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기고] 윤석열 탄핵되면 정보공개소송은 각하?

지난 10일, 서울고등법원에서 대통령비서실의 특수활동비·특정업무경비·업무추진비 집행 정보와 수의계약 내역을 공개하라는 판결이 선고됐다. 일부 비공개 정보를 제외하고 나머지 정보는 공개하라는 취지의 일부 승소 판결이다.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뉴스타파와 시민단체가 승소했다.
뉴스타파와 3개 시민단체(세금도둑잡아라,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함께하는 시민행동)가 함께 진행하고 있는 권력감시 프로젝트 일환으로 정보공개 소송을 제기한 것이 2022년 8월 17일이었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 100일째였다. 이로부터 2년 5개월 만에 2심 판결까지 나온 것이다.

‘시간과의 싸움’인 대통령실 정보공개소송

소송 대상이 된 정보는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81일(2022년 5월 10일~7월 29일) 동안 사용한 특수활동비·특정업무경비·업무추진비와 같은 기간 대통령비서실이 맺은 수의계약 내역이다.
81일 동안만 정보공개 소송의 대상이 된 이유는 정보공개청구 한 시점이 2022년 7월 29일이었기 때문이다. 미래의 정보에 대해 정보공개청구를 할 수 없으니, 청구 시점 이전까지의 정보만 소송 대상이 되었던 것이다. 
그런데 통상적으로는 일단 정보를 공개하라는 판결이 확정되면, 그 이후의 정보도 공개되기 마련이다. 행정기관이 법원의 판결 취지를 무시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검찰 특수활동비도 2017년 1월부터 2019년 9월까지 정보를 공개하라는 확정판결이 나왔는데, 이를 근거로 뉴스타파와 시민단체가 2019년 9월 이후 자료에 대해 정보공개 청구하자, 검찰은 공개했다.    
그런데 대통령비서실의 경우에는 독특한 문제가 있다. 대통령의 경우 임기가 끝나면, 모든 자료를 대통령기록관이라는 별도의 기관으로 이관하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대통령 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대통령 기록물법”)」에 따라 이뤄지는 일이다.
이관이 되면 대통령실에는 기록이 없게 된다. 그리고 대통령기록물을 이관하면서 최대 30년 동안 보호기간을 설정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이관을 받은 대통령기록관은 보호기간 동안 정보를 공개하지 않아도 된다.
이런 특성이 있기 때문에 대통령실을 상대로 한 정보공개소송은 ‘시간과의 싸움’일 수밖에 없다. 대통령 임기가 끝나기 전에 최종 확정판결을 받아서 정보를 공개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이 싸움에서 성공한 사례는 없다. 박근혜 전 대통령 시절, 필자가 원고가 되어서 정보공개 소송을 진행하고 있었는데,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이 되는 바람에 기록이 전부 대통령기록관으로 이관됐다. 탄핵 당시에 소송의 2심이 서울고등법원에서 진행 중이었는데, 결국 이 소송은 ‘각하’ 판결을 받았다. 기록이 전부 대통령기록관으로 이관되었기 때문에, 대통령비서실에는 더 이상 기록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각하됐다. 1심에서는 필자가 일부승소 판결을 받았었는데, 아무런 소용이 없게 된 것이다.
이런 일은 또 있었다. 문재인 정권 시절, 한국납세자연맹이 제기한 특수활동비 공개 소송이 2심 진행 중이던 때에 문재인 전 대통령 임기가 끝났다. 그래서 한국납세자연맹도 소송 대상 자료가 대통령기록관으로 옮겨져 대통령비서실이 더는 보관하지 않다는 이유로 2024년 2월 1일, 서울고등법원에서 각하 판결을 받았다.
그래서 대통령실을 상대로 한 정보공개 소송은 대통령 임기 전에 확정 판결을 받아야 하는 시간과의 싸움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일찍부터 시작한 윤석열 대통령실 상대 소송

그래서 윤석열 정권이 들어선 이후 대통령비서실 상대 정보공개 소송을 일찍 시작했다. 2022년 7월 29일 뉴스타파 박상희 기자가 정보공개 청구를 했고, 대통령비서실이 정보공개를 거부하자 8월 17일 소장을 접수한 것이다. 소송대리는 필자가 맡았다. (관련 기사 : 권력의 최정점, 대통령비서실이 쓴 세금을 공개하라 2022.8.18.
그리고 1심 판결을 2024년 1월 11일에 받았다. 일부 승소였다. (관련 기사 : 윤석열 대통령비서실 상대 행정소송 잇따라 승소 2024.1.16.)
이때까지는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했다. 윤석열 대통령 임기가 끝나기 전에 대법원까지 최종 확정판결을 받을 수 있는 시간이 충분해 보였다. 그런데 갑자기 변수가 생겼다.
지난해 12월 3일, 내란이 일어났고, 그로 인해 윤석열 대통령은 머지않아 탄핵될 상황이기 때문이다. 헌법재판소에서 변론 절차가 진행 중이지만, 명백한 내란 행위를 한 내란 수괴 피의자인 대통령을 파면시키지 않을 방법이 없다.
탄핵이 되면, 조기 대선이 치러지게 된다. 그리고 대통령기록물 이관 절차가 시작된다. 대통령기록물법에 따르면 조기 대선 당일까지 모든 대통령기록물을 대통령기록관으로 이관하도록 되어 있다. 그러면 대통령비서실을 상대로 진행하고 있는 모든 정보공개 소송들은 각하될 가능성이 높다. 각하가 되지 않더라도, 더 이상 대통령비서실에는 기록물이 없으니, 소송을 한 의미가 없게 된다.
물론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이 대법원에 상고를 하지 않으면 당장이라도 정보가 공개될 수 있다. 그러나 정진석 비서실장에게 그런 일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이번에 판결이 난 특수활동비·특정업무경비·업무추진비·수의계약 건 외의 다른 정보공개 소송에 대해서도 정진석 비서실장은 줄줄이 대법원에 상고해 왔다. 어떻게든 공개 시간을 지연시키려고 하는 것이다.
그러니 지금은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탄핵으로 인해 정보공개가 안 되는 역설적인 상황이 벌어지게 된 것이다.

윤석열·김건희 부부 각종 의혹 검증 위해 대통령실 예산 공개돼야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을 둘러싼 각종 의혹들에 대해 진상을 규명하려면 정보공개가 필수다. 특히 대통령비서실 등이 국민세금을 어떻게 써 왔는지에 대해 검증하려면 정보공개가 반드시 필요하다.
윤석열 정권의 경우, 대통령실 이전 과정에서부터 각종 예산 사용에 문제가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내란을 준비하는 데 예산이 사용되었을 수도 있고, 법관이 발부한 영장 집행을 방해하는 데에도 국민 세금이 사용되었을 수 있다. 김성훈 경호처 차장이 주도해서 이뤄졌다는 ‘윤비어천가’ 제작에도 세금이 사용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또한 윤석열이 탄핵소추되던 시점에 남아있던 특수활동비 등 예산이 제대로 관리되고 집행되었는지에 대해서도 검증이 필요하다.

원포인트 법 개정 필요, 보호기간 지정 남발도 막아야

따라서 지금은 대통령기록물법을 원포인트 개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정보공개 소송이 진행 중인 기록물에 대해서는 이관을 보류하고, 법원 판결이 확정된 이후에 정보공개 의무를 이행하고 나서 이관을 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관이 보류된 기간 동안 기록물을 봉인해둘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야 국민들의 ‘알권리’도 보장될 수 있고, 윤석열 대통령실의 예산사용과 각종 의혹 등에 대한 검증과 진상 규명이 가능해질 수 있다.
또한 탄핵이 될 정도로 심각한 잘못을 저지른 대통령이 탄핵으로 인해 정보공개를 회피할 수 있게 되는 ‘이상한 상황’을 막으려고 해도 법 개정을 해야 한다.
한편, 탄핵된 대통령의 경우에 대통령 권한대행이 대통령기록물을 이관하게 되는데, 이때 보호기간 지정을 남발하지 못하게 하는 것도 필요하다. 모든 대통령기록물에 대해 보호기간을 지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일정한 요건(예를 들면 군사ㆍ통일ㆍ외교 관련 비밀기록물)이 충족될 경우에만 보호기간을 지정할 수 있게 되어 있다.
문제는 요건이 안 되는데도 보호기간을 지정하는 경우가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다는 데 있다. 특히 탄핵될 정도로 잘못을 저지른 대통령의 경우에는 그럴 가능성이 높다.
보호기간 지정이 남발되면, 그만큼 진상규명도 어려워진다. 최대 30년까지 설정가능한 보호기간이 지정되면, 그 기간 동안에는 고등법원장의 영장이 있는 등 예외적인 경우에만 자료 접근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탄핵된 대통령의 기록물에 대해서는 객관성·중립성이 보장되는 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보호기간을 지정하도록 하는 내용으로 대통령기록물법을 개정하는 것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탄핵이 임박한 상황이므로, 국회의 신속한 논의가 필요하다. 
제작진
공동기획 세금도둑잡아라,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함께하는시민행동
소송 하승수 전문위원(변호사)
취재박중석
영상취재 오준식
편집 김은
웹디자인 이도현
웹출판허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