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트 1.5°C : 석탄화력발전소는 비싸다

2020년 10월 05일 10시 00분

곱디고운 모래로 유명했던 강원도 삼척의 맹방해변.

파도에 모래가 쓸려나가 백사장 곳곳에 사람 키 높이의 모래 절벽이 생겼다. 수영금지 구역을 알리는 표지판이 세워졌다. 이제는 한 여름에도 관광객들이 찾지 않는 적막한 해변. 급격한 해안침식 때문이다.

▲ 삼척시 맹방해변의 2015년 모습과 2020년 현재 모습

주민들은 지난 2018년 시작된 석탄화력발전소 건설 공사를 해안침식의 주범으로 꼽았다. 발전소 연료로 쓸 석탄을 수입하기 위해 항만시설을 만들면서 해안침식 현상이 가속화됐다는 주장이다.

삼척석탄화력발전소는 건설 허가를 받을 당시 해안침식이 발생할 경우 공사를 중단하고, 침식 방지 대책을 세우는 조건으로 환경영향평가를 통과했다. 하지만 해안침식이 심각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삼척블루파워는 계속 공사를 강행하고 있다. 삼척블루파워는 석탄화력발전소 건설과 발전 사업을 위해 만든 포스코그룹 계열사다.

▲ 삼척석탄화력발전소 건설 현장

미국에서는 이미 퇴출 중인 석탄화력발전

석탄화력발전소는 발전소 중 가장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이 때문에 세계 각국은 석탄화력발전을 차츰 줄이고 있다.

미국에너지관리청 통계를 보면 미국내 석탄화력발전량은 2007년을 정점으로 급전직하, 2015년에는 LNG 발전량에 추월당했다. 미국은 2014년을 마지막으로 더이상 석탄화력발전소를 짓지 않는다. 과거와 달리 석탄화력 발전의 경제성이 그리 높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의 비영리 민간연구기관인 에너지경제재무분석연구소(IEEFA) 데이터분석 전문가인 세스 피스터 씨는 “석탄화력 발전은 효율을 높이고 비용을 낮추려는 어떠한 혁신도 없다”며 “앞으로 환경비용이 더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때문에 석탄이 더이상 저렴하지 않다는 인식의 전환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 2019년 기준 석탄화력발전이 전체의 40.4%에 달할 정도로 여전히 건재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시절 공정률 10% 미만의 석탄화력발전소 9기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고 공약했다. 하지만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 단 2기만 액화천연가스(LNG)로 전환됐을 뿐 나머지 7기는 예정대로 짓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지난 2017년 한국의 화석연료 온실가스 전체 배출량은 6억 톤으로 세계 7위다. 이 중 석탄화력발전소가 뿜어내는 온실가스는 3억1200만 톤으로 52%를 차지한다.

▲ 우리나라의 화석연료 온실가스 배출량은 2017년 기준 세계 7위로 배출량의 절반 정도가 석탄화력발전소에서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국내의 경우 석탄화력발전소는 원자재 비용이 안정적이고, LNG발전소의 경우 원자재 가격 변동성이 심하다”며 “국내 석탄화력발전소는 여전히 경제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이에대해 이지언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기후국장은 “국내 석탄화력발전소 비용을 기후위기와 미세먼지 등 환경문제와 연관을 시키지 않았다”며 “전력 시장이 원자재만 값싸면 무조건 돌려서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경제 논리만을 떠받들어 왔다”고 반박했다.

수치상으로는 석탄화력 발전원가가 가장 저렴

뉴스타파는 국내 화력발전기별 발전원가를 최초로 입수, 과연 석탄화력발전이 얼마나 경제성이 있는지 따져봤다.

9월 현재 가동중인 전국 화력발전기는 모두 146기. 이중 석탄을 연료로 한 석탄화력발전기는 60기이고, 액화천연가스(LNG)를 사용하는 LNG 발전기가 86기다.

지난 1월 석탄화력발전기의 발전 원가는 1킬로와트당 48.4 ~71.4원, LNG발전기는 57.8~119.9원으로 집계됐다. LNG발전기의 1월 평균 발전원가는 85.1원으로 석탄화력발전기(53.7원)보다 58.5% 높았다. LNG발전기중 발전원가가 가장 낮은 광양복합 2호기(57.8원)조차 석탄화력발전기의 평균 발전원가에 못 미쳤다. 광양복합2호기보다 발전원가가 높은 석탄화력발전기는 60곳중 6곳에 불과했다.

그러나 코로나 19 여파로 국제유가가 폭락하면서 화력발전기의 발전원가 차이는 최근 들어 크게 좁혀졌다. 석탄화력발전기의 9월 평균 발전원가는 50.7원으로 지난 1월보다 3원 줄어든데 비해 LNG발전기의 원가는 55.6원으로 같은 기간 29.5원 내렸다. 석탄화력과 LNG발전기의 발전원가 차이가 평균 31.4원에서 4.9원으로 축소된 것.

수치상으로만 보면 석탄화력발전기가 LNG발전기보다 더 싸게 전기를 생산한 것으로 나온다.

석탄화력 발전단가가 싼 이유는 정부의 배려때문

하지만 여기에는 정부의 특별한 배려가 숨어 있었다. 화력발전기의 발전원가에 온실가스 배출 비용, 즉 탄소배출권 비용을 포함시키지 않은 것이다.

기업은 온실가스를 기준치 이상 배출할 경우 탄소배출권을 구입해야 한다.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할 수록 비용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석탄화력발전소는 온실가스 배출에 따른 비용 부담을 전혀 걱정하지 않는다. 정부가 탄소 배출권의 97%를 각 발전소에 무상할당 하고, 나머지 3% 유상할당 분도 한국전력이 비용을 전액 보전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배출권 할당 방식도 LNG발전소보다 석탄화력발전소에 더 유리하게 돼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탄소 배출권 할당 방식은 벤치마크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온실가스 배출량 평균 값을 기준으로 탄소배출권 할당량을 정한다.

문제는 벤치마크 값을 정하는 방식이다. 벤치마크는 환경부와 산업부가 협의해 정하는데 LNG발전소와 석탄화력발전소를 따로 분리한 뒤 각각의 배출량 평균을 계산해 기준을 서로 달리하고 있다.

▲ 석탄발전소는 LNG발전소보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지만 배출량 기준이 LNG발전소보다 훨씬 높아 오히려 기준에 미달한 것으로 나온다.

현재 LNG 발전소의 벤치마크 값은 0.389tCO2/1MWh, 석탄화력발전소는 0.889tCO2/1MWh다. 즉 1메가와트의 전력을 생산할 때 LNG 발전기는 389kg의 이산화탄소를, 석탄화력발전소는 889kg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할 수 있도록 허용해준다.

같은 양의 전기를 생산할 때 석탄화력발전기는 LNG보다 평균 2.3배 많은 온실가스를 뿜어내지만 환경오염에 대한 비용 부담을 보지 않는 구조다.

예를 들어 LNG 발전기중 가장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포스코복합 4호기는 1메가와트의 전력을 생산할 때 651kg의 이산화탄소를 방출한다.

석탄화력발전기 중 가장 적은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당진10호기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1메가와트당 840kg. 포스코복합 4호기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당진 10호기보다 189kg 적지만, 탄소배출권 부담 비용은 당진 10호기보다 훨씬 크다. LNG발전소의 벤치 마크값(389kg)을 초과한 262kg만큼 탄소배출권을 부담해야하기 때문이다.

반면 당진 10호기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석탄화력발전기의 벤치마크 값보다 49kg 적어, 오히려 탄소배출권을 다른 기업에게 팔 수 있는 이득이 생긴다.

왜곡된 배출권 거래제 바로잡으면, ‘석탄화력발전은 비싸다’

최근 환경부와 산업통상자원부는 내년부터 2025년까지 적용할 3기 배출권 거래제 계획을 세우고 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양이원영 의원실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석탄화력발전소 규제를 통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안을 내놨고 환경부는 연료별로 나눠 각각 정한 벤치마크의 기준을 단일화해 LNG와 석탄화력발전소의 온실가스 배출 저감 경쟁을 유도하는 방식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환경부 안은 또 정부가 공짜로 나눠주던 97%의 배출권을 90%로 줄여, 10%에 대해서는 배출권 부담을 지도록 했다.

환경부 안에 따르면 새 벤츠마크 값은 1메가와트당 682kg이다. 이 경우 석탄화력발전기 60개중 60개 모두 온실가스 배출기준을 크게 초과한다.

여기에 환경부 안대로 10%의 탄소배출권 비용을 부담시키면 어떻게 될까. 2017년에 가동을 시작한 석탄화력발전소 신보령2호기와 LNG발전소 파주문산복합1호기에 적용, 각각의 발전원가를 따져봤다. 발전기의 온실가스 배출량 계수에서 무상할당 받은 배출량 계수를 뺀 뒤 배출권 가격을 곱한 값에 발전원가를 더해 계산했다.

환경부 안의 단일벤치마크 값 1메가와트당 682kg과 1월 평균 탄소배출권 가격인 3만7천 원을 적용했다.

이 결과 파주문산복합1호기의 발전 원가는 66.27원에서 62.23원으로 낮아진 반면 신보령2호기는 51.29원에서 66.42원으로 높아졌다.

▲ 석탄발전소와 LNG발전소의 배출기준을 똑같이 적용하면 석탄발전소의 발전원가가 LNG발전소보다 높은 것을 알 수 있다.

같은 방식으로 올 9월 탄소배출권 가격을 2만원으로 상정하고 발전 원가를 계산해봤더니 석탄화력발전소의 평균 발전원가는 50.7원에서 59.88원으로 16%가량 비싸졌고, LNG 발전소의 평균 발전 원가는 55.56원에서 54.32원으로 2% 내려갔다.

▲ 단일 기준을 적용하면 석탄화력발전기의 발전원가가 LNG보다 비싸다.

온실가스 배출비용을 포함하면 석탄화력발전기의 발전원가가 LNG보다 더 비싼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여기에 천연가스 가격이 하락 추세인 점과 2030 온실가스 감축 로드맵에 따라 석탄화력발전 이용률을 줄어들 것을 반영하면 앞으로 석탄화력발전의 가격 경쟁력은 더 악화할 것으로 예측된다.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현재 80% 이용률을 보이는 석탄화력발전은 2030년 60%까지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더불어민주당 양이원영 의원은 “같은 전기를 쓰는데 석탄화력발전소가 온실가스를 더 많이 배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특혜”라면서 “정당한 평가를 해 배출권 비용을 발전원가에 포함시켜 왜곡된 시장을 바로 잡으면 석탄화력발전소는 더이상 싼 발전소가 아니”라고 말했다.

제작진
취재신동윤
촬영김기철 신영철 이상찬 오준식
편집조문찬
CG정동우
통역김지윤
디자인이도현
웹출판허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