, 내게 1등 받으면 인마(우동기 당시 영남대 총장)가 안 시켜줄 거다. 그러니까 학장님이 "이재모하고 YWCA 인가 누군가가 우 총장하고 잘 안다 카더라" 그래 가지고 학장님이 거기다 부탁했을 거예요. 학장님이 우동기를 잘 아는 사람 거기에서 (인사청탁을)했어요. 내가 1등을 줬으면 우동기는 떨어뜨릴 거다. 그래서 내가 야(이재모 교수)를 1점 차이로 2등 줬어요.

지난 2020년 9월 25일 녹음된 최외출 영남대 총장(당시 교수)과 김광수 명예교수와의 대화에서 발췌.
 
최외출 총장의 발언을 정리하면, 당시 심사위원으로서 이재모 교수 임용을 돕기 위해 일부러 1점 차의 2등을 줬고, 우동기 당시 영남대 총장과 사이가 나빠 이재모 교수가 임용에서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김광수 명예교수에게 전달했다. 이에 김광수 명예교수는 YWCA 관계자를 통해 우동기 당시 영남대 총장에게 인사 청탁을 했다는 것이다.  

최외출 총장 제자들의 논문 표절

김광수 명예교수는 최외출 총장이 오래 전부터 영남대 학사 운영을 농단했다며 올해 초 '영남대학교 이대로는 안 된다'는 제목의 책자를 발간했다. 책자에는 최외출 총장의 제자인 이양수 영남대 새마을국제개발학과 교수의 논문 표절 의혹이 담겨있다. 이양수 교수가 밀양대 행정학과 교수로 재직하던 2004년 8월 한 학술지에 게재한 논문이 이미숙 영남대 휴먼서비스학과 교수가 2003년 12월에 쓴 석사학위 논문을 표절했다는 주장이다. 이미숙 교수는 이양수 교수의 아내다. 
그러나 이양수 교수는 논문 표절 의혹은 허위라고 주장하면서 김광수 명예교수에게 내용증명을 보내 관련 문서를 모두 파기할 것을 요구했다. 
뉴스타파는 이양수 교수가 학회에 투고한 '대구지역 NGO의 정책과정별 참여에 관한 연구'와 이미숙 교수의 석사 학위 논문 '지방정부 정책에 대한 NGO의 역할 분석'을 입수해 비교했다. 제목과 저자만 다를 뿐 이양수 교수의 논문은 아내의 석사 학위 논문을 오려 붙여 만든 것이나 다를 바 없었다. 총 15페이지로 구성된 이양수 교수의 논문은 서론 일부와 본문 중 4개 문단, 결론의 9개 문단 중 1개를 제외하고 이미숙 교수의 석사 학위 논문을 똑같이 베꼈다. 
이양수 교수가 지난 2004년 한 학회에 투고한 논문(사진 오른쪽)의 결론이 이미숙 영남대 교수의 석사학위 논문(사진 왼쪽)의 결론 부분을 가위로 오려 붙인 듯 일치했다.   
뉴스타파는 이양수 교수가 논문을 표절하면서 저지른 어처구니 없는 실수도 발견했다. 이미숙 교수는 석사 학위 논문에서 '정책과정과 NGO의 역할'을 설명하면서 동의대 석사학위 논문과 주성수 한양대 교수의 논문을 인용했고, 각각 18번과 19번의 각주를 달았다. 그런데 이양수 교수는 각주 18번과 연결된 동의대 석사학위 논문 내용을 인용하면서 마치 주성수 교수의 논문 내용을 옮겨 적은 것처럼 잘못 표기했다. 
이양수 교수는 뉴스타파와의 전화 통화에서 "연구 윤리적인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못해 논문을 자진 철회했다"며 "표절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학회인만큼 표절이라는 말은 조심해야 한다"며 표절 사실을 부인했다. 이양수 교수는 또 2007년 6월 30일 학회에 논문 게재 취소 요청을 했으나 당시 학회가 연구 윤리 제정 후 재심의 하기로 결정했고, 2012년 8월 논문 게재 취소를 다시 신청해 같은 해 11월 논문 게재가 최종 취소됐다고 주장했다. 
뉴스타파는 해당 학회에 이양수 교수의 주장이 사실인지 질의했지만, 학회 측은 관련 기록이 남아있지 않아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이양수 교수는 논문을 자진 철회했다고 주장하지만 공교롭게도 이 교수가 논문 게재 취소 요청을 한 2007년과 2012년은 최외출 총장 제자들의 논문 표절 의혹이 제기된 시기와 일치한다.
2007년 이양수 교수는 영남대 교원 모집에 응모했다가 임용 심사 과정에서 아내의 논문을 표절한 사실이 드러나 고배를 마셨다. 당시 이성근 전 영남대 교수가 문제를 제기했다. 이성근 교수는 2011년 7월 대구경북연구원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듬해 이양수 교수는 논문 표절 전력에도 불구하고 영남대 교수로 임용됐다. 
이양수 교수가 재차 논문 게재 취소를 신청하기 한 달 전인 2012년 7월 대구경북연구원에 재직했던 최외출 총장의 또다른 제자인 이동수 산림복지연구개발센터장이 돌연 사표를 냈다. 이동수 센터장의 박사학위 논문이 계명대의 석사학위 논문을 표절한 사실이 뒤늦게 들통났기 때문이다. 이동수 센터장의 박사 학위 논문 지도 교수는 최외출 총장이다. 최외출 총장과 경쟁 관계였고, 이양수 교수 임용을 반대했던 이성근 전 영남대 교수가 대구경북연구원장에 취임한 뒤 이동수 센터장의 논문 표절 문제가 처음 공론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동수 센터장은 뉴스타파와의 전화 통화에서 "그때 너무 힘들고 해서 1년 정도 쉬었다. 그게 전부다"며 개인적인 사유로 사직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김광수 명예교수는 "이동수 센터장의 지도교수인 최외출 총장이 자신한테 불똥이 떨어질까 두려워 사표를 내도록 강요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최외출 총장은 사퇴압력 의혹을 부인하면서 학교 홍보 담당자를 통해 "이동수 센터장이 졸업한 후 표절이라는 소문이 있어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관련 규정과 절차에 따라 처리했다"는 답변을 보내왔다. 그러나 논문을 표절한 제자를 길러낸 것에 대한 도의적인 사과는 없었다. 오히려 심사 과정에서 아무도 표절 사실을 발견하지 못했다며 당시 박사학위 심사 위원들에게 책임을 떠넘겼다. 

비선 실세의 제자들, 박근혜 정부 때 대거 교수 임용

비선실세였던 최외출 총장의 제자들은 박근혜 정부 당시 영남대에 무더기로 임용됐다. 이양수 교수의 아내 이미숙 교수는 2014년 3월 영남대 박정희새마을대학원 교수에 임용됐다. 부부가 같은 대학에서 교수로 임용되는 일은 흔치 않다. 게다가 영남대 교원 임용 지침에는 대학공채전문위원회가 채용 예정 인원의 2배수를 면접 심사 대상으로 추천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이미숙 교수는 단독 후보로 추천돼 면접을 통과했다. 영남대는 당시 38개 분야 중 7개 분야에서 단독 후보가 면접을 봤고, 이중 6개 분야 6명이 최종 합격했다며 특혜 의혹을 부인했다. 
이에 대해 당시 면접을 진행했던 한 심사위원은 "법대와 의대 등 특수성이 있는 학과를 제외하고, 일반 단과대에서 면접 후보자를 단 1명만 추천하는 것은 굉장히 이례적인 일"이라고 반박했다. 
뉴스타파는 의대와 법대를 제외한 타 학과에서 임용 후보자를 1명만 추천한 사례가 있었는지 물었지만, 영남대는 답변을 거부했다. 

박사 학위 따고 한 달만에 교수로 임용되기도

이미숙 교수와 같은 해 임용된 김정수 영남대 군사학과 교수 역시 최외출 총장의 제자다. 최 총장과 같은 고향 출신인 김정수 교수는 2014년 2월 박사 학위를 취득한 지 한 달 만에 교수로 임용됐다.
육군사관학교 출신인 김정수 교수의  박사 학위 논문은 '학군장교(ROTC)의 리더십 향상을 위한 교육프로그램 개선방안'이다. 새마을운동 전도사인 최 총장의 연구 분야와 전혀 관련 없는 학문 분야지만, 최 총장이 지도교수를 맡았다.   
새마을운동 전도사인 최외출 영남대 총장은 교수 시절 자신의 연구 분야와 동 떨어진 학군장교 리더십 관련 박사 학위 논문의 지도 교수를 맡았다. 해당 논문은 2014년 통과됐고, 한 달 뒤 논문의 저자는 영남대 교수로 임용됐다. 
최외출 총장의 또 다른 제자인 안지민 교수는 2015년 영남이공대 기계학과 교수로 임용됐다. 당시 영남이공대는 '새마을정신과 리더십'이라는 교양 과목을 신설해 학생들에게 수업을 듣게 했다. 주로 안지민 교수가 수업을 담당했다. 그런데 안지민 교수의 박사학위 논문 주제는 '장래 수요를 기반으로 한 노인주거단지 개발'이다. 새마을정신과 리더십이라는 강의 주제와는 동떨어져 보인다.  안지민 교수는 변호사를 통해 "학교의 교원 모집 공고를 보고 지원해 임용된 것이며, 교원 임용과 최외출 총장을 연결하는 것은 잘못된 견해"라는 입장을 전해왔다. 
하지만 영남이공대 김진규 교수회장은 안지민 교수의 임용이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영어라든지, 국어라든지, 수학이라든지 정말 필요한 부분의 교수 충원은 없었다"며 "당시 교양과목이 계속 없어지는 추세에서 안지민 교수를 충원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과연 최외출 총장이 박근혜를 등에 업고 영남대의 비선실세로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았다면 그의 제자들이 정년제 교수 임용의 좁은 문을 통과했을지 의문이다. 
제작진
촬영김기철, 이상찬
편집정지성
CG정동우
디자인이도현
출판허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