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제로의 한반도, 김정은의 '파병 베팅'은 무엇을 노리나

2024년 11월 20일 18시 45분

지난달 북한이 병력을 러시아에 파병했다는 소식이 뉴스 지면을 덮었다. 북한이 파병한 병종(兵種)과 규모를 두고는 말이 엇갈린다. 하지만 '적지  않은 수의 북한 병력이 러시아에 있다'는 것 자체는 여러 소식통의 공통분모다. 북한과 러시아의 군사적 협력은 동북아 안보의 가장 중요한 의제로 떠올랐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북한 체제의 명운을 건 '베팅'을 한 걸까. 그렇다면 반복되는 질문은 '북한은 파병을 왜 했고, 러시아로부터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다. 국가 지도자가 자국 군대를 다른 국가가 수행하는 전쟁에 내보낸다는 것은 대가 없이는 생각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북한이 러시아로부터 무엇을 얻었는지는 한국의 안보에도 중요하다. 북핵이 한국의 최대 안보 위협인 가운데 일각에서는 북러 양국의 군사 협력이 결국 핵미사일 기술 협력까지 이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북러가 맺은 '총탄 위의 약속'을 제대로 봐야 하는 이유다.

북한의 칼날 위 선택

지난달 18일, 한국 국정원은 북한 특수부대 병력이 러시아 동부로 이동했다고 발표했다. 그간 우크라이나 언론을 통해 제기되던 북한군 러시아 파병설이 정보 당국에 의해 처음 확인되는 순간이었다. 
이어 북한 병력이 우크라이나 국경과 맞닿은 쿠르스크 지역으로 이동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베단트 파텔 미 국무부 대변인은 12일 "1만 명 이상의 북한 병사가 러시아 동부로 파견되었고, 그들 중 대부분이 쿠르스크주로 이동해 러시아군과 함께 작전에 투입됐다"고 밝혔다.
이달 12일과 13일에는 북한 병력이 전투에 투입됐다는 사실이 미국과 나토를 통해 공식 확인됐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은 벨기에 브뤼셀에 위치한 나토 본부에서 북한군이 실제 전투에 투입됐고, '말 그대로' 전투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국정원도 북한군이 전장에 배치된 상태라고 전했다. 
러시아 서부 쿠르스크 지역 (출처 : 구글맵)
북한의 폐쇄성을 고려하면 이는 최대 규모의 국경 개방이자 전례가 없는 일이다. 북한은 1960년대 베트남전에 파병한 적이 있다. 국방부 군사편찬연구소에서 발간한 <북한의 베트남 전쟁 참전>에 따르면, 당시 파병 인원은 연인원 기준 공군 1,000명, 심리전 100명, 특수전 1,000명 정도였다. 
북한은 이번 파병을 주민들에게 비밀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원은 국회 정보위에서 "북한이 러시아 파병 사실의 유출 확산을 의식해 내부 보안 대책을 마련 중"이라며 "군대 비밀누설 이유로 장교 휴대전화 사용 금지, 병사들 입단속, 파병 군인 가족들에겐 훈련 간다고 거짓 설명하는 정황도 포착했다"고 보고했다. 또 국정원은 북한 주민과 군인들의 내부 동요가 일부 감지됐다고 밝혔다. 
북한이 이러한 내부통제 위험을 감수하며 파병을 선택한 배경은 더 분석이 필요하지만, 북한의 경제 상황이 한 축이 됐을 수 있다. 한 북한 전문가는 뉴스타파와의 통화에서 "북한은 절박하다. 심각한 외화 고갈에 시달리고 있다. 외화를 획득하는 게 절체절명의 과제가 됐다"고 말했다. 
코로나 이후 나빠질 대로 나빠진 북한 경제 상황은 2024년 현재까지 회복되지 않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발간한 지난 7월호 '북한경제리뷰'는 코로나로 인한 국경 봉쇄 시기를 "절대적 결핍 현상이 일상화된 시기"라고 표현했다. 
코로나 사태 이전인 2019년 말 북중 교역액은 약 2억 5천만 달러였다. 코로나 사태를 겪으며 이 액수는 5천만 달러 이하로 크게 떨어졌다가 현재는 회복세에 있다. 지난 9월 기준, 북중 교역액은 약 2억 200만 달러로, 여전히 코로나 사태 이전에 못 미친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말 북한 내부에는 환율 폭등 현상까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보고서는 지난 7월 기준 북한 경제 상황에 대해 "(북한이) 동원할 수 있는 외환을 비롯한 여러 자원은 사실상 거의 고갈되어 코로나 상황에서 축적된 최소한의 교역 수요만큼도 제대로 해소하지 못하고 있으며, 이러한 현실을 반영하여 북한의 경제 주체들 사이에 서로가 외환 등 교역 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극심한 경쟁이 벌어짐으로써 환율 폭등과 같은 거시 경제적 불안정성이 전면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코로나 시기 이후 북한의 대중 교역액 추이(2018년 5월~2024년 6월) 그래프 (출처 : 한국개발연구원) . 위 보고서는 “2019년의 교역량 수준에도 못 미치는 정도에서 교역이 재개되고 있고, 더욱이 교역량 추세는 2024년 들어 오히려 하락하는 추세마저 보인다”고 분석했다. (출처 : KDI 한국개발연구원) 
우크라이나와 3년 가까이 전쟁을 치르고 있는 러시아도 여러 이유로 북한이 필요했을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한 가지는 경제적 유인이다. 강윤희 국민대 유라시아학과 교수는 뉴스타파와의 통화에서 "방대한 영토에서 3년 동안 쉬지 않고 전쟁을 했으니 무기도 계속 공급돼야 하고, 병력도 계속 공급돼야 했다"고 설명했다. 러시아 입장에서는 비용 대비 효용이 좋은 북한군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는 의미다. 
러시아가 전쟁 상황에 북한을 끌어들임으로써 서방에 긴장을 유발하고 나아가 협상력을 제고하기 위해 북한 병력 파병 카드를 썼다는 분석도 있다. 제성훈 한국외대 노어과 교수는 "확전의 공포를 서방에 심어주려고 했던 것 같다. 유럽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국제전이 될까 봐 두려워한다"고 말했다. 
이제 이 전쟁은 곧이어 있을 미국 정권의 변화를 앞두고 격화하고 있다. 내년 1월 20일이면 미국의 새 대통령이 취임한다. 이전 조 바이든 대통령은 우크라이나를 지원했지만, 신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당선되면 24시간 내에 전쟁을 끝내겠다"고 공언하는 등 러우 전쟁을 끝내겠다는 의지가 크다. 종전 협상이 급물살을 타기 앞서 각자의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서 양측은 더 격렬하게 싸울 수 밖에 없다. 
바이든 대통령은 임기를 두 달을 여 앞두고 우크라이나에 에이태큼스(ATACMS·Army Tactical Missile System)로 알려진 장거리 미사일을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고, 러시아는 '핵보유국의 지원을 받은 비핵보유국에 의한 공격도 공동의 공격으로 간주하겠다'며 핵 독트린(교리)를 개정했다. 
이어 현지 시간 19일 우크라이나가 이 장거리 미사일로 러시아 본토를 공격했다는 사실이 여러 외신에 보도됐다. 앞서 텔레그래프는 현지시간 11일, 푸틴이 쿠르스크 지역을 트럼프 취임 전까지 탈환하려고 한다고 보도했다. 

북한이 경제적으로 취할 수 있는 것

이처럼 트럼프의 취임은 러-우 전쟁의 중대한 국면이 될 전망이다. 미국의 중재 아래 종전 협상이 이뤄진다면 오래가지 않아 전쟁은 끝날 수도 있다. 전쟁이 끝나면, 그 다음은 '북한의 시간'이다.
북한이 러시아로부터 파병의 대가로 무엇을 받을 수 있을지 현재까지 명확히 알려진 것은 없다. 제이크 설리번 미국 국가안보보좌관은 지난 10일(현지 시간) 이 문제에 대해 "우리도 확실하게 알 수 없고, 솔직히 푸틴 대통령도 확실히는 모른다고 생각한다. 푸틴도 아마 북한에 뭘 해줄지 정확히 결정하지 못했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북한이 원하는 것은 크게 경제와 군사·안보 두 가지로 나눠 볼 수 있다. 북한이 이번 파병으로 러시아로부터 경제적 이익을 취할 것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간에 이견이 없다. 
일단은 파병된 북한 군인들의 월급이다. 국정원은 러시아에 파견된 북한 병력들의 한 달 월급을 약 2,000달러 정도로 추정했다. 구체적인 액수가 얼마가 됐든, 파병 군인들에게 지급된 월급 대부분은 북한 당국으로 유입될 것으로 보인다. 
석유나 전기 같은 에너지 관련 지원이 북한에 제공될 가능성도 높다. 전봉근 국립외교원 명예교수는 뉴스타파와의 통화에서 전기 발전소나 석유 같은 연료 지원 가능성을 언급했다. 전 명예교수는 “(러시아 정부가) 연료는 북한이 필요한 만큼 상당히 줄 것”이라고 봤다.  
러시아의 지원 아래, 북한의 전반적인 산업 역량도 향상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파병 이전부터  북한의 군수 산업은 러시아와의 협력 속에 활발해졌다. 김규철 KDI 북한경제실 연구위원은 지난 7일 한반도 평화 연구원 좌담회에서 "2023년 7월 세르게이 쇼이구 당시 러시아 국방장관이 방북을 한 이후 북한 군수공장 인근 야간 조도와 NO2(이산화 질소)가 증가했다. 김정은 위원장의 군수공장 시찰이 2020년 이후로 14번이 있었는데, 그 중 한 번이 2022년 1월이고 나머지 13번이 쇼이구 국방장관 방문 이후인 2023년 8월부터 2024년 9월까지다. 거의 군수 공장을 시찰하지 않다가 쇼이구 국방장관이 방북한 이후로 엄청나게 늘어난 것"이라고 말했다.
국정원이 "나진항을 출항하는 북한의 무기 선적 러시아 선박"이라고 공개한 사진. (출처 : 국가정보원)
그간 북한은 중국에 노동자들을 파견하는 방식으로 외화를 벌어왔다. 하지만 지난 7월, 중국이 북한 노동자들의 전원 귀국을 요구하는 등 언론 보도가 나왔다. 북중 관계에 이상기류가 감지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번 파병과 그로 인한 경제적 보상이 북한 경제를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을까. 전통적으로 북한은 경제적으로는 러시아보다 중국에 의존해왔다. 북한 경제에서 북중 무역은 북한 전체 교역액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에 따르면, 2023년 기준 북한의 교역 비중 99%는 중국, 베트남, 인도 3개국에 쏠려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이 중국의 대체재로 러시아에 눈을 돌렸을 가능성이 있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뉴스타파와 통화에서 "북한이 그동안 노동자들을 중국으로 보내서 돈벌이를 했는데 중국은 대북제재에 저촉되지 않으려고 미국의 눈치를 본다. 하지만 푸틴은 미국의 눈치를 보지 않는다"며 "중국에서 노동자들이 돈벌이를 하던 것을 못 하게 된 것에 대한 대체제로서 러시아를 선택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석 KDI 선임연구위원은 "(파병이 성공한다는 가정 아래), 북한이 정권의 명운을 건 파병이라는 결정을 내린 이유가 매우 체계적이고 장기적으로 심사숙고한 국가 자체의 전략적 판단에 기인한다면, 앞으로의 북한 경제는 이전까지와는 많이 달라질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러시아가 북한 경제의 대중 의존도를 어느 정도로 낮출 수 있을지, 북한 경제의 새로운 길이 될지는 지켜봐야 한다. 

최첨단 군사 기술 이전이라는 공포

다른 한편에는 군사적 협력이 있다. 일각에서는 러시아가 북한에 ICBM 재진입 기술이나 핵잠수함 기술, 혹은 기타 최첨단 군사 기술을 제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북핵은 한국의 최대 안보 위협이다. 러시아가 북한에 이 같은 핵무기와 관련 첨단 기술을 제공한다면 한국과 미국으로서는 상당히 민감한 일이다. 
가능성 자체를 배제할 수는 없지만, ICBM 재진입이나 원자력 잠수함 같은 첨단 기술 이전이 간단치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전봉근 국립외교원 명예교수는 "(어떤 무기나 기술을 이전한다고 했을 때) 지역의 불안정을 초래하고 세력 균형의 변동이 일어날 만하다고 하면 강대국은 그런 무기를 잘 해외 이전하지 않는다. 동맹인 미국 역시 한국에 제공하는 무기가 상당히 제한되어 있다"고 말했다. 전 명예교수는 "러시아도 NPT(핵확산방지조약) 멤버이기 때문에 최소한 자리를 지키려고 할 것"이라며 "ICBM 재진입 기술이나 전술핵무기 기술 등도 어느 개개인이 몰래 (이전) 하는 것은 가능할지 몰라도 국가가 체계적으로 북한을 지원한다는 것은 아닐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제 관계상 러시아가 북한에 할 수 있는 군사적 지원에는 제한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제성훈 한국외대 노어과 교수는 "러시아가 최첨단 기술을 주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며 "중국하고도 협의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는 한미일 삼각 군사 협력과 대북 제재 장기화로 인해 한반도의 균형이 무너졌다고 판단한다. 때문에 한반도에서 재균형을 확보하고 동쪽의 안보를 강화하기 위해 북한의 군사적 역량을 지금보다는 키워야 한다고 본다. 하지만 이는 세력 재균형을 말하는 것이지, 러시아가 북한을 강대하게 만들어준다는 것이 아니다. 러시아가 치명적인 무기를 북한에게 이전했다가 나중에 그 후과를 어떻게 감당하려고 하겠냐"고 반문했다. 

그럼에도 분명한 군사적 이점 

첨단 기술 이전 가능성은 신중하게 본다고 해도, 북한이 러시아로부터 얻어낼 수 있는 군사적 지원은 많다. 실전 경험이라는 무형의 자산을 포함해, 여러 기술이 거론되고 있다.  
현실성이 높은 기술 협력으로 정찰 위성이 꼽힌다. 정찰 위성 발사와 ICBM은 기반 기술이 비슷하다. 북한이 정찰 위성 발사 문제를 두고 미국과 갈등을 빚은 것도 이 때문이다. 
북한이 러시아로부터 정찰 위성 기술을 지원받게 되면 북한은 군사 정찰 위성 고도화를 이룰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정찰 위성이 북한에게 가장 중요하다"며 "러시아와의 협력을 통해 북한이 자체적인 정찰 위성을 갖게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재래식 무기 현대화와 공군 기술도 언급되고 있다. 북한이 가진 재래식 중화기, 전투기, 탱크 등은 과거 소련제가 많다. 전봉근 교수는 "북한의 재래식 무기들은 다 50, 60, 70년대에 만들어진 것들이며 이제는 부품도 없을 것”이라며 “그런 것들을 지원받을 가능성이 열렸다"고 전망했다. 북한의 열악한 공군 기술을 발전시키기 위해 비행기 기체 제조 기술이나 부품·재료를 원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북러 협력이 단기적인 것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이고 장기적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6월 정상회담을 갖고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을 체결했다. 이 조약 4조는 "한 쪽이 전쟁 상태에 처하면 유엔 헌장 51조와 북한·러시아 법에 준해 군사적 및 기타 원조를 제공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전쟁시 상호 군사 원조를 제공하겠다는 내용이다. 
시드니 사일러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 선임 고문은 뉴욕타임스와 인터뷰에서 "북한의 장기적 목표가 미국과 동맹국들에게 더 큰 위험일 수 있다"며 "이제 북한이 생존을 위한 길을 찾았다(Now he’s got a path to survival). 김정은은 푸틴과 친구가 됐다"고 말했다. 

안개 속의 한반도

김정은의 특수전 훈련 참관 사진. (출처 : 국가정보원)
북-러 양국의 밀착을 바라보는 우리 입장은 갑갑할 수밖에 없다. 러시아의 경제, 군사 자원이 북한으로 이전되면 북한의 역량이 커지고 안보의 위험도 커진다. 상황은 엄중하지만 지금으로서는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다. 
남-북과 한-러 관계가 모두 나빠진 상황에서 우리 정부의 선택지는 적다. 북한, 러시아의 행동을 저지할 영향력이 사실상 전무하다. 이런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가 내놓는 메시지는 설익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북한의 파병설이 공식화되자 '우크라이나에 살상 무기를 지원해야 한다'는 등 과도하게 흥분하는 모습을 보였다. 신중하게 국가 이익을 판단해야 할 시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에 따라 방정식은 더 복잡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간 김정은 위원장과의 우호 관계를 자랑해왔다. 이에 따라 북미 정상회담의 가능성도 제기되지만, 우리나라의 대북 영향력이 떨어진 지금 북-미 협상에서 우리 정부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핵을 암묵적으로 용인하는 전제로 북미 협상이 이뤄질 시나리오도 제기된다. 말하자면 미국의 북핵 정책이 '비핵화'가 아니라 '핵 군축'이 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정세현 전 장관은 "트럼프는 북한을 두고 '핵을 너무 많이 가질 필요는 없다'는 식으로 말했다. 이는 다시 말하면 핵보유를 인정해 주겠다는 얘기로도 볼 수 있다. ‘핵 확산’만 하지 말라는 얘기"라고 말했다. 
트럼프 당선인의 발언에 호응하듯,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18일 "핵무력 강화 노선은 이미 불가역적인 정책으로 된 지 오래"라며 비핵화 불가 방침을 밝혔다. 다만 미국이 비핵화 노선이라는 오래된 북핵 정책 노선을 실제 변경할지는 지켜볼 문제다.
러시아와의 관계에도 여지가 있다. 러시아의 극동(연해주) 개발 문제 등 한-러 양국이 협력해야 할 과제가 있기 때문이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러시아는 지금도 극동, 연해주 개발을 하는 데 한국이 진출해 주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그래서 북한군 파병 얘기가 나왔을 때도 러시아 쪽에서 우리는 한국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싶다는 식의 메시지를 내고 있다"며 "전쟁이 끝나고 숨을 돌리고 나면 그런 시기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정부의 의지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은 러시아와의 동맹 구조를 갖는 것 자체로 억지력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더욱 더 러시아와의 관계에 매달릴 가능성이 있고, 미국 트럼프 행정부 4년 동안은 더욱 돌이키기 어려운 상황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 남북 관계는 회복하기 어려울 정도로 더 멀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제작진
디자인이도현
출판허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