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아직도 ‘4대강은 대운하가 아니다’라는 그들에게

2023년 04월 28일 13시 39분

정종환 전 국토부장관(왼쪽)과 이명박 전 대통령 (2008년)
요즘 4대강 사업의 주역들이 부쩍 대중 앞에 자주 등장하고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하 존칭 생략)은 며칠 전 측근 유인촌의 연극을 관람했고 앞으로 4대강도 방문할 예정이라고 한다. 4대강 추진본부장이었던 심명필은 조선일보에 기고를 하고 교회에서 강연을 하는 등 4대강사업에 대한 홍보를 열심히 하고 있다. 

'4대강은 대운하가 아니다'는 이명박과 정종환

정종환 전 국토해양부 장관은 최근 회고록을 냈다. 제목이 '강에는 물이 넘쳐 흐르고-의미 있는 도전'이다. 공직 40년의 경험 중에서도 4대강 사업을 가장 내세우고 싶었나보다. '4대강 사업이 끝난 지 12년, 과연 정종환은 일말의 진실이라도 한국 사회에 내놓았을까?' 궁금한 마음으로 책을 읽었지만 크게 실망했다. 그의 회고에는 진실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 정도로 사태를 왜곡할 수 있나 싶을 정도로 거짓으로 가득찬 회고록이었다. 그 내용은 2014년 발간된 이명박의 회고록 '대통령의 시간'의 복사판이라 할 만 했다. 두 회고록 모두 '4대강은 대운하가 아니다'는 것을 주장하는 데 주안점을 뒀다.
정종환 전 국토부 장관의 회고록 '강에는 물이 넘쳐 흐르고-의미있는 도전' 
그러나 2014년과 지금은 또 다른 면이 있다. 이명박과 정종환의 회고가 거짓말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강력한 공식 보고서가 발표된 뒤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바로 감사원 감사보고서다. 감사원은 지난 2017년 이명박 정부 관계부처 장차관들과 대통령실 정책기획수석 등 90명을 조사한 결과를 보고서에 기술했다. 당시 이명박은 감사원의 진술 요구를 거부했지만 정종환은 응했다. 그 보고서에 기초해서 정종환의 회고록에 담긴 거짓말, 곧 4대강 주도세력이 주장하고 있는 ‘4대강은 대운하가 아니다’라는 거짓말을 해부해 보기로 했다.

정종환 회고록의 거짓말들

정종환은 4대강사업이 시작된 계기가 이명박의 전화였다고 밝혔다. 이명박도 회고록 '대통령의 시간'에서 같은 주장을 한 바 있다. 
"정 장관! 리먼 사태가 심각합니다. 각국 정상들과 재정을 풀어 글로벌 경제위기를 타개하기로 합의했는데, 국토해양부에서도 국가 미래를 위해 정부가 꼭 해야 하는 사업인데, 하지 못하고 있는 사업이 있는지 찾아보고 알려주세요" <정종환 회고록 '강에는 물이 넘쳐 흐르고' 246P>
정종환은 그 전화 뒤 국토해양부 캐비닛을 뒤지니 김대중, 노무현 정부가 세운 치수계획서가 있었고 그것을 검토해 '4대강 살리기 사업 보고서'를 작성했다고 회고했다. 
그러나 감사원 보고서(이하 보고서)는 다르게 기재했다. 이명박이 전화를 한 것은 맞지만 요구사항이 달랐다. 보고서는 "국토부 장관은 대통령으로부터 하천 정비 사업을 추진해 보자는 유선 지시를 받았고…"(감사원 보고서 43페이지)라고 썼다. 정종환도 감사원 조사에서 "대통령이 유선 지시를 하여 제가 대통령실 선임행정관에게 국토부 수자원정책관을 보내 상의하도록 … 그 이후 본격적으로 관련 사업이 진행되게 된 것으로 기억"한다고 답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정종환의 회고록이 사실이라면 그는 감사원 조사에서 거짓말을 한 것이 된다. 그럴 이유가 있었을까? 만약 피치 못하게 사실과 다른 진술을 했거나 감사원이 자신의 진술을 왜곡했다면, 그 사실을 회고록에 밝혔어야 했다. 그것이 회고록을 쓰는 이유 아닌가? 그러나 그런 내용은 전혀 나오지 않는다. 이 사안 외에도 회고록에는 보고서와 배치되는 기술이 많고 아무런 해명이 없다는 점을 감안할 때, 그가 감사원 조사에서는 사실대로 말했고 회고록에서는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판단이 가능하다. 

예스맨 정종환, 대운하계획에 대한 국토부 실무진의 저항을 묵살

다음으로 볼 것은 4대강 사업이 소규모 하천정비 사업에서 대운하와 같은 형태를 띄도록 변형된 과정에 대한 정종환의 회고다. 그는 "4대강 살리기 사업을 보고하니 대통령이 반색하며 준설 등 추가해야 할 내용을 지시했다"고 썼다. 사업이 변경된 과정에 대한 설명은 이 대목 외에는 없다. 마치 아무런 밀고 당기기 없이 사업이 단숨에 변경된 것처럼 기술했다. 그러나 감사원 보고서에 따르면 국토부가 이명박의 지시를 받고 만든 '4대강 종합정비 방안'은 소형 수중보를 4개 만들고, 준설도 퇴적된 일부 구간만 하는 안(보고서 41페이지 표)이었다. 이 안이 이명박의 지시에 의해 중대형보 16개와 최저수심 6미터로 준설하는 대운하 안으로 바뀌는 과정에는 국토부 실무자들과 청와대 간의 밀고 당기기가 있었다. 결국 이명박의 찍어 누르기에 의해 국토부 실무진의 처음 구상은 좌절됐는데, 정종환은 실무자들의 의견보다는 이명박의 지시를 맹종한 '예스맨'이었다. 
정종환의 예스맨 기질을 보여주는 일화가 감사원 보고서에 나온다. 보고서는 이명박이 '4대강에 대규모 준설과 보 설치를 하라'는 지시를 한 뒤 국토부 실무진이 검토를 했는데, '준설, 보 설치로 실질적인 수자원 확보 효과가 없다'는 결론을 냈다고 했다. 그런데 검토 내용을 정종환에게 보고하자 "그런 내용을 대통령에게 어떻게 보고하냐?"고 했다는 것이다. 내부 검토를 담당한 국토부의 기획단장은 감사원에 "준설과 보 설치로 수자원 확보는 어렵다고 장관에게 보고하였는데… 장관이 어떻게 이렇게 대통령에게 보고하냐고 하였고, 그래서 대통령에게 … 준설과 보 설치로 수자원 확보가 어렵다는 내용으로 보고할 수가 없었던 것 같음"(보고서 52페이지)이라고 진술했다.
김사원 보고서 '4대강 살리기 사업 추진실태 점검 및 성과분석' 52페이지
정종환도 감사원 조사에서는 해당 내용을 인정했다. 다만 그는 "전통적으로 수자원을 하던 공무원들이 수자원 확보수단으로 댐만을 생각해서 보를 이용해 수자원을 확보한다는 것에 대해서 부정적이고 소극적이었던 것 같다"고 했다. 정종환은 주로 교통분야에서 일해와 수자원 분야의 전문성이 없었는데 국토부의 수자원 전문가들의 의견보다 대통령의 의견이 옳다고 보았다는 것이다. 정종환은 회고록에서도 "일부 직원들조차 준설에 대한 이해와 전문성이 부족했다… 한반도 대운하를 검토했던 준설 전문가들을 투입했다"고 썼다. 

국토부 실무진의 첫 안은 소형보 4개였으나 이명박 지시로 중대형보 16개가 돼

이명박의 지시에 따라 국토부 실무진은 준설과 보 설치를 계획에 반영했다. 그러나 그 규모는 중형보 5개와 낙동강에서만 2.5-4미터로 준설하는 안이었다. 그러자 이명박은 2009년 2월 정종환에게 전화를 걸어 최소수심을 4-5미터로 하라고 지시했고, 4월 중순에는 '낙동강의 최소수심을 6미터로 확보하라'고 지시했다. 국토부 기획단장은 감사원에 "저도 몇 번이나 간곡히 수심을 6미터 수준으로 사업을 추진하면 안된다고 보고 드렸는데도, 통치차원까지 언급이 되었는데, 그 지시를 따르지 않을 수 없었다"고 했다. (보고서 63페이지)
김사원 보고서 '4대강 살리기 사업 추진실태 점검 및 성과분석' 63페이지
대통령이 수심까지 구체적으로 지시하자 국토부는 할 수 없이 지시를 이행하는 수밖에 없었다. 심명필 4대강추진본부장은 "낙동강 최소수심은 대통령 지시사항이라 본인은 그 근거를 알 수 없다. 치수에 대한 기술적 분석에 있어 미흡한 점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추진본부의 정책총괄팀장도 "대통령실 지시에 따라 결정됐기 때문에 준설량의 적정성, 수자원 확보의 당위성 등에 대해 제대로 검토가 되지 않았다"고 했다.(보고서 62페이지)
정종환은 회고록에서 '4대강사업은 대운하사업과 무관하다'고 주장했지만 당시 국토부가 대통령에게 보고한 문서에는 '보 위치, 준설 등은 추후 운하 추진에 지장이 없도록 계획한다'고 돼 있고, 정종환도 "(보 위치, 준설 등은 추후 운하 추진에 지장이 없도록 계획하겠다고 보고한 사유는) 이후 정부에서 운하사업을 추진한다면 지장을 주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임"이라고 감사원에 진술했다. 계획이 완성됐을 때 16개 보의 위치는 대운하 계획에서 갑문의 위치와 일치했고 준설 규모도 그랬다. 
감사원 보고서 '4대강 살리기 사업 추진실태 점검 및 성과분석' 57페이지

김희국 국민의힘 의원(전 국토부 기획단장)  "수심 6미터가 의미 없다고 했지만 운하를 하려고..."

감사원에 최저수심 6미터가 결정되는 과정을 진술한 국토부 기획단장은 김희국 국민의힘 의원이다. 그는 뉴스타파와의 인터뷰에서도 '대운하는 안되고 수심 6미터가 의미없다고 얘기했지만 운하를 하겠다고 어거지로 몰아갔다'고 말했다. 

대운하를 전제한 4대강사업을 비판했던 조선일보

정종환은 왜 희수(喜壽)를 바라보는 나이에 거짓으로 가득한 회고록을 굳이 쓴 것일까? 알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거짓 기록이 진실이 되는 데는 기록을 검증해 역사를 만들어가야 하는 언론의 야합도 큰 몫을 한다. 조선비즈는 회고록 출간 뒤 정종환을 인터뷰한 기사에서 '4대강 사업 모태는 대운하 아닌 DJ, 노무현 정부의 치수 프로젝트'라는 소제목을 뽑았다. 그러나 4대강 사업이 대운하라는 것은 조선일보야말로 앞장서서 지적한 사실이다. 조선일보는 '계획 바꿔 보 높이고, 깊이 파고… 의혹 키우는 4대강 사업' '[심층진단] 4대강사업 강바닥 남산 10배 파낸다는데' 등 대운하 의혹을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이명박이 퇴임 직전 '(대운하가) 박근혜 정부 끝난 뒤 차기 정부에서 마무리 될 것'이라고 발언한 것도 보도했다. 조선일보가 보도한 발언은 다음과 같다.
"4대강에 설치된 보바깥 쪽(하천변)으로 (선박이 머물 수 있는) 계류장을 설치하고 (배를 들었다 내렸다 하는)크레인을 달면 4대강은 대운하가 될 수 있다. (박근혜 정부 때는 아니더라도) 4대강 사업은 (박근혜 정부) 그 다음 정부 때는 (대운하로) 마무리될 수 있을 것이다"
기사에서 조선일보 기자는 '묵은 의문이 풀리는 시원함과 허탈감, 뭔지 모를 배신감이 들었다'고 했다. 아마도 그 기사를 읽은 독자들도 같은 느낌을 가졌으리라. 조선일보는 감사원이 2013년 ‘대운하 전 단계로 4대강 사업을 했다'고 발표하자 사설로 비판했다.
4대강에서 화물선이 다니는 걸 전제로 사업을 진행했다면 국민을 기만한 행위이고, 운하로 개조(改造)를 염두에 두고 4대강 설계를 하는 바람에 사업비가 13조9000억원에서 18조3000억원까지 늘어났다면 그냥 묵과할 수 없는 일이다. <'대운하 前 단계로 4대강 팠다' 감사 결과 사실인가>
그렇다. 조선일보의 진단대로 4대강 사업의 비극은 운하를 염두에 두고 4대강 사업 설계를 한 것이다. 국토해양부 실무진이 만든 초안에는 수심 6미터로 준설하는 것이 아니라 '퇴적된 구간'만 준설하는 것으로 돼 있었다. 토사가 쌓여서 홍수 소통을 방해하는 구간만 준설하겠다는 것이다. 그것이 상식적인 하천관리방법이다. 왜 강을 수심 6미터로 일괄적으로 파야 한단 말인가. 컨테이너선을 띄우기 위한 것 말고는 합리적인 이유가 있을 수 없다. 실무진의 안에는 중대형 보 16개가 아니라 소형 수중보 4개를 만드는 것으로 돼 있다. 왜 강에 댐과 같은 규모의 중대형 보를 세워서 강을 호수로 바꾸고 생태를 파괴하고 녹조가 창궐하도록 해야 한단 말인가. 물놀이 시설이 필요한 대도시 인근에 소규모 수중보를 만들면 충분히 해결될 문제라는 게 당시 국토부 실무진과 계획에 참여한 전문가들의 생각이었다. 그런데 이명박의 지시와 정종환의 맹종으로 국토부 실무진과 전문가들의 작은 목소리는 진압됐고, 우리 4대강은 영원히 회복하기 힘든 상처를 받게 됐다. 

감사원과 조선일보의 말 바꾸기가 4대강 세력을 다시 불러내고 있다

그러나 4대강이 대운하를 목표로 설계된 것을 밝혔던 감사원은 정권이 바뀐 지금 문재인 정부의 4대강 일부 보 해체 결정을 감사하고 있고, 조선일보도 앞장서서 4대강 사업을 지지하는 보도를 쏟아내고 있다. 강을 호수로 만들 필요가 없었는데 그렇게 했다면 다시 강으로 복원하는 것은 정부가 해야 할 당연한 업무가 아닌가? 오히려 호수가 돼서 녹조가 창궐하는 강을 그냥 둔다면 직무유기일 것이다. 그런데 감사원과 조선일보는 과거 자신들의 말을 다 잊은 것처럼 국민을 오도하고 있다.
아마도 감사원이 문재인 정부의 보 해체 결정이 잘못됐다고 발표하면 이명박과 정종환은 4대강에서 나란히 자전거를 타는 모습을 보여줄 지 모른다. 그 사진이 조선일보에 실릴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명박과 정종환 등 4대강을 주도한 사람들, 그리고 국민을 오도하고 있는 감사원과 조선일보는 후손들에게 '왜 대한민국의 가장 큰 강 네 개를 강이 아닌 호수로 물려줬는지'에 대해 오래오래 변명해야 할 것이다. 그들이 우리 국토에 저지른 죄상은 날이 갈수록 분명히 드러날 것이다. 뉴스타파는 여름마다 녹조로 몸살을 앓고 있는 낙동강의 보들이 최악의 온실기체인 메탄을 대규모로 배출하고 있다는 기사를 준비중이다.
제작진
출판허현재
디자인이도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