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부민원㉖ 윤석열 대통령이 해촉 재가한 김유진 방심위원 업무 복귀

2024년 02월 28일 19시 00분

윤석열 대통령이 해촉을 재가했던 김유진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 위원이 다시 방심위에 복귀한다. 해촉된 지 42일만이다.
어제(27일) 서울행정법원은 김 위원이 낸 ‘해촉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였다. 법원은 “해촉처분 취소 등 청구 사건의 판결 선고시까지 김유진 위원이 방심위원 지위에 있음을 임시로 정한다”고 판결했다. 
지난 1월 12일 류희림 위원장과 여권 추천 방심위원들은 김유진 위원 해촉을 결정했고, 닷새 뒤인 1월 17일 윤석열 대통령은 이를 재가했었다. 
김유진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
해촉 사유는 두 가지였다. 김 위원이 방심위 회의 안건 의견서를 언론에 배포해 비밀유지의무를 위반했고, 정치적 목적으로 회의를 방해해 방심위 명예를 실추시켰다는 것이었다.
먼저, 김 위원이 비밀유지의무를 위반했다는 사건은 지난 1월 3일에 있었다. 류희림 위원장의 ‘청부 민원’ 의혹이 터져 나온 뒤 야권 추천 위원(김유진, 옥시찬, 윤성옥)들이 임시 전체회의를 소집했다. 안건은 류 위원장의 ‘청부 민원’ 의혹 진상규명 방안 마련과, 방심위 신뢰 회복 방안 마련 방안 논의였다. 그러나 회의에 참석해야 하는 류 위원장은 이날 목동 사무실에 출근하지 않았다. 대신 방심위 서초사무소 직원들과 점심약속을 잡았다. 이날 회의는 류 위원장과 여권 추천 위원(김우석, 황성욱, 허연회)들의 불참으로 결국 무산됐다.
류희림 위원장이 야권 위원들이 소집한 회의에 참석하지 않고 서울 모처 한 식당에서 발견됐다.
회의가 무산되자 김유진 위원은 방심위 취재 기자들에게 백브리핑을 통해 안건에 대한 의견서를 나눠주고 설명했다. 이때 나눠준 문서를 두고 류 위원장과 여권 위원들은 ‘김 위원이 비밀유지의무를 위반했다’며 해촉을 결정한 것이다. 
그러나 법원은 “배포된 문건은 이미 공개된 안건 내용을 설명한 것이고, 류희림 ‘청부 민원' 의혹에 대한 조사를 제안할 뿐 개인이나 단체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비밀로 보호할 내용이 포함돼 있지 않다"고 판단했다. 고의적 회의 방해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김 위원이 이에 대하여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오히려 공공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판시했다.

법원 “류희림, 방심위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훼손한 행위”

이번 판결문에서 주목할 부분은, 법원이 ‘류 위원장이 방심위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훼손했다고 판단한’ 부분이다. 재판부는 “청부 민원 의혹이 사실일 경우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 제5조 제1항,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임직원 이해충돌 방지 규칙」 제4조 제1항에 따라 뉴스타파 인용 보도에 관한 심의를 요구한 직무관련자가 사적이해관계자라는 사실을 신고하거나 회피를 신청하지 않은 채 2023.11.13. 열린 방심위 전체회의에 참여한 것은 방심위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훼손할 우려가 있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했다.
지난 11월 13일 방심위 전체회의에선 뉴스타파 인용보도를 한 방송사 4곳에 과징금 액수가 결정됐다. 류 위원장은 이날 심의에 참여해 MBC, KBS, JTBC, YTN에 대한 과징금액을 결정했다.
지난해 11월 13일 방심위 제23차 전체회의록 중 일부. 류희림 위원장이 참석해 여권 위원들과 JTBC 보도에 대한 과징금 액수를 논의한 내용이다.

정연주 위원장은 기각... 김유진 위원은 인용, 왜?

지난해 8월 18일 해촉된 정연주 위원장이 냈던 집행정지 신청은 기각됐었다. 윤석열 대통령의 해촉건의안 재가 '처분'이 부당하다며 집행정지를 신청한 사건이었는데, 당시 법원은 “방심위는 국가공무기구가 아니라 민간독립기구이기 때문에 '처분'으로 볼 수 없다”는 이유로 기각했다.
그러나 김유진 위원은 윤 대통령 뿐 아니라 대한민국을 상대로 '계약 해지'가 무효라는 점을 들어 집행정지 신청을 했다. 법원은 여전히 윤 대통령 해촉 '처분'의 부당함은 기각했지만, '계약 해지'가 무효라는 주장은 받아들였다. 이런 법원 판단에 대해 김유진 위원의 법률대리인인 정민영 변호사는 “대통령의 처분에 대한 법률상 효과가 대한민국에 귀속된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유진 위원은 다음주부터 방심위 회의에 복귀한다. 김 위원은 “일단 복귀했으니 회의장에 들어가서 목소리를 내야 하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야권 추천 위원인 윤성옥 위원은 김 위원과 옥시찬 위원의 해촉 이후 방심위 전체회의 보이콧을 선언한 상태다. 김유진 위원과 비슷한 시기 해촉된 뒤 '해촉 집행정지' 신청을 낸 옥시찬 위원에 대한 법원 판단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류 위원장은 여전히 뉴스타파 보도로 제기된 ‘청부 민원’, ‘셀프 심의’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제작진
디자인이도현
출판허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