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대구광역시"에 틀린 덧셈까지... 오류투성이 재산공개 시스템

2023년 04월 03일 10시 00분

공직자 재산공개 제도가 올해로 30년을 맞았지만, 재산 가액의 합산 오류, 직위 누락, 주소지 오기 등 기초적인 오탈과 통계 오류가 기관을 가리지 않고 여럿 발견됐다. 최근 3년간 공직자 재산공개에서 찾아낸 엉터리·합산 오류만 2023년 6건, 2022년 5건, 2021년 4건이다. 
뉴스타파는 지난 3월 30일 공개된 792개 기관 2,554명의 고위공직자 재산 공개 내역이 어떻게 기초 검증조차 없이 관보로 공개될 수 있는지 살펴봤다.

10년째 ‘부산광역시 해운대구광역시’ 못고친 국회

국회공직자윤리위원회는 지난달 31일, 국회의원 296명과 국회사무처, 국회도서관, 국회예산정책처와 국회입법조사처 1급 이상 공직자 37명에 대한 정기재산변동사항 신고내역을 국회 공보에 공개했다. 이중 ‘부산광역시 해운대구광역시’라는 존재할 수 없는 주소지에 건물을 보유하거나 임차보증금 채무를 갖고 있다고 신고한 공직자는 3명이었다.
안병길 국민의힘 의원은 ‘부산광역시 해운대구광역시 중동’에 소재한 근린생활시설 건물과 배우자 명의로 ‘부산광역시 해운대구광역시 좌동 해운대대우1차아파트’, ‘부산광역시 해운대구광역시 좌동 상복아파트’에 교육연구 및 복지시설을 가지고 있다고 신고했다. 국민의힘 김미애 의원과 서범수 의원은 건물과 임대보증금을 각각 ‘부산광역시 해운대구광역시 재송동’, ‘부산광역시 해운대구광역시 좌동 대림1차아파트’ 소재지로 신고했다.
▲국회공직자윤리위원회가 공개한 국회공보 제2023-54호 중 ‘부산광역시 해운대구광역시’로 신고된 재산 내역
국회공보에서 ‘부산광역시 해운대구광역시’가 발견된 것은 올해가 처음이 아니다.
21대 국회에 초선으로 당선돼 2020년부터 국회공보에 재산을 공개한 김미애, 서범수, 안병길 세 의원의 재산 공개 내역을 살펴봤다. 세 의원 모두 최초 등록 다음 해인 2021년부터 2022년, 2023년 정기공개에서 연이어 ‘부산광역시 해운대구광역시’로 주소가 기재된 재산내역이 확인됐다. 
김미애 의원실은 공직자윤리시스템을 통해 “주소 일부를 입력한 뒤 검색해 나온 결괏값을 선택하는 방식으로 의원실 실수는 아닐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병길 의원실 또한 “이전 연도와 변동사항이 없어 그대로 불러오는 ‘변동없음' 표시를 선택했다"며 내역을 입력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실수는 아닐 것이라고 했다. 두 의원실 모두 뉴스타파가 해당 내용을 질의하기 전까지는 본인들의 재산공개 내역에 잘못된 주소가 기재된 사실을 파악하지 못했다.
반면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은 이번 정기재산공개에서 2020년부터 2022년까지 ‘부산광역시 해운대구광역시 우동 해운대아이파크’로 공개되던 건물의 소재지를 ‘부산광역시 해운대구 우동 해운대아이파크’로 정정 등록했다.
▲김미애, 서범수, 안병길 의원의 지난 3년 재산신고내역에서 ‘부산광역시 해운대구광역시’가 발견됐다.
국회사무처 국회감사관실은 2021년도 재산 공개 당시 최초 발생한 시스템상 오류라며 “저희(사무처)가 원래 편집할 때, 확인해 삭제하는 부분”으로 “사람이 확인하다 보니 몇 개 누락된 부분이 있어 잘못 나간 것 같다”라고 해명했다. 일부 의원의 재산 내역에만 오류가 여전히 남은 이유는 “2021년 시스템에 오류가 있었을 때 주소지를 (지금까지) 그대로 놔두신 분들은 변경이 안된 거고 그때 주소지를 본인이 보기에 이상하다 해서 정정을 한 분들이 있기도 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2021년에 최초 발생한 오류’라는 국회사무처의 해명과는 달리 뉴스타파가 확인한 결과, 2016년부터 2020년에도 국회의원의 재산신고 내역에서 ‘부산광역시 해운대구광역시’가 반복적으로 발견됐다. 
심지어 18⋅19⋅20대 국회의원을 지내 2009년부터 2020년까지 재산등록 신고를 해온 김세연 전 새누리당 의원의 재산공개 기록을 보니, 2012년 정기공개 내역부터 ‘부산광역시 해운대구광역시’ 주소가 등장했다. 이후 2015년 단 한 해를 빼고 의원 임기 마지막 해인 2020년까지 총 8개년의 재산공개 내역에서 ‘부산광역시 해운대구광역시’로 보유 재산의 소재지를 등록했다. 김세연 전 의원 외에도 20대 국회의원을 지낸 윤준호 더불어민주당 전 의원, 현직인 최인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의 2020년 정기공개 내역에서도 ‘해운대구광역시’로 기재돼 있었다.
▲ 김세연 전 새누리당 의원이 2012년 정기 재산등록 신고한 내역(국회공직자윤리위원회공고 제2012-5호) 중 “부산광역시 해운대구광역시”를 확인할 수 있다.

조은희 의원의 직위가 ‘조은희’

이번 국회 공보는 국회의원의 직위를 잘못 기재하기도 했다. 조은희 의원의 경우 직위란에 ‘국회의원’ 대신 의원 이름인 ‘조은희’가 기재됐다. 국회사무처 감사담당관실은 “의원 본인이 재산 신고를 할 때 직위에 국회의원을 선택하게 돼 있는데 그게 들어가 있지 않은 경우 사무처에서 개별적으로 수정하기도 하는데 그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일 것으로 보인다"라고 했다.
▲ 조은희 국민의힘 의원의 2023년 정기재산 신고내역 중 직위란에 “국회의원" 대신 “조은희"라고 기재됐다.

9억 6천 만 2백 + 4백 = 11억? 단순 덧셈 뺄셈도 틀려

한 공직자가 A건물과 B건물 2채를 갖고 있다면 그의 건물 합산 금액은 어떻게 구해야 할까? 계산기로 ‘A건물 금액’을 입력하고 더하기(+) 버튼을 누른 뒤 ‘B건물 금액’을 입력하고 등호(=) 버튼을 누르면 된다. 엑셀이나 기타 프로그램을 사용하면 더 편하다. 다양한 도구를 활용해 물건의 가액의 소계를 정확하게 구할 수 있는 2023년이다. 그런데 2023년 관보는 그렇지 않다. 재산 내역의 합과 항목별 소계액이 다른 합산 오류가 다수 파악됐다.
▲ 대법원 재산공개 내역 중 항목별 내역의 합과 소계액이 다른 경우
대구고등법원 소속 강동명 부장판사는 배우자 명의로 임야, 밭(전), 과수원 등 총 5건의 토지를 신고했다. 신고한 토지 5개 필지의 소계액은 현재 가액 기준으로 1억 3천872만 2천 원(138,722,000원)이다. 하지만 5건 각각의 현재 가액을 모두 더해보면 1억 2천926만 2천 원(12,9262,000원)이다. 약 9백만 원의 차액이 확인된다. 현재가액 뿐만 아니라 종전가액과 증가액 모두 계산이 맞지 않는다.
서울고등법원 소속 이광만 부장판사는 본인 명의의 논(답) 1건과 도로 1건의 토지 내역을 신고했다. 논과 도로의 종전가액을 더하면 9억 6천706만 9천 원(967,069,000원)인데 반해, 토지 항목의 소계액은 11억 5천948만 5천 원(1,159,485,000원)이다. 더해야 할 내역이 2건에 불과한 데도 계산이 맞지 않는다.
수원지방법원 장준현 부장판사는 본인과 배우자의 채무액을 신고했는데, 두 건의 채무 현재가액을 더했을 때는 2천252만 3천 원(22,523,000원)인데 소계액은 2천253만 3천 원으로 1만 원의 차액이 확인됐다. 부산지방법원 윤태식 부장판사는 본인 채무 4건의 현재가액 합이 2억 3천833만 3천 원(238,333,000원)인데 소계액은 2억 3천166만 6천 원(231,666,000원)으로 666만 7천 원의 차이가 있다.
뉴스타파가 각급 법원 공직자의 재산공개를 담당하고 있는 법원행정처에 문의한 결과 “토지의 경우 당사자들이 입력할 때는 상세 내역을 시스템에 제대로 입력했고 계산된 소계액이 맞다”라며 “자료를 엑셀로 다운로드 받아 동일한 주소로 여러 건이 있는 경우 일부 내역(행)을 정리하는 작업을 수작업으로 하면서 총액을 수정하지 않아 발생한 실수”라고 설명했다. 채무 1만 원의 차이는 단순 오타라고 설명했는데, 관보 제작 과정에서 계산을 수식으로 하지 않고 사람이 입력하면서 발생한 오류로 추정된다. 법원행정처는 확인한 오류에 대해 이후 정정 공보를 낼지 검토할 예정이다.
▲조상진 부산광역시의회 의원, 박종문 헌법재판소 사무처장의 재산공개 중 항목 소계와 실제 내역의 합이 맞지 않다.
단순 덧셈 실수는 공개 기관을 막론하고 발견된다. 
부산광역시의회 조상진 의원은 예금 항목에서, 헌법재판소 박종문 사무처장은 자동차 등을 공개하는 항목에서 각각 합계 오류가 발견됐다. 그러나 뉴스타파 취재 결과, 두 공직자 모두 인사혁신처에서 제공하는 공직자윤리시스템에 각 건의 내역을 입력했을 뿐, 소계액을 별도로 입력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시스템에 내역을 입력하면 자동으로 소계액이 계산되는데 이를 그대로 제출한 것이다. 자동으로 계산된 소계액에 문제가 생기는 이유는 이후 공보 제작 담당자가 임의로 편집하기 때문이다. 헌법재판소 평가감사과에서는 박종문 사무처장 오류의 경우 “실무자가 개인정보 등이 포함됐는지 확인하고 공보 양식에 맞춰 편집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오류”로 보인다며 이후 정정공보를 내겠다고 설명했다.

30년 지나도 반복되는 덧셈 오류

▲ 1993년 9월 7일 공개된 국회공보 제164회 제3호 중 당시 민주자유당 소속 이명박 국회의원의 재산공개 내역으로 소계와 내역의 합이 맞지 않다.
공직자 재산공개 제도에서 덧셈 오류는 ‘오랜 역사’를 가진다. 재산공개가 최초로 실시된 1993년 9월 7일 발행된 국회 공보에서도 합산 오류를 찾을 수 있다. 
당시 민주자유당 소속의 초선 국회의원이던 이명박 전 대통령의 재산 공개 내역을 살펴봤다. 당시 배우자 앞으로 된 재산을 제외하고 본인의 재산 총액은 265억 1천458만 4천 원(26,514,584,000원)으로 공개했다. 하지만 본인 소유라고 공개한 대지, 빌딩, 단독주택, 자동차, 예금, 보험, 증권, 전세권, 채무, 회원권 등의 각 가격을 더하면 263억 8천324만 8천  원(26,383,248,000원)이다.  1억 3천133만 6천원(131,336,000원)의 차액이 확인된다.
수기로 입력했을 30년 전의 관보라면 사람이 하는 일이니 오류가 발생할 수 밖에 없다고 해명할 수 있다. 그러나 항목별 내역과 총합이 맞지 않는 기초적인 오류는 공직자 재산공개 제도가 실시된 이후 최근까지 매년 반복돼 왔다. 기계가 읽을 수 없는 형식으로 공개하는 공직자 재산공개 내역을 뉴스타파가 변환해 최근 3년치 내역의 항목별 합산을 계산한 결과 다음 표와 같이 매년 다른 기관에서, 다른 사람의 내역 합산 오류가 여전히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수기로 계산하던 1993년과 달리 자동으로 총액을 합산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춘 2023년에도 같은 실수는 반복되고 잘못 기록된 관보는 계속 생산되고 있다.
▲ 최근 3개년 정기 고위공직자 재산공개 내역 중 항목별 소계액과 내역의 합이 다른 경우

공직자윤리시스템 -> 엑셀 -> 한글(HWP) 수작업, 기초적인 실수 반복돼

전문적으로 해주시는 분이 없고 일반직 공무원이 작업하다 보니 꼼꼼하게 하더라도 시스템에서 엑셀로 받아 다시 한글 파일로 작업하는 동안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모 기관 재산 등록 담당자
뉴스타파는 여러 기초 오류가 어떤 작업 과정에서 발생하는지 취재하던 중 공직자 재산공개  관계자로부터 “전문적으로 해주시는 분이 없고 일반직 공무원이 작업하다 보니 꼼꼼하게 하더라도 시스템에서 엑셀로 받아 다시 한글 파일로 작업하는 동안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라는 답변을 들었다. 실제로 취재진이 파악한 오류는 대부분 공직자가 재산을 등록하는 과정이 아닌 관보 제작을 위해 해당 내역을 다운로드 받아 수작업으로 편집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또한 취재진이 문제 내용을 질의하기 전까지 어느 공직자나 기관 담당자도 해당 문제를 파악하고 있지 못했다. 심지어 자신의 재산이 언제 공개됐는지 알고 있지 못하거나, 공개된 재산내역을 어디서 확인해야 하는지 취재진에게 되묻는 경우도 여럿 있었다. 
뉴스타파가 확인한 주소지 오기, 단순 합산 오류 등은 상용 프로그램인 엑셀만 사용해도 검증할 수 있고 수정할 수 있는 간단한 내용이다. 실제로 뉴스타파 취재진 또한 엑셀, R(통계 프로그램) 등 상용 프로그램을 활용해 재산내역에 오류가 없는지 검증했다.
1981년 공직자윤리법은 공직자 재산 형성과정을 투명하게 함으로써 부정한 재산증식의 방지 및 공직 수행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확보해 공직자의 윤리를 확립하기 위해 제정됐다. 1993년부터 4급 이상 공무원의 재산등록이 의무화됐고 1급 이상 공직자의 재산이 공개됐다. 그러나 30년 동안 관보로 공개하는 형식을 고수하면서 등록시스템이 개선됐음에도 불구하고 수식이 포함되지 않은 엑셀 파일을 다운로드 받아 손으로 수정하고 한글(hwp) 문서로 변환해 기계 판독이 불가능한 형태로 공개해 왔다.
30년동안 전혀 개선하지 못한 공개 방식은 2023년의 대한민국 관보에 단순 덧셈 뺄셈 실수가 난무하게 했다. ‘부산광역시 해운대구광역시’ 소재 건물은 10년동안 반복 공개됐고, 재산을 공개하는 공직자는 해당 오류를 3년동안 알지 못했다.
제작진
취재연다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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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허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