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타파S : 존 크리스텐슨 조세정의네트워크 대표로부터 조세피난처를 듣다

2013년 08월 14일 01시 45분

우리는 지금 대기업이, 극소수의 대기업이 주도하는 글로벌 경제 속에 살고 있습니다. 엄청난 규모의 기업들을 보세요. 500개도 안 되는 대기업들이 막대한 이윤을 창출하면서 세계경제를 좌지우지 하고 있습니다. 또 그렇게 많은 돈을 버는 기업들이 세금은 내지 않으려고 조세피난처를 효과적으로 활용합니다.

이들 기업들이 세금을 제대로 내지 않게 되면 중소기업이나, 평범한 노동자, 소비자들이 세금을 부담할 수밖에 없게 됩니다. 그러면 결국 불평등이 더 커지는 세상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한국과 영국, 유럽, 미국까지, 세상의 불평등이 점점 심해지게 되는 겁니다.

세금 도피처(조세피난처)의 경제 규모가 어느 정도 되는지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는데요. 역외투자의 대부분, 그러니까 80% 이상이 세금도피처를 통해 이뤄지고 있거든요. 미화로 약 32조 달러인데, 이게 어느 정도 금액인가 하면, 백만 달러 뭉치 3천 2백만 개가 조세피난처에 있다는 얘기입니다.

지난 30년 동안 대형투자은행들의 개인자산관리 영업은 크게 성장해왔습니다. 보통 미화 4백만 달러 이상의 개인자산, 그것도 실제로 운용이 가능한 금융자사나 등을 보유하고 있는 진짜 알부자들이 고객이 되는데요. 투자은행들은 당연히 높은 수익이 보장되는 것이죠. 투자은행들은 대신 극도로 정교한 기법으로 자신들의 고객이 세금을 회피하거나 내지 않게 도와주는데요. 이를 위해 보통은 하나의 조세피난처가 아닌 복수의 조세피난처를 활용합니다. 은행 입장에서는 알짜 수익이 나는 영업이기 때문에 쉽게 포기할 수 없는 겁니다.

지난 30년을 되돌아보면요. 조세피난처의 활용이 눈에 띄게 증가했는데요. 조세피난처로 움직이는 엄청난 규모의 돈이 갈수록 많아지고 있고, 글로벌 다국적 기업들이 세금을 피하기 위해 조세피난처를 이용하는 경우도 크게 늘고 있습니다. 이게 차마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는데요. 규모도 커지고 있고요. 심지어 정부가 나서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공언하는 순간에도 더 많은 조세피난처가 생겨나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예를 들어 모리셔스의 경우 지난 10년 사이, 조세피난처로 급부상하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의아하게 생각하는 것 중 하나는 조세피난처가 있는 케이만 군도, 영국령 버진아일랜드, 버뮤다, 영국령 채널 제도 등 외따로 떨어진 섬들이 독립적이지 않다는 건데요. 흔히 보면요, 이런 작은 섬들의 조세피난처는 강대국과 정치적으로 연결돼 있습니다. 영국령 버진아일랜드나 영국령 채널 제도, 이름에서 벌써 풍기는 게 있죠. 이들 지역은 런던과 긴밀하게 연결돼 있고, 영국 정부의 보호를 받고 있습니다.

여러 국가의 세법을 보면요. 부자들의 이익에 부합하도록 변천돼 왔습니다. 정말 잘못된 일이죠. 이제는 진보적인 세금 제도를 보기가 어려워졌습니다. 부자들이 세금을 회피할 수 있는 길을 조세 세도가 열어주고 있을 정도입니다. 부자가 아닌 나머지 사람들은 더 많은 세금을 내도록 몰아가고 있고요. 이는 공교육과 의료 서비스에 써야 할 돈이 줄어든다는 사실을 뜻합니다. 사회기반시설 투자도 줄게 되겠죠. 연구개발 투자 또한 줄 수밖에 없고요. 그러니 모든 게 다 영향을 받는 셈입니다. 경제적 영향도 당연히 있습니다. 불평등이야말로 경제의 지속가능성을 해치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발표된 미국 연구진의 자료에 의하면, 한국은 경제규모와 비교할 때 전반적으로 자본 도피의 정도가 단연 수위권에 이르고 있습니다. 조세피난처에 있는 돈이 무려880조 원에 이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으니까요. 다시 말하면 조세피난처에 있기에 세금을 내지 않고 있는 한국인 자산 규모가 다른 대다수 나라보다 월등히 많다고 얘기할 수 있는 것이죠. 이는 명백히 아주 아주 심각한 문제입니다.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