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발전소 비정규직, ‘위험은 10배 임금은 절반’
2014년 09월 26일 20시 57분
울진 핵발전소에서 감압밸브를 사용하지 않고 수소 충전 작업을 하다가 가스가 유출되는 사고가 반복되자 작업자들이 안전장치 마련을 수차례 요구했지만 발전소 측은 묵살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또 발전소 측이 내부 감사 때에만 필수 안전장치인 감압밸브를 장착하는 꼼수까지 썼다고 작업자들은 증언했다. 위험한 수소 충전 작업은 비정규직들에게 떠넘겨졌다.
뉴스타파 취재진은 울진 핵발전소에서 수소 충전 작업을 담당했던 복수의 작업자들을 여러 차례 만나 이 같은 증언을 확보했다. 작업자들은 처음에는 말을 아꼈지만 결국 놀라운 현장 경험담을 털어놨다.
수소 저장고에 마지막 안전장치는 감압밸브거든요. 감압 밸브 없이 수소 충전 할 때 호스가 터지면 일을 하기가 싫어요. 그러면 밖에 멍하니 앉아있는 거죠. 살았다 싶은 생각이죠.
작업자들은 감압밸브를 사용하지 않고 수소 충전을 하면서 생명의 위협을 느꼈다고 말했다. 고압으로 수소를 충전하다가 호스가 터지는 사고가 반복됐기 때문이다. 이 수소 충전은 가스 관련 교육도 제대로 받지 못한 비정규직들이 담당했다. 한수원 직원들은 작업장에 가까이 오기를 꺼렸다고 작업자들은 말했다.
수소 충전 작업 할 때 감압밸브를 사용한 적은 없고 감사가 나온다고 해서 잠깐 감압밸브를 장착한 적은 있어요.
6년 간 충전작업을 담당 했던 한 작업자는 딱 한 번 감압밸브를 설치한 경험이 있다고 했다. 실제 충전 작업을 할 때가 아니라 내부 감사 때였다는 게 이 작업자의 말이다. 감사가 끝난 뒤 충전이 시작되자 다시 감압밸브를 빼라고 한수원 직원은 지시했다고 이 작업자는 말했다.
작업자들은 충전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서 감압밸브를 달 수 없다면 고압을 견딜 수 있는 동파이프 설치 등 다른 안전장치를 해달라고 한수원 측에 수차례 요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터진 호스를 교체하는 것이 후속 조치의 전부였다고 작업자들은 말했다.
시키면 시키는 대로 일하는 것밖에 없죠.
울진 핵발전소 측은 뉴스타파와 전화통화에서 수소가스 충전 과정에서 사고가 난 사실을 보고 받은 적도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복수의 작업자들은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했다고 일관되게 증언했다. 수소 차량 운전자도 울진 2발전소에서는 작업을 할 때 감압밸브는 없었다고 말했다.
몇 번은 괜찮을 수 있어요. 그렇지만 그러다가 한번 진짜 큰 사고가 날 수가 있어요.
울진 핵발전소에서 감압밸브 없이 위험한 수소 충전 작업을 한 것은 작업 시간과 예산을 줄이기 위한 것으로 파악된다. 문일 연세대 화학공학과 교수는 이런 관행을 ‘아차 사고’라고 말했다. 실제 사고가 나지 않고 사고가 날 뻔한 상황을 지칭하는 말이다. 문일 교수는 “통계적으로 이 ‘아차 사고’가 30번 정도 반복되면 ‘진짜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며, “몇 번은 괜찮을 수 있지만 큰 사고가 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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