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바' 한정판 케이크에 '스벅' 프리퀀시까지… 특수활동에 안 쓰는 검찰 특수활동비

2023년 12월 19일 13시 30분

창원지방검찰청 진주지청이 범죄 수사나 범죄 정보 수집 등 특수활동을 수행하는 데 써야 하는 특수활동비로 ‘파리바게트’의 ‘핼러윈 한정판 케이크’를 사고, ‘스타벅스’에서 ‘미션 음료’를 주문하며 이벤트 상품을 받는 데 필요한 쿠폰을 적립한 것으로 드러났다.

전국 검찰청 특수활동비 카드 영수증 전수조사… 185장에서 ‘최종 사용처’ 확인

뉴스타파를 포함한 6개 언론사와 3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검찰예산검증 공동취재단’이 지금까지 전국의 지방검찰청에서 확보한 특수활동비 지출증빙자료는 약 6만 장이다. 
이 6만 장 가운데 5만 9천 700장, 전체의 99.5%에 이르는 지출증빙자료는 A4 1장짜리 ‘현금 수령증’이다. 나머지 300장, 0.5%에만 신용카드 영수증 같은 구체적인 지출증빙이 첨부돼 있다. 
주로 규모가 작은 지청 단위에서만 특수활동비를 카드로 사용하고, 고검·지검에서는 대부분 현금으로 특수활동비를 집행했다. 기획재정부 예산집행지침에 따르면, 특수활동비의 경우에도 현금 지출을 자제하고 카드로 결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검찰은 300장에 불과한 특수활동비 카드 영수증마저도 공개 시 범죄 수사와 범죄 정보 수집 등 특수활동 수행에 심각한 지장이 생긴다며, 상호와 결제 시간은 물론 구매 품목까지 먹칠로 지웠다.
▲ 검찰은 공개 시 범죄 수사와 범죄 정보 수집 등 특수활동 수행에 심각한 지장이 생긴다며, 특수활동비 카드 영수증에서도 상호와 결제 시간은 물론 구매 품목까지 먹칠로 지웠다.
뉴스타파는 지난 석 달 동안 300장의 카드 영수증에 남아 있는 작은 정보를 바탕으로 검찰 특수활동비의 ‘최종 사용처’, 즉 카드 결제 장소를 추적해왔다. 그 결과, 검찰이 남긴 카드 영수증 300장 가운데 185장에서 특수활동비 최종 사용처를 확인해냈다. 검찰청별로 최종 사용처가 파악된 영수증은 충주지청 12장, 마산지청 10장, 경주지청과 서산지청 각각 3장, 속초지청과 통영지청 각각 1장, 그리고, 진주지청이 155장이다. 
▲ ‘최종 사용처’가 확인된 전국 검찰청의 특수활동비 카드 영수증 현황
범죄 수사와 범죄 정보 수집 등 기밀 유지가 필요한 특수활동을 했다는 검찰이, 특수활동비를 쓴 장소는 어딜까.

진주지청 특수활동비 카드 영수증... ‘SKT 통신사 할인’과 ‘파리바게트’

2019년 10월 17일, 창원지검 진주지청이 특수활동비 9만 8천 500원을 쓴 뒤 지출증빙으로 남긴 카드 영수증이다.
▲ 2019년 10월 17일, 창원지검 진주지청이 특수활동비 9만 8천 500원을 쓴 뒤 지출증빙으로 남긴 카드 영수증
영수증의 먹칠 사이로 눈에 띄는 문구가 있다. ‘SKT 할인’. 특수활동비로 뭔가를 사면서 ‘통신사 할인’을 받은 것이다. 
진주지청의 전체 특수활동비 지출증빙서류 가운데, 통신사 할인을 받은 동일한 양식의 카드 영수증은 모두 3장이 발견됐다.
▲ 진주지청의 전체 특수활동비 지출증빙서류 가운데, 통신사 할인을 받은 동일한 양식의 카드 영수증은 모두 3장이 발견됐다.
진주지청 소속 검사 또는 수사관은 2019년 10월 두 차례, 11월 한 차례 등 세 차례에 걸쳐 범죄 수사와 정보 수집 등 기밀 유지가 필요한 특수활동을 하기 위해 특정 매장를 방문해, 통신사 할인을 받아 각각 9만 8천 500원, 2만 4천 300원, 2만 7천 600원씩 모두 15만 400원을 특수활동비로 결제했다.
진주지청이 특수활동을 수행하기 위해 방문한 가게는 어디였을까. 또 통신사 할인을 받으면서 구매한 물건은 뭘까.
3장의 카드 영수증 가운데 세 번째 영수증에서 검찰이 미처 지우지 못한 가게 상표의 흔적이 희미하게 보인다. ‘파리바게트’다.
▲ 3장의 카드 영수증 가운데 세 번째 영수증에서 검찰이 미처 지우지 못한 가게 상표의 흔적이 희미하게 보인다. ‘파리바게트’다.

특수활동에 안 쓰는 검찰 특수활동비① 파리바게트 ‘핼러윈 한정판 케이크’

진주지청이 남긴 두 번째 파리바게트 카드 영수증이다. 검찰이 이 영수증의 결제 연월일자 정보를 먹칠해놔, 결제한 시점은 2019년 10월까지만 특정된다. 구매 품목은 단 1개(영수증상 ‘001’)다. 
▲ 진주지청의 특수활동비 지출증빙자료에 첨부돼 있는 파리바게트 영수증. ‘할로윈(표준 표기 핼러윈)’이라는 글자가 보인다.
그런데 이 영수증에서는 진주지청이 파리바게트를 방문해 범죄 수사, 범죄 정보 수집 등 특수활동을 한다는 명목으로 뭘 샀는지 파악할 수 있는 글자가 보인다. ‘할로윈(표준 표기 핼러윈)’이다.
‘할로윈’이 적혀 있는 이 카드 영수증의 결제 금액은 SKT 통신사 할인을 받아서 2만 4천 300원이다. 파리바게트는 SKT 통신사 휴대폰 가입자에게 구매 금액 1천 원당 100원을 할인해 준다.
▲ 파리바게트는 SKT 통신사 가입자에게 구매 금액 1천 원당 100원을 할인해준다.
취재를 종합하면, 2019년 10월 진주지청 검사 또는 수사관은 천 원당 100원, 즉, 2천 700원을 SKT 통신사 할인을 받아 파리바게트에서 2만 4천 300원을 결제했다. 진주지청이 특수활동 수행을 위해 파리바게트에서 구매한 제품의 할인 전 가격은 2만 7천 원이다.
▲ 진주지청이 특수활동 수행을 위해 파리바게트에서 구매한 제품의 할인 전 가격은 2만 7천 원이다.
뉴스타파는 이를 토대로 추적을 이어갔다. 2019년 10월을 기준으로 파리바게트의 빵 가운데 이름에 ‘할로윈’이 들어가고, 1개 가격이 2만 7천 원짜리인 제품. 찾아보니, 매해 10월 파리바게트가 핼러윈 시즌에 판매하는 ‘핼러윈 한정판 케이크’밖에 없다. 
▲ 2019년 10월을 기준으로 파리바게트의 빵 가운데 이름에 ‘할로윈’이 들어가고, 1개 가격이 2만 7천 원짜리인 제품. 찾아보니, 매해 10월 파리바게트가 핼러윈 시즌에 판매하는 ‘핼러윈 한정판 케이크’밖에 없다.
진주지청의 검사 또는 수사관은 2019년 10월, 특수활동을 벌인다는 명목으로 특수활동비로 파리바게트에서 통신사 할인을 받아 핼러윈 한정판 케이크를 샀다. 진주지청은 구입한 핼러윈 한정판 케이크로 어떤 특수활동을 벌였는지 알 수 없도록 집행 사유 부분을 먹칠로 가렸다.
진주지청의 수상한 특수활동비 카드 영수증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진주지청 특수활동비 카드 영수증 155장 중 16장이 ‘스타벅스’ 

뉴스타파가 결제 장소를 확인해낸 진주지청의 특수활동비 카드 영수증 155장 중 빈번하게 등장하는 곳. ‘스타벅스’다. 모두 16장이 나왔다. 
▲ 뉴스타파가 결제 장소를 확인해낸 진주지청의 특수활동비 카드 영수증 155장 중 빈번하게 등장하는 곳. ‘스타벅스’다.
진주지청이 범죄 수사, 정보 수집 등 기밀 유지가 필요한 특수활동을 수행하기 위해 자주 찾은 스타벅스는 두 곳인데, 모두 검찰청사에서 걸어서 5~10분 거리에 있다. 두 곳 모두 마약 유통 같은 기밀 유지가 필요한 정보를 나눌만한 별도의 방 같은 공간은 따로 없었다.
진주지청은 정말로 특수활동을 하려고 청사 근처의 스타벅스를 자주 이용한 것일까.

특수활동에 안 쓰는 검찰 특수활동비② 스타벅스 ‘적립 스티커: 미션3, 일반5’

스타벅스는 매해 여름과 겨울마다 음료 판촉을 위해 이벤트를 진행한다. 음료 한 잔을 살 때마다 스타벅스 스마트폰 앱에 스티커를 한 장씩 찍어주는데, 2023년 겨울 이벤트 기준으로 모두 17장의 스티커를 모으면 특별 상품을 준다. 젊은층뿐만 아니라 모든 연령대에서 인기가 많다.
이 스타벅스의 이벤트에서 특이한 점은, 일반 커피가 아닌 ‘미션 음료’를 구매했을 때만 찍어주는 ‘미션 스티커’ 3장이 반드시 있어야만 특별 상품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 스타벅스의 이벤트에서 특이한 점은, 일반 커피가 아닌 ‘미션 음료’를 구매했을 때만 찍어주는 ‘미션 스티커’ 3장이 반드시 있어야만 특별 상품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 점원: ‘미션 스티커’ 3장이 포함된 17장이어서 3잔은 꼭 이걸 드셔줘야… 
● 기자: 그러면 저 (‘미션 음료’) 세 잔을 안 먹고 다른 음료를 아무리 많이 먹어도 그건(특별 상품) 받을 수가 없어요?
○ 점원:  예, 받을 수가 없어요.

진주지청 인근 스타벅스 A지점 점원
2018년 5월, 진주지청 검사 또는 수사관은 검찰청사 인근 스타벅스에서 특수활동비로 약 4만 원을 썼다. 카드 영수증이 훼손돼, 정확한 결제 일자와 금액은 확인은 어렵다. 
그런데 진주지청이 특수활동비로 결제한 스타벅스 카드 영수증의 맨 아랫부분에 눈에 띄는 문구가 있다. ‘2018 여름 e-프리퀀시’, ‘이번 적립 스티커: 미션3, 일반5’이다.
▲ 진주지청이 특수활동비로 결제한 스타벅스 카드 영수증의 맨 아랫부분. ‘2018 여름 e-프리퀀시’, ‘이번 적립 스티커: 미션3, 일반5’라고 나와 있다.
진주지청의 검사 또는 수사관은 스타벅스에서 범죄 수사, 정보 수집 등 기밀 유지가 필요한 특수활동을 하면서, 일반 음료 5잔을 구매해 일반 스티커 5장을 찍고, 특별 상품을 받는 데 필수인 ‘미션 음료’ 3잔까지 마시고 미션 스티커 3장을 받은 것이다. 진주지청이 스타벅스 미션 음료를 마시면서 벌였다는 특수활동의 내용은 먹칠로 가려져 있어 확인할 수 없다. 
뉴스타파는 파리바게트 핼러윈 한정판 케이크와 스타벅스 미션 음료를 구입하면서 어떤 특수활동을 수행했는지, 진주지청에 확인을 요청했지만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 했다.  
대한민국 여느 예산과 다르게 검찰의 특수활동비는 국민 세금을 최종적으로 어디에 썼는지 비밀에 부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인 특권을 부여받고 있다. 국민에게도, 국회에도 공개하지 않는다. 
검찰이 이 특권을 악용해 국민의 세금을 자기 용돈처럼 쓰고 있다는 증거가 뉴스타파의 취재를 통해 다시 한번 여실히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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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국 67개 검찰청 특활비 자료 보기 https://pages.newstapa.org/2023/09_prosecution/
제작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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