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봉화군의원 3명과 특수관계인 건설사 7곳이 이들 의원들의 재직 기간동안 봉화군으로부터 81억 원의 수의계약을 따낸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 사주가 현직 의원이라는 건설사 대표의 증언도 나왔다.
봉화군의원들이 겸직금지 규정을 위반한 것은 물론 의원 신분을 이용해 사익을 챙긴 것은 조사가 필요하다.
봉화군 공사 수의계약 1,2위 싹쓸이한 '한지붕 세가족' 건설사
봉화군 계약정보공개시스템에 따르면 봉화군이 지난 2015년부터 올해 4월 17일까지 7년여 동안 체결한 공사 수의계약은 모두 6,096건, 금액으로는 1132억 원 상당이다. 이 기간에 봉화군과 1건 이상 공사 수의계약을 체결한 업체는 366곳. 회사 한 곳당 평균 16.6건, 3억 원 남짓이다.
봉화군청 권진기 경리팀장은 "수의계약 배정에 특별한 기준이 있는 것은 아니고, 지역 특수성을 고려해 공무원들의 재량권으로 업체를 선정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봉화군의 수의계약은 봉화군의원들과 특수관계에 있는 특정 회사에 편중됐다. 봉화군 산림조합을 제외하면 명인건설이 지난 7년간 136건, 21억2,378만 원 상당의 수의계약을 따내 지역 건설업계 1위를 차지했다. 건설 관련 회사 평균보다 7배 많은 수의계약을 따낸 명인건설은 권영준 봉화군의회 의장이 2001년 설립한 회사다. 권영준 의장은 2006년 6월 지방선거에서 군의원으로 당선된 뒤 친구 최 모 씨에게 대표이사 자리를 물려줬다.
공사 수의계약 2위는 21억103만 원의 실적을 기록한 서울건설. 서울건설은 명인건설과 같은 사무실을 쓰고 있으며, 명인건설의 직원들이 각종 업무를 대행하고 있다.
서울건설의 대표이사는 명인건설 인근에서 정육점을 운영하는 또 다른 최 모 씨. 최 씨는 지난 2018년 지방선거에서 권영준 의장의 선거운동을 도운 인물이다.
뉴스타파 취재진이 수의계약을 많이 따낸 비결을 묻자 최 씨는 "연간 6~7건 정도 되는 걸로 알고 있다. 그런데 그렇게 많이했냐"며 오히려 되물었다. 서울건설의 수의계약 건수는 최근 7년간 127건, 연평균 18건으로 최 씨가 기억하는 수치보다 3배 많다. 결국 최 씨는 취재진에게 회사 경영에 관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일종의 바지 사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회사에서 급여도 받지 않는다"고 말했다.
명인건설과 서울건설의 주소지에는 또 다른 회사가 있다. 2019년 1월 30일 설립된 법전건설이다. 법전건설의 대표는 채 모씨로 수년 전 귀농해 권영준 의장의 지역구에서 과수원을 운영한다.
그런데 채 씨는 회사 설립 한 달 만에 봉화군의 공사 계약을 따냈다. 그리고 일주일 뒤 3월 7일 하루 동안 3건의 수의계약을 체결했다. 회사 설립부터 지금까지 남의 사무실에 더부살이하며 단 한 명의 상시 고용 직원조차 없는 법전건설이 지난 3년간 따낸 수의계약은 50건, 7억5천여만 원이다. 누군가 뒤에서 도와주지 않았다면 설명하기 힘든 일이다.
이에 대해 권영준 의장은 "예전에 수사를 받아 법원에서 본인 소유의 회사라는 것을 밝혔고, 2008년에 다 팔았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권영준 의장의 공직자 재산신고 내역에는 2008년 회사를 매각한 정황을 찾을 수 없다. 2008년 12월 말 기준으로 신고된 권 의장의 재산은 33억 원으로 1년 전보다 2억 원 늘었다. 하지만 이같은 재산 증가는 부동산 가격 상승에 따른 것일뿐 회사 매각에 따른 자산 증가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
태백건설 실제 사주는 엄기섭 부의장, 당선 이후 수의계약 7배 증가
엄기섭 봉화군의회 부의장은 2018년 군의원에 당선된 뒤 자신이 운영하던 태백건설을 매각했다고 주장했다. 새 대표이사는 강 모 씨. 강 씨의 남편은 엄기섭 부의장의 오랜 친구다.
그러나 어찌된 영문인지 태백건설은 새 주인을 만난 뒤 승승장구했다. 엄기섭 부의장이 군의원으로 재직한 2018년 7월 1일부터 2022년 4월 17일까지 46개월간 봉화군과 맺은 수의계약은 92건, 14억6,317만 원을 기록했다. 이 기간동안 태백건설은 명인건설과 서울건설을 제치고 수의계약 도급순위 1위를 차지했다.
또 봉화군 계약정보공개시스템이 2015년 1월 이후 자료만 공개하고 있어 정확한 비교는 불가능하지만 엄기섭 부의장이 군의원으로 재직하기 전인 2015년 1월부터 2018년 6월말까지 42개월간 따낸 수의계약이 15건, 2억1,618만 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7배 가까이 증가했다.
태백건설의 대표이사로 등재돼 있는 강 씨는 뉴스타파와의 인터뷰에서 회사의 실질적인 주인이 부의장이냐는 질문에 "예"라고 답했다. 강 씨는 또 태백건설이 어떻게 운영되는지 어떤 수의계약을 따내는지에 대해서도 전혀 모른다고 답했다.
엄기섭 부의장이 만든 건설사는 또 있다. 태백건설과 같은 사무실을 쓰고 있는 싱싱냉기건설. 이 회사는 엄기섭 의원이 봉화군의원으로 재직한 동안 50건, 7억9,206만 원의 수의계약을 따냈다.
공직자 재산 신고 내역을 보면 엄 부의장은 공직자 윤리법에 따라 태백건설 지분 100%와 싱싱냉기건설 지분 90%를 모두 매각한 것으로 나와있다. 그러나 주식을 매각하고 돈을 받은 것이 아니라 사인간 채권, 즉 차용증을 받고 전액 빌려줬다고 신고했다. '바지사장'을 내세운 태백건설처럼 싱싱냉기건설 역시 엄기섭 부의장이 실제 사주일 가능성이 크다.
뉴스타파는 취재사실을 알리고 해명을 요구하는 문자를 보냈지만, 엄기섭 부의장은 "자신은 이들 회사를 소유하고 있지 않으며, 해명한 사안도 아니다"며 전화도 받지 않았다.
지방계약법은 지방의원이 50% 이상 지분을 가진 회사가 해당 지자체와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계약을 맺을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박동교 의원 당선 후 친형이 세운 건설사 수의계약 따내
봉화군의회 박동교 의원은 건설사 2곳과 특수 관계다. 교동건설은 박동교 의원이 당선 전 운영하던 회사고, 민이앤씨는 박 의원의 친형이 2019년 만들었다. 이들 회사가 최근 4년간 따낸 수의 계약은 모두 9억원.
박 의원은 선거에 당선된 뒤 2018년 6월 교동건설을 매각했다며 회사와의 연관성을 부인했다. 하지만 박 의원의 재산신고 내역에는 회사를 팔고 받은 돈의 흔적이 없다. 오히려 그는 회사를 매각한 뒤 새마을금고에서 4억5천만 원을 대출받아 교동건설의 운영 자금으로 빌려줬다. 지난 3월 공개된 박 의원의 재산신고 내역을 보면 빌려준 원리금을 아직도 다 받지 못한 것으로 돼 있다.
이에 대해 박동교 의원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 수의계약에 관여한 적도 없다"고 말했다. 회사를 매각한 뒤 제2금융권에서 거액을 대출받아 운영자금으로 빌려준 이유가 있는지, 당시 교동건설이 부도 위기에 있었는지 묻자 그는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