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민] 포항 통합정수장 전국 최초 민자투자 추진...상수도 민영화 논란

2014년 09월 26일 14시 50분

포항시, “민영화 아니다” vs 시민단체, “민간사업자 손해 보는 장사 안 한다”

경북 포항시에 ‘상수도민영화’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포항시가 정수시설 노후화와 시설용량 부족을 이유로 BTO(수익형 민간투자사업)방식으로 추진 중인 남구통합정수장에 대해 지역 시민단체가 “상수도 민영화의 수순”이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포항시가 정수장을 민간기업이 건설해 25년간 운영한 뒤 지자체에 넘기는 사업방식은 국내 최초다.

이에 포항환경운동연합 등 10여 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상수도민영화반대대책회의’는 25일 오전 포항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포항시가 추진 중인 남구통합정수장 신설 사업은 BTO 방식으로 우리 삶의 가장 핵심 공공재인 물을 민영화하려는 시도”라며 건설 반대 입장을 밝혔다.

대책회의는 “예산 대부분이 민간투자로 충당될 때 기업의 이윤을 위한 많은 비용은 고스란히 시민에게 전가될 것”이라며 “포스코 건설이 25년동안 장기위탁관리 후 시에 기부체납하는 방법이 시혜를 베푸는 일은 결코 아닐 것”이라고 반대 이유를 밝혔다.

포항시가 사업 추진 이유로 밝힌 노후화와 시설용량 부족, 초과운영 실태 등과 관련해 대책회의는 “작년 말 포항시에 따르면 정수장에서 생산된 수돗물이 수도요금으로 부과되는 수량의 비율이 63.7%로 상당히 낮은 수준”이라며 “이에 대해 철저한 관리감독과 개량, 교체작업이 통합정수장 신설보다 시급한 문제”라고 꼬집었다.

포항시는 기존 남구지역 4개 정수장을 통합해 2018년까지 남구 연일읍에 1,439억원을 들여 통합정수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이 때문에 포항시는 2013년 11월 1일부터 4.96%를 인상했고, 올해 7월부터 상수도 요금을 3.05% 인상해 고지했다.

포항시, “민영화 아니다” vs 시민단체, “민간사업자 손해 보는 장사 안 한다”

민간투자 방식을 두고 포항시는 “소유는 우리가 가지고 민간사업자는 투자비를 사용료를 받는 권한만 있어 민영화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지만, “민간사업자가 손해 보는 장사를 하겠느냐”는 시민단체의 주장에도 일리가 있어 민영화 논란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포항시의회도 포항시의 남구통합정수장 사업 추진에 1차 제동을 걸었다. 지난 7월 21일 포항시의회 복지환경위원회는 포항시의 사업 추진 보고에 대해 ▲수돗물 요금 인상에 따른 시민 부담 증가 ▲BTO 사업의 위험성을 지적하며 시민 공청회 개최와 객관적 데이터 제출을 요구했다.

BTO 사업은 민간자본으로 건설(Build)한 뒤 시설 소유권을 포항시에 기부채납 형태로 귀속(Transfer)하고 운영(Operate)을 민간이 하는 방식이다.

BTO는 1998년 「사회기반시설에 대한 민간투자법」으로 전면 개정된 후 정부는 민간투자 유치를 활성화 하면서 도입된 방식으로 충분한 사용료수익으로 투자금 회수가 예상되는 시설을 대상으로 시행된다. 정부가 적정수익율을 보장하는 BTL(Build Transfer Lease) 방식과 차이는 있지만, BTO, BTL 역시 포괄적으로 민영화로 보는 시각도 있다.

남구통합정수장에 대해 포항시는 타 BTO와 달리 운영을 포항시가 주체적으로 하고 사업자가 참여하는 방식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민간사업자는 일정 기간 확정된 사용료를 받아 회수하는 방식이라 민영화 논란의 여지가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투자비를 사용료 방식으로 회수하는 BTO 사업에서 민간기업이 사용료 협상 과정에서 어떤 판단을 할지는 의문스럽다. 이익이 아닌 손실을 보며 사업에 뛰어들 민간기업이 없다는 사실은 자명하다. 사용료 협상 과정에 대한 사전 통제권을 지방자치단체는 가지고 있지 않다는 점도 문제다.

통합정수장, TP 2단지 조성사업 무산 후 포스코건설에 준 특혜?

테크노파크 2단지 조성사업이 무산될 위기에 처하자 포항시가 포스코건설에 준 특혜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실제로 포항시가 2013년 통합정수장 사업 추진을 민간투자로 추진한다는 보고 이후 포스코건설이 곧바로 제안서를 제출했다. 그리고 얼마후 포항시는 공공투자관리센터에 BTO 사업 적격성 검토를 맡긴다.

이와 관련해 포항시 상수도과 관계자는 “결정은 민간투자심의위원회에서 한다. 제3자 제안 공고시 최초제안자인 포스코건설은 2%의 우대점수를 받을 뿐”이라며 특혜 의혹을 부인했다.

그러나 포항시 상수도과에서 작성한 사업추진방한 자료를 보면 대표 시공사로 이미 포스코건설을 확정하고 있다. 제3자제안공고를 제안하더라도 포스코건설은 우대 혜택을 받는다.

포항시의회 복지환경위원회가 지적하듯 사업추진 절차도 문제가 되고 있다. 사업 추진 과정에서 시민 의견을 수렴하는 자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미 포항시는 다음 달 7일부터 시작하는 시의회에 보고 후 전문기관 위수탁업무협약체결, 민간투자심의위원회 심의 및 의결, 제3자 제안공고 등을 빠르게 준비하고 있다. 이후 포항시는 이듬해 계획을 완료해 2016년 착공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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