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스폰서' 김한정, "우리 돈으로 이준석 여론조사해 띄웠다"

2024년 11월 29일 11시 19분

2024년 11월 29일 11시 19분

오세훈 서울시장의 스폰서로 알려진 김한정 회장이 명태균 게이트 핵심 제보자인 강혜경 씨와의 통화에서 "(국민의힘)당 대표 선거할 때 이준석을 많이 도와줬다"는 취지로 말한 사실이 확인됐다. 이 대화에서 김 회장은 "앵벌이해서 이준석 당 대표 띄워줬다", "우리가 다 여론조사 해줬다"고 말했다. 강혜경 씨는 이 같은 김 회장의 발언이 맞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들의 대화 시점은 명태균 게이트가 언론에 보도된 직후로, 명태균 여론조사의 문제가 언론에 불거지기 전이다. 
뉴스타파는 이른바 '김한정 녹음파일'을 입수해 분석 보도하고 있다. 앞서 김 회장이 오세훈 관련 여론조사 비용 3,300만 원을 대납한 정황, 김 회장의 사단법인 인사들이 오세훈 당선 이후 서울시 산하 기관에 줄줄이 취업한 사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의 육성을 직접 들었다고 직접 말한 사실 등을 보도했다. 
김 회장은 언론에 나오지 않은 '명태균 게이트' 관련 인물들의 실명을 언급할 정도로 이 사건의 실체를 깊숙이 알고 있는 인물이었다. 그가 녹음파일에서 거명한 현역 국회의원 이름도 여럿이다. 

김한정 회장, "우리 돈 내서 여론조사 해서 (이준석) 띄웠잖아"

뉴스토마토의 첫 보도(9월 5일)로 김건희 여사의 공천 개입 의혹이 터진 직후인 지난 9월 9일. 김한정 회장은 강혜경 씨의 통화에서 자신이 "(명태균이) 지금 저기 영감(김종인)도 있지, 이준석이는 좀 많이 만났냐?"라면서 "그 새끼(이준석) 만나갖고 여론조사 강 실장이 해갖고 해주고 그랬잖아"라며 앞으로 여론조사 관련 문제가 터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여론조사 비용과 관련한 이야기도 나왔다. 김 회장은 "여기저기 다 앵벌이 해갖고"란 말을 하는데, 이는 이준석 후보와 관련된 여론조사 비용을 이준석이 아닌 다른 쪽에서 조달했다는, 즉 이준석 후보가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 공짜로 여론조사를 받았다는 의미로 읽힌다. 
□김한정 : (명태균이) 지금 저기 영감(김종인)도 있지, 이준석이는 좀 많이 만났냐?
■강혜경 : 맞아요. 
□김한정 : 이준석이...
■강혜경 : 이준석이가 약간 지금 (명태균을) 감싸는 말투로 지금 감싸고 있는데 하나가 터지면 지도 터질 걸, 지도 알고 있어요. 이 건만 아니고 보궐선거 때부터 시작이 될 거고 대선까지 해가지고 당 대표까지 다 들어갈 거라.
□김한정 : 그렇지 그 대선 우리가 저 처음부터.
■강혜경 : 맞아요. 네 그렇죠 그렇죠.
□김한정 : 그 새끼(이준석) 만나갖고 여론조사 강 실장이 해갖고 해주고 그랬잖아
■강혜경 : 아, 네네네.
□김한정 : 여기저기 다 앵벌이 해갖고

■강혜경 : 맞아요. 앵벌이 해가지고 거기로 다 밀어넣어버리고.

김한정 회장-강혜경 씨 통화 녹음파일(2024.9.9.)
김 회장은 이준석 후보에 대해 "지 혼자 생색내고 다녔지. 그 새끼가 지 돈 어디 돈 냈노"라고 말했다. 즉, 여론조사 비용은 김 회장 본인이 냈는데, 생색은 이준석 후보가 내고 다닌다는 것이다. 
□김한정 : 그래 그래 그러고 새끼 지(이준석) 혼자 생색내고 다녔지. 그 새끼가 지 돈 어디 돈 냈노 지가 그 새끼. 그러고 다니더라고
■강혜경: 맞아요. 지역에서도 그러고 다니고 서울에서도 그러고 다니고 다 팔고 다니고.

김한정 회장-강혜경 씨 통화 녹음파일(2024.9.9.)
다음 날 통화에서도 김 회장은 "그 새끼(이준석) 처음에 나올 때 우리 여론조사 우리 돈 내가지고 여론조사 해서 띄웠잖아"라고 말했는데, 이는 자신이 당시 여론조사 비용을 지불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특이한 점은 김 회장이 명태균, 강혜경 씨와 자신을 묶어 ‘우리’라고 계속 표현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날 김 회장은 이준석 의원을 강도 높게 비판하면서 "지 혼자 얼굴 화장하고 다니고, 우리는 뒤에서 화장품을 조달하다가 볼 일 다 봤다"는 다소 원망이 섞인 말도 했다. 
■강혜경 : 다 엮여 있어. 그러니까 명태균하고 김영선하고 김건희하고 윤석열하고 이준석하고 다 엮여 있어요. 딱 그 첫 단추가
□김한정 : 준석이하고.
■강혜경 : 네. 윤석열, 김건희, 김영선, 명태균
□김한정: 그렇지 그 새끼(이준석) 처음에 나올 때 우리 여론조사 우리 돈 내가지고 여론조사 해서 띄웠잖아.
■강혜경 : (대선 조사에) 얹혀가가지고 지금 당 대표가 돼버렸잖아요.

□김한정: 그래 그 처음에 우리가 띄웠잖아.
■강혜경 : 맞아요. 맞아요.
□김한정 : 앵벌이 해갖고 병신 새끼. 그러니까 지 혼자 얼굴 화장하고 다 다니고 우리는 시X 뒤에서 화장품 조달하다가 볼일 다 봤다니까.
■강혜경 : 맞습니다. 진짜.   

김한정 회장-강혜경 씨 통화 녹취록(2024.9.10.)
'김한정 녹취록' 내용을 종합하면, 명태균 씨가 이준석 당시 당 대표 후보에게 비공표 여론조사를 공짜로 해줬고 조사 비용 일부는 김 회장이 냈다는 이야기로 정리된다. 

강혜경 씨, "대선 여론조사에 당 대표 조사 끼워 넣어 공짜로 도움 준 것"

녹취록에서 김한정 회장이 "우리 돈 내가지고 여론조사해서 띄웠잖아"라고 하자, 강혜경 씨는 수긍하는 어투로 "(이준석이) 얹혀가가지고 지금 당 대표가 돼버렸잖아요"라고 답했다.
뉴스타파는 강혜경 씨를 만나, 어떤 취지로 이렇게 말한 것인지 물어봤다. 강 씨는 인터뷰에서 "대선 후보 여론조사에 당 대표 조사 항목을 끼워 넣는 방식으로 도움을 준 것"을 "얹혔다"는 말로 표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자: 이준석, 우리가 당 대표 띄워줬잖아 우리가 그거 다 앵벌이해서 해준거다, 이렇게 얘기하거든요.
■강혜경 : 그 조사 안에 당 대표 조사도 같이 들어가 있기 때문에 대선 조사 안에 이제 당 대표 조사도 같이 들어가 있기 때문에 이득을 본 거죠. 
□기자: 이준석 당 대표도 명태균 씨의 여론조사에서 자유롭지 않다. 이런 말씀을 하셨는데 어떤 의미인지?
■강혜경 : 일단은 제공을 받았고, 공표 (여론)조사도 공표 전에 자료 제공을 받았기 때문에 그 비용에 (대해) 어떻게 의무감이 있지 않을까요?

강혜경 씨 뉴스타파 인터뷰 내용(2024.11.28.) 
'공짜 여론조사' 의혹이 불거지자 이준석 의원은 자신은 명태균 씨에게 여론조사를 의뢰한 적도, 결과를 받은 적도 없다고 말했다.  
저는 그때 명태균 사장이 예를 들어서 저를 위한 여론조사를 해가지고 저에게 결과치를 제공했다, 그런 일이 없습니다. (중략) 지금 와서 그냥 갖다 붙이는 것에 가깝다 이렇게 봅니다. 만약에 지금 언론에서 파악한 특정 여론조사가 있으면 저한테 물어보시면 제가 그걸 답할 수 있는데요.

기자 질문에 대한 이준석 의원의 답변 (2024. 11. 14.)
김한정 녹취록과 강혜경 씨의 증언을 종합하면 이준석 의원 또한 명태균의 공짜 여론조사 수혜자 중 한 명일 가능성이 높다. 뉴스타파는 이준석 의원에게 녹취록 내용을 설명하고 입장을 물었다. 이에 이 의원은  "김한정 회장과 만난 적도, 연락을 주고 받은 적도 없으며, 명 씨 측에 여론조사를 의뢰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검찰은 명태균 씨가 사용하던 데스크톱 본체를 강혜경 씨의 자택에서 압수해 포렌식 복원 작업을 거쳤다. 여기서 명태균-이준석 사이의 카카오톡 대화가 대량 복원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누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지는 검찰의 손에서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
제작진
취재봉지욱 강민수 이명선 박종화
편집정지성
CG정동우
디자인이도현
리서처차우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