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삼성의 위험한 공장⑤ 구멍난 '관리의 삼성'

2023년 04월 03일 18시 50분

최근 삼성전자 휴대전화의 부품을 만드는 베트남 하청업체에서 메탄올 중독으로 노동자 1명이 숨지고 36명이 중상을 입는 사고가 일어났다. 그런데 뉴스타파 취재 결과 삼성전자의 베트남 하청업체 관리 부실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삼성전자 베트남의 현지 협력사 공장에서 화재, 폭발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지만, 이에 대한 삼성의 협력사 관리 시스템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협력사 공장의 방재 관련 문제를 수차례 파악하고도 이를 장기간 묵인했다가 결국 인명 사고로 이어진 사례도 있었다. 잇따른 사고의 이면에 환경안전 관리보다 이윤을 우선하는 삼성의 조직 문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삼성이 자랑하는 협력사 관리 시스템, 잇딴 사고는 왜?

뉴스타파는 삼성전자 글로벌 공장과 그 협력사에서 발생한 환경안전 관련 문제점에 대해 연속 보도하고 있다. 이른바 '관리의 삼성'이라는 명성에 미치지 못하는 협력사 환경안전 관리 실태가 취재 과정에서 포착됐다. 앞서 보도한 협력사들의 유해물질 관리 실태 이외에도 방재 관리 상의 문제점이 취재를 통해 드러났다. 
취재진은 삼성전자 베트남의 2016~2018년 협력사 감독 자료를 입수해 분석했다. 자료에 따르면, 현지 협력사 10곳 중 8곳에서 소방 관련 문제가 적발될 정도로 전반적인 방재 관리가 부실한 상태였다. 실제 이들 협력사 공장에서는 기초적인 안전 관리 부실로 인한 크고 작은 화재, 폭발 사고가 끊이지 않는 상황이다. 스프링클러와 같은 소방 시설을 갖추고도 정작 제때 작동할 수 없도록 수동 설정해놔서 화재를 키운 2019, 2020년 화재가 대표적이다.      
△ 2019년 삼성전자 베트남 협력사에서 발생한 화재사건. 소방 시설을 수동 작동하도록 설정해놓은 기초적인 환경안전 관리 부실이 화재 피해를 키웠다.
문제는 삼성전자가 이들 베트남 협력사에 대한 환경안전 관리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음에도 상황이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의 자사 홍보자료와 전직 삼성전자 환경안전관리자 등의 증언 등을 종합하면, 삼성은 △ 체크리스트에 의한 자가 평가, △ 삼성전자 본사의 현장 점검, △ 3자 검증을 통한 개선 이행 결과 확인 등 3단계에 의해 협력사 환경안전 문제를 관리한다. 개선에 부진한 협력사에 대해서는 거래 관계 등에 페널티를 부여해 개선을 유도한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취재진이 들여다본 베트남 협력사 관리 실태는 이러한 설명과 달랐다. 삼성 내부 자료에 따르면, 매 분기 정기 점검 때마다 현지 협력사들에서는 수백 건에 이르는 소방, 방재 관련 지적사항이 반복적으로 나왔다. 같은 협력사가 같은 문제를 지적받는 상황이 지속되기도 했다. 형식적으로 관리 감독은 하고 있지만, 정작 개선 요구는 반영되지 않는 사실상 제자리걸음 상태였다. 

안전보다는 이윤, 결국 인명사고 불렀다

40여 년간 삼성그룹의 환경안전 관리자로 근무했던 제보자 강 씨는 반복되는 베트남 협력사 화재, 폭발 사건의 원인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대외적인 홍보와 달리, 실제 현장에서는 이윤과 효율을 위해 환경안전과 관련된 원칙이 종종 무시되곤 한다는 얘기다. 
결국 삼성의 시스템 문제겠지요. 일단 위에서는 언제까지 생산을 하라고 지시를 해요. 그러면 그냥 일사천리로 나가야 하거든요. 협력사의 환경안전관리 허가 업무를 하다 보면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윗선이 지시한 그 일정에 맞추긴 어려워요. 허가를 하려고 해도 뭔가 협력사가 개선을 하거나 제대로 해야지 허가를 낼 수 있는 것이잖아요. 문제 개선을 위해 노력하다가 어느 날 가보면 내 동의 없이도 그냥 허가가 다 돼 있어요. 환경안전 문제에 아랑곳없이 그냥 공장을 막 돌리고 있어요.

- 강ㅇㅇ / 전직 삼성전자 환경안전관리자
이러한 현실은 베트남 박닌에 위치한 한 베트남 협력사의 사례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이 협력사의 경우, 2017년 삼성으로부터 '환경안전 부진 협력사'로 지정된 이래 4년 넘게 각종 평가에서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제보자의 말에 따르면, 이 협력사는 베트남 정부의 소방 허가 절차도 건너 뛴 채 공장을 가동하는가 하면 작은 불이 나도 끌 수 있는 소방 시설이 없어서 소동을 치르는 등 문제가 끊이지 않았다고 한다. 
문제는 원청 삼성의 태도였다. 원칙적으로 삼성은 이 협력사에 경영적인 제재 조치를 통해 방재 관리에 대한 개선을 요구해야 했지만, 정작 삼성과 이 협력사와의 거래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당시 삼성전자 베트남의 환경안전 관리자였던 제보자는 경영진에게 이 협력사의 문제점에 대해 보고하며 시정 요구를 해달라고 요구했지만 묵인됐다고 한다. 거래 자체에만 문제가 없다면 그만이라는 식이었다. 협력사 감독을 통해 문제점을 적발하고 시정을 요구해도 사실상 강제성이 없었던 셈이다. 
▲ 2022년 삼성전자 베트남 협력사에서 폭발 사고가 발생해 노동자 34명이 부상당했다. 이 협력사는 삼성으로부터 환경안전 부진 협력사로 지정되는 등 꾸준히 방재 관련 지적사항이 나왔던 업체이다.   
결국 지난해 이 협력사에서는 폭발 사고가 발생해 34명이 다치는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집진기 내부의 먼지를 제거하지 않은 기초적인 관리 부실이 사고의 원인이었다. 이 협력사는 현재도 삼성전자와 거래하고 있다. 취재진이 입수한 삼성 내부 자료에 따르면, 이 협력사와 같이 삼성으로부터 각종 부적합 평가를 받고도 계속 공장을 가동중인 협력사는 15곳이 넘는다. 이 같은 실태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는 매년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등을 통해 해외 협력사 환경안전 관리 시스템을 홍보하고, 스스로에게 만점에 가까운 협력사 관리 점수를 부여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협력사 관리 부실에 대한 뉴스타파 질의에 대해 “전 세계 사업장에서 환경안전 관련 법규와 규정을 철저히 준수하고 있다"라며 “규정 미준수 등이 발생한 경우 즉각 개선 조치를 취하고 있다”라는 원론적인 입장만을 밝혔다.
제작진
촬영이상찬, 정형민
편집정애주
디자인이도현
CG정동우
출판허현재
취재김새봄, 오대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