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다큐] 윤석열의 내란-계엄을 막은 사람들
2024년 12월 22일 19시 50분
지난 13일 정부 과천청사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무부 국정감사의 이슈는 단연 검찰의 사이버 검열 의혹이었다. 지난 9월 중앙지검이 대형포털사이트 관계자들에게 명예훼손과 허위사실 유포에 대한 대응을 명목으로 핫라인 구축과 실시간 모니터링 등 월권적인 요구를 한 사실이 문건을 통해 밝혀진 것이다.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이에 대해 “해당 내용은 회의 참석자의 의견일 뿐”이라고 해명하고 국민들의 오해를 부른 점에 대해 사과했다.
자료제공 : 서기호 의원실
뉴스타파도 이날 오전 사이버 검열 논란 등 법사위 국감 취재를 위해 현장에 있었다. 뉴스타파가 지난 1년 간 추적보도해 온 국정원 간첩 조작 사건과 관련해 검사들의 묵인이 있었다는 내용의 야당 의원 보도자료도 미리 배포된 상황이어서 황 장관이 어떤 답변을 할 지도 관심이었다. 그러나 황 장관이 ‘사이버 통제’ 의혹에 대해 사과를 하는 동안 <뉴스타파> 취재진은 예상치 못했던 ‘취재 통제’를 겪어야 했다. 필자가 한창 취재 중일 때 법무부 홍보관계자가 취재 비표를 돌려 달라는 요청해 왔다. 이유인즉슨, 법무부와 관계부처 출입기자들에게만 국정감사 취재 비표를 발급하는데 실수로 <뉴스타파> 측에 비표를 잘못 발급했다는 것.
국정감사 취재를 출입기자로 제한한다는 말도 생소하거니와 이미 진행 중인 취재를 중단하고 나가 달라는 요청도 상식 밖이었다. 국감 취재 도중 별다른 이유도 없이 비표 반납을 요구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완곡히 거절하니 나중엔 상급자까지 찾아와 단호한 태도로 거듭 비표 반환을 요구했다. 정부청사가 보안시설이기 때문에 별도의 절차를 밟아 다시 취재 허가를 받으란 것이었다. 취재진을 따라다니며 취재 불가를 반복하는 홍보 담당자의 제지에 결국 요구대로 취재 비표를 반납할 수 밖에 없었다. 이 담당자는 취재진이 점심 식사를 위해 구내 식당을 찾았을 때도 뒤를 따라와 동태를 살폈다.
그 ‘정식 취재요청 절차’라는 것이 뭔가 싶어 법무부의 출입을 관리하는 다른 부서에 전화를 돌려봤다. 하나같이 하는 말이 신분증도 제출하고 신원을 확인받았기 때문에 취재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는 것이었다. 비표 배부는 법무부 홍보담당자가 전담하는 사안으로 애초에 ‘별도의 출입절차’ 따위는 없었던 셈이다. 법무부가 <뉴스타파>만 표적으로 삼아 일방적으로 취재를 통제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터무니없는 취재 통제를 겪고 보니 <뉴스타파>와 법무부가 맺은 몇가지 ‘인연’을 떠올릴 수 밖에 없었다. <뉴스타파>는 민간인 불법사찰(권재진 전 법무부장관)과 국정원 증거조작 사건(황교안 법무부장관) 등 법무부의 수장들에게 책임을 물어야 할 사안이 있을 때마다 마이크를 들어 그들의 답변을 요구해 왔다.
장관의 심기는 불편하기 했는지 몰라도 국민의 눈과 입을 대신하는 언론인으로서 응당 나서야 했던 취재였다. 혹시라도 법무부같은 정부부처가 이런 ‘인연’들을 기억해 비표 발급을 주저했다면 여간 문제될 일이 아닐 수 없다. 정부의 입맛에 맞지 않은 취재를 해야 할 때 기자가 출입 자체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분명 정상적인 사회는 아닐 것이다.
법무부의 비상식적인 국감 취재 제한이 오후 국감장에서 거론됐다는 사실을 동료 기자를 통해 뒤늦게 들을 수 있었다.
장관께서 답변해 보시죠. 특별한 문제가 없으면 취재를 할 수 있는데 장관께서 규정을 잘 살펴보시죠
-이상민 법사위 위원장하루 종일 사이버 검열, 사이버 망명, 이런 얘기가 있었는데 다른 언론사도 아니고 뉴스타파입니다. 그래서 못 들어오게 한 게 아닌가,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는 거예요.
-서영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어오고, 안 들어오고 해서 오늘 진행된 내용이 알려지지 않는 게 아니죠. 그렇게 때문에 그런 (언론 통제) 사유로 못 들어오게 하지는 않았을 겁니다. 절차를 아마..
-황교안 법무부 장관법무부가, 검찰이 과거로 회귀하고 있는거 아니냐, 대통령 말씀에 너무 빨리 발빠르게 움직이고, 국민은 안중에 없는 게 아니냐, 이런 의구심을 사는 것이 오비이락일까요? 그런 일들은 없었으면 좋겠고 그렇지 않게 열려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서영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사이버 통제’ 논란에 사과하면서도 뒤에서는 취재조차 차단하는 시대착오적인 ‘언론 통제' 에 대해 의원들이 지적한 것이다. 결국 법사위 국감이 끝나가는 오후 7시가 넘어서야 법무부는 <뉴스타파> 취재진의 출입을 약속했고, 비표 반납을 요구했던 홍보팀 관계자는 필자에게 전화를 걸어와 오해가 없었으면 한다며 사과의 뜻을 전했다. 필자 역시 언론의 취재 환경에 대한 개선이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문제 제기를 했다는 점을 설명했다. 국감장으로 돌아올 거냐고 묻기에 이미 다른 장소로 이동했다고 말하고 짧은 통화를 마쳤다.
휴대전화를 귀에서 떼는데 채 끊어지지 않은 수화기 너머로 차분했던 사과의 목소리와는 완전히 다른 목소리가 들려왔다.
야, (뉴스타파) 안 온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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