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

복지없는 복지전선

2013년 03월 08일 11시 50분

<앵커 멘트>

 

복지가 대한민국의 최대 과제로 떠오른 지금, 복지를 실현하는 중책을 맡은 사회복지사들이 잇따라 자살하는 사태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복지의 손과 발이고 혈관인 이들 사회복지사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이근행 피디가 취재했습니다. 

 

 

<이근행 PD>

지난 2월 26일. 성남시에 한 주민센터 사회복지 담당 공무원 정 모 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주민센터 동료 공무원]

“직원들이 서로 미안해하고 또 보듬어주지 못한 부분이 있어서 미안해서...서로 죄책감이 들어서...만약에 자기 옆에 직원이 누가 죽었어, 그럼 어떻겠어요, 아 내가 이 여직원을, 직원을 챙겨주지 못했는데, 자꾸 옆에 와가지고, 왜 죽었어요 왜죽었대 찌르면 어떻겠어요. 똑같아요.”

 

결혼을 불과 석 달 앞둔 시점이었습니다. 어렵게 그녀의 약혼자를 만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 또한 사회복지사였습니다.

 

[정씨의 약혼자 송00씨]

“아주 극도로 심각하게 스트레스를 받았어요. 한 3주 전부터. 나 정말 너무 힘들다. 차라리 그냥 사라지고 싶다. 여기서 그냥 사라지고 싶다.”

 

인근 주민센터에서 근무하는 사회복지담당공무원 또한 자신이 그녀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다는 사실에 고통스러워했습니다. 그녀는 죽기 전 그에게 과중한 업무 스트레스를 하소연 했다고 합니다.

 

[주민센터 동료 공무원]

“일단은 낮에 했으면 좋겠는데 그게 안되니까 밤에 하는거죠, 그 처리하는거죠. 낮에는 거의 민원업무처리 그런 것 하고, 틈틈히 공민작업도 하긴 하는데. 이제 못하니까 남으니까, 잡무가 남으니까. 그래서 그것을 처리하는 거죠.”

 

[정씨의 약혼자 송00씨]

“결혼준비는 밤에 퇴근하면 10시나 11시에 퇴근하면 이제 1시간씩 카페나 이런데 가서 이야기하고 그랬어요. 보통 헤어지면 11시 반? 헤어지고 집에 오면 12시…”

 

어렵게 공무원 시험에 합격하고 사회복지사의 길을 함께 걸으려 했던 그는, 약혼자의 갑작스런 죽음 앞에서 삶의 방향을 송두리째 잃어버렸습니다.

 

[정씨의 약혼자 송00씨]

“모든 동의 사회복지공무원들이 다 지금 정신적으로 피폐해져 있거든요. 일부 공무원들은 지금이라도 정신과치료를 받아도 이상이 없을 정도로 많이 지금 힘들어하는 걸로 알고 있어요.”

 

송씨는 고민 끝에 사회복지사의 길을 포기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성남시의 경우 복지담당 공무원 전담 수는 136명입니다. 한 사회복지사 1인이 담당해야 할 인원이 5천명입니다. 38만 세대, 100만명이 넘는 성남시의 규모에 비춰 턱없이 적은 숫자입니다. 시는 복지관련 일선 업무 대부분을 민간에 위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민간복지사들의 근무여건은 훨씬 더 열악하기만 합니다.

 

이곳은 시의 위탁을 받아 청소년들을 돌보고 있는, 그룹홈이라 불리는 소규모 공동생활 가정입니다. 두 명의 생활지도원 복지사가 12시간 맞교대로 숙식을 함께하며 6명의 아이들을 돌보고 있습니다.

 

[이옥선 아동청소년그룹홈 생활지도원]

“부모의 사랑을 못받은 친구들이라서 제 아이들처럼 사랑을 해준다고 해도…뭐라고 해야 될까...반항심도 많고 그리고 제가 간섭하는 것도 싫어하기도 하고...”

 

그래서 솔직히 아이들로부터 받는 상처도 많습니다. 또 생활습관이 잡혀있지 않고, 외출이나 귀가도 제멋대로인 때가 많아 함께 기숙해야 하는 복지사들이 편히 잠들지 못하는 시간이 많습니다. 근래에 벌써 몇 사람이 버티지 못하고 떠났습니다.

 

[이옥선 아동청소년그룹홈 생활지도원]

“지금 시간당 급여가 4천8백 60원으로 제가 알고 있거든요. 저희 같은 경우에는 거기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한달평균 받는 급여는 어느정도인가요?)

“저 같은 경우는요. 공식적으로 나와 있는 것이 120만원 정도 됩니다.”

 

[송병숙 아동청소년그룹홈 시설장]

“국회의원 올해 연봉에서 1인당 연봉에서 2천만 원이 올랐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런데 저희연봉 솔직히 2천만 원 안되거든요. 국회의원 분들도 좀 들어주셨으면 좋겠어요.”

 

[송병숙 아동청소년그룹홈 시설장]

“저도 생활인이니까 생활을 해야 하니까, 그리고 저도 좀 나이가 있다 보니까 노후걱정이 되거든요. 그러니까 그런 거 저런 거 계산을 하다보면 당연히 ‘아 여기서는 도저히 살아 갈 수가.. 내 생활이 되지가 않겠구나’ 라면 당연히 떠날 생각을 먼저 하게 됩니다.”

 

사람들이 잠자리에 들 시간, 사회복지사 이남철 씨의 일이 시작됩니다.

 

주차장을 둘러보는 그의 발걸음이 바쁩니다.

 

[이남철 성남노숙인종합지원센터 복지사]

(있을까요?)

“아무래도 며칠 전에 제가 나왔을 때는 있었거든요.”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가는 이때가 가장 동사하기 쉬운 위험한 시기입니다. 이남철 씨가 찾는 이는 바로 노숙자들입니다.

 

다행히 무사합니다.

 

[이남철 성남노숙인종합지원센터 복지사]

“식사는 어떻게 하세요, 최근에?”

(식사는 아까...)

“어제도 이거 내가 봤어”

(여기저기 뭐야...저...)

“술 좀 드시지 마세요. 술 좀 드시지 마시고”

 

이 사람은 벌써 며칠째 주차장에서 노숙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도대체 어느나라 말인지 알아들을 수 없습니다. 이 사람을 안전한 곳으로 이끄는 것이 그의 임무입니다.

 

이남철 씨는 성남지역 3개 구를 책임지고 있습니다.

 

[이남철 성남노숙인종합지원센터 복지사]

“네. 밤 늦게 나갑니다, 주로.”

(몇 시 정도까지?)

“몇 시가 없습니다. 노숙인이 발생이 됐다 그러면 그 분을 저희가 케어 해야 되기 때문에 스케줄을 그분한테 맞춰야 되는 거죠.”

 

노숙자들을 상담하고 설득하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이남철 성남노숙인종합지원센터 복지사]

“모란역 7번출구에요. 7번출구로 이렇게 나오면 이제 들어가셔서 주무시고 샤워하시고 이러실 수 있고요.”

 

(순찰은 보통 몇시쯤 끝나시나요)

“보통 1시 30분 정도에서 2시, 요정도.”

 

이남철 씨가 일하는 곳은 노숙인들에게 숙박을 제공하는 임시보호시설입니다. 사무실 뒤편에 마련된 비좁은 공간에 서른 명의 노숙인이 숙박할 수 있습니다. 이곳에서 노숙인들은 샤워를 하고 새 옷을 갈아입고 하룻밤을 보낼 수 있습니다.

 

지금은 3교대지만 통상 복지사의 근무형태는 2교대. 오전 9시에 출근해 다음날 10시에 퇴근합니다. 그리고 하루를 쉰 다음 또다시 근무가 시작됩니다.

 

[김희철 성남노숙인 종합지원센터 주임]

“저희는 잘 수가 없는 게 일을 해야 되기 때문에 잘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술 취한 사람이 오면 싸워요, 이 안에서. 어떤 사람은 커터칼 들고 위협하고 그래요. 그럼 저희가 제지를 하고 내보내고 하는데 그런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거죠. 굉장히 위험하죠.”

 

강도 높은 노동, 상시적 위험에 노출된 민간 복지사들. 이것이 복지 최전선의 현실입니다. 밤새워 일하고도 월 평균 급여는 200만원에 불과합니다. 한 가정의 가장인 복지사들은 한 푼이라도 아끼기 위해 직접 세끼 밥을, 난방도 들어오지 않는 좁은 방에서 해먹고 있습니다.

 

[김희철 성남노숙인 종합지원센터 주임]

“만약에 부부가 같은 사회복지사라고 하면 수급자를 벗어나지 못 할 거라는 판단이 들어요.

그 정도에요 급여가.“

(가정이 다 있으신거죠)

“네 다 가정이 있죠.”

(그럼 가장이실텐데 지금 월급으로 생활하시기에)

“못합니다. 지금 대출금 갖고 있습니다.”

 

[김광수 성남시사회복지협의회 회장]

“저희는 사실 정치권에 대한 기대가 없어요. 왜냐면 이것도 이제 사회복지를 우롱하는 거죠. 해마다 계속 이런 문제가 나왔지만 지금까지 개선 된 것이 거의 없었거든요.”

 

올 대선의 화두는 복지였습니다.

 

그러나 복지가 실현되는 최일선, 공공과 민간 영역 모든 부분에서 활동하는 복지사들의 복지를 위한 정책은 실종됐습니다.

 

[김호광 사회복지전담공무원]

“내 우리 직원에 대한 복지가 지금 전혀 안되고 있는데, 그게 (주민복지가)똑바로 가겠습니까, 주민들한테. 힘들죠. 이제 희생과 봉사를 강요하지 말고, 물론 기본적인 마인드는 그래야 하겠죠. 희생과 봉사도 중요하겠지만 하나의 직업인으로서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게끔 제도가 정착이 돼야 된다.”

뉴스타파 이근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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