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남산. 남산서울타워가 있는 반대편 봉우리 정상에 또 다른 탑이 하나 세워져 있다.
서울의 상징적인 장소 중 하나, 더구나 서울 시내를 한 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위치에 주한미군기지가 있다면? 바로 서울 남산 동쪽 정상에 있는 미군 통신기지, ‘캠프 모스(Camp Morse)’ 이야기다.
서울의 대표적인 명소인 남산 서쪽 봉우리 정상에는 남산서울타워가 있다. 이 타워에서 시선을 동쪽으로 돌리면 또 다른 높은 탑이 솟아있는 걸 볼 수 있다. 이 탑이 캠프 모스에 있는 미군 통신탑이다. 남산서울타워는 남산의 서쪽 봉우리 정상에, 미군의 통신탑은 동쪽 봉우리 정상에 위치하고 있다.
캠프 모스는 용산기지이전협정(YRP)에 따른 반환 대상 미군기지다. 용산기지이전협정이 체결된 건 2004년. 이 협정의 이행합의서에 따르면, 캠프 모스의 반환 시점은 2006년이다. 그러나 14년이 지난 2021년 현재까지도 캠프 모스는 반환되고 있지 않다.
서울 남산 동쪽 봉우리 점유한 미군기지와 통신탑
남산 캠프 모스 진입로. 작은 경고판에'제한 구역'이라고 적혀 있다.
남산공원 버스 정류장에서 남산 전망대의 반대 방향으로 내려가다 보면 캠프 모스의 진입로가 나타난다. 군사 시설이기 때문에 출입이 제한된다는 안내판이 보인다.
캠프 모스는 현재 주한미군 통신탑과 관련 시설이 있는 통신 기지다. 한국 전쟁 이후 주한미군사령부와 한미연합사가 서울 용산미군기지에 들어서면서 남산 캠프 모스도 본격적으로 가동되기 시작했다.
한반도 내 다른 미군기지 및 일본 주둔 미군기지와 통신하기 위해 산 정상에 설치됐다. 전갑생 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 연구원은 “1953년에 설치된 캠프 모스는 경기 북부의 캠프 케이시 등 미군기지와 남쪽으로는 대구, 부산, 그리고 일본의 극동사령부까지 연결하기 위한 통신 시설이었다”며 “1964년 미군의 통신시스템 구축 이후 1970년 한반도의 통신시설을 일체형으로 만드는 데 캠프 모스가 중심 통신 기지가 됐다”고 설명했다.
시민의 접근이 어렵고 공개돼 있는 정보도 거의 없지만, 1950년대와 1960년대 찍힌 캠프 모스 사진을 통해 기지 내부 모습을 짐작해볼 수 있다. 뉴스타파는 미국 국립문서관리청에 보관된 오래된 캠프 모스 사진 3장을 입수했다.
미 국립문서기록관리청에 보관된 캠프 모스 사진 (1968.4.19, NARA)
1968년 미육군이 상공에서 촬영한 캠프 모스의 모습이다. 지금보다는 작은 탑이 하나 세워져있고, 주변에 미군 막사로 추정되는 건물을 확인할 수 있다. 기지 아래쪽으로 서울 시내가 훤히 내려다 보인다.
미 국립문서기록관리청에 보관된 캠프 모스 사진(1953. 12.8, NARA)
이에 앞서 1953년, 미군이 막 주둔할 때의 사진에서는 작은 초소와 기지 안쪽의 둥근 막사, 높은 기둥을 연결하고 있는 케이블 정도만을 확인할 수 있다.
조선시대의 봉수대 터에 위치한 캠프 모스
캠프 모스가 위치한 남산 동쪽 정상은 조선시대에 봉수대가 있었다.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지난 2009년 발간한 ‘서울 남산 봉수대지 발굴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과거 조선시대에 서울 남산에는 5개의 봉수대가 있었다고 한다. 봉수대는 낮에는 연기를, 밤에는 불빛을 이용해 정보를 먼 곳까지 알리는 조선시대의 원거리 통신 수단이었다.
남산의 동쪽에서부터 서쪽으로 이어져있던 5개의 봉수대 중 제1 봉수대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는 곳이 바로 캠프 모스다. 캠프 모스는 남산의 동쪽 봉우리 정상에 있다. 남산에서는 남산서울타워가 있는 서쪽 봉우리 정상 다음으로 높다.
즉 조선시대 통신 시설이 있던 곳에 미군의 통신 시설이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5군데 봉수대 중 제3 봉수대는 현재 남산 팔각정 인근에 복원돼 있다.
이 보고서는 남산 제1 봉수대 위치에서 서울 세종문화회관과 창덕궁 쪽이 잘 조망된다고 설명하고, 현재는 미군 막사가 들어서면서 제1봉수대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고, 한양도성 성곽도 3미터 가량 훼손됐다고 밝혔다.
캠프 모스 반환 시기, 전체 반환 여부 여전히 불투명
지난 5일 취재진이 방문한 남산의 캠프 모스. 현재 운영되고 있는 다른 미군기지들과는 다르게 조용한 모습이었다.
그렇다면 캠프 모스 반환은 온전하게 이뤄질까. 뉴스타파 취재를 종합하면 현재 캠프 모스 반환 협상은 전체가 아닌 일부 부지에 대해서만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방부의 보도자료와 뉴스타파가 국방부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받은 반환대상 미군기지 현황 자료에 따르면 캠프 모스는 ‘일부’, 반환 면적은 ‘협의 중’으로 돼있다. 반환 면적이 구체적으로 나와있는 캠프 케이시, 캠프 호비 등과는 다르게 미정이라는 것이다.
뉴스타파가 국방부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받은 반환 대상 미군기지 현황 자료. 서울 중구의 캠프 모스 기지는 '일부', 반환 면적은 '협의 중'이라고 되어있다.
게다가 용산기지 이전협정 이행합의서 하단에는 “주한미군사는 용산 사우스포스트에 있는 드래곤힐 호텔과 캠프 모스에 있는 통신 시설을 유지한다”라고 돼 있어, 미군이 캠프 모스를 전체 반환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방부 관계자는 “캠프 모스 중 일부 부지는 미국 측에 계속 공여될 수도 있냐”는 뉴스타파 취재진의 질문에 “협의 중이라 말할 수 없다”고 답했다. 주한미군 측 관계자는 “캠프 모스는 현재 원래의 목적대로 사용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