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상황이 만들어지기까지, 밖에서는 참고 삭이지만, 집에 오면 자기 아내를 때려도 된다고 생각했던 남편이 있었다. 그는 둘이어도 버거울 양육의 책임을 온전히 엄마에게만 떠넘김으로써 마리의 구조요청 범위에서 사라졌고 그로 인해 이 사건에 관한 마리의 트라우마에서도 사라졌다. 또한 이 모든 사건을 벌인, ‘남자는 좀 그래도 된다'고 생각하며 장난처럼 여동생을 희롱한 고등학생 남자아이 또한 관계가 멀어지면서 지금 마리가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거리에서 사라졌다. 여전히 현실의 관계에서 고통을 감당해야 하는 것은 마리와 엄마, 두 여자다. 앙상해진 두 사람의 책상 위로 출제자가 사라지고 유효기간조차 지나 누구도 풀 수 없게 된 문제가 악취를 풍기며 놓여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