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아’를 ‘어’로 바꾸는 언론

2015년 02월 24일 00시 00분

오늘 매일경제신문에는 이런 기사가 실렸습니다. 기사 제목이 대담합니다.
차기 경제학회장인 서울대 교수가 이런 인터뷰를 했다는 것이 매일경제의 핵심 보도 내용이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좀 이상했습니다.
"모든 근로자 계약직으로 뽑아 한국기업 다시 뛰게하라"는 이 헤드라인은 이 인터뷰 기사의 본문에는 전혀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경제학자가, 그것도 차기 경제학회장으로 뽑힐 정도의 저명한 교수가 경제신문과의 대담 인터뷰에서 무턱대고 저런 주장을 했다는 게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지순 교수에게 직접 전화를 걸었습니다. 학회 참여때문에 오늘 하루 종일 전화도 못 받다가 6시 넘어서야 전화를 주시더군요. 본인 인터뷰가 나온 기사를 보지 못하셨던 모양입니다. 깜짝 놀라시더군요.
이지순 교수는 매일경제신문과의 대담에서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차별하는 것은 좋지 않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 다른 선진국들처럼 비정규직도 ‘4대 보험이 보장되는 계약직’으로 전환하는 것, 그렇게 하면서 계약직의 경우는 임금을 올려주는 방안"을 제시했다고 합니다.
이를 앞뒤 모두 자르고 매일경제신문은 “모든 근로자 계약직으로 뽑아…”라고 제목을 뽑았다는 것이죠. 일반적으로 계약직이라고 하면 4대 보험이 되지 않고, 해고가 쉬운 열악한 조건의 근로형태를 의미합니다.
매일경제신문이 이렇게 기사의 제목을 뽑은 의도는 쉽게 짐작할 수 있습니다. 경제학회장, 서울대 교수라는 권위를 빌어 ‘해고하기 쉬운 나라가 기업하기 쉬운 나라, 기업하기 쉬운 나라가 곧 선진국'이라는 도식을 정당화하려 한 게 아닐까요?
이지순 교수는 어떻게 대응할 것이냐고 묻는 뉴스타파 취재진에게 “언론에 낚인 것 같다"고 허탈해하면서 일단 매일경제신문 담당기자에게 전화를 해보겠다고 말하시더군요.
언론이 어떤 발언을 거두절미하고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윤색하는 것은 저널리즘의 정도에서 한참 벗어나는 것이겠죠. 독자들이 지켜보고 있습니다. 아래는 이지순 교수와 뉴스타파 취재진과의 통화 내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