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타파 X 참여연대, '대통령실 직원 명단 공개' 소송 돌입

2022년 10월 07일 17시 20분

뉴스타파와 참여연대가 윤석열 대통령 비서실을 상대로 직원 명단을 공개하라는 공동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현재 대통령실은 소속 직원 명단을 국민들에게 거의 공개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국내 여러 공공기관이 전체 직원 명단을 공개하고 있고, 해외 주요국도 대통령·총리 사무실 직원의 이름·담당업무 등을 공개하지만, 우리 대통령실은 '공정한 업무 수행에 지장이 있고 사생활 침해가 우려된다'는 이유로 비공개를 고수하고 있다. 

'사적 채용', '불공정 채용' 논란... 근본 이유는 '정보 불투명성'

윤석열 대통령 취임 이후 대통령실을 둘러싼 사적 채용, 불공정 채용 논란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와 인연이 있는 인사들이 대통령실 직원으로 채용됐고, 일명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 관련자들도 여럿 대통령실 직원으로 채용된 사실이 드러났다. 
대통령실 인사를 두고 논란과 잡음이 계속되는 이유는 간단하다. 대통령실에서 누가, 어느 부서에서,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가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고 있어서다. 대통령실은 출입기자들에게도 직원 명단을 알려주지 않는다.  
서울 용산구에 있는 대통령실 전경. 현재 대통령실은 국민들에게 소속 직원이 누구인지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지 않다. 
현재 대통령실이 웹사이트를 통해 공개하고 있는 직원 수는 총 56명으로, 대통령비서실 46명, 국가안보실 10명이다. 모두 고위공직자 재산 공개 대상인 정무직, 1급 이상 공무원이다. 그 이하 공무원들은 전면 비공개하고 있다.
대통령비서실·국가안보실 직제 규정의 공무원 정원표에 따르면, 대통령비서실의 전체 직원은 443명, 국가안보실은 22명이다. 결국 대통령비서실이 정원의 10% 정도만 공개하고 있는 것이다. 90% 정도의 직원은 감시의 눈 밖에 있다.

대통령비서실 "직원 명단 공개하면 사생활 침해" 주장

뉴스타파는 지난 8월 11일 대통령비서실에 직원 명단을 공개하라는 내용의 정보공개청구를 냈다. 세금으로 일하는 대통령실 공무원이 누구인지 아는 것은 국민의 알권리에 해당한다고 생각해서다. 정보공개 대상은 공무원 정원표를 기준으로 5급 이상 직원 288명. 취재진은 이들의 이름과 직위·직급·소속 부서·담당 업무를 모두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8월 29일, 대통령비서실은 '전면 비공개' 결정을 내렸다. 대통령비서실 직원 명단이 정보공개법 9조(비공개 대상 정보) 1항 5호에 있는 인사관리에 관한 사항으로 '공개될 경우 업무의 공정한 수행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한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정보'라는 게 이유였다. 또 직원 명단은 개인정보이기 때문에 '사생활의 비밀 또는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뉴스타파의 대통령비서실 직원 명단 정보공개청구에 대한 대통령비서실의 정보비공개처분 통지서. 대통령비서실은 직원 명단을 공개할 경우 '공정한 업무 수행에 현저한 지장이 있고, '사생활을 침해할 수 있다'며 전면 비공개 결정을 내렸다. 
대통령비서실의 주장이 얼마나 황당한지는 정보공개법만 봐도 알 수 있다. 정보공개법 9조 1항 6호는 '개인정보로서 공개될 경우 사생활의 비밀 또는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정보는 비공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직무를 수행한 공무원의 성명과 직위'는 예외로 뒀다. 한마디로 공무원의 이름과 직위는 공개 대상이라는 뜻이다. 
행정안전부가 발간하는 '정보공개 운영안내서'를 봐도 대통령비서실이 내세운 '인사관리에 관한 사항'은 학력·근무성적·집 주소·주민등록번호·징계 내역·휴가사유 등 내밀한 개인정보에 국한된다. 공무원의 이름과 부서·직위·담당 업무가 비공개 대상이라는 내용은 없다. 대통령실의 주장이 위법적인 주장에 해당한다고 봐야 하는 이유다. 

국내 주요 공공기관은 모두 직원 명단 공개... 영국은 '총리 선물 내역'까지 공개

그렇다면 대통령실을 제외한 다른 공공기관들은 어떨까. 뉴스타파는 주요 행정기관(중앙 행정부·처·청) 51개와 지방자치단체(특별시·광역시·도) 17개를 전수조사했다. 경찰청과 검찰청·공수처·국정원·금감원 등 수사 업무를 담당하는 기관과 국방부·외교부·통일부 등 외교상 기밀 업무를 취급하는 부처를 제외한 전 부처가 직원 이름과 소속 부서는 물론 이들이 쓰는 사무실 전화번호까지 웹사이트에 공개하고 있었다. 검찰청의 경우 직원 명단은 공개되지 않지만, 검사실 배치표를 공개하고 있었다.  
서울시와 부산시, 경기도 등 17개 지방자치단체와 산하 기초자치단체도 전체 직원 명단을 공개하고 있다. 시장·도지사부터 9급 공무원까지 이름·소속 부서·담당업무·부서 전화번호를 알 수 있었다. 
법무부 웹사이트. 우리나라의 대다수 정부부처는 웹사이트를 통해 직원들의 이름과 소속부서, 사무실 전화번호를 공개하고 있다. 
대통령실 주장이 엉터리라는 것은 해외 사례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미국 백악관은 매년 의회에 직원 명단을 보고하고, 백악관 웹사이트를 통해 공개한다. 담당 업무·정규직 여부·급여 액수까지 나온다. 
일본 내각부는 직원의 이름과 소속 부서, 직급을 모두 공개하고 있고, 독일 총리청도 웹사이트에 상세 조직도를 공개해 직원이 어느 부서에서 어떤 업무를 수행하는지 모든 국민이 알 수 있게 한다.  
영국 내각 사무실은 직원 명단 뿐 아니라 고액 연봉을 받는 공무원들의 명단까지 공개한다. 고위급 직원의 지출·접대·선물 내역, 특별고문이 주고받은 선물도 공개한다. 총리의 선물·해외여행·접대 내역, 별장 손님 명단도 공개 대상이다. 이처럼 해외 주요국들은 점점 더 정보 투명성을 위해 나아가고 있지만, 유독 우리 대통령실만 시대를 역행하고 있다. 
영국 정부는 고액 연봉을 받는 고위공무원 명단과 내각 사무실 소속 고위공무원의 선물·접대·미팅 내역, 총리가 주고받은 선물 내역까지 매년 수차례 웹사이트를 통해 공개하고 있다. (출처 : 영국 정부 웹사이트)

뉴스타파·참여연대, 대통령실 상대 '직원 명단 공개' 공동소송 시작

뉴스타파는 참여연대와 함께 지난 5일, 대통령실을 상대로 서울행정법원에 '대통령실 직원 명단 정보공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대통령비서실의 '직원 명단 정보 비공개처분을 취소해달라'는 내용이었다. 대통령실 주장의 위법 여부를 따져보기 위한 목적도 있었다. 
지난 5일, 뉴스타파와 참여연대는 대통령실을 상대로 서울행정법원에 '대통령비서실의 직원 명단 정보 비공개처분을 취소해달라'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시민단체인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이하 정보공개센터)도 대통령비서실을 상대로 지난 9월 26일 직원 명단 정보공개소송을 제기했다. 정보공개센터 소송을 대리하는 임자운 변호사는 "정보공개법의 취지를 봐도 그렇고, 법원 판례를 봐도 공공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정보를 비공개할 때는 굉장히 엄격해야 한다는 판시가 여러 차례 나왔다. 공무원도 아닌 법무부 사면심사위원회 등 외부위원의 명단도 밝히라는 게 법원 판단이다. 이번 사건에서 대통령비서실이 주장하는 비공개 사유가 정당화될 수 있는 판결은 나올 수 없다"고 말했다. 
대통령비서실은 지난 6월 말 정보공개센터의 정보공개청구에 대해 '직원 명단 공개 시 로비·청탁의 위험이 있다'며 비공개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이에 대해 임자운 변호사는 "직원 명단 등 정보가 공개됐을 경우 사적 채용과 같은 문제가 더 많이 드러날 수 있다는 위험성을 대통령실 스스로도 알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봐도 지금도 누군가는 대통령실 직원이 누구인지 알고 있습니다. 소수의 개인이나 네트워크에만 정보가 알려져 있을 경우와 국민 전체가 알고 있을 경우, 어느 쪽이 로비·청탁의 위험이 더 심할까요. 지금처럼 막무가내로 직원 명단을 비공개해서 일부만 그 정보를 알고 있다면, 대통령비서실은 우리나라에서 제일 효과적인 로비 창구로 전락할 위험이 있습니다. 

임자운 변호사
뉴스타파 취재진은 대통령실에 연락해 직원 명단 비공개 결정과 이번 행정소송에 대한 입장을 묻기 위해 연락했지만, 대통령실은 아무런 답변도 하지 않았다. 뉴스타파는 앞으로 대통령비서실과의 소송 진행 과정을 상세히 보도할 예정이다.
제작진
취재홍주환
촬영김기철 이상찬
편집정지성
CG정동우
디자인이도현
출판허현재
공동기획참여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