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마가 우리에게 남긴 것

2019년 08월 23일 22시 59분

용마여! 용마는 지금도 이렇게 말하고 있는 것으로 들립니다.
그대의 다짐 나의 다짐 우리의 다짐으로 바꾸어 나가기를 다시 한 번 거듭 다짐합니다.
아 그러나 용마여 우리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리..
김중배 전 MBC 사장(뉴스타파 99%위원장)

더위가 가시지 않은 8월의 아침.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광장에서 고 이용마 기자의 시민사회장 영결식이 진행됐습니다. MBC 직원들과 시민들이 이용마 기자의 떠나는 길을 함께 했습니다. 김중배 전 MBC 사장의 조사를 시작으로 이용마를 기억하는 이들의 추도사가 이어졌습니다.


이용마가 세상에 던진 메시지, “세상은 바꿀 수 있습니다”

한 명의 기자 영결식에 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여 추모를 할까요.

이용마 기자가 세상에 던지는 메시지 때문입니다. ‘세상은 안 바뀐다’는 믿음이 팽배한 시대에 이용마 기자는 “세상은 바뀔 수 있습니다”고 살짝 눈물이 고인 눈으로 말합니다. 그는 2012년 공영방송 정상화를 외치며 전국언론노조 MBC본부 홍보국장을 맡았습니다. ‘MBC를 국민의 품으로’라는 구호로 170일 파업을 전투적으로 이끌다 가장 선두에 섰던 노조 위원장보다 먼저 해직을 당했습니다. 최승호 MBC 사장은 “그는 맹렬한 운동가였고 지략가였다”고 말합니다. 시트콤 뉴논스톱을 연출했던 김민식 MBC PD는 “이용마 기자는 흔들림이 없었다. 같이 가면 든든했고 나는 그를 좇아 갔다. 이용마 기자가 가자고 하는 길은 가면 됐다. 좋은 길을 제시하는 친구의 큰 가르침이었다.”며 그의 빈자리를 아쉬워했습니다. 이용마 기자의 선배이자 비슷한 시기 해직됐던 박성제 MBC 보도국장은 “이용마 씨는 원칙주의자였다. 원칙에 맞지 않을 경우 매섭게 비판했다. 그런 이용마 씨를 선배들이 눈치를 보다보니 그가 있는 부서에서는 좋은 뉴스가 많았다. 오히려 선배 같다.”고 그를 기억했습니다.

이용마 기자의 후배인 김현경 MBC 기자는 퉁퉁 부은 눈으로 힘겹게 입을 뗐습니다. “항상 좋은 보도를 해야겠다고 생각하지만 쉽지는 않다. 최선을 다하는 보도를 하고 우리의 진심이 시청자들에게 전달되는 보도를 할 때 세상이 바뀌는 것이지 않을까”라고 말합니다.


세상의 암, 함께 가야

이용마 기자는 향년 50세로 눈을 감았습니다. 배에 암세포가 가득 차는 복막암으로 2년을 투병했습니다. 이용마 기자가 눈 감는 순간을 배우자 김수영 씨는 “여러분들이 걱정하실까 봐 먼저 말씀드린다”며 “편하게 가셨다”고 유족 인사를 했습니다. 그러면서 “세상에는 이겨내기 어려운 암들이 많다. 세상에 있는 암들도 사실 함께 가야 한다. 암을 없앨 수 없을 수 있으니, 잘 다스려서 면역력을 잘 길렀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그것이 이용마 기자가 세상에 남기는 메시지라며 그 뜻이 잘 전달됐으면 좋겠다”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이용마는 왜 세상을 바꾸고 싶었을까

영화 <공범자들>에서 이용마 기자는 암투병을 하며 글을 쓰고 있었습니다. 두 아이를 위한 글이었습니다. 김민식 MBC PD는 이용마 기자가 무엇을 하고 싶던 사람이었냐는 질문에 “그는 결국엔 아이들을 생각했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자신에게 부채의식이 있다며 “이용마 기자에게 그의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을 우리에게 믿고 맡겨도 된다고 말하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할까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최승호 MBC 사장은 “이용마 기자가 훤칠한 모습으로 MBC를 척척 걸어들어오는 모습을 상상했다”며 “그와 나의 간절한 꿈이 그의 몸을 살리고 MBC를 살리는 꿈을 꿨다”고 했습니다. 박성제 보도국장도 “네가 가졌던 꿈. 우리가 짐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다 나눠가질게. 행복해라.”라며 이용마 기자를 향해 스스로의 다짐을 전달했습니다.


긴 헌화 행렬이 끝나가자 이용마 기자의 운구차가 MBC 광장을 한 바퀴 돌았습니다. 장지 장소로 향하기 전 마지막으로 직장 동료들과 시민들을 마주하는 동안 그를 지켜보는 수많은 사람들이 고개를 숙여 이용마 기자에게 마지막 인사를 했습니다. 누군가는 오열을 했고, 어떤 이는 숙인 고개를 들지 못했습니다.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당시 <하늘이여 땅이여 사람들이여> 칼럼을 쓴 김중배 뉴스타파 99%위원장은 “부디 한 번만 “용마야”라고 부르는 것을 허락해달라”며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추도사를 읽어나갔습니다.

새로운 세상을 보고 싶다는 그 소망은 그대의 것만이 아니다. 마침내 ‘세상은 바뀌었습니다’로 말할 수 있는 길로 나아가야 한다.
제작진
촬영최형석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