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정의

“경찰 팔 꺾지 않았다”...대법원 무죄 확정

2015년 11월 26일 12시 55분

경찰의 음주 단속에 항의하다 경찰의 팔을 꺾었다며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기소돼 유죄 판결을 받았던 박 철(53) 씨가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대법원은 26일 검찰의 상고를 기각하고 원심을 확정했다. 청주지방법원 형사1부(부장판사 구창모)는 지난 8월 19일 충북 충주에 사는 박 씨의 위증 사건 항소심 재판에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한 바 있다.

당시 청주지법은 경찰이 촬영한 동영상을 토대로 “피고인이 경찰의 팔을 잡아 비틀거나 한 일이 없음에도 (경찰이) 갑자기 무슨 이유에서 인가 폭행을 당한 것인 양 행동한 것으로 볼 여지가 높다”고 판시했다. 당시 청주지법의 판결은 앞서 두 번의 대법원 유죄 확정 판결을 뒤집은 것이었다.

박 씨는 지난 2009년 경찰의 음주 단속에 항의하다 경찰의 팔을 꺾어 공무집행을 방해했다는 혐의로 입건됐고 대법원에서 벌금 200만 원의 확정 판결을 받았다. 박 씨의 재판에 증인으로 나선 부인 최옥자 씨가 위증죄로 유죄 판결을 받아 교육공무원직에서 파면됐고, 아내의 재판에 증인으로 섰던 박 씨가 다시 위증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아왔다. 2014년 4월 1심에서는 벌금 500만원 형을 선고 받았으나 올해 8월 2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고 이번에 대법원 확정 판결까지 받은 것이다.

세 사건은 모두 박 씨가 경찰의 팔을 꺾었느냐가 핵심 쟁점이었다. 이번에 대법원이 청주지방법원의 2심 판결을 그대로 인정하면서 박 씨가 경찰의 팔을 꺾지 않았다는 사실이 인정된 것이다. 박 철 씨와 부인 최옥자 씨는 이번 대법원 판결을 토대로 이미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공무집행방해 사건과 부인의 위증 사건에 대해서도 재심을 청구할 예정이다.

▲ 26일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박 철(사진 오른쪽) 씨와 부인 최옥자 씨.
▲ 26일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박 철(사진 오른쪽) 씨와 부인 최옥자 씨.

이날 선고를 받은 박 철 씨는 “긴 날 동안 마음 졸이면서 살아왔는데 오늘 같은 날이 올 것을 믿고 있었다”며 “저와 함께 끝까지 무죄를 밝히기 위해 애써주신 박 훈 변호사, 안혜정 변호사, 고상만 인권운동가, 뉴스타파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부인 최옥자 씨는 “제가 유치원에 복직을 하면 안전한 생활을 위해 애쓰는 분들이 경찰관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 지 걱정이 된다"며 “빨리 교육 현장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이번 재판은 형사사건 임에도 불구하고 대법원이 사건을 접수(9월 17일)한 지 약 2개월 만에 선고를 내렸다. 박 훈 변호사는 “같은 사안으로 세 번 기소한 것 자체가 사법 사상 초유의 일”이라며 “(공무집행방해 사건으로) 대법원에 가서 유죄 판결 받은 것을 다시 뒤집은 사건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검찰이 박 씨를 위증 혐의로 기소하지 않았다면 첫 번째 공무집행방해 사건도 재심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얻지 못했을 것이다. 박 씨 부부와 변호인은 앞선 두 사건의 항소심 재판부에 재심을 청구할 예정이다. 거기서 무죄를 선고 받고 검사가 상고하지 않을 경우 단심으로 재판이 끝날 수도 있다.

최옥자 씨도 위증 사건에서 다시 무죄 판결을 받으면 교직에 복직할 수 있다. 안혜정 변호사는 “최옥자 씨가 다시 무죄 판결을 받으면 유치원 교사에서 파면됐던 당연 퇴직 사유가 없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별도의 재판 절차 없이 복직하는 것도 가능하다”며 “다만 그동안의 급여는 예산을 집행하는 문제라 재판 결과를 받아오라고 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팔이 꺾였다고 주장하는 경찰관에 대해서는 음주운전 단속 당시의 불법체포, 재판 과정에서의 위증 등의 혐의를 검토할 수 있다. 다만 박 씨 부부가 고발을 한다고 해도 검찰이 기소하지 않을 경우 경찰에 대한 처벌은 어려워진다.

충주경찰서는 지난 8월 언론의 보도가 나간 후 네티즌들의 비판이 빗발치자 홈페이지에 ‘공식 입장’이라는 글을 올려 “한 번의 실수로 부부의 꿈이 무너진 점은 안타깝게 여기지만 분명한 사실은 그 실수는 본인이 한 것이고, 경찰관은 묵묵히 인내하면서 그 소임을 다한 것으로 경찰의 공무집행방해 입건은 정단한 것이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면서 네티즌들에게 “대법원 판결을 기다려 달라”고 덧붙였다.

충주경찰서 언론 담당자는 이번 대법원 확정 판결에 대해 “아직 당사자에게 (재판 결과를) 들은 게 없다”며 “일단 본인에게 확인을 해 보겠다”고 말했다.

한편 팔이 꺾였다고 주장했던 박 모 경사는 지난 8월 2심 판결이 난 후 뉴스타파 등 언론사을 상대로 언론중재위원회에 중재와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대법원 선고가 있었던 26일 언론중재위에서 심리가 열렸고 조정은 불성립됐다. 박 경사는 “당시 음주 운전 단속은 기습적인 단속이 아니라 정당한 공무집행이었으며, 박 씨가 팔을 꺾은 게 맞다”고 주장하고 있다.

※ 관련 기사 - 경찰의 팔은 누가 꺾었나“경찰 팔 꺾지 않았다”…6년 만에 무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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