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은 바뀌지 않는다 2] ① <잠입취재> '로켓배송' 종착지에서 본 '쿠팡의 거짓말'

2024년 09월 13일 20시 11분

'전 국민 로켓배송 시대.'
올해 쿠팡이 내건 목표다. 지난 3월 쿠팡은 향후 3년간 3조 원 이상을 투자, 전국 물류망을 확충해 2027년까지 '전 국민 100% 로켓배송'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로켓배송'은 쿠팡이 자체 운영하는 물류센터에 미리 상품을 적재해 놨다가 주문이 들어오면 바로 배송하는 서비스다. 제조사로부터 상품을 전달받은 뒤 배송하는 기존 시스템과 차별화돼 배송 속도가 월등히 빠르다. 오전이나 이른 오후에 주문하면 바로 당일 상품을 받아볼 수 있고, 저녁에 주문하면 다음 날 오전까지 배송이 완료된다. 신선식품의 경우 밤 11시 59분에 주문해도 다음 날 오전 7시 전 배송되는 '새벽배송'을 원칙으로 한다. 그동안 서울과 수도권, 주요 광역도시 위주로만 가능했다.
쿠팡 창업자인 김범석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의 미션은 고객들이 '어떻게 쿠팡 없이 살았을까?'라고 말하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다." 전 국민 로켓배송 시대의 도래는 이런 김 대표의 목표를 현실화하는 과정으로 읽힌다. 
쿠팡의 매출(금융감독원 공시, 연결 재무재표 기준)은 2020년 13조 9천억 원에서 2021년 약 20조 9천억 원, 2022년 26조 4천억 원, 지난해 31조 4천억 원으로 늘었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1조 6백억 원을 넘겼다. 같은 새벽배송 서비스를 하는 '마켓컬리'의 매출은 지난해 약 2조 원이었고, 이마트는 약 29조 5천억 원이었다. 쿠팡은 재벌 대기업도 능가하는 1위 유통기업이 됐다. 
쿠팡의 성장과 함께 노동자들의 사망 소식도 계속되고 있다. 2020년부터 올해 1월까지 모두 20명이 쿠팡에서 일하다 죽었다.(물류센터 노동자, 배송기사 포함) 언론 보도로 알려진 것만 해도 이렇다. 노동자들의 연쇄 죽음에 쿠팡이 내놓는 입장은 한결같다. 
'쿠팡은 안전한 사업장이다.' 
하지만 뉴스타파 취재진이 직접 경험한 쿠팡의 노동환경은 그들의 말과 달랐다. 뉴스타파는 지난해 8월 쿠팡 물류센터에 잠입해 열악한 노동 실태를 폭로했다. 덥고, 제대로 쉴 수 없는 환경에서 이어진 고강도의 노동이 즐비했다. 1년이 흘렀다. 그 사이 지금까지 6명의 노동자가 또 죽었다.
쿠팡은 이번에도 당당하다. 지난해 10월 국회 국정감사에 나온 홍용준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쿠팡CLS, 쿠팡의 택배 업무 수행 자회사) 대표는 "새벽 노동을 하는 사람들의 근무 여건이 그렇게 열악하다고 보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비슷한 시기 쿠팡은 "쿠팡 사업장은 국내 어느 기업보다도 안전하다"는 제목의 보도자료까지 배포했다. 작년에도, 올해도 '안전하다'는 쿠팡. 그런데 노동자의 죽음은 왜 멈추지 않는 걸까.
뉴스타파는 2024년 8월 쿠팡 로켓배송의 현장에 다시 잠입했다.  

'전 국민 로켓배송 시대' 종착지, 제주도로 가다 

제주도는 쿠팡이 꿈꾸는 '전 국민 로켓배송 시대'의 종착지나 다름없다. 원래 제주도에서는 물건을 배송받으려면 기본적으로 3~4일이 걸렸다. 일반 배송비에 추가 비용도 내야했다. 특히 우도와 같은 제주도 안의 섬들은 배송이 더 오래 걸렸고, 더 비쌌다. 
쿠팡은 이런 제주도에서 2020년부터 로켓배송을 시작했다. 쿠팡 유료 멤버십 서비스에 가입하면, 육지와 똑같이 무료 배송을 해줬다. 주문하면 바로 다음 날 상품을 받아보는 익일 로켓배송도 정착시켰다. 그동안 물류 소외 지역으로 불리던 제주도 소비자들에게는 엄청난 혜택이다. 뉴스타파와 인터뷰한 제주도 쿠팡 배송기사는 "제주도 기사들은 당근이나 과일을 사먹지 않아도 된다는 말도 있다. 배송해주면 '빨리 와줘서 고맙다'면서 바로 밭에서 당근이나 과일을 가져다 주신다"고 말했다.
이제는 전날 상품을 주문하면 아침 7시 전 상품을 받아보는 새벽배송까지 도입할 것이란 소문이 무성하다. 최근 쿠팡이 제주도에서도 심야 배송기사들을 채용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제주도 등 섬에서도 새벽배송, 당일 로켓배송이 가능하다면 정말 쿠팡의 말대로 '전 국민 로켓배송 시대'도 멀지 않아 보인다. 
쿠팡 자회사인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가 운영하는 물류센터인 '제주 서브허브.' 지난 7월 18일 이곳에서 사망자가 발생했다. 

올 여름 제주도에서 쿠팡 노동자가 죽었다

지난 7월 18일, 제주도에서 한 쿠팡 노동자가 일하다 사망했다. 사망자는 50대 조 모 씨. 그는 제주시 애월읍에 있는 쿠팡 '서브허브'에서 일했다. 조 씨가 일했던 서브허브는 물류센터에서 택배로 보낼 물품을 처음으로 분류하는 곳이다. 직원 대다수가 일용직 노동자다. 
조 씨가 일한 환경을 자세히 알기 위해 먼저 쿠팡의 물류 배송 체계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주문→①물류센터→②서브허브→③물류캠프→④택배기사→소비자 순이다. ①소비자가 쿠팡으로 상품을 주문하면, 가까운 물류센터에서 소비자에게 보낼 상품을 1차 분류한다. ② 물류센터에서 1차 분류된 상품은 2차 분류장인 '서브허브'로 간다. 서브허브에선 물류센터에서 온 상품들을 지역별로 더욱 세분화해 분류하는 작업을 한다. ③서브허브에서 분류된 상품은 다시 각 지역 '물류캠프'로 전달된다. 여기서 택배차량에 실을 상품을 최종 분류한다. ④각 지역 물류캠프에서 배송기사에게 전달된 상품은 최종적으로 소비자에게 전달된다. 
단계별로 담당하는 쿠팡 자회사도 다르다. ①은 쿠팡풀필먼트 소속, ②부터는 쿠팡CLS 담당이다. 현재 제주도에는 별도의 물류센터가 없고, 1개 서브허브와 3개 캠프가 있다. 
조 씨는 지난 5월부터 제주 서브허브에서 상품을 분류하는 오전조 일용직 노동자였다. 7월 18일 아침 7시쯤 출근한 조 씨는 7시 50분쯤 갑자기 심정지를 일으키며 쓰러졌다. 이후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2시간 뒤 사망했다.
당시 제주도의 평균 기온은 30.1도, 최고 기온은 34.2도였다. 제주MBC에 따르면, 생전 조 씨는 동료에게 '일이 너무 많아 힘들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조 모 씨 : 물량이 끊임없이 나와. 물량이 계속 쏟아져.

동료 : 왜 그래 맨날?

조 모 씨 : 모르겠어요. 쏟아져 아, 쉼 없이 했어요.

쿠팡 제주 서브허브 사망 노동자 조 모 씨 생전 통화 내용 / 2024.7.29 제주MBC 보도
조 씨 동료는 제주MBC와 인터뷰에서 "조 씨는 정말 건강했다. 그 사람이 그렇게 됐다 그러면, 올 게 왔구나 이렇게 생각했다. 거기서 버틸 수 있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의문이다"고 말했다. 
조 씨가 사망하자 쿠팡CLS는 이렇게 주장했다. "조 씨는 하루 3시간밖에 일하지 않았다", "근무 당시 제주 서브허브에는 이동식 에어컨 등 수십 대의 냉방시설이 있었다. 평균 실내 온도는 29도였다", "작업자들은 수시로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 조 씨 사망은 쿠팡의 노동 환경 때문이 아니라는 얘기였다. 
정말일까. 전 국민 로켓배송 시대의 종착지, 제주도 쿠팡의 노동 실태는 어떨까. 제주도로 향했다. 

폭염 속 제주 쿠팡 물류센터... 찜통 같은 내부

뉴스타파 취재진은 조 씨가 사망한 쿠팡 제주 서브허브에 일용직 노동자로 취업했다. 근무일은 8월 21일, 당시 제주시의 평균 기온은 31.3도, 최고 기온은 34.3도였다. 조 씨 사망일 7월 18일은 평균 기온 30.1도, 최고 기온 34.2도로 큰 차이는 없었다. 둘 다 폭염 특보(7월 18일 폭염주의보, 8월 21일 폭염경보)가 발효된 상태였다.  
8월 21일 오후 1시쯤 출근 버스에 올라 약 20분을 달리자 제주시 애월읍에 있는 총 3층 규모의 물류센터가 모습을 드러냈다. 취재진의 업무지는 1층 서브허브, 근무시간은 오후 1시 30분부터 저녁 8시다. 조 씨도 1층에서 일했다. 시급은 10,100원이었다.
건물 등기부등본상 1층 서브허브의 크기는 6458.83㎡, 약 1,950평이다. 근무 시작까지 10분 정도가 남아 먼저 1층 내부를 둘러봤다. 건물 한 쪽은 상품을 싣기 위한 대형 트럭이 드나드는 곳으로 완전히 뚫려 있었고 나머지 3면은 완전히 막혀 있었다. 벽에는 작은 환풍장치가 몇 개 달려 있었다. 폭염일 때 외부에서 들어온 뜨거운 열기와 습기가 빠져나갈 곳이 부족해 보였다. 천장에 에어컨은 없었고 공기 순환 장치인 실링팬만 달려 있었다. 한 쪽 벽면에 스탠드형 에어컨 하나만 달랑 있었다. 선풍기도 모든 작업대에 있는 게 아니었다. 
지난 8월 21일 촬영한 쿠팡 제주 서브허브의 내부 모습. 거대한 물류센터에 스탠드형 에어컨 하나만 놓여 있다(오른쪽 사진). 천장에는 공기순환장치가 돌고 있고(왼쪽 사진), 일부 작업대에 선풍기가 가동되고 있다. 
현장 도착 직후인 오후 1시 20분, 온·습도계로 실내 온도를 측정하니 32.8도, 습도는 75%였다. 산업안전보건공단 기준에 따라 계산하니 체감 온도는 34.6도였다. 취재진이 근무 시작 직전인 오후 12시 30분 직접 제주시 애월읍 야외에서 측정한 외부 기온은 34.1도, 습도는 61%였다. 체감 온도는 34.7도. 체감온도로는 서브허브 실내와 바깥이 거의 차이가 없다는 뜻이다.  
1시 30분, 더위 속에서 업무가 시작됐다. 사전에 정해진 업무는 없었다. 그때그때 관리자가 시키는 일을 하는 구조였다. 취재진에게 가장 먼저 부여된 업무는 물류센터에서 건너온 상품들을 컨베이어벨트 위에 하나씩 올리는 작업었다. 상품 바코드가 위로 가도록 박스를 컨베이어벨트 위에 올려 이동시키면, 컨베이어벨트에 부착된 스캐너가 바코드를 인식해 지역별로 자동 분류하는 공정이었다.
일이 시작되자 키보다 큰 박스 더미가 전달됐다. 먼저 박스 더미가 쓰러지지 않게 주변을 감싸고 있는 비닐 포장을 뜯고 박스를 하나씩 컨베이어벨트 위에 올렸다. 가벼운 상품도 있었지만 음료수 등 액체류 같은 중량물도 있었다. 
지난 8월 21일 촬영한 쿠팡 제주 서브허브의 내부 모습. 일용직 노동자들이 배송 상품이 담긴 박스를 컨베이어벨트 위에 올려 놓고 있다. 오른쪽 사진에서 모자이크 처리되지 않은 사람이 뉴스타파 취재진이다.  
지난 8월 21일 촬영한 쿠팡 제주 서브허브의 내부 모습. 일용직 노동자 뒤로 박스가 키보다 높게 쌓여 있다. 모두 컨베이어벨트 위로 옮겨야 하는 것들이다. 
1시 37분쯤 부상 사고가 날 뻔했다. 한 노동자가 상품 적재용 깔판인 '파렛트'를 운반 기구인 '자키'로 옮기다가 파렛트로 바로 취재진 옆에 있는 노동자의 다리를 쳤다. 취재진이 '괜찮냐'고 묻자, '받히긴 했는데, 괜찮다'고 답했다. 자키에 달린 경적이 울리는 등 상당히 큰 소리가 났지만, 바로 근처에 있던 관리자들은 어떤 일이 있었는지 확인도 하지 않았다. "오늘 집화물이 많다", "서 있지 말고, 계속 돌아달라"고만 소리쳤다. 1시간 정도 일하자 이미 얼굴은 땀으로 흥건해졌다. 
업무 시작 약 1시간 반 뒤, 전달되는 박스 더미의 양이 조금 줄면서 여유가 생겼다. 잠시 숨을 돌렸다. 하지만 잠시 후 곧바로 다른 업무가 하달됐다. 한 관리자는 "상차를 하러 가라"고 말하며 다른 노동자와 취재진을 불렀다. "원래 이렇게 이거 하다가 저거 하는 식이냐"고 물었다. 동료 노동자는 "원래 유동적으로 한다"고 말했다. 
상차는 쿠팡 서브허브에서 물류캠프로 보낼 상품들을 대형 트럭에 싣는 작업이다. 완전히 뚫려 있는 물류센터의 한 쪽 벽면에 상차 작업장이 있었다. 햇빛만 안 들 뿐 취재진이 느끼는 온도는 외부나 마찬가지였다. 오후 3시 20분, 상차장의 온·습도를 측정했다. 기온 32.6도에 습도 87%였다. 체감 온도는 35.33도. 고용노동부 기준에 의하면 '경고' 수준이었다.
고용노동부는 체감온도가 경고 수준일 때는 1시간마다 15분씩 쉬라고 권고한다. 하지만 휴식은 없었다. 잠시 물을 마시러 서브허브 중앙에 있는 생수 냉장고로 향했다. 냉장고 바로 위에 '얼음물은 한 명 당 2병까지만'이라고 공지문이 붙어 있었다.
지난 8월 21일 촬영한 쿠팡 제주 서브허브의 상차장 내부 모습(왼쪽 사진). 한쪽 벽면이 완전히 뚫려 외부와 연결돼 있다. 오후 3시 20분에 측정한 상차장 내부 온도는 32.6도, 습도는 87%였다. 체감 온도로 따지면 35.33도다. 

휴식시간 강제로 빼앗은 쿠팡... "수당 줄테니 더 일해라" 

오후 3시 42분, 관리자가 갑자기 15분간 쉬라고 했다. 근로계약서에 따르면, 8월 21일 쿠팡 제주 서브허브의 무급 휴식시간은 오후 4시부터 5시까지다. 정해진 휴식시간도 아닌데, 느닷없이 15분 휴식 지시가 떨어졌다. 주변 노동자들에게 물어봤지만 왜 갑자기 쉬라고 하는 건지 아는 사람은 없었다. 
음료수를 마시러 휴게실에 들러 지갑을 챙기고 서브허브 내 자판기 앞으로 가니 이미 3시 47분이었다. 휴식 종료까지 남은 시간 단 8분. 에어컨이 있는 휴게실에 5분 앉아 있다 다시 작업장으로 돌아왔다. 
다시 컨베이어벨트에 박스 올리는 일을 했다. 시간이 흐르자 잠시 여유가 생겼는데, 관리자는 또 다른 업무를 지시했다. 컨베이어벨트에 올릴 수 없는 쌀포대나 가구, 전자제품 등 대형 상품, 중량물들을 직접 배송 지역별로 하나하나 분류해 롤테이너(쿠팡에서 사용하는 이동형 배송 케이지) 안에 쌓는 업무였다.
쉴새 없이 대형, 중량물들이 밀고 들어왔다. 아직 롤테이너 안에 상품을 채 쌓기도 전에 다른 상품 서너 개가 동시에 전달돼서 허둥지둥하는 일도 빈번했다. 혼자 들기 힘든 무거운 상품도 있었지만, 각자 맡은 상품을 분류하기도 바빠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지난 8월 21일 촬영한 쿠팡 제주 서브허브의 내부 모습. 왼쪽, 오른쪽 사진 모두 배송 상품 중 대형·중량물들을 따로 분류하는 작업대다. 가전이나 가구, 쌀포대, 액체류 등 무거운 상품을 배송 지역별로 분류해 왼쪽 사진에서 보이는 파란색 롤테이너(이동형 배송 케이지)에 차곡차곡 쌓아야 한다. 
어느새 저녁 6시. 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후 5시 58분, 취재진이 대형, 중량물 분류 작업장에서 측정한 실내 온도는 32.5도, 습도는 83%였다. 체감 온도로는 34.9도로 고용노동부 기준에 의하면 '주의' 수준이었다. 여전히 휴식은 없었다.
오후 4시~5시가 휴식시간이라던 근로계약서 내용은 이미 지켜지지 않은 지 오래였다. 오히려 관리자들은 업무 속도를 높이라며 독촉했다. 한 관리자가 방송으로 "이형(취재진이 일한, 중량물 작업장을 뜻하는 쿠팡 내 용어) 속도 좀 올리라"고 말했다. 
6시 30분, 드디어 휴식시간이 공지됐다. 총 1시간 중 앞서 15분을 쉬었으니, 근로계약서 대로라면 45분을 더 쉬게 해줘야 한다. 하지만 관리자는 "6시 45분까지만 쉬고, 다시 작업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15분만 쉬라는 얘기였다. 그러면서 '못 쉰 만큼 수당을 줄테니 일하라'고 말했다. 
6시 45분까지 15분만 쉬고 다시 일을 시작했다. 또 대형, 중량물들을 분류하고 쌓았다. 밤 7시가 넘었는데도, 상품들은 끝도 없이 밀고 들어왔다. 한 노동자가 숨을 헐떡였고, 얼굴은 땀 범벅이 되어 있었다. 그 모습을 본 관리자가 다른 노동자에게 "물 있느냐, 한 명이 가서 냉장고에서 물 가져와라"고 말했다. 냉장고로 갔던 노동자는 빈 손으로 돌아왔다. 취재진이 "왜 물 안 가져왔느냐"고 묻자 "냉장고에 물이 없다"고 답했다. 노동자들은 물 없이 계속 일했다. 
퇴근 시간인 저녁 8시, 쿠팡 제주 서브허브 책임자가 노동자들을 모아 놓고, 마이크로 안내한다. "헬퍼(서브허브·캠프의 분류 작업자를 뜻하는 쿠팡 내 용어)님들, 오늘 다 연장근무 서류에 서명하고 가야합니다. 연장근무 서명하시고 퇴근하셔야 합니다."
근로계약서에 명시된 휴식시간을 빼앗아 강제로 일을 시켰으면서, 노동자가 쉬는 대신 수당을 받는데 동의했다는 서명을 사후적으로 받고 있는 것이었다. 결국 이날 약속된 휴식시간 1시간 중 실제 휴식시간은 30분에 불과했다. 계약 위반이다. 그마저도 쿠팡은 마음대로 15분씩 쪼개 쉬게 했다. 퇴근 후 숙소로 돌아온 취재진의 등에는 땀이 눌어붙어 하얗게 변해 있었다. 
지난 8월 21일 촬영한 쿠팡 제주 서브허브의 내부 모습. 배송 상품 가운데 대형·중량물을 분류하는 작업 도중 밀려드는 물량을 이기지 못하고 상품들이 바닥에 놔뒹굴고 있다(왼쪽 사진). 오른쪽 사진에선 한 노동자가 빨리 박스를 쌓으려다 결국 박스 더미가 무너졌다. 

보이지 않는 이동식 에어컨, 수시 휴식도 없다... 쿠팡 해명 '신빙성 의심' 

다시 50대 일용직 노동자 조 모 씨 사망 사건에 대한 쿠팡CLS의 해명으로 돌아가보자. 쿠팡CLS는 "조 씨 근무 장소에는 이동식 에어컨 등 수십 대의 냉방시설이 있었고, 실내 온도는 29도였다", "수시 휴식도 가능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8월 21일 취재진이 확인한 실제 현장은 쿠팡 주장과 달랐다. 취재진이 옮겨다닌 3개 작업장에서 이동식 에어컨은 한 번도 보지 못했다. 이동식 에어컨은 작업장과 거리가 먼 관리자 책상 앞에만 놓여 있었다. 선풍기가 있긴 했지만, 바람이 아예 오지 않는 작업대도 있었다. 
지난 8월 21일 촬영한 쿠팡 제주 서브허브 내부 모습.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에서 "물류센터 내 완비됐다"는 이동식 에어컨은 관리자 책상 앞에만 있었다. 취재진이 옮겨다닌 3개 작업장에서는 한 번도 보지 못 했다.
쿠팡이 관리하는 온도계는 통상 관리자 책상 주변에 있다. 쿠팡은 조 씨 사망일은 7월 18일 제주 서브허브의 실내 온도가 29도로 바깥보다 훨씬 시원했다고 주장했지만, 실제 작업 현장의 온도는 다를 수 있다는 얘기다.
조 씨가 사망한 7월 18일과 날씨가 유사했던 8월 21일, 취재진이 측정한 제주 서브허브의 실내 온도는 계속 32도 이상이었다. 특히 서브허브의 실내 습도는 취재진이 직접 측정한 야외 수치(61%)보다 20%p가량 높았다(오후 3시 20분 측정 실내 습도 87%). 습도가 높으면 체감 온도는 올라간다. 조 씨가 사망 당일 느꼈을 체감 온도는 29도보다 훨씬 높았을 가능성이 크다.  
'수시로 쉴 수 있다'던 쿠팡의 주장도 사실과 달랐다. 쿠팡은 근로계약서에서 정한 대로 휴식시간을 부여하지 않았고, 마음대로 추가 근무를 강요했다. 조 씨 사망 시기인 지난 7월 제주 서브허브와 같은 건물을 사용하는 제주1캠프에서 일했던 한 노동자는 이렇게 말했다.
하루 2시간 반만 일한 적도 있었는데, 그 때도 쓰러질 것 같았어요. 그냥 눈코뜰 새 없이 일하는데... 일단 노동의 강도보다도 온열과의 싸움이 정말 큰 것 같더라고요. 제가 딱 한 시간 일하니까 얼굴이 그냥 아예, 일하는 사람이 전부 다 벌개져서 있어요. 전부 땀은 당연히 미친 듯이 쏟아지죠. 그때 날씨는 완전 폭염일 때였으니까요. 실내온도는 제 추측으로는 온도계를 보지는 않았는데 한 38도 될 것 같더라고요.

지난 7월 쿠팡 제주1캠프 근무 노동자

수도권 캠프는 노동강도 더 높아..."여기는 생지옥"

앞서 설명했듯 아직 제주도에서는 익일 배송만 가능하다. 새벽배송은 시작도 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다른 지역의 상황은 어떨까.
쿠팡CLS는 전국에 총 81개 서브허브와 물류캠프를 두고 있다(지난 1일 쿠팡CLS 채용 홈페이지 기준). 뉴스타파가 접촉한 여러 노동자에 따르면, 이미 당일 로켓배송과 새벽배송이 정착된 지 오래인 서울과 수도권은 노동 강도가 '상상을 초월한다'고 한다.
지난해 경기도 남양주1캠프에서 일했다는 한 노동자는 "여기는 생지옥으로 불린다. 상품을 던지면서 일한다. 물량이 너무 많아서 그렇게 안 하면 머리가 터질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해 8월 18일, 경기도 시흥2캠프에서 사망 사고가 발생했다. 시흥2캠프에서 야간 분류작업을 하던 49살 김명규 씨였다. 한 설계감리기업의 관리직으로 일하던 김 씨는 '아픈 아들의 학원비'를 벌기 위해 주말에 쿠팡에서 일하게 됐다.
배우자인 우다경 씨는 남편보다 먼저 시흥2캠프에서 일하고 있었다. 주말 부업을 알아보던 김 씨에게 우 씨는 '쿠팡에선 밤 근무도 가능하다'고 말했고, 김 씨는 주간보다 시급이 더 높은 야간 근무를 택했다. 그렇게 8월 17일 우 씨와 함께 시흥2캠프로 야간조(밤 12시~아침 9시 근무)로 첫 출근했고, 다음날인 18일 사망했다. 
지난 8월 18일 쿠팡 경기 시흥2캠프에서 사망한 고 김명규 씨의 모습. 김 씨는 시흥2캠프에 야간 일용직 노동자로 출근한 지 이틀 만에 사망했다. 

시흥캠프에서도 노동자 사망...유가족 "1명에 2명 일 시켰다" 

김 씨는 쿠팡의 신선식품을 담는 보냉가방인 '프레시백'을 정리하는 작업대에서 일했다. 수거된 프레시백을 세척기에 넣고, 세척이 완료된 프레시백의 물기를 닦고 접어서 공업용 파렛트에 쌓아 운반하는 4인 1조 공정이었다. 이 중 김 씨는 마지막 업무인 프레시백 적재·운반을 맡았다. 
김 씨의 업무는 프레시백 정리 공정에서 가장 힘든 일이었다고 한다. 먼저 직전 공정의 노동자가 접은 프레시백이 컨베이어벨트를 타고 오면, 총 120개를 하나씩 파렛트에 쌓아야 한다. 이후 작업대에서 약 10m 떨어진 곳에 있는 '자키'(파렛트를 들고 이동시키는 운반기구)를 가져와 프레시백 120개가 쌓여 있는 파렛트를 싣고, 약 30m~50m를 이동해 프레시백을 운반한다.
운반이 완료되면, 다시 자키를 본래 장소에 세워두고 새 파렛트를 작업대로 가져와 또 프레시백 120개 쌓기를 반복해야 한다. 배우자 우다경 씨는 "(남편이 쓰던) 자키가 수동이었다. 그러기 때문에 아무래도 120개인데, 옮길 때 무겁다"고 설명했다.
거기다 김 씨는 한 번도 프레시백 적재·운반 일을 해본 적이 없었다. 사망 전날인 8월 17일 김 씨는 프레시백 세척 업무를 맡았고, 적재·운반은 18일이 처음이었다. 우 씨는 "17일에 '한 번 배워보라'고 해서 두세 번 정도 해본 게 다였다"고 말했다. 
이런 김 씨에게 쿠팡은 두 명 몫의 일을 시켰다고 우 씨는 말했다. 사망 당일 김 씨가 작업대 두 개에서 오는 프레시백을 모두 혼자 쌓고, 운반해야 했다는 것이다. 
작업장 라인이 두 군데였어요. 한 라인이 4인 1조니까 8명이 돼야 되잖아요. 그런데 그날은 7명이 나온 거예요. 한 라인에 프레시백을 세척기에 넣는 사람, 그다음에 닦는 사람, 접는 사람, 적재하는 사람, 이렇게 되는 건데... 남편이 두 군데 걸 다 한 거죠, 적재하는 사람이 부족하니까. 

우다경 씨 / 쿠팡 시흥2캠프 사망 노동자 고 김명규 씨 배우자
상황이 이런데도 시흥2캠프 관리자들은 김 씨의 업무가 과중하지 않은지 등을 전혀 확인하지 않았다고 한다. 뉴스타파 취재진이 '캠프 관리자들이 김 씨에게 주의를 기울인 적은 없는지' 묻자 우 씨는 "전혀 없었다"면서 "프레시백 작업대에서는 일용직만 일했다. 관리자는 나와 있지도 않았다. 가끔 한 번씩 사진 찍을 때 와서 본 게 전부"라고 말했다. 
또 우 씨는 시흥2캠프 실내가 무더웠다고 주장했다. 
(작업장) 한쪽에만 선풍기가 있고 다른 한쪽에는 선풍기가 없어요. 에어컨도 없고, 체감 온도나 뭐 엄청 습하고 덥다고 보시면 되죠. 남편이 땀이 그렇게 많지 않은데, 사망 전날도 보니까 옷이 엄청 젖었더라고요. 그래서 사망 당일도 제가 땀 너무 티 나니까 회색 옷은 입지 말라고 했었거든요. 그만큼 거기가 덥다는 거에요. 

우다경 씨 / 쿠팡 시흥2캠프 사망 노동자 고 김명규 씨 배우자
초보자인데도, 공정 중 가장 힘든 일을 2배로 해야 했던 김 씨는 출근 두 시간만인 18일 새벽 2시경 쓰러졌다. 우 씨는 "출근하기 전에는 '오늘 컨디션 괜찮다'고 얘기했는데, 일하다가 '버겁다'고 나한테 와서 말했다. 한 군데 적재·운반만 해도 힘든데 두 군데를 하니 그렇게 말했다. 그리고 10분 정도 있다가 쓰러져 사망했다"고 설명했다. 
쿠팡 경기 시흥2캠프에서 사망 노동자 고 김명규 씨가 일했던 작업대. 쿠팡의 신선식품을 담는 '프레시백'을 정리하는 곳이었다. 유가족 주장에 의하면, 김 씨는 사망 당일 이곳에서 혼자 두 명분의 일을 해야 했다. 

"쿠팡은 마지막 알바다"

김 씨가 쓰러진 곳은 작업대 옆 자키 정류장소였다. 하지만 우 씨는 김 씨를 등진 채 일하고 있어 몰랐다. 누군가 "사람이 쓰러졌어요!"라고 소리쳤다. 하지만 우 씨는 돌아보지 않았다. "일하면서 쓰러졌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그냥 흔하게 듣는 말이어서 별로 신경을 안 썼다. 그런데 두 번째로 '사람이 쓰러졌다'고 했을 때 그때는 소리를 크게 지르길래 한번 가본 거였다. 그런데 그게 내 남편이었다"고 우 씨가 말했다.  
어떤 여자 분이 '사람이 쓰러졌어요'라고 두 번째로 했을 때 사람들이 온 거였잖아요. 첫 번째 불렀을 때 온 게 아니고요. 심폐소생술도 쓰러지자마자 바로 한 게 아니고, 두 번째로 소리쳐서 왔을 때 한 거니까. 심폐소생술을 했을 때 남편이 깨려고 막 억지로 몸을 떨었던 게 기억이 나거든요. 막 억지로 막 살아보려고 이렇게 했던 게...

우다경 씨 / 쿠팡 시흥2캠프 사망 노동자 고 김명규 씨 배우자
이후 김 씨는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새벽 3시 11분 끝내 사망했다. 병원이 밝힌 사인은 '급성 심근경색'이었다. 사망 1달 전 김 씨는 건강검진을 받았다. 검진결과서를 보면 김 씨에게는 별다른 지병이 발견되지 않았다. 경증 고혈압과 만성 위염이 전부였다. 남편 죽음의 정확한 이유를 밝히려 우 씨는 경찰에 부검을 신청했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김 씨 사망 소식이 보도되자 쿠팡은 책임이 없다고 밝혔다. "원래 지병이 있었고, 시흥2캠프에서는 이틀밖에 일하지 않았다. 기초적인 사실도 확인하지 않고 쿠팡을 비난하지 말라"는 게 쿠팡CSL의 공식 입장이었다. 
사과는 없었다. 오히려 쿠팡은 유가족을 접촉해 '언론에 제보했느냐'고 캐물었다. 우 씨는 "쿠팡CLS에서 (다른 가족에게)연락을 했다. 쿠팡 측은 '언론에서 연락이 왔는데, 유가족이 먼저 언론에 연락해 제보하지 않았느냐'고 물었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사망 닷새 뒤인 8월 23일 경향신문이 김명규 씨 사망 사건을 최초 보도했는데 그 보도 경위를 유가족에게 따져 물은 것이다.
그리고 돈을 건넸다. 우 씨는 "장례식 끝나고 토요일에 쿠팡CLS 담당자를 집 앞 카페에서 만났다. 쿠팡CLS에서 남편 월급의 1년 6개월치 되는 돈을 합의금으로 제시했다. 남편은 고작 49살이었고, 아픈 아이도 있는데 말이다"고 설명했다.
우 씨를 더욱 분노케 한 것은 합의금 제시 과정에서 보인 쿠팡의 태도였다고 한다. 
그런 돈을 주면서 정말 자기네들이 엄청 생각해서 이거(합의금)를 주는 것처럼 말하더라고요. 미안한 마음에서 주는 건 아니었던 걸로 느꼈어요. 직원이면 원래 보험을 들어서 주는 건데 우리 남편은 보험도 안 들어 있었다면서 원래는 안 줘도 되는 것처럼 말했어요. 그런데도 '우리가 회의 끝에 너희를 생각해서 준다' 이런 뉘앙스였어요. 그래서 진짜 받고 싶지 않았고, 화가 나더라고요.

우다경 씨 / 쿠팡 시흥2캠프 사망 노동자 고 김명규 씨 배우자
지난 8월 18일 쿠팡 경기 시흥2캠프에서 사망한 고 김명규 씨의 배우자 우다경 씨.  
결국 유가족은 합의를 거부했다. 현재 산업재해 신청을 준비 중이다. 우 씨는 "쿠팡CLS가 관리를 제대로 했다면 이렇게 사람이 죽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8명이 필요한 공정에 7명만 있으면, 더 불러야 하지 않느냐. 관리를 제대로 안 했으니 사람이 사망하는 거 아닌가. 업무 내내 일용직만 남겨두고 관리자는 오지도 않았는데, 그건 잘못된 것 아닌가"라고 물었다. 
마지막으로 우 씨는 이런 말을 했다.
어떤 사람이 '너도 쿠팡 알바(아르바이트의 준말)해 봐'라고 했더니 돌아오는 말이 이랬다고 하더라고요. '쿠팡은 마지막 알바야.' 

우다경 씨 / 쿠팡 시흥2캠프 사망 노동자 고 김명규 씨 배우자
김명규 씨 사망 후 열흘이 지난 8월 28일, 시흥2캠프에서는 또 한 명의 노동자가 심정지로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됐다.

제도 허점 이용하는 쿠팡과 물류산업... 낡은 법 개정해야   

온라인 쇼핑·물류·배송 산업이 커질수록 물류센터 시장도 점점 거대해지고 있다. 동시에 해가 갈수록 폭염과 혹한도 심해지고 있다. 하지만 낡은 법은 물류센터를 규제하지 못하고 있고, 노동자들은 극단적인 노동 환경 속에서 오늘도 일하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 쿠팡이 있다.
한국유통연수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쿠팡 운영 물류센터의 면적이 총 100만 평을 넘어서며 CJ대한통운을 제치고 국내 1위를 차지했다. 지난 2020년부터 올해 8월까지 쿠팡 물류센터에서 일하다 사망한 노동자는 총 12명에 이른다.(배송기사 포함 20명) 
지난 2020년부터 올해 8월까지 총 12명의 노동자가 쿠팡 물류센터에서 일하다 사망했다. 관련 언론 보도만 취합한 결과다. 지난해 1월 경기 광주 물류센터에서 발생한 노동자 간 살인사건은 포함하지 않았다. 
뉴스타파는 지난해 1편 보도에서 물류센터를 창고로만 지정한 건축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래야 기계설비법상 냉난방, 환기시설 설치 의무가 생기기 때문이다. 물류센터는 상품만 쌓아놓는 창고가 아니라 노동자들이 상시 근무하는 공장으로 바뀐 지 이미 오래다. 하지만 21대 국회는 아무 변화도 만들어내지 못했다. 
올해 시작된 22대 국회는 다를까. 현재 국회에는 물류센터를 창고에서 제외하자는 건축법 개정안, 폭염 시 사용자에게 조치 의무를 부과하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 등이 발의된 상태다. 대표 발의자인 박해철 의원은 "지난 달 직접 남양주2캠프를 방문했다. 정말 고온 다습하고, 환류도 되지 않았다. 최악의 근로조건이었다. 거기서도 120명이 일하고 있었는데, 그건 창고가 아니다. 창고에는 냉방장치가 필요 없지만 수백 명 노동자가 일하는 곳에는 당연히 필요하다. 그래서 건축법 개정안을 냈다"고 설명했다. 
또 박해철 의원은 폭염 등 극한 기상여건에도 사업주가 대비하도록 강제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산업안전보건법 39조에서는 "사업주가 노동자의 건강 장해를 예방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여기에는 사업장에서 발생하는 분진, 방사선, 유해광선, 환기, 채광 등으로 인한 건강장해는 포함되지만, 폭염과 혹한 등 극한 기상상황은 고려되지 않고 있다. 박 의원은 여기에 '폭염, 혹한 및 다습 등의 기상여건이나 고열 작업 등에서 작업함에 따라 발생하는 건강장해'를 포함하자고 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현재 고용노동부의 온열질환 예방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체감 온도가 33도 이상일 경우 50분 일하고 10분 쉴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권고일 뿐이어서 사업주가 안 지켜도 강제할 수 없습니다. 또 쿠팡 남양주2캠프를 가보니 실내 온도 측정은 하고 있었지만, 들쭉날쭉이었습니다. 일부 벽에 선풍기가 있긴 했습니다만, 큰 효과를 기대하기도 어려워 보였습니다. 그래서 이런 것들을 막기 위해 폭염 등을 대비해 사업주가 의무적으로 필요 조치를 하도록 법 개정안을 발의한 겁니다. 

박해철 / 국회의원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유가족·노동단체, 국회에 '쿠팡 청문회' 요구... 쿠팡 "'묻지마 과로사' 주장 멈추라"

현재 쿠팡 사망 노동자의 유가족과 노동·시민단체들은 국회에 '쿠팡 청문회'를 요구하고 있다. 계속되는 쿠팡 노동자의 죽음을 막기 위해선 자료 요구권과 청문회 증인 출석 요구권, 동행명령권을 가진 국회가 전방위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얘기다. 
택배노동자과로사대책위원회는 지난 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사고, 사망 사례들은 쿠팡의 로켓배송이 지속 가능하지 않고, 쿠팡의 무분별한 배송 속도 강요에 대한 공적 규제가 필요하다는 걸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또 "쿠팡에 대해 정부와 국회가 대책 마련에 나설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말했다. 시흥2캠프 사망 노동자 김명규 씨의 배우자 우다경 씨도 기자회견에 나와 "쿠팡은 자신들 책임이 아니라고 하는데, 국회의원들이 이걸 밝혀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지난 9월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쿠팡 사망 노동자 유가족과 노동·시민단체가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국회는 쿠팡 청문회를 개최하라"고 요구했다. 
쿠팡CLS는 지난 9일 서면 답변을 통해 입장을 밝혀 왔다. 뉴스타파의 잠입취재 내용에 대해선 일절 답하지 않았다. 제주 서브허브 사망 노동자 조 씨에 대해선 "하루 3시간만 일했고, 수십 대 냉방시설이 완비되어 있었다. 민주노총이 고인의 안타까운 죽음을 정치적으로 악용하고 있다"는 기존 주장을 되풀이했다.
시흥2캠프 사망 노동자인 김명규 씨와 관련해선 "김 씨는 설계감리기업에서 현장 관리자로 10년 넘게 재직했다"며 "고인 본업의 근로강도, 근로시간, 부검 결과 등 기본적 사실관계도 파악하지 않고, 일부 언론은 악의적 보도를 이어나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김 씨가 지병이 있었다고 주장한 근거와 김 씨 혼자 2명 분의 일을 했다는 유가족 주장에 대한 설명은 전혀 없었다. 
마지막으로 쿠팡CLS는 "쿠팡CLS와 임직원들의 명예를 훼손하는 '묻지마식 과로사 주장'을 멈춰 줄 것을 강력히 요청드린다"며 "언론의 허위보도에 대해서는 법적 조치를 통해 사실관계를 바로잡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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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홍주환 조원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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