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지역 방문 일정 기획도 명태균에 의존하며 ‘체리 따봉’

2025년 01월 14일 22시 30분

윤석열 대통령이 2021년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 당시, 경쟁자였던 홍준표 대구시장의 고향인 창녕을 포함해 경남 주요 지역을 방문했던 일정을 명태균 씨가 짜고 기획했다는 사실이 뉴스타파 취재로 새롭게 확인됐다.
명 씨가 기획한 대로 창녕 방문이 언론에 호응을 얻자, 윤 대통령은 1대1 텔레그램 대화방에서 명 씨에게 ‘체리 따봉’ 이모티콘을 보냈다.
대선 기간, 윤석열 캠프 내에 아무런 직함·직책이 없던 명 씨가 윤 대통령의 ‘비선 참모’ 역할을 했다는 증거가 또 나온 것이다.

명태균 “윤 후보자, 창녕 방문이 제일 중요”... 윤석열 일정·동선 직접 기획

2021년 9월 18일, 당시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였던 윤 대통령이 경상남도를 방문했다. 먼저 찾은 곳은 창녕으로, 홍준표 대구시장의 고향이다. 당시 언론은 윤 대통령이 창녕 방문을 통해, 경쟁자인 홍 시장을 성공적으로 견제했다고 평했다.
그런데 뉴스타파 취재 결과, 윤 대통령의 창녕 방문은 ‘명태균의 기획’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11월 19일, 명 씨는 검찰에 “윤 후보의 경남 방문 일정을 자신이 짰다”면서 아래와 같이 진술했다.
○명태균: 저는 경남지역 일정만 짰고, 경북지역 일정은 짜지 않았습니다. 다만 저에게 중요한 것은 (윤석열 후보가) 홍준표의 고향인 창녕을 방문하는 것이었습니다.
●검사: 창녕은 윤석열 후보자의 경쟁상대였던 홍준표 현 대구시장의 고향인데, 윤석열 후보자가 창녕을 방문하는 일정은 피의자(명태균)가 기획하여 넣은 것이 맞는가요.
○명태균: 맞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대로 윤석열 후보자가 창녕을 방문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였습니다.

2024년 11월 19일, 명태균 씨의 검찰 진술

윤석열-명태균 텔레그램 대화 내역에도 남아 있는 경남 방문 일정 논의 기록

이 같은 명 씨의 검찰 진술은 윤 대통령이 명 씨와 나눈 1대1 텔레그램 대화 내역을 통해서도 확인된다.
▲2021년 9월 14일, 윤석열-명태균 텔레그램 대화 내역 (출처: 검찰 수사보고서)
윤 대통령의 경남 방문 나흘 전인 2021년 9월 14일 오후 5시 1분, 명 씨가 윤 대통령에게 한글 파일을 건넨다.
파일명은 ‘경남일정-2.hwp’. 제목으로 봤을 때, 검찰 진술 내용 그대로 창녕을 포함한 윤 대통령의 경남 방문 일정의 얼개를 명 씨가 잡은 문서로 추정된다.
▲2021년 9월 16일, 윤석열-명태균 텔레그램 대화 내역 (출처: 검찰 수사 보고서)
이로부터 이틀 뒤인 2021년 9월 16일 아침. 이번에는 윤 대통령이 명 씨에게 ‘경북경남방문일정계획안.hwp’라는 한글 파일을 보낸다.
곧이어 명 씨가 “감사합니다”라고 답하고, 윤 대통령은 캡처 이미지 파일도 한 장, 추가로 전송했다. 윤 대통령이 자신의 경남 방문 일정표를 캡처해 보낸 것이다. 명 씨는 “고맙습니다. 총장님~^”이라고 답했다. 
▲2021년 9월 16일, 윤 대통령이 명 씨에게 공유한 자신의 경남 방문 일정표 (출처: 검찰 수사 보고서)
일정표에는 시장 5곳의 방문 일정이 시간대별로 적혀 있는데, 명 씨가 기획·제안한 대로 창녕이 윤 대통령의 첫 번째 방문지로 돼 있다.

윤석열, 홍준표 고향 창녕 방문 직후 명태균에 ‘체리 따봉’ 이모티콘 전송

윤 대통령은 실제로 2021년 9월 18일에 창녕을 방문했다. 그 직후 명 씨는 윤 대통령에게 텔레그램으로 기사 링크 하나를 보냈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홍준표 고향 창녕 찾아 추석 민심 살펴’라는 제목의 기사다.
▲2021년 9월 18일, 윤석열-명태균 텔레그램 대화 내역 (출처: 검찰 수사 보고서)
곧이어 윤 대통령은 명 씨에게 ‘체리 따봉’ 이모티콘을 보냈다. 명 씨가 기획한 대로, 언론이 윤 대통령의 창녕 방문에 좋은 반응을 보이자, 윤 대통령이 만족의 표현을 명 씨에게 한 것이다.

명태균, 검찰에 “윤 대통령 따라다니며 현장 반응 체크” 진술 

명 씨가 대선 기간, 윤 대통령의 ‘비선 참모’ 역할을 했음을 알 수 있는 명 씨의 검찰 진술은 또 있다.
윤 대통령은 창녕을 방문한 2021년 9월 18일 이날, 진주와 마산, 창원, 김해에도 연이어 들렀다. 당시 명 씨가 윤 대통령을 바로 옆에서 수행하는 영상이 지난해 MBC를 통해 공개된 바 있다.
▲2024년 11월 15일, MBC 뉴스데스크 보도 화면
지난해 명 씨를 조사한 검사가 이 영상을 콕 집으며, 명 씨에게 이때 무슨 역할을 했는지 물었다. 이에 명 씨는 “윤 대통령을 따라다니면서, 윤 대통령에 대한 현장의 반응을 체크했다”고 진술했다.
윤석열 캠프 내에 아무런 직함이나 직책이 없었던 명 씨가 대선 기간, ▲1대1 텔레그램방에서 윤 대통령과 소통하며 ▲비공표 여론조사 결과 보고서를 ‘공짜’로 제공한 것은 물론 ▲윤 대통령의 경남 방문 일정을 직접 기획하고 ▲언론 반응 등 현장의 여론 동향을 수집해 보고하는 등 윤 대통령의 ‘비선 참모’로 활동했다는 증거는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이를 통해, 윤 대통령이 당선 이후 명 씨에게 국회의원 공천권을 준 이유도 자연스럽게 설명된다.
검찰은 이 같은 윤석열-명태균 관계의 전모를 지난해 11월에 이미 파악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에 대한 조사는 진행하지 않았고, 지금도 침묵하고 있다.
제작진
취재임선응, 조원일, 봉지욱, 이명선, 박종화
편집정애주
웹디자인이도현
웹출판허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