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송곳’에 나오는 이야기는 그냥 드라마 속 이야기 만은 아니다. 최근 대형마트에서는 드라마보다 더 한 노조 감시와 탄압이 아무렇지 않게 일어나고 있다. 바로 대형마트 시장점유율 1위 기업, 이마트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2014년 5월 최병렬 전 이마트 대표는 조합원을 사찰하고 노조 설립을 방해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돼 재판에서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다.
당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6부(부장판사 김우수)는 판결문에서 이렇게 밝혔다.
피고인들은 2011년 7월 복수노조 제도가 시행된 이후 반노조 활동을 하다가 노조활동을 포착한 뒤 일부 직원들을 금전으로 매수하고 노조설립을 주도한 직원을 장기간 미행하거나 직무발령, 해고하는 등 부당한 인사 조치를 취했다.
최 전 대표뿐만 아니라 윤아무개 인사상무는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 인사노무팀장은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다. 인사노무과장 두 명도 천 만 원의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사측 관계자들이 부당노동행위로 실형을 선고받는 것은 흔한 사례는 아니다. 노동자들에게는 엄격하게, 사측에게는 관대하게 적용되는 사법기관의 ‘기울어진 운동장’ 때문이다. 하지만 이마트의 경우 부당노동행위를 입증할 수 있는 명백한 증거들이 있었기 때문에 실형 처리까지 받은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당시 부당노동행위를 했던 회사 관계자들은 지금도 승승장구하고 있다. 최병렬 전 대표는 이마트 고문을 맡고 있고 윤아무개 인사상무는 현재 이마트에프에스 대표이사로 승진했다. 인사노무팀장은 점포 점장, 인사노무과장은 각각 지점 팀장, 지역 담당자 등으로 근무를 하고 있다. 인사노무과장 두 명 중 한 명은 재판 도중 과장에서 부장으로 승진까지 했다고 한다.
회사측의 부당노동행위 속에서도 노동조합은 자라났다. 현재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이마트노동조합(위원장 전수찬) 소속으로 전국 16개 지부가 설립돼 있다. 그 중 1개 지부를 제외한 15개 지부가 올해 설립됐고, 이 중 9월에서 11월 사이 8개 지부가 설립됐다.
현재 이마트노조는 회사측의 탄압을 우려해 조합원 수를 공개하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한 달 보름 사이에 100여 명 가까운 조합원이 탈퇴했다고 한다. 뭔가 사측의 조직적인 조치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로 보인다.
이마트노조에는 별도의 노조 탈퇴서 양식이 없다고 한다. 그런데 지난 9월 지부가 설립된 부산 서면 지점에서 20일 사이, 18명이 집단으로 탈퇴 문자를 노조에 보냈다. 탈퇴 문자는 대부분 동일한 형식이었다고 한다.
순천 지부에서도 10월 초 7명의 조합원이 똑같은 내용으로 작성된 탈퇴서를 노조 사무실에 등기로 보냈다.
이 밖에도 부당노동행위 의혹을 받을 만한 일은 곳곳에서 벌어졌다. 10월에 지부가 설립된 목포점에서는 “3명 이상 모이면 파트장께 보고하라”는 내용이 게시판에 버젓이 올라왔다.
이 뿐만이 아니다. 노조 성명서를 캐셔(cashier) 대기실에 게시했다는 이유로, 업무 중인 사원들을 대상으로 노조 홍보 활동을 했다는 이유로, 사무실 프린터기를 이용해 노조 게시물을 출력했다는 이유 등으로 노조 간부들에게 무차별적인 서면 경고가 남발되고 있다.
특히 모 지점에서는 지난 10월 지원팀장이 사원들을 불러 놓고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 한다.
"(노조에) 가입을 하셨던 분도 있고 안 하신 분도 계시겠지만 제가 왜 이런 얘기를 하냐 하면 회사에서 조금 이제 강력한 대응을 진행을 할 예정입니다."
사측이 말하는 ‘강력한 대응’은 무엇을 말하는 걸까.
이마트 정상화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는 23일 오전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마트를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고발하고 특별근로감독을 촉구했다. 이마트가 부당노동행위로 고발당한 것은 이번이 벌써 세 번째라고 한다. 대표가 실형을 받고도 반성하지 못하는 곳, 지금 드라마 ‘송곳’이 현실 속에 그대로 재연되고 있는 이마트이다.
▲ 이마트공동대책위원회가 23일 오전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드라마 송곳의 노조탄압이 2015년 이마트에서 그대로 재현되고 있다”며 특별근로감독을 촉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