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현지 기고③] 군부의 언론탄압...독립언론과 시민의 저항

2021년 05월 04일 14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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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2월 1일 미얀마 군부 쿠데타 이후, 폭거에 저항하는 미얀마 국민이 600여 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군부는 현지 언론의 취재 보도를 철저하게 통제하고 있습니다. 마치 1980년 5월 한국 광주를 떠올리게 합니다. 목숨을 건 미얀마 국민들의 민주화투쟁은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까요.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뉴스타파는 우리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미얀마 기자 ‘쏘 얀 나잉(Saw Yan Naing)’과 그 동료들의 특별기고를 싣습니다. 쏘 얀 나잉은 BBC 미얀마 지국장 등을 역임한 베테랑 저널리스트입니다.-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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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1일 쿠데타 이후 미얀마 군부는 모바일 인터넷 통신망을 차단했다. 이 때문에 현재 미얀마에서는 스마트폰 모바일 데이터 사용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유선 인터넷망은 차단하지 않아 유선랜과 와이파이가 있는 곳에선 인터넷을 아직 사용할 수 있다. 쿠데타에 저항하는 현장 상황을 알리기 위해선 기자나 시민들이 유선 인터넷이나 와이파이가 있는 장소를 찾아가야만 한다. 정보의 자유로운 유통이 심각하게 가로막힌 상황, 여기에다 제도권 언론은 미얀마 국민의 눈을 가리고 있다.

군의 시민 학살을 숨기는 국영 방송들

쿠데타 이후, 미얀마 국영 언론들은 오직 프로파간다에 몰두하고 있다. ‘Myawaddy TV’나 ‘MRTV’같은 국영 방송이 내놓는 보도는 실제 미얀마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실과 전혀 다르다. 그들은 시위대들 테러리스트라고 부른다. 또한 시위대가 사용하지도 않았던 폭발물이나 장비를 방송에 내보냈다. 
지난 달 18일, 미얀마 보안군은 양곤 북동부 바고 지역에서 승용차를 타고 이동하는 청년들 18명을 체포했다. 군은 이 청년들이 반군의 영토에서 돌아왔으며, 무장 단체에게서 군사 훈련을 받았다고 주장하며 그들을 체포했다. ‘버마의 민주 소리(Democratic Voice of Burma)’의 웨이 얀(가명) 기자는 이것이 국영 언론이 선전을 하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웨이옌 기자는 체포된 이들의 가족 등과 이야기 한 끝에 진실을 알게됐는데, 그 청년들은 단지 여행을 갔을 뿐이고 민족 무장 단체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었다는 것이다.  
웨이 얀 기자는 “보안군이 청년들을 잔인하게 때렸다”며 “TV에 나온 그들의 얼굴은 심하게 멍이 들어있었고 얼굴의 상처 때문에 그들을 제대로 알아보지도 못했다”고 말했다. 
3월 27일에는 군부가 미얀마 남부 다웨이의 한 거리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가던 청년 3명을 쐈다. 그 중 한 명은 머리에 총을 맞고 오토바이에서 떨어졌다. 트럭에 타고 있던 군인들은 청년들을 폭행하기 시작했다. 군이 총격을 가하고 폭행하는 모습은 근처 CCTV에 선명하게 찍혔다. 
▲ CCTV에 찍힌 트럭 위 군인이 청년 세 명을 향해 총을 쏘는 장면. 
3명의 청년들은 시민불복종 운동에 참여했던 것도 아니고 시위를 벌인 것도 아니었다. 군부는 진압 작전 중 마주치는 모든 사람들을 쏘았다. 무차별적인 총격이었다. 

오토바이에서 떨어졌던 당시 17세 초 민 랏 씨는 머리에 총을 맞고 사망했다. 하지만 군부는 그 청년이 단순히 머리를 다쳐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군 당국은  청년이 오토바이에서 떨어지면서 머리에 부상을 입은 게 사망의 원인이라는 내용의 사망진단서를 발급했다.
▲ 미얀마 당국이 공개한 Kyaw Min Latt의 사망진단서에는 그의 사인이 “오토바이에서 떨어지며 발생한 심각한 뇌 손상(severe primary brain injury due to fall from cycle)”이라고 적혀 있다. 
국영 방송들은 또한 미얀마의 최대 명절인 ‘새해 물축제(지난 4월 13일~16일)’ 행사를 대대적으로 보도하는 등 쿠데타에 저항하는 시민들의 모습은 외면하고 미얀마를 아름답게 포장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국영 언론은 종종 군부의 수장인 민 아웅 흘라잉이 승려를 방문해 경의를 표하고 기부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주요언론은 군부가 동남아국가연합(ASEAN) 회원국을 포함한 주변국들과 협력해 경제를 적절히 운영하는 것 같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를 수습하고 백신을 더 많이 공급하는 모습도 빠지지 않고 있다. 지난 4월  27일 국영 언론은 국군의 날을 축하하는 방송도 내보냈다. 같은 날, 군부의 제트 전투기들이 폭탄을 투하해 카렌족 주민 수천 명이 집으로 대피하는 사태가 벌어졌지만, 이런 소식은 국영 언론에 방송되지 않았다. 

쿠데타 이후 언론인 최소 71명 체포...독립언론 5곳 면허취소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에 따르면, 지난 2월 1일 미얀마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킨 이후 현재까지 최소 71명의 언론인이 체포됐고 이 가운데 48명은 아직 구금 중이다. 
보안군은 기자들의 집을 수색했고, 숨어있는 언론인을 공개 수배했다. 더이상 언론계에 있지 않은 전직 기자들도 체포 영장 리스트에 포함됐다고 웨이옌 기자가 전했다. 
지난 3월 8일, 군부는 또한 웨이옌 기자가 소속된 미얀마의 DVB을 포함, 5개의 독립 언론 기관(미얀마 나우, 7데이 뉴스, 미지마, 키트티트 미디어)의 라이센스를 취소했다. 군사정권의 정보부는 이 매체들의 보도를 차단하기 위해 어떤 종류의 플랫폼도 사용하지 못하도록 했다. 
억류된 기자들은 행방이 공개되지 않아 가족들과도 연락할 수 없다. 교도소 안에서 폭행을 당하기도 한다. 보안군은 카메라와 전화기, 녹음기, 노트북과 같은 장비를 강탈했다고 웨이얀 기자가 전했다. 
그는 “군부가 언론인들을 체포하기 위해 야간에 폭력을 행사했다”고 말했다. 웨이얀 기자의 DVB 매체 동료인 아웅 쿄 기자는 현재 체포된 상태다. 웨이얀은 “동료 기자 아웅 쿄를 체포하기 위해 군부는 아웅쿄 집에 의도적으로 불을 질렀다”고 말했다. 
아웅 쿄 기자는 군부가 자신을 체포하러 왔을 때도 촬영을 했다. 또 자신의 집이 어떻게 급습당했는지, 페이스북 라이브를 통해 방송했다. 그 라이브 속에, 보안군이 아웅 쿄의 집 밖에서 총을 들고 들어오는 모습과 기자의 집을 향해 총을 쏘는 장면이 찍혔다. 이 장면은 SNS를 통해서 퍼져나갔다. 

“취재비, 기자 급여 마련 위해 전당포에서 돈 빌려”

웨이얀 기자는 “일부 언론은 완전히 운영을 중단했지만, 일부는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계속 보도하고 있다”며 “일부 기자들은 한달 내지 두달치 월급을 받았지만, 전혀 임금을 받지 못하고 직장을 잃은 기자들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독립 언론들은 SNS 등 각종 디지털 플랫폼을 이용해 미얀마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세계에 알리고 있다. 보도를 이어가기 위해 국외로 활동지를 옮기거나 미얀마 국내에서 숨어서 일하고 있다. 
독립언론 <탄르윈켓> 편집장 자이야르민은 단체나 개인 후원자들의 후원이 어려워지면서 월급이 가끔 밀린다고 말했다. 그는 기자들에게 월급을 지급하기 위해 자신의 재산을 전당포에 맡기고 돈을 빌리기도 했다. 
▲ 미얀마 독립 언론 <탄르윈켓> 페이스북 페이지 화면 갈무리. 

“독립언론과 시민들이 단결해 진실 알려”

시민 저널리스트들의 역할은 군부 정권 하에서 매우 중요해졌다. 시민 기자들이 찍은 사진과 영상에는 군부가 쿠데타 반대 시위를 잔혹하게 진압하는 모습이 담겼다. 또한 시민들은 쿠데타 반대 시위를 취재하는 언론인과 사진기자들을 보호하는 역할도 하고 있다. 이들의 중계로 인해 군부 보안군이 시위대를 마구 진압하는 데 다소 주저하는 상황도 있기 때문이다.
미얀마 남부 카렌주 탄톤 지역의 한 시위 현장에서 경찰이 시위대의 플래카드를 철거하는 장면을 한 시민이 중계했다. 이 중계 영상에는 경찰은 참을성을 잃고 시위대의 폰을 내려치는 장면이 담겼다. 하지만 해당 시민은 중계를 멈추지 않았다. 대신 경찰에게 “뭐하는 거냐. 당신이 총을 사용하는데 우리가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게 왜 안되냐”고 물었다. 
“당신은 무장한 상태지만 우리는 당신들을 해칠 날카로운 도구 하나 없습니다.” 해당 시민은 중계를 하는 동안 경찰에게 이렇게 말했다. 
군부와 경찰이 시민들을 잔인하게 공격하는 모습이 찍힌 영상과 CCTV들은 소셜 미디어에서 퍼져나갔고, 외신들도 이런 영상들을 방송 보도에 사용하고 있다. 일반 시민들이 만들어내는 영상들은 증거가 되며 언론들의 정확성과 팩트 체크를 가능하게 하고 있다.
▲ 사진 속 시민들은 4월 14일 양곤시에서 민주화시위에 참여한 뒤 보안군에 체포되었다.
<탄르윈켓> 편집장 자이야르민은 “시민 기자들이 사진과 영상들을 우리에게 보내주기 때문에 가짜 뉴스를 검증하는 것이 빨라지고 있다. 언론에게 매우 도움이 되고 있다”며 “지금 우리가 지역 언론과 외신에서 보는 영상들은 대부분 시민들이 찍은 것”이라고 말했다. 
개개인의 페이스북 사용자들도 SNS에 중계 장면들을 공유하고 있고, 언론사가 영상들을 저작권 없이 사용해도 된다고 밝히고 있다. 2천만 명 이상이 사용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페이스북은 1962년과 1988년의 반 쿠데타 시위 때와는 달리 외부에 정보를 제공하는 원천이 되고 있다.  
언론사에 영상과 사진들을 제공하는 것 외에도, 시민들은 언론인들을 보호하고 있다. 양곤의 많은 마을 주민들은 기자들이 경찰에 쫓길 때 그들을 숨겨주었다. 
양곤의 북 오칼라파 마을의 한 중년 시민은 왜 언론인을 보호해 줬냐는 질문에 “우리는 언론이 필요하다. 언론에 나오지 않으면, 군부는 우리를 잔인하게 공격한다”고 말했다. 
북 오칼라파 마을은 양곤 지역에서 가장 심하게 진압된 곳 중 하나였다. 최소 18명의 시민들이 지난달 3일 보안군의 폭력 진압으로 사망했다.

"시민 기자의 등장으로 언론 지형 달라져"

군부 정권 하에서도, 언론 매체들은 그들의 업무를 계속 이어나갈 것을 맹세했다. 군부에 의해 면허가 취소된 독립 매체 중 한 곳인 <키트티트 미디어>는 자사가 “지난 정부에서 공식적으로 등록된 매체”라며 “보도를 계속 이어나가겠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언론 관련 전문가들 역시 언론과 시민 기자, 청년, 시위대가 어떻게 단결해 서로 긴밀히 협조하는지에 주목하고 있다. 일부 미디어 조직은 모든 시민들에게 사진과 영상, 폭행 증거들을 보내도록 하고 있다. 
자이야르민 편집장은 “‘시민 기자’의 등장으로 언론 지형이 달라졌다”며 “특히 이 기간에는 도로가 봉쇄되고 자금과 인적 자원, 장비가 부족해지면서 우리 직업 언론인들이 자유롭게 취재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이럴 땐 시민들이 기자가 된다”고 말했다. 
제작진
정리강혜인 기자
번역강혜인·이명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