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은정 vs 한동훈, 누가 부적격 검사인가1

2023년 03월 28일 16시 20분

임은정 대구지검 부장검사가 2016년에 이어 두번째로 검사 적격심사에 회부됐다. 임 검사는 3월 2일 법무부의 심층 심사를 받았고 가까스로 통과했다. 임은정 검사가 적격심사에 회부된 것은 검찰왕국이라 불리는 이 시대에  ‘과연 누가 검사로서 적격이고, 누가 부적격인가?’하는 질문을 불러 일으켰다. 뉴스타파는 임은정 검사의 적격심사를 계기로 임은정과 그를 검사 적격심사에 회부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검사로서의 삶을 비교해보기로 했다. 
‘도가니 검사' vs ‘엘리트 검사' 
임은정은 2001년 검사로 임관됐다. 임은정의 회고에 의하면 당시 검찰의 조직 문화는 부장검사들이 스폰서의 카드를 들고 다니는 수준이었고, 여검사들은 성추행의 대상이 되기 일쑤였다고 한다. 2003년 경주지청에 근무하던 임은정은 부장검사로부터 성폭행을 당할 뻔 하기도 했다. 임은정은 해당 부장검사에게 사표를 요구해 관철시켰다. 당시의 경험은 임은정에게 성폭력 피해자들의 심정을 이해하도록 하는 데 큰 도움을 줬다고 한다. 임은정은 성폭력사건 전담검사로서 실력을 인정받아 검찰총장상을 받기도 했고, 2009년에는 엘리트 검사들이 배치되는 법무부에 배치됐다. 
한동훈도 2001년 검사가 됐다. 그는 일찍부터 수사 실력을 인정받아 특수부 수사를 많이 담당했다. 특히 2003년부터 대선자금 수사팀에서 일하면서 많은 특수통 선배들과 교분을 쌓았다. 한동훈은 2009년 권재진 민정수석에 의해 발탁돼 청와대 민정1비서관 산하 행정관이 된다. 한동훈은 그로부터 2년 간 (2009.9-2011.9) 청와대에 근무했다. 이 시기 정권 심층부에서 이명박 측근 권재진의 지휘를 받던 그가 검찰 수사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는 알려져 있지 않다. 한동훈은 법무부 장관 청문회 당시 ‘검찰에 연락하는 역할을 맡지 않았다'고 진술했는데, 취재진은 ‘그가 검찰 수사에 관한 연락을 많이 했다'는 증언을 입수했다.
한동훈은 2011년 권재진이 법무장관이 되면서 법무부 검찰과로 발령받는다. 그가 맡은 직책은 검찰과의 '1-0'이라 불렸는데, 이는 부장검사 이상의 인사를 담당하는 직무였다. 취재진이 접촉한 당시 법무부 검사는 ‘이명박 정부 당시 청와대 행정관 출신이 바로 법무부 검찰과로 와서 검사 인사를 담당하는 것에 일선 검사들 사이에 반감이 컸다’고 했다. 참여연대 조사에 따르면 2003년부터 2014년까지 청와대에 파견 갔다가 검찰로 돌아온 41명 중에서 법무부 검찰과로 돌아온 검사는 권재진 민정수석 당시에 검찰과로 돌아온 조상준 전 국정원 기조실장과 한동훈 장관 2명 뿐이었다. 서보학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권력자 입장에서는 한동훈 검사를 통해서 적절하게 검찰을 통제할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그를 요직에 배치했다고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무죄구형 검사' vs ‘블랙리스트 관리자'
2012년 법무부는 ‘우수한 여성 검사를 다수 발탁했다’는 보도자료를 발표했는데 임은정을 서울중앙지검에 배치한다는 내용도 있었다. 당시 보도자료를 기초한 사람은 한동훈 법무부 검찰과 검사였다. 임은정은 법무부에 있을 때 PD수첩 사건, 한명숙 사건 등 온갖 흉흉한 소리를 들으면서 자신이 어떻게 검찰을 바꾸는 데 역할을 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고 한다. 그는 서울 중앙지검에 근무하면서부터 검사 게시판에 자주 글을 써서 검찰 내부에 좀 더 자유로운 토론을 조성해보려는 노력을 했다. 그러다 그는 2012년 말 윤길중 재심 사건을 맡아 무죄구형을 하면서 결정적으로 검찰 내의 이단아가 된다. 임은정은 당시 부장검사의 ‘백지구형을 하라'는 지시를 따를 수 없다고 이의제기를 했다. 부장검사는 그를 직무배제 시키고, 다른 검사를 배정했다. 그러나 임은정은 재판정으로 가 검사 출입문을 닫아 걸어 검사들의 출입을 막은 후, 재판정에서 ‘무죄구형’을 한다. 이 사건으로 검찰은 임은정에게 정직 4개월 징계를 내렸다. 임은정은 징계취소소송 끝에 2017년 대법원에서 최종 승소했다. 법원은 ‘백지구형은 정당하거나 적법한 구형이 아니'라고 판결했다. 2017년 문무일 총장의 과거사 사과 후, 검찰은 적극적으로 재심 사건에서 무죄구형을 하기 시작했다.
임은정의 무죄구형은 검찰의 변화를 가져왔지만 개인에게는 감당하기 어려운 시련이 찾아왔다. 임은정은 2013년부터 법무부, 검찰의 ‘집중관리대상 검사’가 된 것으로 보인다. 법무부는 2012년 한동훈이 검찰과에 있을 때 ‘집중관리대상검사 지침'을 만든다. 지침에 따르면 ‘비위 발생 가능성이 농후하거나, 지침 지시를 위반하거나, 근무 태도가 불성실하거나, 정신질환이 있으면’ 집중 관리대상이 될 수 있었다. 임은정이 제기한 국가손해배상 소송 1심에서 법원은 ‘집중관리대상 지침이 위헌, 위법적인 지침이며 임은정을 집중관리대상 검사로 지정해 조직적이고 지속적으로 부당한 감시를 시도했다'고 판결했다. 임은정은 2016년 검사 부적격심사 대상이 됐는데 집중관리대상 검사로 지정된 것이 상당한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검사 평가자료 수집, 관리 등에 관한 지침'(대검예규 599호) 대검 기획조정부장이 집중관리대상 검사 선정과 평가자료 수집에 관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예규는 기획조정부 산하 정책기획과(과장 한동훈)가 운영하고 있었다.
임은정은 당시 자신에 대한 평가자료를 수집하고 법무부에 송부하는 등 실무적인 역할을 당시 한동훈 대검찰청 정책기획과장이 했을 것이라 판단하고 있다. 대검이 운영하던 ‘검사 평가자료 수집, 관리 등에 관한 지침'은 대검찰청 기획조정부장이 집중관리대상 검사 선정에 대한 의견을 제시할 수 있고, 평가자료를 수집해 법무부에 송부하도록 하고 있다. 당시 한동훈은 기획조정부장 산하 정책기획과장이었는데, 바로 정책기획과가 ‘검사 평가자료 수집, 관리 등에 관한 지침'을 이행하는 과였다. 따라서 한동훈 과장이 임은정을 집중관리대상 검사로 지정하고, 평가자료를 수집해서 부적격 검사로 심사에 회부되는 데 실무적인 역할을 했을 것이라는 것은 매우 논리적인 귀결이다. 
지난 3월 27일 국회에 출석한 한동훈 법무부장관
뉴스타파는 한동훈 장관에게 검사 블랙리스트(집중관리대상 검사)를 관리했는지, 임은정 검사가 리스트에 있었는지 직접 물었다. 한동훈 장관은 법무부에 서면으로 질의해달라고 요구했다. 뉴스타파는 28일 법무부로부터 서면 답변을 받았다.
법무부는 ‘집중관리대상 검사’ 제도는 명확한 지침에 기반하여 근무평정, 징계, 비위전력 등 객관적인 자료를 기초로 검사의 복무기강을 확립하기 위해 실시되었던 제도로, 정치적 이념이나 사상 등 자의적인 기준으로 특정인에게 불이익을 가할 목적으로 작성된 소위 문체부 등 블랙리스트와는 그 성격이 다르다'고 답했다. 또 ‘법원(1심)에서도 집중관리대상 검사 선정 및 관리지침과 제도의 목적의 정당성은 인정했고, 법무부는 향후 항소심에서 위 지침과 제도의 적법성에 대해 충분히 설명할 예정'이라고 했다.
그러나 법원은 임은정 검사가 낸 국가배상소송 1심에서 ‘집중관리대상검사 관리 지침은 법률 명확성 원칙,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해 원고(임은정)의 공무담임권을 침해했다고 인정되므로 위헌, 위법하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또 ‘피고(법무부)가 원고(임은정)을 집중관리 대상검사로 지정하고 조직적이고 지속적으로 집중감찰을 한 행위는 불법행위에 해당하고, 원고(임은정)은 상시적인 집중감찰로 정신적 고통을 겪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하면서 위자료 1천만원을 인정했다. 
법무부는 또 한동훈 장관이 했음이 분명한 이른바 '검사 블랙리스트 관리자'로서의 역할에 대한 뉴스타파의 질의에는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다.
뉴스타파는 다음주 화요일인 4월 4일 ‘임은정 vs 한동훈, 누가 부적격 검사인가 2부'를 공개할 예정이다. 
제작진
촬영신영철
편집박서영
디자인이도현
웹출판허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