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우진 뇌물 사건' 핵심 3인방은 어디에... 추가 로비의혹 나와

2020년 12월 08일 18시 52분

⬤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 뇌물사건’ 핵심 관계자 3명 연락 안 돼
⬤ 뇌물 준 육류업자, 차명폰 제공 D세무법인 및 해외도피 관련 외식업체 M사 대표
⬤ 윤우진, 용산세무서장 때 D세무법인 통해 억대 금품 수수 의혹
⬤ ‘2012년 윤우진 뇌물사건’ 때 추가 억대 검경 로비 의혹
⬤ 재수사 직후 윤우진 출국 금지...제주도로 거처 옮겨
서울중앙지검이 다시 수사하고 있는 ‘2012년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 뇌물 수수 사건’의 핵심 인물은 3명이다. 2011년부터 윤 전 세무서장에게 수천만 원대 현금과 고기세트 등을 뇌물로 건넨 의혹을 받고 있는 육류수입업자 김 모 씨, 윤 전 서장에게 차명 대포폰을 제공했던 D세무법인 안 모 대표, 그리고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2012년 경찰 수사에 불응하고 해외로 도피한 윤 전 서장에게 도피자금을 제공했다는 의혹이 나온 유명 뷔페 체인기업 M사 이 모 회장이다. 
뉴스타파는 최근 ‘윤우진 뇌물사건’을 후속 취재하는 과정에서 이들과 일일이 접촉을 시도했다. 하지만 이들은 약속이나 한 듯 취재진의 연락을 피하거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이들 중 일부는 재수사를 맡고 있는 검찰(서울중앙지검 형사13부)의 소환조사 요구에 응하지 않은 채 해외 출국을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의 재수사와는 별도로, 취재 과정에서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을 둘러싸고 새로운 의혹도 포착됐다. 2012년 윤 전 서장이 뇌물수수 혐의로 경찰(서울청 광역수사대) 수사를 받을 당시 사건 무마를 위해 억대 금품로비를 벌였다거나, 윤 전 서장이 용산세무서장이던 2012년경 뷔페 체인기업 M사로부터 세금감면 등의 명목으로 D세무법인을 통해 억 대의 뇌물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D세무법인은 2012년 ‘윤우진 뇌물수수 사건’ 당시 윤 전 세무서장에게 차명 대포폰을 제공한 사실이 드러났던 곳이다. 윤우진 전 서장은 2015년 국세청에서 정년퇴직한 직후 D세무법인에 영입돼 상당 기간 세무사로 일하기도 했다. 
새롭게 나온 이 억대 로비 의혹은 2012년 윤우진 용산세무서장이 경찰 수사를 받을 당시 문제가 됐던 사건과는 별개다.
윤우진 전 서장은 윤석열 검찰총장의 최측근인 윤대진 검사장(현 사법연수원 부원장)의 친형이자 윤석열 총장과도 가까운 사이다. 2012년 부장검사였던 윤석열 총장이 변호사를 소개해줬다는 의혹의 당사자다. 뉴스타파는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있던 지난해 7월 8일 ‘2012년 윤석열 녹음파일’을 공개한 바 있다. 이 녹음파일에서 윤 총장은 “내가 친동생같은 윤대진 검사의 친형 윤우진 씨에게 후배 검사 출신의 이남석 변호사를 소개했다. 이남석 변호사에게 윤우진 씨한테 문자메시지를 보내라고 했다”고 인정한 바 있다. 하지만 뉴스타파 보도 다음날 윤석열 총장과 윤대진 검사장(현 사법연수원 부원장)은 의혹을 부인했었다. 
윤석열 검찰총장과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 윤 전 서장의 동생인 윤대진 검사장 (왼쪽부터) 

‘윤우진 뇌물수수 의혹 사건’, 추미애 장관 지시로 8년 만에 재수사

먼저, 검찰이 최근 재수사하고 있는 ‘2012년 윤우진 뇌물 수수 사건’의 경과과정을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경찰이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의 뇌물 수수 의혹 수사에 나선 건 2012년 2월이었다. 서울 소재 한 대학의 입시비리 사건을 수사하던 중 윤 서장의 뇌물 수수 의혹이 불거졌다. 서울 성동세무서장이던 2010년부터 2011년 12월 사이 서울 성동구에 주소를 둔 육류수입업체 대표 김 모 씨에게 현금 2000만 원, 10만 원 상당의 LA갈비세트 100개, 골프비 대납 용도로 4100만 원 등을 받아 챙겼다는 의혹이었다. 뇌물공여자인 육류업자 김 씨와 윤우진 서장은 경찰 수사과정에서 골프비 대납 부분은 인정했지만, 현금과 갈비세트 관련 의혹은 부인했다.
하지만 경찰 수사는 수사지휘권을 가진 검찰의 비협조로 처음부터 삐걱거렸다. 검찰은 경찰이 신청한 압수수색 영장을 번번히 기각하며 수사에 제동을 걸었다. 이 사건의 수사진행 상황이 기록된 경찰문서에 따르면, 경찰은 2012년 7월에서 11월 사이 윤우진 전 서장이 뇌물을 받은 장소로 지목된 인천 S골프장에 대해 7번이나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했지만, 검찰은 그 중 6번을 기각했다.(아래 사진 참조)
문제는 수사를 받던 윤우진 전 서장이 느닷없이 해외(태국)로 도피하면서 커지기 시작했다.  윤 전 서장은 한 번의 경찰 조사(2012년 8월 20일)에 응한 뒤 2차 조사를 앞두고 있던 8월 30일 돌연 해외로 도피했고, 이후 8개월간 해외를 떠돌았다. 경찰은 즉시 인터폴에 적색수배를 요청했고 국세청은 윤 전 서장을 해임처분했다. 
해외로 도피했던 윤 전 서장이 국내로 들어온 건 이듬해 4월이었다. 태국에서 불법체류자 신분으로 현지경찰에 체포돼 국내로 송환됐다. 경찰은 윤 전 서장을 다시 조사한 뒤 검찰에 사건을 송치했다. 하지만 검찰은 2년 가까이 수사를 차일피일 미루다 2015년 2월 윤 전 서장을 불기소 처분했다. 윤 전 서장이 육류업자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것은 사실로 판단되지만 대가성은 없다는 논리였다.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은 뒤 윤 전 서장은 정부를 상대로 해임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해 승소했고, 그 해 6월 정년퇴직했다. 
지난해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자유한국당 주광덕 의원은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을 뇌물수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사건은 서울중앙지검 형사부에 배당됐다. 하지만 검찰은 1년이 넘도록 수사를 진행하지 않았다. 그러다 지난 10월 19일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을 수사지휘에서 배제하는 수사지휘권을 발동하면서 ‘윤우진 뇌물사건 수사’가 재개됐다. 추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 직후 검찰은 윤우진 서장이 근무했던 용산세무서와 중부지방국세청을 압수수색했고, 며칠 뒤엔 윤 전 서장이 육류업자로부터 골프비 대납을 받은 곳으로 지목됐던 인천 S골프장에 대해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윤우진 사건 수사 과정을 기록한 경찰 문서

윤우진 전 서장 추가 뇌물·로비 의혹...차명폰 제공한 D세무법인이 핵심 고리

뉴스타파는 최근 2012년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의 뇌물 수수 의혹 사건을 추가 취재하는 과정에서 이 사건 핵심 관련자들에게 일일이 연락을 취했다. 2012년 윤 전 서장에게 뇌물을 준 혐의로 수사를 받았던 육류수입업자 김 씨, 윤 전 서장에게 차명 대포폰을 제공했던 D세무법인 안 세무사, 윤 전 서장의 해외 도피를 도운 것으로 의심되는 뷔페 체인기업 M사 이 회장 등이다. 
취재진은 관련 의혹에 대한 입장을 듣기 위해 이들에게 전화와 문자, 이메일 등을 통해 여러차례 연락했다. 하지만 모두 응답하지 않았다.
윤우진 전 서장 등 이 사건 관련자들 주변에서는 현재 검찰이 수사중인 사건과는 별개의 의혹도 나오고 있다. 가장 주목을 끄는 건 윤 전 서장과 육류업자 김 씨가 2012년 당시 경찰의 ‘윤우진 뇌물사건’ 수사를 무마하는 과정에서 검찰과 경찰을 상대로 전방위 금품로비를 벌였다는 주장이다. 윤 전 서장이 육류업자 김 씨로부터 수천만 원대 현금과 고급 한우세트 200개 이상을 받아 사건 무마에 도움을 준 검찰과 경찰 인사 등에게 살포했다는 내용이다. 
또 윤 전 서장이 용산세무서장 재직 중 유명 뷔페 체인기업 M사로부터 세금감면 등을 이유로 억대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2011년 12월 용산세무서장에 취임한 직후 윤 전 서장이 M사 관계자에게 3년에 걸쳐 돈을 받아 챙겼다는 것이다. 이 내용을 잘 아는 한 인사는 “윤 전 서장은 M사 이모 회장으로부터 금품제공 의사를 받은 뒤, 자신과 가까운 D세무법인에 3년간 매달 300~500만 원 가량을 세무자문 등 명목으로 주도록 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실제 뉴스타파는 같은 시기 M사가 D세무법인에 세무기장 등의 명목으로 3년간 매달 돈을 보낸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M사 이 회장은 윤 전 서장의 해외 도피 과정에 도움을 줬다는 의혹도 받고 있는 인물이다. 윤 전 서장과 가까운 한 인사는 “검찰이 재수사를 시작한 직후 윤 전 서장, D세무법인 안OO 대표 등이 모두 긴장하고 있다. (M사) 이OO 회장의 경우 검찰로부터 조사 요청을 받았지만 응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이 달 중 사업장이 있는 베트남으로 출국할 예정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 정년퇴임식 (2015.6. 출처:세정일보)

윤우진, 출국금지 된 뒤 제주도로 거처 옮겨...인터뷰 거절 

윤 전 서장의 추가 뇌물수수 의혹에 D세무법인이 등장한 점은 여러모로 공교롭다. D세무법인과 윤우진 전 용산서장의 특수관계는 2012년 경찰 수사 당시 이미 드러난 바 있기 때문이다.
2012년 ‘윤우진 뇌물사건’ 수사 당시 경찰은 윤우진 씨가 사용하던 차명 휴대폰 2개를 확인하고 통화내역을 추적하는 등 수사를 진행한 바 있다. 그런데 차명폰 2개 중 하나의 명의자가 D세무법인이었다. 이 사건을 수사한 경찰관계자는 2012년 수사 당시 취재진에게 “윤 전 서장이 D세무법인에게 받은 차명 대포폰을 5년 이상 사용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밝힌 바 있다. ‘윤우진 뇌물사건’ 수사과정이 기록된 경찰 문서에도 “2012년 3월에서 7월 사이 관련자 28명을 조사하고 통신조사도 벌였고 그 과정에서 윤우진이 사용한 대포폰을 특정했다”고 기록돼 있다.(위 사진 참조)
윤우진 전 서장과 D세무법인의 관계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2015년 2월 검찰이 무혐의 결정을 한 뒤, 윤 전 서장은 정부를 상대로 해임결정을 취소해 달라는 취지의 행정소송을 제기해 승소했고 같은 해 6월 국세청에서 정년퇴직했다. 윤 씨는 퇴직 직후 곧바로 D세무법인의 세무사로 취업해 1년 가량 근무했다. 결국 자신에게 대포폰을 만들어줬을 정도로 친분이 있던 곳에서 제2의 인생을 시작한 셈이다. 
알려지지 않았던 윤 전 서장의 2012년 해외 도피 과정에 대한 얘기도 슬슬 흘러나오고 있다. 앞서 언급된 뷔페 체인기업 M사 이 회장으로부터 금전 지원을 받았다거나, 베트남에 사는 한국인 사업가 김 모 씨로부터 이런저런 도움을 받았다는 내용이다. 뉴스타파는 최근 윤 전 서장 주변 인물들의 소개를 받아 이 중 베트남에 거주하는 김 모 씨와 연락을 할 수 있었다. 김 씨는 M사 이 회장은 물론 윤우진 전 서장과도 잘 아는 사이로 알려져 있다. 김 씨는 취재진과의 전화통화에서 “M사 이모 회장과는 사업관계로 잘 안다. 윤우진 씨는 (M사) 이OO 회장과 잘 아는 사람이고, 나는 잘 모른다”고 말했다. 김 씨는 “베트남에서 윤 전 서장, 이모 회장 등과 만나거나 해외 체류 중 도움을 준 사실이 있는지”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는 정확히 답변하지 않았다.  
8년만에 검찰 수사를 다시 받게 된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은 현재 제주도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지난달 추미애 법무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을 수사배제하는 수사지휘를 통해 사실상 ‘윤우진 뇌물사건 재수사’에 착수한 뒤 가족들과 함께 제주도로 거처를 옮겼다. 추 장관의 수사지휘 직후 검찰은 윤우진 전 서장을 출국금지 조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취재진은 윤 전 서장의 지인을 통해 인터뷰를 요청했지만, 윤 전 서장은 응하지 않았다. 
제작진
취재한상진 조원일
디자인이도현
출판허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