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가 당면한 핵심 과제가 '언론개혁'임을 보여주는 뉴스타파 신작 영화 '족벌-두 신문 이야기'가 온라인(IPTV 등)과 전국 극장에서 절찬 상영 중입니다.뉴스타파는 영화 '족벌'을 더 흥미롭게 볼 수 있는 '족벌 관람 길잡이'로 <조선·동아 '누가누가 잘하나'> 시리즈에 이어 <족벌 플러스> 시리즈도 연재합니다.
<족벌 플러스>는 영화가 다루는 시대 상황, 중요 사건을 보다 잘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만한 중요한 에피소드를 기사로 전해 드립니다. 오늘은 세 번째 순서로 일제강점기 조선일보와 동아일보의 기사를 일제 정보기관은 어떻게 평가했는가를 뉴스타파가 최초로 입수한 일제 비밀문서를 통해 전해드립니다.
자칭 '민족지'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일제강점기에 일제의 '앞잡이' 역할을 한 보도를 수시로 내보냈다. 일왕 부부 사진을 1면에 대문짝만하게 싣거나 제호 위에 일장기를 올리고, 일제의 침략전쟁을 고무하고 찬양한 게 대표적이다.
조선을 식민지배하며 민족을 탄압하고 온갖 자원을 수탈한 일제는 이 같은 조선일보와 동아일보의 보도를 어떻게 평가했을까. 일제 때 조선과 동아의 친일반민족행위는 어느 정도 알려졌지만, 이 두 조선어 신문의 논조를 일제가 어떻게 바라봤는가는 지금까지 공개된 적이 거의 없다.
일제 강점기에 일본 내각정보위원회에 올라온 비밀보고서.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뉴스타파의 다큐멘터리 영화 '족벌-두 신문 이야기' 취재진은 우리의 국가기록원 격인 일본국립공문서관에서 일본제국주의 최고정보기관에 보고된 조선일보와 동아일보의 기사 평가 보고서를 최초로 발굴했다.
1937년 7월 16일자 조선일보 사설 '유언비어에 대하야'
1937년 7월 16일 조선일보는 '유언비어에 대하야'라는 제목의 사설을 게재한다. 일제가 제국주의 침략전쟁인 '중일전쟁'을 일으킨 지 열흘만이다. "비상시에 처하야 가장 무서운 것은 유언비어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이 사설은 유언비어를 "정신적, 육체적 전염병"이라고 규정하고 조선민중에게 전쟁의 원인에 의문을 품지 말 것을 강조하고 있다. 전쟁에 따른 민심 동요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사설이었다.
1937년 7월 20일자 일제 내각정보위원회의 비밀보고서 중 일부.
당시 일제의 최고정보기관 격인 내각정보위원회 비밀보고서에서는 이 조선일보 사설을 다음과 같이 평가했다.
"사변(중일전쟁)이 일어났을 때 조선 신문들의 태도는 매일신보 이외에는 몸소 나서서 사설을 게재해 국민을 고무시키고, 중국의 불신을 비난하려는 성의가 부족하였다. 그런데 (7월) 16일 동아일보, 조선일보를 시작으로 사설에서 뜬소문에 현혹되지 말고 사변을 정확히 바라보라고 경고했다. 물론 사변 보도 기사는 국론 통일을 기하며 충실하게 계속 게재하였다." -1937년 7월 20일 일제 내각정보위원회 척무성정보 조선 상황 중
이 사설이 나오고 4일 뒤인 1937년 7월 20일 조선일보는 "폭풍전야의 북지사변"이라는 제목의 전면 기사에서 일제의 입맛에 맞게 중일전쟁 발발 책임을 중국으로 돌리는 기사를 썼다. 일제의 중국 침략을 정당화한 내용이다.
1937년 7월 20일 조선일보에 실린 중일전쟁 관련 전면 해설기사.
이 기사가 나가고 이틀 뒤인 7월 22일, 일제 내각정보위원회에 보고된 비밀문서에는 이렇게 조선일보 기사를 칭찬하는 내용이 적혀 있다.
"조선일보는 20일 자에 처음으로 사변에 관한 해설 기사를 실었다. 이 같은 논조의 정신은 민간 조선 신문들이 창간한 이래 최초로 표현된 것이다." -1937년 7월 22일 자 일제 내각정보위원회 척무성정보 조선일반상황 중
1937년 8월 2일 조선일보 사설 '총후의 임무'
조선일보는 중일전쟁이 점차 격화되던 1937년 8월 2일 '총후의 임무'라는 사설을 게재한다. 조선일보의 수많은 친일부역보도 가운데 대표적인 사례다. 다음은 '총후의 임무' 일부분이다.
"북지사변(중일전쟁)이 중대화하기 시작하자 조선 역시 제국신민으로서 응분의 의무와 성의를 다하고자 시국대책을 강구·실시하고 있는 중 조선군사후원연맹은 그 가장 중요한 것의 하나이다. 조선군사후원연맹은 황군의 사기를 고무 격려하며, 출정장병으로 하여금 후원의 우려가 없이 제일선의 임무를 다하게 하여 총후(후방)의 임무를 다하고자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요는 국민 각 개인은 각자 힘 자라는데까지를 목표로 하고 응분의 성의를 다하는데 있을 것이다. 있는 이는 있는 이대로 기만원을 내는 것도 총후의 임무요, 출정 장병을 향하여 위로, 고무, 격려의 편지 한 장 보내는 것도 총후의 임무일 것이다."
조선일보가 이 사설을 게재하고 이틀 뒤 일제 내각정보위원회에 올라온 비밀보고서에는 이런 평가가 실려있다.
"조선어 신문의 논조도 차츰 일반의 기대에 가까워지고 있다. 특히 8월 2일 자 조선일보는 처음으로 사설에서 군사후원연맹 구성을 후원하는 동시에, 출정장병으로서 사명을 다하도록 조선인도 제국신민으로서 응분의 의무를 다하라고 격려했다." -1937년 8월 4일 자 일제 내각정보위원회 척무성정보 조선일반상황 중
일제의 최고정보기관 격인 일제 내각정보위원회에는 이렇게 수시로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를 칭찬하는 비밀보고서가 각 하부 정보기관에서 올라왔다.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창간 100년을 맞아 최초로 발굴된 이들의 과거다.
뉴스타파의 다큐멘터리 영화 '족벌-두 신문 이야기'는 IPTV 3사(KT Olleh TV, SK Btv, LG U+ TV)와 홈초이스(케이블TV VOD), 그리고 Seezn, U+모바일tv, 네이버시리즈온, CJ TVING, WAVVE, 구글플레이, 곰TV, 카카오페이지, 씨네폭스 등을 통해 만나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